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41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41화
“정말이지…… 펠튼 씨도. 일행이 생겼으면 생겼다고 이야기를 해 주세요. 아침에 얼굴을 보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일행이 잔뜩 늘었어.’라니,
당황스럽잖아요.”
“아아, 이쪽의 슐츠가 어제 마을에 오면서 몬스터에게 습격받은 것으로 보이는 시신 세 구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현장에 가보기 위해 동행을
요청했거든. 상의 없이 내 멋대로 결정하게 된 것은 미안하게 됐어.”
펠튼 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하자 그녀는 ‘어휴.’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행이 갑작스럽게 동행을 요청하는 바람에 당황하셨겠네요. 대신 사과할게요.”
우리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는 조시아 씨의 행동에, 레아 누나는 두 손을 가볍게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펠튼 씨와는 이전에 본부에서부터 아는 사이였으니까요. 그리고 마을에 일어나고 있는 문제는 저희도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에 동행하게 된
것입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행이네요.’라고 말하며 싱긋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붙임성도 좋고, 성격도 활발한 여성인 것 같았다.
조시아 씨는 펠튼 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슐츠 씨에게도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들었다.
피해자가 또 늘어났다는 사실에 그녀는 인상을 조금 찌푸리더니 펠튼 씨에게 말을 이었다.
“이것으로 벌써 26명이 몬스터에게 희생되었군요. 거기에 이번엔 숲 속도 아니고 들판이라구요? 이것들이 점점 대담해지기 시작했는걸요…….”
“그래도 숫자가 한정되어 있을 테니 마을에 쳐들어오는 일은 없겠지. 그러나 빠르게 일을 처리해야 할 필요는 있어. 이 이상 피해자를 늘릴 수는
없으니까.”
“영주의 대처 속도를 감안했을 때도 기사를 파견해 주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리겠고, 그 파견된 기사가 이들을 제대로 처리하려고 할지도
의문이니까요.”
“애당초 제대로 된 영주였다면 10명 이상의 피해자가 나온 시점에서 몬스터를 퇴치하기 위해 기사를 파견하거나 길드에 의뢰를 요청했겠지. 고작
병사 20명 정도만 파견해 놓고 방치한 시점에서 아웃이야.”
펠튼 씨의 말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찾은 나는 펠튼 씨를 돌아보았다.
“영주의 의뢰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나요?”
“우리에게 의뢰를 요청한 것은 인근 도시의 모험자 길드 지부장이란다.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 일반적인 몬스터에 의해 생기는 피해가 아니라
이상 현상 몬스터에 의해 생기는 문제들이라고 판단해 이곳 지부장이 본부에 연락한 덕분에 우리가 오게 되었지. 현재 본부에서는 세르피안 왕국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상 현상 몬스터 퇴치에 협력하고 있거든.”
그의 말에 레아 누나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말을 이었다.
“지부장의 의뢰라면, 의뢰비가 그다지 높지는 않을 텐데요?”
B급 모험자와 C급 모험자가 움직일 정도의 수당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펠튼 씨도, 조시아 씨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에 퇴치하는 것이 정말로 이상 현상 몬스터라면, 의뢰비용을 왕국에 적당히 요구하면 돼. 세르피안 왕국뿐만 아니라 대륙의 모든 국가가 이상
현상 몬스터에 의해 크고 작은 피해를 입고 있지. 거기에 위험성을 느끼고 퇴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판국에 이곳 영주는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않으니까 나중에 보고하면 꽤나 곤혹을 치를 거야.”
흥, 귀족이라는 놈들은……, 하고 펠튼 씨가 콧방귀를 뀌었다.
아무래도 의뢰비용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는 모양이고, 이 사건을 일으키고 있는 몬스터의 퇴치가 우선인 모양이라 우리는 슐츠 씨의 마차에 탑승해
마을을 벗어나 습격 현장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이동하면 녀석들이 도망가는 것 아닙니까?”
슐츠 씨는 마차를 몰며, 우리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쇠 냄새는 조시아 씨가 마법을 걸어 숨길 수 있다고 했으니 문제가 없었지만 현재 마을 주민들을 습격하고 있는 몬스터들은 철저히
소수의 인원들만 노리고 있다.
그런데 6명의 인원이 우르르 몰려다니면 몬스터들과 마주치지 못할 것을 생각한 모양이었다.
펠튼 씨는 슐츠 씨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지금 당장 몬스터들을 뒤쫓을 수는 없어. 이곳에서부터 습격 장소까지는 거리가 꽤 되니 조시아의 헤이스트 마법으로 말의 이동 속도를
높인다고 해도 오후가 되어서야 그곳에 도착할 수 있겠지. 몬스터들은 이미 습격을 저지른 이후에 그 장소에서 꽤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을 테니
추적하려고 해도 얼마 가지 못해 해가 저물 거야.”
“그렇다면 언제 또 그 녀석들이 사람들을 습격할지 모르는 일이잖습니까?”
“성인 남성 세 명에 나귀까지 먹었다면 아직까지는 사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거야. 지금은 은신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시간적인 여유는 아직 있어.”
“그렇군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도 전부 타당한 이유가 있었고, 오랜 경험에서 묻어 나온 숙련자의 지식이 담겨 있었다.
나중에 모험자의 일을 하게 된다면 나와 루시안에게도 도움이 될 지식들이었기에 나는 펠튼 씨의 말을 새겨 들었다.
그러는 동안 조시아 씨는 자신의 지팡이를 쥐고 마법을 영창했다.
“마나의 힘으로, 그대의 발에 바람의 가호를 불어넣을지니 더욱 빠르게 움직여라. 헤이스트!”
