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33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33화
반면에 루시안은 저것을 빌미로 늘 내게 오러를 사용하지 않는 대련을 요청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리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서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루시안은 내게 리나의 행방을 물었다.
고블린 사건 이전에는 나와 루시안이 뒤뜰에서 검술을 수련하고 있으면 자주 놀러 와 우리가 검술을 단련하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하고, 루시안에게
인사도 하던 리나였지만 최근에는 얼굴 보기가 영 힘들기 때문에 물어보는 것이겠지.
하지만 나 역시 리나의 행방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사실이 없었기 때문에 오늘도 고개를 저으며 루시안의 말에 대답했다.
“오늘도 아침 먹고 나서 나가는 것을 보긴 했는데, 그 이후로는 못 봤어.”
“흐음…… 그래?”
“대체 요즘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걸까? 동네 아이들이랑 노는 거라면 좋겠는데 말이야.”
최근에 리나의 외출이 잦아졌다.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 말로는 부모님에게 허락받고 나가는 것이라고 하니 내가 딱히 참견할 수도 없는 문제이고, 부모님께
물어봐도 그저 놀러 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통에 요즘 리나가 어디를 가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고 있었다.
내 한숨에, 루시안은 괜찮을 것이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고블린 사건 이후에 변한 것은 루시안뿐만이 아니었다.
루시안이 사건 이후 그것이 하나의 트라우마가 되어 검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면 반면에 리나는 성격자체가 조금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늘 미소 짓고 장난도 곧잘 치던 아이가 웃음도 많이 줄어들었고, 내게 달라붙는 것도 자제하게 되었다.
보통의 부모들은 어린아이가 좀 성숙하게 바뀌면 철이 들었다고 좋아하지만, 고블린 사건 당시 리나의 나이가 다섯 살, 그리고 지금 일곱 살인 것을
감안하면 사춘기라고 생각하기엔 상당히 어려운 성격 변화다.
아마도 고블린 사건이 리나에게 어떠한 트라우마를 주었고, 리나는 그 트라우마의 영향을 받아 성격이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 내 막연한 추측일
뿐이었다.
“그래도 웃을 땐 웃잖아?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
나는 루시안의 위로에 가볍게 쓴웃음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덜 웃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기쁠 땐 방긋 웃는다.
빈도가 줄어들었을 뿐이지 여전히 어리광을 부리기도 하는 만큼, 내가 루시안의 말처럼 너무 걱정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네.”
“그러게.”
하지만 루시안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겠지만, 우리는 변하고 있었고, 또한 우리 주변도 조금씩이지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막연한
감정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아버지로부터 ‘아넬, 루시안과 같이 수도 라티움으로 가거라.’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은 정확히 내 열 살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의
일이었다.
수도를 향하여(1)
내 열 살의 생일을 축하하는 축하 파티가 열렸다.
뭐, 파티라고는 해도 이전의 생일들과 마찬가지로 가족들끼리 맛있는 음식을 잔뜩 차려 놓고 즐겁게 이야기하며 저녁을 먹는 것에 불과할 따름이었지만 말이다.
이번 파티에서도 어머니가 한껏 실력을 발휘한 맛있는 음식들과, 어디서 구해 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아버지의 비장의 와인, 그리고 레아 누나가 준비한 각종 음료와 디저트들이 테이블 위에 푸짐하게 준비되었다.
어른들은 아버지의 와인을 잔에 따르며, 나와 리나는 과일 주스를 잔에 따르며 함께 마시는 것으로 즐거운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
“열 살의 생일을 축하한다, 아넬.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벌써 열 살이라니, 시간 참 빠르구나. 생일 축하한다, 아넬.”
“생일 축하합니다, 아넬.”
“생일 축하해, 오빠!”
“감사합니다. 고마워, 리나.”
가족들과 레아 누나에게 생일 축하 인사과 함께 간단한 선물을 받으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그렇게 한참을 즐겁게 웃고 떠들며 이야기하다, 분위기가 슬슬 무르익었을 때쯤에 아버지는 내게 조금 전 말해 주었던 ‘루시안과 함께 수도 라티움으로 가거라.’라는 이야기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까……. 그래, 네게 검술을 가르쳐 줄 스승을 찾아보겠다고 했었던 말, 기억하니?”
“네, 아버지가 아는 사람들 중에 제 검술 스승이 될 만한 분들에게 연락을 해 보고 그분들에게 연락이 오면 제게 말해 주겠다고 하셨죠.”
벌써 1년하고도 반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버지는 최근까지도 그 문제에 대해서 이것저것 고민이 많으셨던 모양이다.
보통 왕국 밖으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평균적으로 편지가 왕복하는 시간은 두 달에서 세 달을 크게 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동안 우리 집에 오간 편지들만 해도 수십 통에 이르는 만큼, 아버지가 이 일을 얼마나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단편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이야기를 해 주시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제대로 된 답변을 받았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사실, 네게 검술 스승을 구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이후로 꽤 많이 고민했었단다. 네 재능을 제대로 살려 주기 위해선 스승이 되어야 할 검사가 최소한 오러 익스퍼드 이상의 실력을 가진 검사여야 할 텐데, 그런 실력을 가진 검사의 대다수는 이미 귀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지.”
