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32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32화
“처음엔 이런 방법을 통해 오러가 움직이는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에 오러를 움직이는 방법을 깨닫게 되면 그 뒤로는 스스로의
의지만으로도 오러를 움직이는 게 가능해질 거야. 마치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오러를 다룰 수 있게 되겠지.”
실제로 검술을 펼치는 아버지의 몸에서는 어느새인가 아버지의 오러로 추정되는 힘이 전신을 휘감으며 아버지의 검술에 힘을 실어 주고 있었다.
눈으로 보이는 힘이 아니었고, 또한 이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이었지만 이번에 새롭게 오러를 발현시키면서 나는 아버지의 오러를 느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순수하고 짙은 오러였다.
어떻게 움직이는지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버지의 오러는 아버지가 의도하는 대로 그의 몸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강한 존재감을
내뿜었다.
‘후우.’하고 검술을 펼치던 동작을 멈추면서 아버지는 이쪽을 돌아본다.
“자, 그럼 한번 해 보도록 하자.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가르쳐 주도록 하마.”
“네, 잘 부탁드립니다!”
이후, 꽤나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하루 만에 오러를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에는 역시나 실패했다.
하지만 노력하는 것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라, 나는 꼬박 이 주일이라는 시간을 오러를 다루는 것에 쏟아부었고, 삼 주째가 되는
날에 드디어 오러를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때의 성취감이란 정말 엄청난 것이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오러를 힘껏 끌어 올려 검술을 펼쳤다.
이후 오러가 바닥이 나 그대로 탈진해 버렸지만 말이다.
고블린에게 쓰러진 이후 처음 느끼는 극심한 탈진에 이틀을 꼬박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기에, 나는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오러가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검을 휘두르지 않기로 굳게 다짐했다.
***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세룬 도시 모험자 길드의 뒤뜰에서는 목검이 서로 부닥치는 소리가 이어진다.
조금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이전에는 기껏해야 20~30여회 정도 들리던 소리가, 이제는 100여 회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려나?
왼쪽 허벅지를 노리고 파고드는 루시안의 목검을 받아쳐 내면서, 나는 재빠르게 몸을 뒤로 뺐다.
조금 전 루시안의 연격을 받아 내면서 자세가 꽤나 흐트러져 있었기 때문에 이 이상 루시안의 공격을 막아 내다 보면 상황이 상당히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치 내가 몸을 뒤로 뺄 것이라는 것을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 루시안은 매섭게 눈을 번뜩이며 몸을 내게 밀착시켰다.
“하앗!”
짧은 기합성과 함께 내 눈에 포착되는 것은, 명치 부근을 노리고 내뻗어지는 루시안의 목검이었다.
‘……이런!’
뒤늦게 실수했음을 깨닫고 공격에 대한 대응책을 생각해 보았지만 이미 내 몸은 뒤로 빠지고 있는 와중이라 아직 발이 제대로 지면에 밀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 자세에서는 루시안의 찌르기 공격을 막을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어떻게든 이 위기 상황을 벗어나고자 머리를 이리저리 굴렸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란 무리해서라도 몸을 강제로 비틀어
루시안의 목검을 회피하는 것과, 이대로 자세를 잡지 않고 바닥에 처박히는 선택지뿐이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두 가지 선택 모두 내게는 영 좋다고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전자의 경우엔 목검을 회피할 수 있겠지만, 몸이 비틀린 것으로 인해 착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땅바닥에 처박힐 것이고, 후자는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힐 것이다.
전자가 조금이라도 더 멋들어지게 땅바닥에 처박힐 수 있겠지만(?), 아픈 것은 전자가 훨씬 더 아프다.
후자가 억 소리가 나고 끝난다면 전자는 그냥 억 소리로 끝나지는 않을 거고 뼈가 꽤나 욱신거릴 것이 분명했다.
‘……하아, 또 이렇게 되는 건가.’
이대로는 무사히 이 위기를 넘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루시안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미안하다, 루시안.’
심장 속의 오러가 폭발하듯 솟구친다.
내 의지에 따라 몸을 빠르게 순환하기 시작한 오러는 신체에 스며들어 근력을 비롯한 신체의 모든 부위를 강화시켰다.
그리고 강화된 신체는 이전에 내게 없었던 능력들을 오러로부터 부여받아, 지금의 자세에서는 결코 불가능한 움직임들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어 주었다.
“……으읏!”
뒤로 넘어지듯 쓰러지는 자세에서, 내게 향하는 루시안의 목검을 손바닥으로 튕겨 냈다. 완벽한 승리라고 생각했던 일격이 예상치 못한 일격에
가로막힌 탓인지 루시안의 얼굴이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목검이라고 해서 검날 부분을 때린 것은 아니다. 대련을 할 때는 실제 검이라는 가정하에 임하고 있기 때문에 검면을 때렸다.
보통 이 자세에서 이렇게 검면을 후려치는 것은 손에 힘도 실리지 않을뿐더러, 목검을 들고 있는 루시안도 힘을 꽤나 주고 있기 때문에 본래라면
손바닥에 의해 검이 튕기는 일 같은 것은 없었겠지만, 오러를 통해 강화된 신체는 일시적으로 내게 성인과 맞먹을 정도의 힘을 부어 주어 루시안의
힘을 뚫고 목검을 밀쳐 낼 수 있었다.
