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31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31화
아버지 본인이 오러 익스퍼드의 검사이고, 레아 누나 역시 오러 유저의 검사인 만큼 오러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기초적인 부분은 충분히 알려 줄
수 있지만, 두 사람 모두 내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전문적으로 내게 검술을 알려 줄 사람이 필요하고 했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재능일지도 모르는데 기왕이면 더 높은 경지의, 그것도 현재 진행형으로 검사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이미 생각해 놓은 사람이 있는 것 같아 보였는데.’
말하는 투나 행동으로 유추해 보았을 때 아버지가 아는 지인 중에 내 스승이 되어 줄 만한 사람이 있는 모양이라, 아버지는 일단 그에게 연락해
보겠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결국 스승에 대한 문제는 아버지가 연락을 취하겠다고 한 그에게 제대로 답장이 온 뒤에 다시 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내 입장에서도 스승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훨씬 좋은 것이 사실이다.
아버지나 레아 누나로부터 검술을 배우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이제는 오러라는 힘도 발현하게 되었고, 고블린 퇴치라는 실전을 겪은 이후에 조금 더
높은 경지를 바라는 마음 또한 생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선은 오러를 제어하는 것부터 해야겠지.’
아무리 재능이라고 하더라도, 모처럼 발현된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야 돼지에 진주 목걸이밖에 되지 않는다.
다행히 아버지나 레아 누나 모두 오러를 발현시키는 것이 힘들 뿐이지, 오러를 다루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해 주었기 때문에,
이번 주말을 이용해 아버지가 오러를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쳐 주기로 하고 가족회의는 마무리되었다.
***
주말은 금방 찾아왔다.
이전 가족회의에서의 약속대로, 아버지는 내게 오러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알려 주기 위해 나와 함께 뒤뜰로 나왔다.
어째서인지 체술과 검술을 단련할 때와 완전히 똑같은 차림에 목검까지 쥔 상태로 뒤뜰에 나왔다는 것이 좀 특이점이었지만, 아버지는 상당히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오러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오러라는 것은, 첫 발현 시엔 상당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본래는 사용자 본인의 생명력이 다른 형태의 힘으로 변환되어 나타난 것뿐이란다.
즉, 몸의 일부 같은 것이기 때문에 다루는 방법에만 익숙해지면 스스로의 의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내게 강조한 것은, 오러는 내 신체의 일부와도 같은 그런 힘이고 결코 외부의 힘이나 새로 생겨난 힘 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생전 처음 느껴 보는 오러의 힘에 당황할 수는 있지만 그것에 거부감을 가지거나 힘을 지배한다는 느낌으로 다가가면 오러를 다루는 게 생각보다 훨씬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우선은 오러를 내 신체 일부로 받아들이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심장에서 기생충처럼 꿈틀거리는 이 힘이 내 신체의 일부라는 사실에 기분이 상당히 묘했지만 아버지의 말에 틀린 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넌 내 일부야, 기생충아.’ 같은 표현으로 내 심장에 똬리를 튼 오러의 힘에 친숙함을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어찌 되었든 나와 리나를 위험에서 구해 준 것은 사실이니까.’
오러의 힘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고블린에게 당해 황천길을 떠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으므로 오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접근하자,
생각보다도 훨씬 빠르게 오러는 내 감정에 동화하여 사납게 꿈틀거리는 것을 멈추고 잠잠하게 되었다.
“날뛰던 것이 상당히 가라앉았어요.”
“그렇지?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지. 익숙해지고 나면 별것도 아니거든.”
아버지는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북북 쓰다듬으셨다. 그러다 뭐가 생각난 것인지, 조금은 복잡 미묘해진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나저나…… 검술이 나날이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아이들보다 상당히 빠르게 오러를 발현시키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만, 설마하니 이
나이에 오러를 발현시킬 줄이야……. 내 아들이지만 정말 엄청난 녀석이구나.”
“저도 배운 적 없는 오러가 이렇게 뜬금없이 발현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걸요? 아들이 유능한 것은 별로 좋지 않은가요?”
장난식으로 빙그레 웃으면서 물어보자, 아버지는 다시금 피식하고 웃으신다.
“뭐, 내 아들이 똑똑하고 유능한 거야 아기 때부터 알았으니까 말이다. 하긴, 이제 와서 오러 좀 발현시켰다고 새삼스럽게 놀랄 일도 없긴
하구나.”
“제가 그렇게 특이했었나요?”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자, 아버지는 그때의 일이 생각난 것인지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특이했다마다. 한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부모가 하는 말을 대부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질 않나, 옹알이밖에 못 하면서 꽤나 그럴싸하게
대답을 하지 않나……. 가끔씩은 알려 준 적도 없는 이상한 음악을 흥얼거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언어를 종이에 끄적이기까지 했었으니까 말이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의 아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지.”
“……아.”
아버지의 말을 듣고 나니 뭔가 여러모로 찔리는 감이 있어서, 나는 아버지의 시선을 살짝 회피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보통 한 살짜리 어린아이에게 부모님이 들려주는 말이라고 해 봤자 ‘뭐 했어요?’, ‘그랬어요?’, ‘예쁘다.’ 같은 간단한 말밖에 없으니 그것을
몇 개월씩 듣고 있다 보면 아무리 어린아이라고 하더라도 얼추 무슨 의도로 하는 말인지 정도는 알아듣기 마련이다.
