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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5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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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5화

하지만 이런 대응도 아빠에게 있어서는 말 그대로 어린아이가 살짝 반항하는 수준밖에는 되지 않는다.

대련할 때의 아빠는 생각보다 봐주지 않고 엄하게 대련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어서, 자신의 공격이 가로막히는 것을 보자마자 그대로 밀쳐진 오른손을 다시 꺾어, 내 몸을 구속하기 위해 뻗는다.

이대로 아빠에게 목이나 몸통을 붙잡히면 어른과 아이의 체격 차로 인해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대련은 끝이다.

‘정말…… 조금만 넉넉하게 봐주면서 해 주었으면 하는데.’

고작 여섯 살짜리 아이를 상대하는 것치고는 공격이 빡세다. 물론, 아빠의 실력을 감안하면 이것도 상당히 많이 봐주는 거라 생각한다.

그가 전력을 다한다면 반격은커녕, 공격하는 모습조차 제대로 보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내 수준에서는 여전히 빡세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뭐, 덕분에 실력이 이렇게까지 늘어날 수 있었던 거지만.’

기본적인 난이도 자체가 높으니, 조금이라도 공격을 견디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노력 정도로는 부족하다. 거기에 한번쯤은 공격을 제대로 막아 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생기니 더 이 악물고 노력했던 점도 있었다.

지금은 아빠의 공격이라면 5번에서 최대 10번까지는 막아 낼 수 있게 되었고(물론 반격은 꿈도 못 꾼다.) 레아 누나의 공격이라면 20번까지도

어찌어찌 막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체격 차를 무시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체력 자체가 아직은 부족하다. 그 증거로 겨우 아빠의 네 번째 공격을 방어했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내

입에선 ‘후우…… 후우…….’하는 거친 숨소리가 나온다.

반면에 아빠는 땀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으셨다. 아이와 어른이란 기본 신체 능력부터가 월등히 차이 난다.

‘어서 성장하든가 해야지 원!’

작게 푸념했지만, 그렇다고 신체가 갑자기 콩나물 자라듯 쭉쭉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애당초 20여 년 넘는 시간을 단련해 온 아빠와 고작 2년을 단련한 나를 비교 선상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긴 하다.

“오늘은 여기까지구나, 아넬.”

“……앗!”

아빠는 지쳐서 잠깐 동작이 느려진 틈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오늘은 아빠의 공격을 총 8번 막아 내는 것에서, 아빠에게 몸이 붙잡혀 전투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대로 바닥에 내리꽂혀지거나, 목이나 팔을 비틀리기라도 하면 그대로 게임 오버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빠는 나를 제압하고 대련이 끝난 시점에서

제압하던 자세를 풀고 나를 놓아주셨다.

지금은 바닥에 주저앉아 열심히 숨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붙잡히면 꺾일까 봐 무섭단 말이지.’

비록 아빠는 검을 들지 않았을 때 상대방을 제압하는 목적의 체술이라고는 했지만, 검이나 총을 보는 것이 상당히 힘든 대한민국에서 살았던 내게

있어서는 이 정도만 해도 가히 살인무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태권도나 유도, 합기도 같은 무술도 보여 주기식이 아니라 제대로 연마하면 정말 엄청난 것들이었구나.”

지금이야 학원에서 흔히 아이들의 운동용으로 쓰이는 무술들이지만, 아빠에게서 직접 체술이라는 것을 배우고 나니 새삼 그 무술들의 진짜 위험성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다.

‘그때는 고수라고 해도 그냥 웃어넘겼었는데.’

가끔씩 인터넷에 ‘무슨무슨 무술의 고수’하면서 그 무술을 단련한 사람들이 기합 소리와 함께 팔을 뻗고, 다리를 뻗는 무술의 동작들을 보여 주는

동영상이 올라오곤 했었지만, 당시에는 ‘에이, 저게 뭐야.’하고 웃어넘긴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좀 그럴싸해 보이는 것도 ‘오호.’하고 잠깐 놀라는 게 전부였었지. 어차피 총이 존재하는데 저렇게 몸을 무식하게 단련해 봤자 총알을 막아

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뭘 저리 열심히 하나 싶었지만 지금은 그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무술을 단련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단련이라는 거, 꽤나 재미있는 거였구나.’

자신의 신체를 조금씩 뛰어넘으면서 보다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그들은 무술로 총알을 막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무술을 배우고 익혀 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신체가 단련되어 가고 무술이 발전해 가는 그 모습에 보람을 느끼고 수련에 힘썼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관련 영상을 좀 더 자세히 봐 둘걸.’

비록 무술은 유파마다 추구하는 성향이 다르고, 또한 기술이 다르다. 하지만 어느 무술이건 신체를 사용한다는 점에선 똑같다.

그때 영상을 자세히 봐 두고, 조금만 더 신경 써서 고수들의 움직임을 기억했다면 체술 단련의 효율을 보다 끌어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지금 와서 생각해 봤자 의미가 없다.

‘쩝, 아쉽네.’

환생할 줄 알았으면 무술 하나쯤은 기본기라도 익혀 뒀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아쉬운 마음에 피식 웃고 있으려니 볼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앗, 차가워라.”

“후후, 대련이 다 끝났나 보군요?”

“네, 오늘도 완벽하게 졌어요.”

뒤를 돌아보자, 나와 아빠를 위해 시원한 물을 컵에 담아 온 레아 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볼에 닿은 차가운 무언가는 물을 담은 컵이었나.

