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42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42화
“하지만 3명이었던 그들과 달리 이쪽은 6명입니다. 그 녀석들이 습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을 텐데요?”
“코볼트는 시력보다도 후각으로 대부분의 것들을 판단합니다. 마법으로 냄새를 차단하고 마차 안에 들어가 인원수를 감추면 충분히 숨길 수 있어요.
특히 오러 익스퍼드의 검사인 펠튼 씨는 스스로의 기척을 오러를 이용해 어느 정도 감출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아넬과 루시안은 아이라고 생각하고
전력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자신들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것은 레아 씨와 슐츠 씨 두 사람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조시아 씨의 말엔 일리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펠튼 씨는 조시아 씨의 의견에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상황에선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만, 레아 양을 비롯해서 슐츠와 아넬, 그리고 루시안까지 몬스터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가 돼야 성립되는
방법이야. 위험해. 수도로 가는 길을 미루고 일행이 된 사람들에게 부탁할 만한 방법은 아니야.”
“그건 그렇죠. 단지, 그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설명했을 뿐이에요.”
‘펠튼 씨의 말처럼 위험한 일이에요. 잊어 주세요.’라고 고개를 숙인 조시아 씨를 바라보며, 나와 루시안, 그리고 레아 누나와 슐츠 씨까지 서로
시선을 교환하였다.
그들이 말한 방법이 통할지, 통하지 않을지 확실치 않다.
그리고 위험하다는 조시아 씨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무리 오러 익스퍼드의 실력을 가진 펠튼 씨와 마나 유저인 조시아 씨, 오러 유저인 레아 누나까지 있다고 하더라도 습격이라는 것은 저쪽이 먼저
공격을 해 오는 것이니 먼저 대비하고 있다 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생판 모르는 마을을 위해서 우리가 이런 위험까지 감수해야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한 번 위험을 감수하면 3개월 동안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단번에 끝내고, 앞으로 추가적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피해자가 없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딱히 정의감이라든지, 영웅 심리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은 들었다.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아넬?”
“저도 도와주고 싶습니다.”
“……솔직히 내 입장에선 마을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로 손님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겠지. 위험한 일이야, 아넬,
루시안.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치거나 어쩌면 죽을 수도 있는 일이지. 그런 일은 해선 안 돼.”
“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건 그렇지만.”
“조시아 씨, 혹시 마법 중에 일정 범위 안으로의 접근을 감지하는 탐지 마법 같은 것이 있나요?”
“그래, 있어. 그리고 누나라고 불러 줬으면 좋겠는데…….”
“네, 누나. 그 탐지 마법을 설치하면 코볼트의 접근이 있을 때 우리가 먼저 알 수 있는 것이죠?”
“알 수는 있지만, 탐지마법 이내로 들어왔을 때부턴 어느 위치까지 접근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해. 기습을 당하진 않겠지만, 먼저 공격받는다는
점은 똑같아.”
“그럼 돕게 해 주세요. 코볼트들이 어디까지 접근했는지 알 만한 방법이 있어요.”
***
코볼트를 유인하기로 결정한 우리는 인근 들판에 새로 야영지를 잡았다.
기존 야영지는 아무래도 시체 냄새가 곳곳에 배어 있기도 하고, 근처에 시신을 묻어 놓은 장소가 있는 만큼, 코볼트의 후각을 감안하여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었다.
숲에서 최대한 잘 보일 만한 위치에 마차를 세워 두고, 우리는 좀 이르지만 야영 준비를 시작했다.
각자 역할을 분담해, 식수를 마련하는 조, 장작을 마련하는 조, 식사를 담당하는 조로 나누었다.
공평하게 나눈다고 나눴지만, 기본적으로 식사를 담당하는 사람은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했기 때문에 일행 중에 가장 요리 실력이 괜찮은
슐츠 씨와 조시아 씨가 담당하기로 했다.
참고로, 레아 누나는 그동안 어머니에게 요리를 배웠기 때문에 요리를 못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것은 집안 요리에 한정되고, 야외 요리 쪽으로는
아무래도 조미료의 양이라든가, 물의 양이라든가 조절하기 힘든 모양이다.
슐츠 씨 왈, 적당히 때려 넣는 센스가 필요하다나 뭐라나.
결국 나와 펠튼 씨가 식수를, 루시안과 레아 누나가 장작을 마련하기로 결정되어 나는 펠튼 씨와 함께 숲 쪽으로 향했다.
식사 조는 야영을 준비하면서 휴식이다.
“그리 급한 것은 아니니까 천천히 다녀오자꾸나.”
“네.”
여유 있는 펠튼 씨의 말에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이 기운 정도로 봐서는 아직 오후 2시, 혹은 3시밖에 되지 않았다.
아니, 아직 머리 위에서 크게 기울진 않았으니 2시 쪽이 더 가깝겠지. 해가 지려면 멀었으므로 물을 구하는 것이 급하진 않았다.
펠튼 씨는 숲으로 향하며, 나를 돌아보고 말했다.
“음, 여덟 살에 오러를 발현했다고 했었지?”
“네? 아, 네. 맞습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살짝 굳어서 대답하니, 펠튼 씨가 피식 웃었다.
