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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2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2화

흐음, 일종의 갭 차이에서 오는 매력이라는 놈인가. 그나저나 레아 누나가 이렇게 말할 정도이니 내가 나이에 맞지 않게 생활하는 것은 확실한

모양이다.

어느 정도 자각은 하고 있었지만 부모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에 나도 어영부영 묻혀 넘어가고 있었지만.

조금은 조심하면서 아이답게 행동하는 게 나으려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자니, 리나가 내 손을 놓아주고 과일 주스를 달라는 시늉을 해 보였다.

나는 리나의 컵에 과일 주스를 따라 주면서 조숙함에 대한 문제를 머리 저 한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뭐 아무렴 어떨까, 그걸로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될 노릇이겠지. 조숙한 게 딱히 죽을병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이후 남은 시간은 부모님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정말로 즐거운 생일 파티를 보냈다.

 

 

***

 

 

“아빠, 저, 검을 배우고 싶어요.”

“으엉?”

네 살의 생일 파티가 끝난 이후, 적당히 틈을 봐서 한가하게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아빠에게 다가가 말하자, 아빠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라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설마 아들이 이 나이에 검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 꽤나 당황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미 정한 일이었기 때문에 당황하는 아빠의 팔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검사가 되고 싶어요. 모험자가 될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너, 검을 배운다는 게 어떤 뜻인지는 알고 말하는 거냐?”

내 말을 들은 아빠의 표정이 굳으면서 내 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나는 아빠의 눈을 올곧게 마주 바라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자 아빠는 눈에 힘을 풀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내 몸을 번쩍 안아 들어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는 나를 껴안아 주셨다.

“아넬, 검이라는 것은 말이다. 사람을 죽이는 무서운 도구란다. 검을 배우고 싶다는 것은, 언젠가 누군가를, 설령 그것이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그

생명을 빼앗겠다는 말이란다. ……말이 좀 어렵겠지만, 아마 아넬 너라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들은 똑똑하니까

말이다.”

순간 아빠의 팔불출 발언이 잠시 튀어나왔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그것에 딴죽을 걸지 못하고 넘어갔다.

아빠는 ‘철크럭’ 하고, 카운터 바로 안쪽에 놓아 둔 자신의 검을 집어 들었다. 검집 안에 들어 있는 검의 묵직함이 절로 느껴진다.

이어서 아빠는 내가 검에 다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스르릉’ 하고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늘 아빠가 기름을 먹여 손질하고 있기 때문에 살짝 비릿한 기름 냄새와 함께, 섬뜩한 검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렴, 검이란 것은 이렇게 시퍼렇게 날이 서 있단다. 언제, 어디서라도 나를 공격하는 존재를 베어 내기 위해, 죽이기 위해서지. 그렇다고 이

검날이 언제나 자신의 적만을 노리는 것은 아니란다. 상대의 검이, 때론 내 검이 스스로를 해칠 수 있는 흉기가 되어 돌아올 때도 있단다. 검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적을 베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누군가의 검에 베이거나 혹은 몬스터에게 물어 뜯겨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어린 아들이 어려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도, 아빠는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검을 내게 보여 주며 엄숙하게 말했다.

아마 이것이 검에 대한 아빠의 각오일 것이다.

‘내가 벨 수 있으니, 나 자신도 베일 각오를 하라는 것인가.’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는 대사 같다.

그 대사에서는 검이 아니라 총이었지만, 총을 쏘는 자는 자신도 총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었던가.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요는 각오를 다지라는 소리다.

단순히 검을 휘두르고 싶어서, 그리고 어설픈 동경으로 검을 배우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의미일까.

“검을 배우고 싶어요.”

“굳이 검이 아니어도 배울 것은 많아. 학문도 있고, 상업도 있고, 마법도 있지. 특히 마법 같은 경우엔 공격마법을 제외하고도 사람들의 생활을

이롭게 만드는 생활마법을 개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검은 그저 누군가를 지키고, 죽이는 것이 전부란다. 그런데도 배우고 싶니?”

“네.”

내 흔들림 없는 대답에, 아빠의 눈이 조금 흔들린다.

아빠는 한숨을 내쉬며, 카운터 위에 자신의 검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무엇 때문에 검을 배우고 싶은 거냐?”

나는 아빠의 질문에 내가 느끼는 그대로의 감정을 그에게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마법이나 다른 것보단 검술을 배우고 싶어요. 그게 전부예요.”

“……그러냐?”

표정을 보니 썩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던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탈락도 아닌 것 같다. 또다시 이어지는 긴 한숨과 함께, 아빠는 카운터 위에

올려놓은 자신의 검을 검집에 넣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우선, 검술은 반대다. 아직 네 몸으로 검술을 배우기는 일러. 근육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신체로 무거운 물건을 휘두르다간 몸이 상한다.

그러니 우선은 기초 체력을 단련하는 것부터 천천히 시작해야 한다.”

“아빠?”

그 말은 곧, 내가 검을 배울 수 있는 몸이 된다면 검술을 알려 주겠다는 말이었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자, 아빠는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의지를 알 수 있지. 아빠가 봤을 땐, 하지 말라고 말린다고 해서 우리 아들이 검을 배우는 것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구나. 어설프게 대응해 봤자 이도 저도 아니라면 오히려 제대로 알려 주는 게 부모이자 선배 검사의 역할이겠지. 뭐,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은

아빠도 아들과 같이 검을 나눴으면 하는 소망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여태껏 했던 말은 그저 아들을 위한 진지한 충고였을 뿐, 내심으론 아들도 자신과 같이 검을 배우길 소망했었던 것일까, 아빠는 드물게 부끄러워하는

모습으로 뺨을 긁적이셨다.