레아 누나가 준 컵을 받아 들고 물을 들이켜자, 시원한 청량감이 대련으로 인해 뜨겁게 달아오른 신체를 식혀 주었다.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만든 물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이 세계에선 충분한 사치다. 그나마 우리 집 밑에 지하수가 흐르기 때문에 늘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것이지, 근처 냇물이나 도시의 우물에서 물을 퍼 와 보관하는 다른 집에선 늘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게 전부다.

물을 떠 와 준 레아 누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난 뒤, 컵을 바닥에 놓았다.

“길드는 괜찮은 건가요?”

“곧 점심시간이니까요. 오후가 되면 다시 바빠지겠지만 지금은 다소 한가롭네요.”

그렇게 말한 레아 누나가 내 옆에 앉았다.

“오늘도 열심히군요, 아넬은.”

“네, 딱히 길드 일을 도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것마저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으니까요.”

“조금은 밖에 나가서 뛰어놀아도 좋을 텐데 말이죠…….”

‘여전히 아이답지 않네요.’하고 작게 한숨을 쉰 레아 누나가 내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녀에게 감사하며, 손수건을 받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으음, 내게 나가서 뛰어놀라고는 해도 아이들과 소꿉장난을 하거나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노는 것은 싫은데 말이지……. 억지로 어울려 줄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의 장난에 같이 장난치는 것보단 그 시간에 체술을 단련하고, 엄마를 도와 리나를 돌보는 쪽이 훨씬 좋다.

‘이것만은 나도 어쩔 수 없는걸.’

딱히 전생의 나이를 가지고 으스대거나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스물세 살에 군대까지 다녀온 나다. 비록 환생을 통해 다시 어려졌다고는 하지만,

또래의 어린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건 정신적으로 조금 무리다.

그렇다고 꼭 무리해서 아이들과 어울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집에서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게 부모님과 레아 누나에게는 좀 신경 쓰이는 모양이지만…… 싫은 건 싫은 거다. 음, 그런 것이다.

“하하하…….”

“또 웃음으로 때우는군요. 하긴, 노는 것도 아니고 미래를 위해 단련하겠다는 것을 뭐라고 하는 것도 모양새가 우습지만요…….”

내 실없는 웃음에, 레아 누나는 피식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모습에 아빠 역시 ‘하핫.’하고 웃으며 나와 레아 누나에게 다가왔다.

“다른 애들처럼 친구도 좀 데리고 오고 하면 좋겠다만……, 뭐, 건강하니까 아빠는 그걸로 만족한다. 무엇보다도, 아넬은 좀 조숙한 면이 있잖니.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기 좀 힘든 모양이니까 말이다.”

“어울리기 힘들다고 해서 자꾸 겉돌면 사교성이 부족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게 걱정되는 거예요.”

‘이젠 제 동생 같은 아이니까 말이에요.’하고, 레아 누나는 내 머리를 조금 더 다정히 쓰다듬어 준다.

으음, 기분 좋다. 그나저나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확실히,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집에만 박혀 있는 모습은 보기 좋은

것이 아니긴 하다. 붙임성 없는 걸로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것에는 아빠도 딱히 반박할 말이 없는지 ‘그건 그렇지.’라고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셨다.

‘하아……, 또래 친구라도 하나 만들어야 하나.’

아무리 스물세 살의 정신을 가지고 있어도 몸은 어엿한 여섯 살이다.

혼자서 어른인 척해 봤자 주변 사람들에겐 그저 어린아이가 조금 성숙할 뿐인데 그걸 깨닫지 못하고 뻗대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나중에 진지하게 친구를 사귀어 보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 같다. 지금이야 어려도 시간은 흐를 테고, 곧 성장할 테니 말이다.

“친구 문제는 그렇다 치고, 체술이 많이 늘었구나, 아넬.”

“네, 그동안 열심히 단련했으니까요.”

아빠의 칭찬에도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건 아빠와 레아 누나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었기에 딱히 자랑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빠와 레아 누나와 대련할 기회가 생기면 힘들어도 끝까지 버티면서 대련을 요구했고, 대련을 못 하는 날이면 두세 시간 이상씩 집중하면서 체술을

단련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해 수련했기 때문에 그 점에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솔직히 놀라고 있다. 고작해야 하루 한 시간 정도만 설렁설렁 하더라도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가르쳤다만, 설마 이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까지

발전할 줄은 몰랐어.”

“정말이에요, 어떻게 이런 집중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하고 놀랐어요.”

레아 누나도 아빠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윽, 조금 부끄러워지려고 한다.

두 사람의 과한 칭찬에 볼이 살짝 빨갛게 달아오르려고 하던 참에, 아빠는 ‘으음…….’하고 고민하다 천천히 말을 이었다.

“체술을 꾸준히 익힌 덕분에 근력도 어느 정도 붙었고, 키도 꽤나 컸구나. 슬슬 검술을 시작해도 될 것 같다.”

“네? 검술이요?”

“그래, 최근 근처 몬스터의 근황도 심상치 않고, 여러모로 좀 흉흉해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몬스터가 도시 성벽을 뚫고 이곳까지 올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만, 남자라면 자신의 몸 하나 지킬 수 있는 방법 정도는 알 필요가 있지.”

“하지만 이제 겨우 여섯 살이에요. 아무리 빨라도 보통은 여덟 살이나 아홉 살에 검술을 시작하는데…….”

레아 누나가 잠깐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아빠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레아 누나의 말에 대답했다.

“레아도 봤잖니, 아넬의 집중력을. 거기에 체술을 단련하면서 자신의 몸이 한계를 넘지 않는 적정선을 유지했지. 옆에서 보고 있으면

재능이라고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자기 절제야. 내 아들이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한 명의 검사로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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