하물며 한 살의 몸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성인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나는 당시에 이 세계의 언어를 최대한 빠르게 습득하고자 부모님이 내게 말해
주는 단어들을 제외하고도 그들이 하는 행동이나 내게 주어진 상황을 통해 추가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나름대로 유추하여 단어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알아들을 수 있게 된 몇몇 단어에는 ‘아아.’, ‘아부.’ 등의 옹알이로 간단히 대답했었고, 또한 어머니나 아버지 모두 그런 내
모습을 신기해하면서도 내가 대답해 준다는 사실에 기뻐했기 때문에 더 자주 그랬었던 것인데, 아무래도 그게 꽤나 기억에 남으신 모양이다.
음악은…… 으으, 설마 심심해서 전생에 들었던 음악들 중 몇 곡을 흥얼거렸던 것을 아버지가 들었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뜬금없이 이렇게
폭격당하니까 상당히 창피했다.
‘예상 정도는 했었지만, 실제로 들으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상한 아이였구나, 나란 녀석은…….’
내가 아버지의 입장이 되어서 내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본다고 생각해 보았다.
응,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버지 말처럼 정상적인 아이라고 생각하긴 무리였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네.’
아버지가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아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낸 어머니는 아버지 이상으로 나를 키우는 동안 수도 없이 내가 하는 이상한
행동을 보고 여러 가지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은 내 그런 행동에 의문을 표한 적도 없었고, 또한 특별한 제재를 가한 적도 전혀 없으셨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미소와 함께 알려 주시고, 내가 실수한 것이 있다면 차분히 타일러 주셨지.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사랑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지만, 자기 자식이 조금 이상하다고 해서, 또는 장애가 있다는 여러 가지 이유로,
때로는 아무런 이유조차 없이 부모가 자기 자식을 버리고 살해까지 하는 세계에서 자랐던 나로서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오러를 발현하고 말고를 떠나 부모님과 조금 더 평소의 일상을 즐기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괜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까 기분이 울컥해진다. 애써 고개를 흔들어 기분을 전환했다.
아버지 역시 더 이상 이야기를 끌 생각은 없으셨는지 내 모습에 한 번 웃으시고 고개를 끄덕이신다.
어느새 잠잠해진 오러의 기운을 느끼며, 나는 아버지에게 오러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질문했다.
“몸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날뛰던 것이 조용해지기는 했는데, 이번엔 반대로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네요. 따로 방법 같은 것이 있는 건가요?”
“흐음…… 이런 식으로 비유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만, 일단 비유하자면 오러라는 것은 사람의 등에 날개가 돋아난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거다.”
“사람의 등에 날개요?”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자, 아버지는 ‘비유야, 비유.’라고 손을 저으시며 설명을 계속하셨다.
“즉, 새로운 신체 부위가 생겼다는 것이다. 기존의 팔다리, 몸통, 머리가 아니라 전혀 다른 새로운 신체가 말이다. 당연히 팔도 아니고 다리도
아니니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방법으로는 새로운 신체를 움직일 수가 없는 거지. 신체의 일부니까 분명 움직일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네가 아직 그
감각을 모르는 거야. 그 때문에 오러는 네 몸에 발현은 되었지만 현재는 네 의지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것이고.”
“요약하면 사람이 날개가 돋아나도 날개를 움직이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날 수 없다는 것인가요?”
“역시 이해가 빠르구나. 그렇지, 갑자기 등에 날개가 돋아났다고 해서 사람이 새가 나는 감각으로 하늘을 날 수는 없겠지. 왜냐하면 나는
감각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니까 말이다. 등에 달린 날개를 스스로의 의지로,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위해선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거다. 오러도 마찬가지이고.”
“그러면 오러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내 질문에, 아버지는 집에서 들고 나온 목검을 흔들었다.
“검술이다.”
“네? 검술이요?”
“그래, 검술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검술이 되었든, 체술이 되었든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고 힘을 사용하는 무술이면 된다는 것이 정확하다.
오러는 힘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든. 예를 들어 주먹에 힘을 주고 팔을 쭈욱 뻗는 것을 상상해 보자. 주먹을 힘차게 내뻗기 위해서는 우선
팔에 힘을 주어야겠지? 팔에 힘을 주기 위해선 근육을 긴장시켜야 할 거고, 또한 주먹에 힘을 싣기 위해서 몸통도 살짝 비틀어야겠지.”
“네, 맞아요.”
“힘의 흐름이란 그런 것이란다. 몸을 살짝 비틀면서 내뻗으려는 오른팔에 힘을 집중시키고, 또한 팔을 내뻗는 과정에서 주먹에 그 힘을 집중시키는
것. 그 일련의 과정이 모두 힘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지. 오러는 그런 흐름을 따라 움직이려는 특성이 있어. 그래서 검술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자신의 목검을 굳세게 쥐고, 천천히 검술의 동작을 펼치며 힘의 흐름이 어떤 것인지 내게 추가적으로 설명해 주셨다.
찌르기 동작을 펼칠 때 목검의 끝에 힘을 집중시키기 위한 동작들, 또한 내려치기 동작을 펼칠 때 목검에 체중을 싣기 위해 취하는 자세와 움직임
같은 것들이 전부 힘의 흐름과 관계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