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45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45화
흔히 검사에게 있어서 검이라는 것은 소중한 파트너, 혹은 애인과도 같은 것이라고 표현하지만 아무리 소중하게 다룬다고 하더라도 그 검이 내게
향했을 때 내 몸에 상처를 내지 않고 검이 저절로 피해 가는 것은 아니다.
누구의 손에 잡히느냐에 따라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를 입힐 수 있고, 또한 자신도 상처 입을 수 있음을 레아 누나는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우리를
훈계했다.
‘만약 그 장면을 직접 봤다면 조시아 누나 이상으로 난리가 났을지도 모르겠네.’
레아 누나도 검사라고는 하지만,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 검사라고 할 수는 없다. 호신용으로 검을 배운 수준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호신용 그
이상으로 검에 의미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련을 하면서도, 검을 휘두르면서도 늘 조심하고 자신이 검을 단련하는 의미를 되새긴다.
아마 나와 펠튼 아저씨가 대련하는 모습을 직접 봤다면 대련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단 내가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조시아 누나 이상으로 난리가
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레아 누나와 루시안에게 펠튼 아저씨와 했었던 짧은 대련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
해는 완전히 저물어 주위에 어둠이 내려앉고, 간간이 바람 부는 소리와 모닥불이 타오르는 소리만이 들판에 울려 퍼진다.
모두 일찍 침낭을 깔고 자리에 누웠지만, 어느 누구도 자지 않았다.
코볼트의 습격이 있을까 봐 경계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오늘 딱히 야영 준비를 제외하곤 한 것도 없는지라 그다지 피곤한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밤을 꼬박 지새울 수는 없는 노릇이라 예정대로 한 명씩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서기로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잠을 청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몇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나는 조금 뒤척이다 간신히 잠들었는데 누군가가 조용히 어깨를 흔드는 감각에 눈을 떴다.
“……아넬?”
“……레아 누나?”
“일어나 주세요. 조시아 씨로부터 텔레파시가 왔습니다. 어떤 이들이 경계 마법 내로 접근한 모양이에요.”
“……!”
그 말에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레아 누나가 어깨를 잡아 꾸욱 눌렀기 때문에 침낭에서 일어나지 못하였다.
‘쉬잇.’하는 제스처와 함께 레아 누나는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가급적 큰 소리를 내면 안 됩니다. 조용히 일어나서 준비해 주세요.”
“네.”
이후 레아 누나는 루시안을 깨우기 위해 그쪽으로 이동했고, 나는 레아 누나의 말대로 조용히 침낭에서 일어나 주변에 놓아두었던 내 검을 손으로
잡았다.
밤공기가 꽤나 싸늘했다.
특히 자다 방금 일어났기 때문인지 그 싸늘한 공기에 몸이 차갑게 식는 것을 느끼며 큰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내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조시아 누나로부터 텔레파시 마법이 도착한 것은 그때의 일이었다.
‘잘 잤니, 아넬?’
“잘…… 으음…….”
무언가 대답하려고 했지만, 머릿속으로 전달되는 느낌의 조시아 누나와는 다르게, 입으로 대답이 튀어나와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텔레파시 마법이 머릿속으로 시전자의 말이 전달되는 구조의 마법이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대답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었지,
참.
내게서 한동안 대답이 없자 아차 싶었는지 다시금 조시아 누나의 말이 들려왔다.
‘아넬은 텔레파시 마법이 처음이겠구나. 대답하고 싶으면 내게 네 생각을 전달한다고 생각해 보렴. 처음엔 조금 힘들겠지만 몇 번 해 보면…….’
‘이렇게요?’
‘어머, 생각보다 잘하네?’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는 느낌으로, 나와 조시아 누나를 휴대 전화로 생각하고 전달하려는 말을 데이터로 상상하며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자
의외로 잘된 것인지 조시아 누나 쪽으로부터 조금 당황한 듯한 대답이 들려왔다.
‘조시아 누나가 했던 말대로 해 보니까 됐어요.’
‘그러니? 생각만으로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한다는 느낌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아넬은 금방 해내는구나? 어쩌면
마법사로서의 자질이 있는지도 모르겠는걸.’
하긴, 기본적으로 전화라든지 인터넷이라든지 순식간에 거리 제한을 뛰어넘어 의사를 전달하는 개념이 없는 이곳에선 거리가 떨어진 상대방에게
생각만으로 의사를 전달한다는 느낌이 다소 생소할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반면에 나는 이 세계와 비교하면 상당히 발전된 문화에서 생활하던 사람이니 이곳 세계에선 쉽게 상상하기 힘든 개념에 대해서 다소 자유로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전 이미 오러 발현자인걸요?’
‘오러를 발현했다고 해서 무조건 마나를 발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니까. 가끔 마검사라고 해서 마법과 오러를 함께 쓰는 사람들도 있거든. 물론
신체 재능이 따라 줘야 가능한 일이고 익히기도 상당히 힘들다고는 하지만, 마나 발현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리스크는 없으니까 나중에 한번 시도해
보자.”
‘네, 그럴게요. 그런데 경계 마법이 반응했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그래, 반응했어. 레아 씨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려고 했었는데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텔레파시가 잘 통하지 않더라구. 그래서 네게로 텔레파시를
보낸 거야.”
‘텔레파시 마법에도 제한되는 사항이 꽤 많나 봐요.’
‘응, 마법에는 항상 여러 가지로 제약이 많아. 그것도 나중에 알려 줄게. 우선은 더 급한 사항이 있으니까 말이야. 내가 경계 마법을 펼쳐 놓은
거리는 여기서부터 대략 500m 쯤 떨어진 거리였어. 지금쯤이면 300m 아니면 200m까지 그 녀석들이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아.’