루시안은 내 힘을 이기지 못하고 목검의 궤도를 강제로 틀어야만 했으며, 나는 그 틈을 노려 쓰러지던 자세를 올바르게 고치고, 무사히 바닥에
착지함으로써 몸이 땅에 처박히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후우…….”
몸에 퍼져 있던 오러들이 다시 회수되어 심장으로 갈무리되는 감각을 느끼면서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땅바닥에 처박혔다가는 옷이 흙투성이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상당히 보기 흉한 몰골이 됐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나를 상당히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는 시선도 있었다.
나는 루시안의 눈빛을 애써 회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넬, 너 또 오러를 썼겠다?”
“아…… 그게, 음…… 나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이지. 땅에 처박히고 싶지는 않더라구.”
“지려고 하면 오러를 써서 상황을 뒤바꾼 게 한두 번이어야지!”
“그래서 말했잖아, 검술로는 이제 널 못 이길 것 같다고.”
“오러를 발현시킨 이후에 너무 오러에만 의지하는 것 아니야?”
“아니, 전혀. 난 너와 같은 천재 부류가 아니라고…….”
“아홉 살의 나이로 오러 유저 하급의 경지에 오른 네가 할 말은 아니지…….”
내 필사적인 변명에도, 루시안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본인은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니 나와 순수한 검술로써 대련을 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늘 위험한 순간에 내가 이렇게 오러를 써서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니 그게 꽤나 불만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나도 속으로 한숨이 푹푹 나온다.
‘나보고 대체 어쩌라는 거야……?’
물론 나라고 해서 순수한 검술 대련에 오러를 쓰는 것이 치사하다고 생각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가능하면 순수한 검술로 루시안과 대련을 하고
싶고, 나 또한 검술로서 루시안을 이기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안 된다.
순수한 검술로써는 이제 거의 이길 수 없게 되어 버린 루시안의 괴물 같은 성장력에 나는 다시 한 번 질겁하면서 억울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벌써 1년이 지났나…….’
올해로 나와 루시안의 나이는 열 살이 되었다.
고블린으로부터 습격을 받아, 서로 죽을 뻔했던 것이 어느새 1년하고도 반년이 더 지났다.
아버지와 레아 누나로부터 오러를 다루는 방법을 배운 이후 나는 꾸준히 오러를 다루는 것에 전념하여 아홉 살이 된 해에 드디어 아버지로부터 ‘이
정도면 오러 유저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는 되겠다.’라는 답을 받아 내는 데 성공했다.
또한 오러에만 매달리지 않고, 스스로의 검술 기량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었기에 검술에도 꽤 많은 발전을 이루어
냈다.
현재는 같이 오러를 사용하고 대련한다는 조건하에서는 레아 누나와 일시적으로 대등하게 검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까지 실력이 증진된 상황이다(물론
이기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나조차도, 또한 레아 누나와 아버지마저도 루시안의 성장에는 고개를 흔든다.
듣기로는, 이전까지는 모험자인 아버지에 대한 동경의 마음으로 검을 배우고 싶었지만, 고블린 사건을 겪은 이후로는 아버지에 대한 동경의 마음이
아닌, 스스로가 한 명의 검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아버지에게 직접 검사가 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고,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되고 싶은 이유와 굳센 의지를 보여 주며 결국
아버지에게서 검을 배워도 된다는 허락까지 받은 모양이었다.
그때의 행동력 넘치는 루시안의 얼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뭐에 홀린 듯이 빠져들면 사람이 변한다고 하던데, 그것이 딱 루시안을 두고 하는 소리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되어 먹었기에 검술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오러 유저를 따라잡을 수가 있는 거야?’
루시안이 내게 처음 검술의 기초를 배웠을 때만 하더라도 그는 검술의 ‘검’ 자도 모르는 정말 평범한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내가 펼치는 검술의 기초 동작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한 시점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해 검에 어느 정도 재능이 있나
보다, 라고 생각만 했었지, 그 이상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루시안은 고블린 사건 이후로 완전히 검에 빠져 몰두하기 시작해, 말 그대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레아 누나와도 순수한 검술 대결로는 밀리지 않을 수준이고, 나와의 대련에서는 열 판 중에 여덟 판 이상은 루시안이 승리할
정도로 따라잡히고 말았다.
진짜 천재는 저런 놈을 두고 하는 말이었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달까.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는 것이, 루시안은 스스로를 천재라고 인식하기보단, 그저 검에 어느 정도 재능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 알고 있고,
되레 나를 ‘천재’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본인이 아닌 나를 천재라고 인식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루시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나도 할 수 있고, 또한
자신이 못 하는 것이라도 나는 할 수 있다는 이상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한 번은 이 문제에 대해 루시안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직접 말한 적도 있었지만, 그때 루시안이 내게 했었던 말이 상당히 인상 깊었지.
“그렇지만 아넬은 이미 오러 유저잖아? 나는 아직 오러를 발현하지도 못했는데, 그런 내가 너보다 재능이 뛰어날 리가 없잖아.”
라고 했었지, 아마?
무언가 기준이 어마무시하게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딱히 오러에 대해서 반박할 만한 말이 없어, 늘 저 괴상망측한 주장에 지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