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7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7화
‘따악!’하는 강한 울림과 함께 손에 엄청난 충격이 몰려왔지만, 내게 공격당한 고블린은 갑작스럽게 전해진 그 충격에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깜짝
놀라며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과 스피드로 목검을 날카롭게 세워 옆에 있는 다른 한 고블린의 목젖을 정확하게
찔렀다.
‘푸욱.’하는 영 좋지 않은 느낌과 함께 ‘커억.’하며 고블린이 엄청나게 괴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목을 찌른 내 목검을 틀어잡았다.
‘성공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잠깐이었다.
강한 힘을 싣기는 했지만 설마 목검이 목을 파고들 거라고는 생각 못 했기 때문에 급하게 목검을 뽑으려고 했지만, 의외로 고블린이 목검을 잡는
힘이 강해 쉽게 뽑히지 않았다.
“아넬, 조심해!”
“윽!”
루시안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몸을 일으킨 고블린이 사나운 눈동자와 함께 몽둥이를 위로 한껏 치켜들고 있는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캬르륵.’하는 적대감이 팍팍 느껴지는 울음소리와 함께, 고블린이 나를 향해 몽둥이를 내리쳤다.
“으윽……!”
저것에 제대로 맞으면 끝장이다!
휘둘러지는 소리만 들어도 몽둥이에 담긴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맞았다가는 아이의 연약한 뼈 따위는 금세 으스러질 것이 분명하다.
나는 재빨리 목검을 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해 몸을 비틀었다.
흔히 소설 속에선 검사가 손에서 검을 놓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 용납할 수 없다 뭐다 하면서 검을 놓지 않고 버티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지만
눈앞에 황천길로 향하는 직행열차가 다가오고 있는데 그런 고집을 부릴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히익!’
‘부웅!’하고 고블린이 내려찍은 몽둥이가 바닥에 내리꽂혔다.
상당히 둔탁한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머리나 어깨 같은 곳에 직격했다면 그대로 내 인생은 ‘Game Over’라는 문구 하나 없이 강제
종료된 컴퓨터처럼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옆을 스쳐 바닥에 꽂힌 몽둥이를 바라보며 나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이럴 때가 아니다. 고블린이 다시 몽둥이를 들어 올리기 전에 어서 일어나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바닥에서 일어나기 위해 억지로 몸에 힘을 주려고 할 때의 일이었다.
“나쁜 고블린아!”
“케륵!”
‘따악!’하고 어디선가 날아온 돌멩이 하나가 고블린의 등에 명중했다.
느닷없이 등에서 느껴지는 작은 고통에, 고블린은 내게서 시선을 돌려 돌멩이가 날아온 곳을 돌아보았다.
“리…… 리나!”
그곳에는 돌멩이를 집어 던진 포즈 그대로 눈물을 글썽이며 씩씩거리고 있는 리나의 모습이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고블린의 공격에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던 것인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는 것이 상당히 안쓰러웠지만 지금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루시안도 설마 리나가 고블린에게 돌을 던질 줄은 몰랐던 것인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이쪽과 고블린을 차례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루시안!”
“케르륵.”
이 세계의 고블린은 그다지 지식이 높지 않아 야생 동물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언어로 동족끼리 의사를 주고받는 정도라고 들었건만, 어쩐지 ‘감히
내게 돌을 던져?’라고 비웃는 것 같은 그런 고블린의 표정을 나는 볼 수 있었다.
고블린의 시선은 돌을 던지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 리나와, 리나를 몸으로 가리고 목검을 쥐고 있는 루시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지능이 낮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나 따위는 금방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캬륵!”
고블린이 몽둥이를 천천히 들어 올리고, 루시안과 리나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려는 것이 마치 슬로모션의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기어가듯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고블린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르며 리나가 있는 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안 돼!’
고블린의 목표는 자신에게 돌을 던진 리나였다.
비록 리나와 고블린 사이에 루시안이 목검을 가지고 둘 사이를 가로막고는 있었지만, 루시안은 고블린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리나를 데리고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검술의 기초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저 녀석, 설마 맞받아치려는 건가?’
루시안은 아직 대련 경험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힘을 흘리는 요령이라든가, 힘이 다소 부족한 사람이 자신보다 힘이 좋은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칠 때의 요령 등을 배운 적도 없다.
루시안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찌르기와 베기의 기본자세, 그리고 몇 가지의 검술 응용 방법 정도가 전부이다.
무엇보다 루시안은 수련 기간이 적었던 만큼, 나보다 힘과 체력이 떨어진다.
저 상태로 고블린의 힘이 담긴 몽둥이를 정면으로 받아치면 막아 내기는커녕 루시안은 몽둥이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목검째로 날아갈 것이다.
그리고 루시안이 쓰러지면, 이어서 고블린의 공격으로부터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가 되는 리나가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시안은 피하지 않고 고블린의 공격을 받아치려고 한다. 피해도 그다지 의미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저항해 보려는 것이겠지.
‘제발!’
고작 고블린 따위에게 지고자 4년의 시간 동안 검술을 단련한 것이 아니다.
또한, 고작 고블린 따위에게 나와 친구, 그리고 동생이 목숨을 잃는 것을 보기 위해 환생한 것도 아니었다.
