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34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34화
그렇게 말하는 레아 누나는 상당히 놀란 표정이라, 그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문장이 가진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기야, 대륙에 단 세 명밖에 없는 마스터라고 했었지. 길드마스터라고 하는 그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이 신뢰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문장이라는데 의미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노릇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편지로 받아도 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이거 진짜 금인가, 하고 깨물어 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려니 아버지는 피식 웃으면서 ‘그거 진품이거든? 비싼 거야.’라고
직접 확인해 주셨다.
중간에 편지가 없어지거나, 누군가가 빼돌리기라도 하면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이런 것을 편지로 보내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니, 아버지는
의외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원래라면 그런 것을 편지로 보내는 일은 없겠지. 편지가 중간에 사라지는 일도 꽤 적지 않고, 누군가가 그것을 빼돌릴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마스터는 이 편지는 직접 전문 배달인에게 의뢰를 요청하여 우리 집까지 배달하게 했단다. 참고로 네게 그 문장을 준 것이 내
요청에 대한 그의 대답이란다.”
“네? 잠깐만요, 그렇다는 건…….”
“그래, 마스터가 네가 어린 나이에 빠르게 오러를 발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네게 관심을 가지셨거든. 딱히 가르칠 만한 사람이 없다면 자신이
한번 가르쳐 보고 싶다면서 네게 길드 본부로 올 생각이 있느냐고 물으셨어. 네게 문장을 보낸 이유도 수도에 오고 싶다면 그것을 가지고 오고,
만약 오고 싶지 않다면 녹여서 네 열 살 생일 축하 선물로 주라고 하시더구나.”
“길드마스터가 제 스승인 건가요?”
내 물음에, 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저으셨다.
“아니, 그건 아니란다. 마스터는 예전부터 누군가를 제자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고 하셨거든.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러 마스터의 제자가
되기 위해 대륙 각지에서 몰려들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닐 테니까 말이다. 비록 나와 친분이 있는 관계라고는 하지만, 친분을 이유로 제자를 만들
수는 없다고 하셨지. 그런 그가 너를 가르쳐 보고 싶다고 한 이유는 최근 길드 본부에 마땅한 신입 인재가 없어서 이참에 자신이 직접 신입을 키워
보고 싶다고 네게 제안한 것이란다.”
“본부의 신입인가요?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엄청난 제안인 것은 사실이네요…….”
아버지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러 마스터다.
현 대륙에선 단 3명밖에 오르지 못한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대단하다는 말은 그냥 당연한 것이고, 검술에 있어서 적어도 인간 중에서는 최강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 사람에게 배움을 바라며 제자가 되려는 사람이 한두 명일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 만큼, 아무리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면식
한번 없는 아이를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이진 않겠지.
오히려 편지를 통해 주고받은 소식만으로 나를 가르쳐 보고 싶다고 한 점에서 이미 파격적인 제안을 해 준 것이다.
비록 길드의 신입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만한 기회가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었기에 아버지도 내가 수도
라티움으로 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루시안도 같이 가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마스터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수도 라티움으로 향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려니 나뿐만 아니라 루시안도 같이 가라는 아버지의 말이
떠올라 질문했다.
“그것도 말 그대로다. 마스터와 네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루시안에 대한 이야기도 마스터에게 전했거든. 비록 아넬과 다르게 오러를 발현시킨 것은
아니지만, 고작 검술을 배운 지 2년 만에 오러 유저 하급의 검사와 순수 검술로 대련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에 루시안에게도 같은 제안을
하셨어.”
과연, 기왕 신입을 받는 것이라면 한 명보다는 두 명이라는 소리다.
아버지도 ‘혼자서 가는 것보단 친구랑 같이 가는 것이 훨씬 좋잖아?’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참고로 루시안의 부모님과는 이미 이야기가 끝난 모양이라, 루시안의 부모님은 아들의 미래를 위해 루시안이 원한다는 조건하에서 나와 같이 수도
라티움으로 가는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그리고 루시안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 문제에 대해 ‘아넬이 가겠다면 저도 가고 싶어요.’라는
대답을 했다고 들었다.
‘내가 가야 따라가는 거니?’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지만 나 역시 루시안이 같이 가 준다는 것에 마음이 놓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데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좀 뭣한지라 나는 아버지에게 수도 라티움으로 떠나겠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뒤, 나와 루시안은 레아 누나의 도움을 받아 함께 수도로 향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
현재 대륙에는 총 5개의 왕국이 존재한다.
대륙의 북쪽에 위치해 있는 세르피안 왕국, 대륙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 라그나 왕국, 대륙의 서쪽에 위치해 있는 에슈타리아 왕국, 동쪽에 위치해
있는 그란토 왕국, 마지막으로 남쪽에 위치해 있는 다룬 왕국이다.
물론 5개의 왕국이 피자 조각처럼 똑같은 국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왕국의 크기도 제각각 다르고, 위치해 있는 곳도 얼추 대륙을 기준으로 그쪽에 위치해 있다 뿐이지 실제로 보면 꽤나 비틀려 있는 모양새다.
