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30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30화
비록 무협지에서 보여 주는 장풍처럼 쏘아진 에너지가 바닥을 내려치고 흙먼지가 피어오른다든가 그런 것은 없었지만, 레아 누나도 확실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무형의 파동이 내 손바닥을 통해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
“이게 대체……?”
내 몸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어, 심장에서 느껴지는 고동 소리와 함께 소리 없이 날뛰고 있는 이 힘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적절한 해답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심장을 찢거나 또는 그곳에서 튀어나오려고 하지는 않지만, 실 같다고 해야 할까, 지렁이 같다고 해야 할까.
간지러우면서도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형의 힘이 심장 이곳저곳을 날뛰듯 돌아다니는 감각은 아무리 좋게 표현하려고 해도 그다지 기분 좋은 감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레아 누나는 내가 그 무형의 힘이 주는 괴상망측한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든 말든 두 눈을 크게 뜬 채 깜짝 놀란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
그러면서 레아 누나가 보여 준 표정은 그녀의 인생에서 이것보다 더 놀라운 것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하는 그런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여러
의미로 엄청난 표정이었다.
이후 레아 누나는 후다닥 이쪽으로 달려오더니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놀란 표정 그대로 내게 다급히 말을 이었다.
“아넬, 대체 언제 오러를 발현한 건가요?”
“오러……라뇨?”
“방금, 오러를 허공에 방출했잖아요? 일부러 한 것 아니었나요?”
“손바닥으로 어떤 힘을 내뿜기는 했는데…… 어, 잠깐, 이게 오러였어요?”
레아 누나의 말에 나 역시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뭐야, 그러니까 지금도 내 심장에서 기생충(?)처럼 꿈틀거리고 있는 이 정체불명의 힘이 오러라고?
그리고 나는 무의식중에 그 힘을 끌어모아 손바닥을 통해 방출한 것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오러는 생명력이 다른 형태의 힘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했었던가?’
이 힘의 정체가 오러라는 것을 알게 되자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새록새록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하며 퍼즐이 맞춰지듯 이리저리 끼워
맞춰지기 시작했다.
에레나 여신에 의해 신의 모습을 닮은 신체를 부여받은 이후, 인간을 비롯한 모든 이종족들은 신체에 생명력이라는, 에레나 여신의 신성력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힘을 얻게 되었고, 일부 사람들이 그 생명력의 힘을 오러나 마나라는 다양한 형태의 다른 힘으로 변환하여 발현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신관들이 가지고 있는 신성력이 사람들의 신체에 부여되면 부상이 낫고 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지는 이유도 사람의 신체가 기본적으로 여신의 신성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었지.
당시에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다면 과연 생명력이라는 힘을 품고 있는 사람의 신체 부위는 어디일까, 라고 고민하면서 뇌와 심장을 생각했던
것이 기억났다.
특히 발현된 힘을 신체 전부에 골고루 전달하기 위해선, 전신에 힘차게 피를 공급하고 있는 심장에 자리를 잡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추측했었지.
즉, 현재 내 심장에서 느껴지는 이 정체불명의 힘은 오러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단지, 내가 오러를 통제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심장에서 방황하며 날뛰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나저나 대체 언제?’
오러를 발현하는 데 딱히 이렇다 할 특이점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 세계에서 오러를 발현하는 나이는 대체로 15세에서 20세 사이쯤이라고 들었다.
그런 만큼 곧 아홉 살이 된다고는 하지만, 고작 여덟 살짜리 어린아이인 내게 발현될 만한 그런 힘은 아닌 것이다.
거기에 아무리 다시 생각해 봐도, 내게 오러가 발현될 만한 그런 징조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생명력이라고 하는 오러의 근본적인 힘에 대해서도 느낀 적이 전혀 없었고, 아버지나 레아 누나로부터 오러를 발현시키는 방법, 오러를 발현시켰을 때
오러를 다루는 방법 같은 것 또한 배운 적이 전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흔히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15세에서 16세쯤에나 간신히 오러를 습득한다는 것을 감안해서, 이런저런 재능도 그다지
없는 나는 17세나 18세쯤 기회를 봐서 오러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오러라는 것을 각성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설마…… 그때 발현되었던 힘이 오러였던 것인가?’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루시안과 리나를 노리고 고블린 한 마리가 그들에게 달려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심장 고동 소리가 강렬해지고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었던 것이 기억났다.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몸을 싣고 고블린을 제쳐 루시안과 리나의 앞에 도달했을 때의 일이다.
이후 나는 어린아이의 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힘을 발휘하여 체술이라고는 하지만 고블린을 번쩍 들어 바닥에 메다꽂았었고, 이후 목검을
통해 고블린의 가슴까지 관통하는 일을 벌였었다.
그 당시에 내가 발휘했던 힘의 정체가 오러이고, 그 힘에 의해 신체가 강화되어 내가 고블린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고 한다면 모든 상황에 대한
설명이 앞뒤가 맞게 된다.