“그리 딱딱하게 대할 것은 없다. 네 아버지 친구이니 아저씨라고 편하게 부르려무나.”
“그럴게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펠튼 아저씨는 ‘음.’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생판 남이라면 모를까, 아버지의 친구분인 만큼 행동거지에 조금 신경 쓴 것뿐인데, 그게 딱딱한 태도로 느껴졌던 모양이다.
그런 태도가 거북하다면 다소 편하게 대해도 될 것 같았다.
“본부 사람들은 모두 제 이야기를 알고 있나요?”
“알고 있지. 동네방네 떠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본부 내의 인물들은 대부분 네 이야기를 알고 있단다. 무엇보다 그 리안의 아들이니까
말이다. 처음에 그 소식이 본부에 도착했을 땐 다들 리안의 편지임에도 불구하고 거짓말 아니냐며 떠들었을 정도였지.”
“그런가요? 편지로만 전달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리안은 본부에서 활동하며 정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거짓말을 하지 않았지. 그 덕분에 본부에선 신뢰의 상징으로까지 불렸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그런 리안이 한 말이었으니 마지막엔 모두 믿을 수밖에 없었단다. 아마 리안의 말이 아니었으면 모두 끝내 거짓으로 취급했었겠지.”
호오, 그 아버지가 말이지…….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어머니한테도, 나에게도, 그리고 레아 누나에게도 딱히 거짓말 같은 것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버지 성격상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꺼리기 때문에 더 당당한 면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훗, 그 녀석은 신뢰뿐만 아니라 20대 초반의 나이로 오러 익스퍼드의 경지에 오른 괴물 같은 녀석이었으니까 말이다. 결혼으로 일선에서
멀어지지만 않았다면 지금쯤 충분히 A급의 모험자가 되어 있었겠지. 그만큼 오버 스펙을 가진 녀석이었어. 리안 그 친구 말이야.”
뭐랄까, 어머니한테도 듣지 못한 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이렇게 펠튼 아저씨를 통해 듣게 되니 기분이 좀 묘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만났을 때 이미 아버지는 오러 익스퍼드의 경지에 오른 뒤였고, 또한 정식으로 교제한 이후엔 바로 일선에서 멀어져 결혼 준비에
바빴다고 들었다.
그 때문에 어머니도 아버지의 전성기라고 부를 수 있는 20대 초반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었는데, 그런 과거가 있었나.
확실히 20대 초반의 나이로 오러 익스퍼드의 경지에 올랐고, 거기에 본부에서 신뢰의 상징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신용이 있었다면 충분히 나이에 비해
오버 스펙이라고 표현할 만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듣는 내 태도에 아저씨는 껄껄 웃었다.
“어쩌면 가까운 시일 내로 장래성이 유망한 신입이 들어올지 모른다고 길드장이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게 설마 아넬, 너를 말하는 것일 줄은
몰랐구나. 여덟 살의 나이에 오러라……. 지금은 어느 정도까지 다룰 수 있게 되었지?”
“신체 강화까지는 무리 없이, 하지만 최대로 사용하면 10분 정도가 한계예요.”
“최대라 함은,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냐?”
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밀하게 조절하는 것은 아직 힘들지만요. 3단계로 나누어서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지금 네 나이가 열 살이라고 했었나……. 생각했었던 것보다도 진도가 빠르군. 길드장 말대로 잘 다듬기만 하면 훌륭한 보석이 되겠어.”
내 대답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던 모양인지 펠튼 아저씨는 호오, 하며 두 눈을 크게 껌벅였다.
잠깐 동안 말없이 고민하던 그는 조심스럽게 나를 돌아보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
“물을 뜨고 돌아가면 나와 가볍게 대련을 해 보지 않겠느냐? 리안의 아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구나.”
“네? 하지만 전 아직 여러모로 미숙합니다.”
갑작스러운 대련 제안에, 그런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라 살짝 놀라며 대답하자, 아저씨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당연히 열 살짜리가 검의 고수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도를 향하고 있다는 것은 본부에 들어올 생각이 있다는 뜻이겠지? 너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한 장소에 ‘소속’된다는 것은, 그곳의 가족이 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단다. 그냥 ‘모험자’들과 ‘소속 모험자’들의 차이점이
바로 그것이지. 네가 본부에 초대를 받았고, 또한 들어올 마음이 있다는 시점에서 나는 네 선배가 된다. 즉, 선배로서 후배를 가르칠 의무가 생긴
거지. 사소하게는 친구의 아들이 얼마만 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
‘사양하지 말고 덤벼 보려무나.’하고 씨익 웃는 펠튼 아저씨에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 오러 익스퍼드 검사와의 대련은 그다지 흔한 기회가 아니다.
거기에 아버지와 동급의 실력자, 혹은 그간 경험을 감안하면 아버지 그 이상의 실력자와 대련할 기회인 것이다.
처음엔 예의상 거절하였지만, 검사로서 이런 대련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대답이 시원하니 마음에 드는구나. 아까부터 물소리가 조금씩 들리는 것으로 보아 가까운 곳에 샘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어서 뜨고
돌아가자.”
“네.”
아까보다도 빠른 걸음걸이로 숲을 나아가기 시작한 펠튼 아저씨의 뒤를 따르며, 나는 천천히 대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