‘생각보다 느리게 다가오네요.’
‘먹이를 사냥하기 전에 최종 점검을 하고 있는 거겠지. 사냥해도 되는 것인지, 추가적인 위험은 없는 것인지, 사냥감이 습격을 눈치챈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를.’
야생 동물들은 사냥에 앞서 먹잇감이 습격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몸을 최대한 납작 엎드려 숨기고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린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일까?
물론 지금 이곳에 다가오는 것이 정말로 코볼트들인지, 아니면 다른 몬스터인지, 또는 전혀 다른 무언가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레아 씨와 모두에게 준비해 달라고 전해 줘.’
‘네, 알겠어요.’
그것을 끝으로, 조시아 누나와의 텔레파시가 끊어졌다. 처음에 메시지가 연결될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TV 전원을 끈 것처럼 삑 하고 꺼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것도 참 신기하네.
마법에 대해서도 조금 더 흥미가 일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우선 레아 누나와 슐츠 씨, 그리고 눈을 비비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루시안에게
조시아 누나의 말을 전달했다.
슐츠 씨는 장작을 쪼개기 위한 도끼를, 나와 루시안, 레아 누나는 각자의 검을 손에 잡고 습격에 대비했다.
경계 마법은 일정 범위 내로 누군가가 침입하면,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알려 주지만 해당 침입자가 어디까지 접근했는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까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결국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육안으로 확인을 해야 하는데, 현재는 사방이 깜깜한 어둠이었다.
들판인 만큼 풀도 무성하기 때문에 달빛만으로 확인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 두었던 것이 있었으니 우리는 서로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찌르르 울리던 풀벌레 소리도 잠잠해졌기 때문에 휘이잉 하는 바람 소리를 제외하고 사방은 고요했다.
단, 조금씩 들리는 ‘뚜둑.’, ‘뚜두둑.’하는 소리들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온다.’
뚜둑, 뚜두둑 하는 소리들은 먼 곳에서부터 차례대로 가깝게 들려왔다.
그 소리들은 내가 생각해 낸 것들로, 들판이라는 점을 이용해 풀을 묶거나 잘게 꺾어 놓은 잔가지들을 바닥에 흩뿌려 놓아, 접근하는 이들이 그것을
밟거나 묶은 풀에 발이 걸리면 풀이 뜯기면서 소리가 나게 한 것이었다.
덕분에 어느 방향에서 얼마만큼 접근하는지 얼추 파악할 수 있었다. 혹시 그런 소리가 나면 깜짝 놀라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이쪽이
아직도 잠을 자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 정도의 소리는 괜찮다고 판단한 것인지 그 소리들은 점차 우리와 거리를 좁혀 들어왔다.
그리고 이내 바로 근처의 풀숲에서까지 들릴 정도로 소리가 가까워지자, 나와 루시안, 그리고 레아 누나는 검을 빼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슐츠
씨는 미리 모닥불에 불을 붙여 놓은 장작 하나를 허공에 던졌다.
“마나의 힘으로 주변을 환히 밝히는 빛을 생성하라, 라이트!”
슐츠 씨가 던진 장작이 신호가 되어, 마차로부터 눈부시게 환한 빛의 덩어리가 허공을 향해 쏘아지고, 일정 범위의 주변을 대낮처럼 밝게 비추어
주었다.
“역시 코볼트들이었군……!”
시야가 확보되자마자 우리가 본 것은, 풀숲에 납작 엎드려 이곳을 향해 송곳니를 내보이고 있는 개처럼 생긴 몬스터, 코볼트였다.
이상 현상 몬스터(3)
“어디서 덤벼들지 모르니까 한 곳으로!”
슐츠 씨의 말에 우리는 모닥불을 중심으로 코볼트들이 뭉쳐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직 모습을 숨기고 있는 코볼트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현재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코볼트의 숫자는 다섯 마리였다.
하지만 그중에 코볼트의 리더로 보이는 개체는 없었다.
발자국을 봤을 때 적어도 다른 코볼트보다 2배 이상의 크기를 가진 것 같다고 했으니 훨씬 더 눈에 잘 띌 텐데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았다.
설마 이 코볼트들은 사람들을 습격한 코볼트들과는 다른 녀석들인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코볼트 중의 한 마리가 ‘크릉.’하는 거친 울음소리와 함께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달려듭니다! 조심하세요!”
일행 중에서는 가장 실력이 좋은 레아 누나가 선두에 서서 코볼트의 공격을 받아쳤다. 매섭게 휘둘러지는 앞발을 검으로 받아쳐 낸 것이다.
그런데 어째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검과 개의 앞발(?)이 부딪친 것임에도 불구하고 ‘타앙!’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판에 울려 퍼졌다.
황당해서 튕겨 나간 코볼트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한층 더 으르렁거리는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뒷다리로 얼추 서 있다 뿐이지, 행색은 거의 개와 다를 바 없는 그 모습에 엄청난 위화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늑대인간이랑도 얼추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늑대인간과 다르게 코볼트가 개인간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앞발도 개 앞발이고, 생김새도 개, 하는 짓도 개와 똑같았다. 단지 서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자꾸 개, 개 하니까 느낌이 좀 이상했지만 레아 누나는 코볼트와 충돌한 것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나와 루시안, 그리고 슐츠 씨에게 충고했다.
“코볼트의 이빨과 발톱은 검으로 자르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경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