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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37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37화

“주변에 물이 흐르고 있으면 꼭 샘이나 시냇물이 흐르고 있는 건가요?”

“그건 아니야. 최근에 비가 내렸다면 산에 고여 있는 물들이 흘러 내려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물이 흐르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근처에 샘이나

시냇물이 있진 않아. 단, 최근에 비가 온 적이 없는데도 물이 적잖이 흐르고 있다면 가능성은 높아. 그러나 물을 찾았다고 해도 주변에 야영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면 물만 뜨고 나서 좀 멀어지더라도 다른 곳에 장소를 잡는 편이 좋지. 특히 흐르는 물이 아니라 샘물이라면 더 조심할 필요가

있고.”

“그건 왜 그런 거죠?”

“숲 속에 있는 샘물은 다른 야생 동물이나 몬스터도 물을 마시러 자주 찾아오는 장소이기 때문이지. 물이 귀중한 것은 맞지만, 몬스터와 마주칠

확률이 있는 만큼 인원수가 많지 않다면 샘 주변에서 야영을 하는 것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또 주의해야 하는 것이 있나요?”

“물론이지. 물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바로 마시거나 물에 손을 넣어 보거나 해서는 안 돼. 혹시라도 그 물이 썩었거나 독을 가진 뱀, 곤충,

몬스터들에 의해 오염되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야. 물을 발견했으면 우선 물 안에 물고기가 살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만약 물고기가 살지 않는

샘이라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어. 확인하기가 정 어렵다면 물 주변에 식물들이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여러 가지 지식을 배우면서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 보자 작은 계곡이 하나 있었다.

슐츠 씨는 우리에게 알려 주었던 방법들을 하나씩 직접 보여 주며 한동안 계곡 근처를 돌아다니며 물이 안전한지 아닌지를 확인하였고, 이내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슐츠 씨와 함께 물을 떴다.

이후, 나와 루시안은 슐츠 씨와 함께 장작으로 사용할 나뭇가지도 주워 다시 마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고, 슐츠 씨는 떠 온 물을 말에게 먹이고,

장작용 나뭇가지를 주워 온 나와 루시안에게 불을 피우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불을 피울 땐 말이지, 가능한 마른 나무로 하는 것이 좋아. 습기가 있으면 불이 잘 붙지도 않고 붙더라도 금방 꺼지거든. 그리고 장작을 그냥

통째로 넣는 것은 불이 강해졌을 때 해야 하고, 처음에 불의 강도가 약할 땐 잘 옮겨붙지 않기 때문에 칼로 표면을 얇게 깎아서 넣어 주면 잘

붙어.”

‘탁탁’하고 솜씨 좋게 부싯돌을 튀겨 불씨를 만들어 낸 슐츠 씨는 ‘후우후우.’ 몇 번 바람을 세게 불더니 우리의 눈앞에서 금방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만들어 냈다.

그 지식 하나하나가 나중에는 요긴하게 써먹을 때가 있을 것 같아 나와 루시안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슐츠 씨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아직 본부에 도착한 것도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이런 지식들은 미리 알아 두어서 나쁠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슐츠 씨도 나와 루시안이 자신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썩 나쁘지만은 않은 듯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나와 루시안에게

이것저것 다양한 야영 지식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다.

어쩐지 서바이벌 같은 것을 하는 느낌이라, 낮 동안 마차 여행으로 인해 느꼈던 지루함을 한 번에 날릴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해가 빨리 지네요.”

“지금이야 숲 밖에 야영지를 정했으니 햇빛이 많이 보이는 편이지만 숲 속이나 산속에서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어두워지니까 조심해야 한다.

특히 달빛조차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어두워졌을 때는 시야가 상당히 제한되지. 몬스터의 접근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야. 그래서 숲

속에서는 지금보다도 훨씬 빠르게 야영 준비를 해야 해.”

“슐츠 씨는 정말로 아는 게 많군요.”

“후훗, 16년 이상의 경력을 무시하지 말라고. 아버지를 따라다니느라 집에서보다 밖에서 잔 날이 더 많으니까 말이지. 이 정도도 못 했으면

진작에 굶어 죽거나 몬스터에게 잡아먹혔을 거야.”

내 칭찬이 듣기 나쁘지 않았는지, 슐츠 씨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고, 우리는 슐츠 씨와 함께 저녁 식사를 만들어 먹고 설거지까지 각자 역할을

분담해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모두 마무리했다.

멀미 기운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마차 여행으로 인해 신체가 꽤나 지쳤었기 때문에 오늘은 일행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번갈아 가며 불침번을 서기로 결정했다.

슐츠 씨와 레아 누나는 나와 루시안까지 불침번을 설 필요는 없다며 반대했지만, 나도 그렇고 루시안도 그렇고 앞으로는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기 때문에 자진해서 불침번에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불침번이라, 상당히 오랜만인걸.’

군대에 있을 땐 늘 해서 지겨울 정도였는데, 간만에 불침번이라는 것을 서게 되니 뭔가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 할까, 조금 두근거렸다.

“그럼 일단은 내가 먼저 설 테니까 손님들은 잠을 푹 자 둬.”

“제가 먼저 서도 되는데요. 슐츠 씨는 낮 동안 마차를 몰았으니 피곤하실 텐데…….”

“음음, 아니야. 레아 씨 먼저 자 두도록 해. 나야 이 일이 워낙 익숙하니까 말이야.”

결국 가장 처음 불침번을 서는 것은 슐츠 씨였다.

그다음 순서는 레아 누나, 나, 루시안의 순서대로 불침번을 하기로 결정하고 우리는 좀 이른 잠을 청하였다.