“어린 나이에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체술이 있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천천히 가르쳐 주마. 꾸준히 수련해야 하는

만큼, 꽤 노력이 필요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이후, 엄마에게도 허락받는 것으로 내가 검술을 배우는 것이 정해졌다.

물론, 제대로 검을 들기 위해선 더욱 성장해야만 가능한 일이고, 현재로써는 그저 몸을 만드는 것만 가능할 뿐이지만 말이다.

 

 

***

 

 

아빠에게 검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 그날로부터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길드가 가장 한적해지는 정오 시간을 이용해, 오늘부터 아빠가 본격적으로 기초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체술에 대해 알려 주기로 하였다.

누군가에게 배움을 받는 것이 이렇게 두근거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가슴이 설렌다.

“배우는 것은 좋지만, 몸 상하지 않게 늘 조심해야 한다.”

“네.”

엄마는 검술을 배우는 것에 반대는 하지 않으셨지만(오히려 적극적으로 찬성하셨다. 검을 수련하는 남자의 모습은 정말로 멋지다면서…….) 아무래도

다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이 되는 것인지 아빠에게 체술을 배우러 뒤뜰로 나가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주의를 주셨다.

물론 배우는 것에 들떠 몸이 상할 정도로 열심히 할 생각은 없다.

나 역시 과격한 움직임으로 성장판이 손상되어 훗날 제대로 크지 못하고 작은 키로 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다.

185㎝ 이상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어도, 최소 180㎝는 넘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엄마가 챙겨 준, 활동에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길드 뒤편에 있는 뜰로 걸어 나왔다.

아빠는 이미 뒤뜰로 나와 스트레칭을 하며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오오…….’

‘하나, 둘, 하나, 둘.’하는 리듬에 맞춰 몸을 이리저리 가볍게 흔들고 있는 움직임에 맞춰 아빠의 전신 근육이 요란스럽게 꿈틀거린다.

비록 옷 위로 슬쩍 보이는 윤곽에 불과하지만, 보더빌더들처럼 보여 주기 위한 큰 근육이 아니라, 운동선수들처럼 탄탄하고 압축되어 있는 그런

근육이다.

남자라면 당연히 근육에 동경을 가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역동하는 근육의 움직임에 홀린 듯 아빠의 등을 바라보았다.

크흠, 그러고 보면 전생에선 근육은커녕 뱃살만 있는 다소 살집 있는 몸이었지.

이 세계에서는 나도 식스팩 한번 쫙!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지금은 무리이고, 후에 더 성장하게 되면 말이다.

“왔니?”

“네.”

내가 뒤뜰로 나온 것을 확인한 아빠는 스트레칭을 멈추고 내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내 몸을 이곳저곳 더듬고 주물러 보면서(미리 말하지만, 변태적인

행위가 아니다!) 내 근육량을 체크해 본다.

잠시 후, 체크가 끝난 아빠가 턱을 쓰다듬으면서 말을 이었다.

“역시,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근육이 약하구나. 몸이 크게 벌어지는 동작이나 한 곳으로 균형이 쏠리는 동작은 피해야겠는걸. 성장에 무리가 가면 안

되니 말이다.”

“그, 제게 알려 줄 체술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궁금해서 물어보자, 아빠는 설명보다는 직접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거라면서, 자신이 직접 체술의 몇몇 동작을 펼치며 내게 보여 주었다.

마치 태권도의 품새처럼, 가상의 적을 상대한다는 느낌으로 일정 동작을 펼치는 모양새였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세 하나하나에 단단히 힘을 주고 정확한 동작을 펼치기 위해 천천히 움직이면서 노력한다는 점일까.

그 때문인지 동작 하나를 펼치는 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후우우.’하고 숨을 고르면서, 아빠는 방금 펼친 체술의 동작들에 대해 내게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본래 체술이라는 것은 무기를 들지 않은 상황에서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호신술이다. 지금은 많은 발전을 이루면서 여러 갈래로

나뉘었지만, 기본적으로 몸을 이용해 적을 공격하고, 또한 적의 공격을 방어한다는 점은 바뀌지 않았지. 네게 알려 줄 체술도 그런 류의

호신술이란다.”

“그런데 왜 체술 동작을 힘주면서 천천히 하신 거예요?”

“원래라면 체술은 혼자서 배우는 것이 아니야. 특히 검사가 배우는 체술의 경우엔 검술에 체술을 섞어 상대방을 손쉽게 제압하고,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체술 연습을 도와줄 상대가 필수다. 단, 지금 네가 배울 것은 그러한 본격적인 방어 체술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배우는, 일종의 준비 단계의 체술이지. 가장 기초적인 동작을 몸에 익힘과 동시에, 균형 감각과 유연성을 키우면서 또한 체력까지 단련할 수

있는 동작이야.”

천천히 움직이면서 몸의 균형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배우고, 힘을 주면서 체력을, 동작을 펼치면서 체술의 기초 자세와 유연성을 키운다는 것일까?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처럼 일정 부위를 강하게 자극하는 형식이 아니라, 조금씩이지만 온몸을 골고루 단련할 수 있고, 내가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선 가장 최적의 수련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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