파앗! 하는 효과음이 느껴질 것 같은 강한 빛이 조시아 씨가 든 지팡이로부터 뿜어져 나와 슐츠 씨의 애마인 포트린에게 깃들었다.
“마나의 힘으로, 깃털과 같은 가벼움을 불어넣을지니 가벼워져라. 웨이트!”
이후에 이어진 영창으로 마차의 무게까지 감소하자, ‘히이힝!’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포트린의 다리가 아까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였고, 마차는 힘
있게 앞을 향해 나아갔다.
그 이동 속도는 평상시의 2배 이상 되는 속도였다.
“엄청나네요.”
이것이 마법이라는 것인가,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본 마법에 나는 눈을 반짝였다.
파이어볼이라든가 아이스볼트 같은 그런 공격마법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보조 마법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꽤나
신기했다.
“마법사가 있으면 늘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움직일 수 있는 건가요?”
궁금해져서 물어보니, 조시아 씨는 내 질문에 후훗, 하고 웃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보조 마법에도 어느 정도 지속 시간은 정해져 있어. 그리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체력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움직이는 만큼 더 빨리 지친단다. 가고자 하는 거리가 크게 먼 거리는 아니고, 말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뛰어나니까 잠깐은 보조 마법 등으로 속도를
늘릴 수 있지만 자주 쓰면 말에게도 피로가 쌓여 쓰러지게 돼.”
제한이 있다고는 하지만 상당한 메리트도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본래 습격 장소로부터 로톤 마을까지 도착하는 데 얼추 8시간 정도가 걸렸었다.
하지만 지금 스피드가 계속 유지된다면 그곳까지 도착하는 데 절반 정도밖에 안 걸릴 듯싶었다.
실제로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제 겨우 정오였다.
펠튼 씨와 조시아 씨에게 이것저것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지루한 줄도 모르고 빠르게 도착했다.
“이곳이 시신이 있던 장소인가?”
“네, 이 방향으로 세 구의 시신이 있었지요.”
주변의 지형을 훑어보며 펠튼 씨도, 조시아 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몬스터에게 습격받을 수 있을 만한 지형은 아니군. 숲과의 거리도 꽤 떨어져 있고 야영하기 좋은 장소야. 그런데도 습격받았다는 것은
몬스터들이 이들을 명확한 사냥감으로 인식하고, 또한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내린 상태로 숲에서 나와 이곳까지 다가왔다는
소린데…….”
“병사들의 말처럼 이곳에도 코볼트의 발자국이 있어요.”
“역시나 코볼트인가? 냄새에 민감할 만도 하겠군.”
고블린과 동급으로 하급 몬스터 취급을 받는 코볼트는 개가 서서 걸어 다니는 듯한 형태의 몬스터다. 고블린들과 마찬가지로 이 녀석들도 대체로
무리를 이루고 생활하며, 특히 개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몬스터답게, 냄새에 민감한 코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바닥에 찍힌 발자국들을 유심히 바라보던 펠튼 씨와 조시아 씨는 몇 번인가 의견을 나누더니 쭈그리고 있던 신체를 바르게 펴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얼추 일곱 마리에서 열 마리쯤 되는 것 같은 코볼트 떼야. 그중 한 마리는 발자국의 크기가 유독 크더군. 다른 코볼트보다도 몸무게가 2배
이상은 되려나……. 아마 그 녀석이 리더인 것 같다.”
“예상대로 이들을 습격한 이후 다시 숲으로 이동했습니다. 지금 저 숲 속 어딘가에 은신처를 잡고 있을 확률이 높겠군요.”
조시아 씨의 말에 우리는 숲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그리 깊지 않지만, 뒤로 갈수록 산맥과 이어져 급격히 깊어지는 구조였다. 척 보기에도 저런 숲에서 어디에 은신처를 잡았을지 모르는
코볼트를 찾기는 어려워 보였다.
일행 모두가 펠튼 씨나 조시아 씨 같은 베테랑의 모험자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펠튼 씨는 한층 깊어진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아하니, 마을 근처에 있는 산과도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산맥이 넓고 깊은 것 같아. 어설프게 들어갔다가는 꽤나 고생할 수도 있겠어. 운이
나쁘면 코볼트를 잡겠다고 하다 다른 몬스터들과도 접촉할 수도 있고 말이야. 골치 아프게 되었군.”
“병사들이 왜 그렇게 지지부진했는지도 대충 짐작이 가네요.”
“그래, 코볼트 녀석들, 병사들이 착용하고 있는 무구들의 쇠 냄새를 맡으면 바로 숲 속으로 도망갔겠지. 그리고 산맥이 깊으니 병사들도 숲의 외곽
부분만 대충 탐색하고 안쪽까지는 들어가지 못했을 거야. 만약 이것까지 노려서 저 산맥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거라면 정말 교활한 놈이겠군.”
“그러면 잡을 방법은 없는 것입니까?”
슐츠 씨가 조금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말하자, 펠튼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산맥의 깊이를 보니, C급에 해당되는 몬스터들도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 그놈들을 찾겠다고 숲 안쪽을 탐색하기엔
무리가 있지.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야.”
“펠튼 씨의 말대로, 지금 멤버로는 코볼트들을 쫓는 데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쪽에서 찾지 못한다면 반대로 코볼트들이 이쪽으로 찾아오게
만들면 됩니다.”
“코볼트들을 찾아오게 만들어요?”
“저녁이 되고 신체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면 슬슬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니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이 들판은 숲 쪽에서 바라보기 좋은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의 야생 동물이나 몬스터라면 굳이 숲을 벗어나서 불빛이 있는 이곳까지 오지 않겠지만, 그놈들이라면 이곳을 확인하는 즉시
관심을 가지겠지요. 그리고 자신들이 습격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판단되면 이번에도 이곳으로 내려올 겁니다. 그것을 노리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