처음 잠에서 깨어났을 때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 또한, 오러를 각성하자마자 오러가 바닥날 정도로 힘을
사용했기 때문에 바닥난 오러를 보충하기 위해서 몸의 기력이 사용되느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말이 된다.
‘나, 설마 진짜로 오러를 각성해 버린 거야? 이 나이에?’
꿈인가, 하고 고개를 강하게 저어 봤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듯 심장에서 꿈틀거리는 그 힘이 내가 오러를 각성했음을 강하게 인식시켜 주고
있었다.
나는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는 레아 누나에게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내가 여태껏 생각한 모든 것과 당시 고블린을 상대하면서 있었던 일
모두를 레아 누나에게 그대로 설명하고, 그녀에게 오러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하지만 레아 누나도 내 이야기를 듣고는 상당히 놀란 데다, 자신이 혼자서 내게 조언을 해 주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일 것이라고 내게 충고했다.
“그도 그럴 게, 설마 여덟 살의 나이로 오러를 각성하는 아이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걸요…….”
레아 누나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내게 오러의 각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제대로 설명해 주었다.
모험자 길드에 있는 역사 자료를 살펴봐도 가장 최연소로 오러를 각성했던 천재가 열두 살의 나이로 오러를 발현시켰고, 이후 40세의 나이로 오러
마스터가 되었다는 기록만 전해질 뿐이라고 한다.
역사에 기록된 최연소의 오러 유저가 열두 살이고, 평균적으로는 15세에서 20세 사이에 오러가 발현되는 것인 만큼, 그 최연소의 기록을 무려
4년이나 앞당긴 내 존재에 대해 레아 누나도 섣불리 조언 같은 것을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레아 누나는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현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내게 강조하며, 다시금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 일은 리안 씨와 릴리아 씨에게 말하고 그들과 함께 상의해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끼리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에요.”
무엇보다 내 장래가 걸린 만큼, 레아 누나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두 살 최연소의 나이로 오러를 각성한 그 사람도 결국은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
물론 본인의 운과 노력이 따라 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그보다도 훨씬 어린 나이에 오러를 각성했다면 내게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봐도 좋다는 것이다.
한 시대에 전 종족을 통틀어서도 5명 이상이 존재해 본 적이 없다고 통틀어지는 마스터의 경지인 만큼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이상, 쉽게 넘겨서는 안 되는 문제라는 것이 레아 누나의 의견이었다.
내가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고 없고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 나 혼자서는 이 미지의 힘을 다룰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혼자서 오러라는 힘에 대해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기엔 너무나 비효율적인지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아버지와 레아 누나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거기에 모험자 길드의 업무로 얻은 지식과 본인 스스로가 오러를 다루는 검사인 것을 감안하면 내게 훨씬 좋은 답을 생각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나는 레아 누나와 함께 이 일에 대해 부모님과 상의하기 위하여 길드 안으로 돌아갔다.
당연히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레아 누나 못지않게 깜짝 놀라며 그날 하루는 모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길드 문을 일찍 닫았다.
내가 누워 있는 동안 길드 업무를 내팽개친 바람에 꽤나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업무량이 증가한 상태였지만 그것을 감안하고도 길드 문을 일찍 닫을
만큼 사안이 중요하다는 소리였다.
이후 아버지와 어머니, 거기에 나와 레아 누나까지 포함된 가족회의가 열렸고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려서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여러
의견이 종합되었다.
결론부터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는 여덟 살의 나이에 오러 유저가 되었다.
대륙 최연소라는 타이틀과 함께 도시에서 내게 부여해 준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별 우습지도 않은 칭호까지 얻은 상태로 말이다.
일상
부모님과 레아 누나, 그리고 나까지 참여한 가족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우선은 아버지와 레아 누나에게 오러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배우면서 당분간은 평소와 똑같이 지내기로 하였다.
확실히 어린 나이에 오러를 발현하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내 부모님은 ‘우리 아이가 천재였어!’라고 호들갑을 떨며 동네방네 그 사실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이번에 고블린에 의해서 나와 리나를 동시에 잃을 뻔했다는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해, 한동안은 이대로 가족을 소중히 여기며 평소와 같이 생활하고 싶다는 것이 부모님의 의견이었다.
나 역시 뜬금없이 발현된 오러 때문에 지금의 일상이 깨지는 것은 그다지 원치 않는 데다, 또한 이 능력을 자랑하고 다니면서 으스댈 생각도 없었기에 부모님의 의견에 동의하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당분간 일상을 지속한다는 것이지, 그것이 내 오러 발현의 재능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넬에게는 스승이 필요할 것 같아.’라고 말하며, 아버지는 두 번째 사항에 대해 말씀하셨다.
두 번째 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당분간은 평소의 일상을 보내긴 하되, 모처럼 얻은 오러 발현의 재능을 무시하거나 제대로 키우지 않는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아버지는 내 재능을 키워 줄 스승이 필수라는 말도 덧붙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