으드득하고 거칠게 이가 갈렸다. 점점 커지는 심장의 고동 소리와 함께 뇌가 타오를 것처럼 뜨겁게 달궈지며 알 수 없는 힘이 심장으로부터 뿜어져
나와 전신에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만화에서 나오는 분노의 힘 같은 것일까, 아니면 위기의 순간에 발휘되는 인간의 잠재력 같은 것일까, 하고 생각하는 것도 잠깐이다.
이미 루시안과 거리를 상당히 좁힌 고블린의 힘껏 들어 올려진 나무 몽둥이를 보는 순간 그런 잡생각 따위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날아갔다.
그저 달려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케륵?”
“아, 아넬?”
“……어?”
그리고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어느새 고블린을 제치고 루시안의 앞에 서 있었다.
뭐, 뭐야, 순간이동?
하, 하지만 순간이동이라니, 내가 마법사도 아닌데 그런 마법을 사용했을 리가 없다.
깜짝 놀라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는 고블린의 뒤를 바라보니, 미세하게 흙먼지가 일어나 있었다.
‘설마…… 그 짧은 사이에 이 거리를 이동했다고?’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뇌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한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머릿속이 지끈거리면서, 알 수 없는 무형의 힘 같은 것이 몸
안에 잔뜩 퍼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캬아악!”
갑작스럽게 눈앞에 나타난 나를,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던 고블린이 내 모습에 위기감 같은 것을 느꼈는지 찢어지는 울음소리와 함께 몽둥이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러나 간신히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아까와 달리, 어째서인지 고블린의 움직임이 느리게 보였다. 마치 동영상을 재생할 때, 0.5배속 같은
옵션을 설정한 것처럼, 고블린의 부릅뜬 눈, 꿈틀거리는 팔 근육, 휘둘러지는 몽둥이까지 모든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후우우…….”
분명 어린아이의 체구로는 불가능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나는 휘둘러지는 고블린의 몽둥이를 살짝 피하면서 그대로 고블린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 갔다.
“케!”
그 상태로 이어지는 것은, 고블린의 팔을 비틀며 몽둥이를 내려치는 그 힘을 이용한 업어 치기다. 내가 고블린의 무게를 넘길 수 있을까 생각한
것도 잠깐, 고블린은 짧은 울음소리와 함께 공중을 빙글 돌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혔다.
“캭!”
생각보다 충격이 큰 모양인지, 고블린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표정과 함께 몸을 꿈틀거렸다.
“루시안, 목검!”
“어, 어? 여, 여기 있어!”
떨어진 충격으로 인해 고블린이 몸을 가누지 못할 때가 찬스라고 생각한 나는, 그대로 루시안에게서 받아 든 목검을 들고, 알 수 없는 이유로
강해진 힘과 더불어, 내 무게까지 실은 일격으로 고블린의 심장 부근을 내려찍었다.
“카아아아악!”
‘콰득.’하는 섬뜩한 소리가 들렸지만, 역시 갈비뼈로 보호받고 있는 부분이라 튼튼하다.
그러나 이쪽도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불쌍하다든지, 징그럽다든지, 소름 끼친다든지 하는 감각을 느낄 순간도 없었다.
“이익!”
다시 한 번 강하게 들어 올린 목검을, 다시 한 번 온 힘을 다해 같은 자리에 꽂아 넣었다. ‘푸욱’ 하고 살갗을 뚫는 감각이 목검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바닥을 통해 생생하게 느껴졌다.
“카, 카……칵.”
가슴을 관통당한 고블린은 괴로운 듯이 간헐적으로 몸을 꿈틀거린다.
그러나 목검이 꽂혀 있는 가슴에선 피가 꽤 흐르고 있었고,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으로 보아선 목검을 빼내고 다시 일어설 힘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이내 고블린은 짧은 울음소리와 함께 고개를 떨구며 경련을 멈추었다.
“허억…… 헉…… 헉.”
“주, 죽었어……, 아넬.”
“으, 으응…….”
피가 피싯피싯 새어 나오고는 있지만, 고블린에게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부릅뜬 눈동자는 허공을 공허하게 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죽은 것 같았다.
“오빠! 오빠, 괜찮아?”
“……그래, 괜찮아……. 많이 무서웠지?”
울먹거리는 얼굴로 내 품에 달려든 리나를 꼬옥 하고 안아 주었다. 얼굴도 핏기가 싹 가셔 새파랗고,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눈물이 한가득 고여 있었다.
안아 주자마자 흐끅 하고 신음하는 것이, 맞닿은 신체를 통해 리나가 애처로울 정도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크게 소리 내어 울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혹시라도 어떤 문제가 생길까 봐 꾹 참고 내게 더 달라붙는 그 모습이 더 가슴 아팠다.
이제 겨우 다섯 살이 되었을 뿐인데, 몬스터에 쫓기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겪었다.
그것도 모자라 가슴이 관통당한 몬스터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고, 피가 흐르고 있는 장면까지 목격했다.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 사실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장면들인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리나.”
나 역시 고블린의 신체를 꿰뚫었을 때의 감촉이 잊히지 않아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애써 참아 내고, 내게 달라붙은 리나를 안심시켜 주기 위해
그녀의 몸을 더 끌어안아 주었다.
“잠깐, 아직이야, 아넬. 뒤를 봐!”
“어?”
또다시 들려온 루시안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이곳까지 다가왔는지 모를 고블린 한 마리가 목에서 피를 흘리며 이쪽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