 

 

 

 

수도를 향하여(3)

 

 

 

 

타닥타닥, 모닥불이 타오르는 소리에 문득 잠이 깼다.

‘지금 몇 시지?’

본능적으로 불침번을 서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왼손을 번쩍 들고 손목시계를 찾아보았다.

‘……나 참, 지금 뭐 하는 거람?’

그러고는 잠이 달아난 내 모습에 스스로 피식 웃고 말았다.

세상에, 이 세계에 태어난 지 벌써 10년이 되는데 손목시계라니. 군대에서의 경험이 환생한 이 몸에까지 이런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터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어머, 일어났나요, 아넬?”

아무래도 슐츠 씨의 차례가 끝나고 레아 누나가 불침번을 서고 있었던 듯, 그녀는 모닥불 근처에서 불을 관리하며 내가 혼자 키득키득 웃고 있자 고개를 갸웃하며 이쪽을 돌아보았다.

“뭐가 그리 웃긴가요, 아넬?”

“……아뇨, 생각해 보니 밖에서 자는 것은 처음이라 두근두근해져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요.”

“후후, 자다가 갑자기 깨서 웃기에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그런 것이었나요?”

“네, 혹시 제가 늦게 일어난 것은 아니죠?”

“슐츠 씨와 교대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너무 일찍 일어났습니다. 더 주무셔도 돼요.”

“이상하게 잠이 달아나 버렸어요.”

“그런가요? ……으음, 그럼 이쪽으로 올래요? 자고 일어났으니 몸이 차가울 거예요.”

자신의 옆자리를 톡톡 두드리며 미소 짓는 레아 누나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옆에 앉았다.

모닥불 옆자리라 그런지 꽤나 따뜻했다. 물론 등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럭저럭 버틸 만은 했기 때문에 몸을 둥글게 말고 모닥불에 손을 쬐었다.

“괜찮겠어요, 아넬? 제 다음 불침번을 하려면 꽤 힘들 텐데요.”

“네, 나름 익숙하니까요.”

“네?”

내 대답을 들은 레아 누나가 무슨 소리냐는 듯이 이쪽을 돌아보자 나는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뇨,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졸음을 참는 것과 비슷해서 익숙하다고 한 거예요.”

“그런가요?”

“네, 레아 누나도 알다시피 저는 꽤 일찍 일어나는 편이니까요.”

“확실히 아넬은 부지런하니까요.”

레아 누나의 표정을 힐끔 바라보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 정도로 넘어가는 것 같았기에 나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한 소리를 했네…….’

그동안은 딱히 이런 말실수를 하는 일도 없었는데, 이제 와서 이런 실수라니. 확실히 전생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모양이었다.

‘그것도 하필 군대의 기억으로.’

또다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군 복무 당시엔 하루하루가 지옥 같고 밖으로 나가고 싶고, 전역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것 같은데 그런 기억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하나의 추억으로 느껴진다. 그런 아이러니함을 느끼며 전생의 기억을 되짚으며 모닥불이 타오르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레아 누나가 아까부터 침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무슨 일일까 싶어 레아 누나 쪽을 돌아보자, 레아 누나는 무릎을 감싸 안은 자세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노려보고 있는 것은 아니고, 어쩐지 조금 복잡한, 혹은 다정한……이라고 해야 할까, 묘한 시선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레아 누나는 다시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후후, 그러고 보면 벌써 아넬과 함께 지낸 지도 7년이 지났네요.”

“7년이나 되었나요?”

“네.”

레아 누나의 말에 새삼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느끼면서 나는 눈을 깜빡였다.

레아 누나를 처음 만났던 것이 내가 세 살 때 일이었으니, 그녀의 말대로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깊은 밤, 조용히 타오르고 있는 모닥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 감성 같은 것을 끌어내는 힘이 있는 것일까.

아마도 레아 누나 역시 모닥불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평소보다도 훨씬 부드럽고, 감성이 묻어나는 것 같은 목소리로 살며시 미소 짓는다.

“이제는 많이 성장했네요.”

“네, 처음 만났을 때는 제가 세 살이었으니까요.”

“지금보다도 훨씬 작았었지요.”

물론 지금도 어른의 기준으로 봤을 땐 꼬맹이에 불과하겠지만, 세 살 때의 나는 의자에 앉기 위해서 의자를 기어 올라가야 할 정도의 어린아이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작다니, 조금 상처받았기에 그녀를 살짝 놀려 주고자 어릴 때의 추억을 다시 끄집어내었다.

“네, 처음 길드에 들어왔던 레아 누나가 저를 보고 지부장으로 착각했었던 일도 있었지요.”

“……그거, 아직도 기억하나요?”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일걸요?”

히힛, 하고 웃자 레아 누나가 모처럼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어쩐지 조금 분해하는 듯이, 그녀는 볼을 조금 부풀리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예전부터 느낀 것이지만 아넬과 대화를 하고 있다 보면 어린 동생이 아니라 또래의 남성과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상대방의 부끄러운 과거를 놀리는 것은 비겁해요, 아넬.”

“참고로, 그때의 레아 누나는 진심으로 세 살의 모습을 한 서른다섯 살의 지부장이 있을 거라고 믿었었지요.”

“……우우, 이제 그만 놀렸으면 좋겠습니다.”

힘껏 볼을 부풀리며 항의하는 레아 누나의 모습에 결국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내 웃음에, 레아 누나 역시 잠깐 동안 볼을 부풀리고 있다 이내 ‘쿡.’하고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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