“귀족은 안 되는 건가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아버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손에 쥐고 있던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굳이 안 될 것까지는 없지만, 그다지 추천은 하지 않는 편이다.”
‘어차피 알아야 할 테니, 가르쳐 줄까?’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아버지는 와인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셨다.
“하긴, 아넬은 귀족을 그다지 본 적이 없을 테니 그들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겠구나. 보통 귀족이라고 하는 작자들은 행태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란다. 귀족은 우월하고, 평민은 열등하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 태반이지. 그중에선 평민을 개돼지처럼 취급하는 자들도 간혹 있단다.”
“우월주의…… 같은 것인가요?”
“그런 거지. 물론 모든 귀족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귀족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자신들이 평민을 보호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고,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평민과 어울리며 사는 귀족들도 있지.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말 그대로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귀족들은 평민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란다.”
“네, 리안 씨의 말대로입니다. 특히 수도에 있는 귀족들은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일부의 귀족들을 제외하곤 자신이 뭐라도 되는 것처럼 으스대며 남을 깔보기를 좋아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 역시 아넬이 귀족들과 엮이는 것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아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던 레아 누나까지 나서서 그렇게 말할 정도이니, 직접 보지 않아도 수도에서 귀족이랍시고 있는 자들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대충 예상이 갔다.
“그들은 항상 자신이 누군가보다 우월하기를 바라고, 남들이 자신의 발아래에서 엎드리기를 원한단다. 아마 네가 그들과 잘못 엮이게 되면 그들은 네 재능을 보자마자 시기하고 질투할 게다. 그중 손속이 나쁜 자들은 악질 같은 일도 서슴없이 저지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나는 아넬 네가 귀족들과 관계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단다.”
그런 의미에서 귀족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오러 익스퍼드의 검사는 아웃이라는 것이다.
아버지와 레아 누나의 말처럼 귀족들 중에서는 평민을 아끼고, 또한 귀족 우월주의 사상을 가지지 않은 깨우친(?) 귀족들도 있을 것이지만 내가 생각해 봐도 귀족이 굳이 평민의 자식을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 같았다.
만약에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주변의 엄청난 눈치를 보거나, 또는 관심을 끌게 되겠지.
귀족은 일단 제외한다는 아버지의 생각이 옳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아버지의 말을 계속 경청했다.
“그래서 다음으로 생각한 것이 모험자 길드였단다. 특히 본부에는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만큼, 그들 중에 네 스승이 될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편지를 보내 물어봤었지. 수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외에도 타 왕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답장을 받는 데까지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단다.”
아버지는 자신의 품에서 한 장의 편지를 꺼내 들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 편지에 거절의 의사를 밝혔지. 귀찮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의뢰를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모험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자신의 입장상 제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힘들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단다. 그러던 와중에 어떤 조건하에서라면 너를 가르칠 의향이 있다는 편지를 받게 되었지.”
“그 사람이 편지의 주인공인가요?”
“한번 열어 보렴.”
아버지가 준 편지를 받아 들고, 나는 편지를 확인해 보았다.
봉인은 이미 뜯겨 있었기 때문에 내용물을 확인하는 데에 그다지 어려운 점은 없었다.
‘이게 뭐지?’
편지 안에서 나온 것은 글이 적힌 편지지가 아니라,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두 개의 문장이었다.
하나는 구리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칼과 방패, 그리고 날개가 교차로 새겨져 있는 문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금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드래곤이라고 생각되는 생명체가 문양으로 조각되어 있는 문장이었다.
구리로 만들어진 문장과, 금으로 만들어진 문장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고 있으려니, 아버지는 내게 문장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다.
“우선 구리로 만들어진 그 문장은 모험자 길드 본부에서 발행해 주는 신분 증명용 문장이란다. 구리색은 E급에서 F급까지의 하급 모험자를 뜻하고, 은색은 C급에서 D급까지의 중급 모험자를, 금색은 A에서 B급까지의 상급 모험자를 뜻하는 것이지. 네 것은 구리색이니 하급 모험자를 뜻하는 문장인 셈이다. 길드 본부에서 직접 신원을 인증한 만큼 왕국 전역에서 통행증, 신분증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란다.”
“아, 이게 길드 본부의 문장이었군요.”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문장이라고 생각했더니, 예전에 아버지가 수도로 편지를 보낼 때 쓰는 문장이기도 했고, 가끔 이곳에 들르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와 같은 문장을 방어구나 로브에 달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구리색의 문장이 길드 본부의 문장이라면, 이 금색의 드래곤 문장은 누구 것이지? 그에 대한 대답을 해 준 것은 레아 누나였다.
“그것은 길드마스터의 문장이네요.”
“길드마스터인가요……?”
“네, 길드마스터가 본인과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신뢰의 증표 같은 물건입니다. 저도 본부에서 일했었던 만큼,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어요. 최소 B급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도, 그것도 마스터의 신뢰가 없이는 받을 수 없는 문장인데 그것을 이곳에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