“이곳이 세르피안 왕국의 수도, 라티움입니다.”
레아 누나는 거실의 테이블에서 대륙 지도를 보여 주며 나와 루시안에게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참고로 세룬 도시는 이 부근에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이런 식으로 이동하게 되어서, 세룬 도시로부터 라티움까지의 거리는 대략 걸어서 한
달 정도가 걸립니다.”
“한 달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걸어서 이동할 생각은 없어요. 마차를 타고 이동하면 그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마차를 타면 시간이 어느 정도 단축되나요?”
“약 10일 정도가 더 단축됩니다. 직접 말을 타고 달린다면 보름 내로 수도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아넬과 루시안 둘 모두 승마를 배운 적은
없을 테니 마차가 최선입니다.”
레아 누나의 말에 나와 루시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승마는커녕, 말을 제대로 만져 볼 기회조차 없었다.
언젠가는 승마술도 배워서 말을 타고 넓은 들판을 맘껏 달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아직 이 짧은 다리(?)로 승마는 힘들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이 지긋이 지도 위를 다시 응시하자, 그녀는 다시금 우리가 가야 할 루트에 대해 손가락으로 지도 위를 가리키며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
나갔다.
“라티움까지 이동하면서 들를 수 있는 마을은 총 세 군데입니다. 대충, 마을끼리 3일에서 4일 정도의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니 식량 보충은 문제없고 갈아입을 옷만 충분히 준비한다면 마을 여관에서 묵으며 옷을 세탁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세룬 도시는 라티움과의
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여행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예요.”
“몬스터의 습격이 있을 수도 있나요?”
“가능성은 적습니다.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수도 근방은 정기적으로 기사단들이 퇴치 작업을 하기 때문에 몬스터들이 거의 출몰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만약 몬스터와 마주친다면 세룬 도시부터 이곳…… 첫 번째로 들르는 마을인 롱턴 마을 사이까지가 위험 구역이겠네요.”
레아 누나가 가리킨 길을 자세히 살펴보니 옆에 나무 기호가 몇 개 그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숲 속으로 나 있는 길이라는 뜻이겠지. 그 이후의 길들은 별다른 기호가 없는 것으로 보아 평지이거나 순탄한 길인 것 같았다.
참고로 대륙 지도라고는 하지만, 전생의 지도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표기된 그런 지도는 아니다.
그런 수준의 지도는 아마도 군사용으로 쓰기 위해 왕국에서 판매를 금지하는 모양이라, 일반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지도는 어린아이가 낙서를 해
놓은 듯한 아주 간략화된 그림 지도가 전부였다.
다행히 우리 집은 모험자 길드라는 특성상, 조금 더 정교한 수준의 지도를 보유하는 것이 허락되는 덕분에 그 지도를 통해 더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그나저나, 설마 레아 누나까지 같이 갈 줄은 몰랐는걸요.”
루시안의 말에 레아 누나는 ‘그런가요?’라고 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사실은 여러분을 라티움에 있는 길드 본부에 데려다주고 난 뒤에 저는 다른 곳으로 간답니다.”
“다른 곳이요?”
“네, 리안 씨에게 휴가를 받았거든요.”
휴가?
의외의 소리를 들은 것 같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그 모습이 귀여웠던 것인지 레아 누나는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아넬과 루시안을 둘이서만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보호자가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모처럼 수도에 가는 것인 만큼 이참에 고향에 한번 다녀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리안 씨가 제안해 주셨습니다. 수도에는 제 고향으로 가는 마차가 있거든요.”
“……그러고 보면, 레아 누나는 세르피안 왕국민이 아니었죠?”
“네, 라그나 왕국이 제 출신지입니다. 제 고향은 이곳이구요.”
레아 누나는 손가락으로 세르피안 왕국의 바로 이웃 왕국인 라그나 왕국령의 한 부근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카르네’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영지였다. 주변에 산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가 평지인지 별다른 기호 없이 깨끗한 장소였다.
‘라그나 왕국이라…….’
책에서 읽기로는 대륙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 왕국인 만큼, 다른 왕국들과 전부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상업이 매우 발전한 국가라고 했었다.
특히 산간 지역이 많은 세르피안 왕국과는 다르게 라그나 왕국은 평야가 넓어 질 좋은 밀이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나라 자체가 부유하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훨씬 멀구나.’
세룬 도시부터 라티움까지의 거리가 걸어서 한 달이다. 전생의 지도만큼 척도가 정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오차가 있겠지만 대충 거리를
계산해 보니 이곳 세룬 도시로부터 레아 누나가 가리킨 카르네 영지까지는 걸어서 반년 이상이 걸린다.
마차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가는 데 3개월에서 4개월 이상이 걸리는 것이다. 거기에 왕복까지 포함하면 이동에만 최대 8개월을 소모한다.
고향에 도착하면 당분간 그곳에 머물며 여독을 풀고, 또한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니 그 기간을 한 달 정도로 잡으면 얼추 9개월인가.
기차와 비행기라는 이동 수단이 있던 세계에서 살았던 내 상식으로는 상상이 가지 않을 만큼 험난한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