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61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7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61화
걸음을 되돌린 마스터가 도착한 곳은 기둥이 불타서 없어지는 바람에 지붕을 비롯한 집 전체가 상당히 기울어 버린 모습의 어느 통나무집이었다고
한다.
마스터의 뒤를 따라온 펠튼 아저씨는 근처에 도착하고 나서야 어린아이의 가녀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단다.
“쓰러진 벽을 들어 올리고 불타 무너진 기둥을 치우고 나자 등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바닥에 웅크려 있는 여인의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여인의 품에서부터 들려왔고, 굳어 버린 여인의 시체를 억지로 풀어내자 그 안에서 재를 뒤집어쓴 여자아이가 나왔지.”
펠튼 아저씨의 표정이 안타까움으로 물든다.
그때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상황을 보니 집이 불타오르는 상황에서 날뛰는 드레이크 때문에 밖으로 뛰쳐나가진 못하고, 어미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품에 안은 채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불 때문에 숨이 막히거나 둘 다 불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어미는 죽고 아이만 살아남은 것은 정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지.”
불이 타오르는 장소엔 당연히 불로부터 내뿜어지는 유독 가스가 피어오른다.
실제로 큰 화재가 일어난 곳에는 불타 죽는 사람의 숫자만큼, 유독 가스에 질식해 죽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들은 바 있다.
바닥에 엎드린 상황이라고 했으니 유독 가스를 그나마 덜 흡입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집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불꽃으로부터 목숨을 지킨 것이다.
이 경우엔 천운이었다는 말도 말이지만, 아이를 위해 목숨을 버린 어머니가 일으킨 기적이라고 말해도 될 일이었다.
“그러나 아이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좋지 않은 연기를 들이마시고, 음식을 먹지 못했으니 그만큼 지쳐 있는 상태였지. 마스터는 임시방편으로
아이에게 오러를 불어넣어 기운을 차리게 도와주었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언제 죽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치료를 해 주고 싶어도 우리가 가지고
있던 치료 포션은 길드원들의 상처를 치유하느라 전부 사용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이를 낫게 할 방법은 도시로 달려가 신관에게 치료를 받게 하거나
치료 포션을 구입해 아이에게 사용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때 마스터는 돌연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산으로 향했지.”
“도시가 아니라 산으로 돌아갔다고요?”
“산에 신관의 신성력보다 훨씬 뛰어난 포션의 재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스터는 그 가능성에 아이의 목숨을 맡긴 것이었어.”
“하지만 조금 전에 치료 포션은 전부 길드원이 사용했다고 하셨잖아요?”
루시안의 말에 펠튼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다.
“포션이 아니라, 포션의 재료가 있었다. 바로 우리가 토벌한 드레이크의 사체에서 나오는 피가 그 재료였지. 트롤의 피도 포션의 재료로
사용되지만, A급 이상의 상위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피도 상당한 치유력과 재생력을 가지고 있거든. 그 피를 아이의 몸에 바르고 마시게 한 것이다.
다행히 레드 드레이크는 불을 내뿜는 능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다른 드레이크들과 다르게 체내의 열기 탓에 독이 없기 때문에 아이에게 무리 없이
피를 먹일 수 있었다.”
“아……!”
그 상황에서 드레이크의 피를 아이에게 먹일 생각을 할 것이라곤 나와 루시안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펠튼 아저씨의 말에 작게 감탄했다.
자기도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서 펠튼 아저씨는 후우,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드레이크의 피를 섭취한 여자아이는 눈에 띄게 생기를 되찾고 기운을 차렸지. 이후 우리는 아이에게 조금씩 드레이크의 피를 먹이면서 도시로
이동했다. 이후엔 너희도 알겠지만 마스터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며 아이를 자신의 양녀로 삼아 이곳으로 데리고 왔지. 원래의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셀린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고 말이다.”
“드레이크 탓에 죽을 뻔했는데 드레이크 탓에 살게 되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네요.”
“그런 셈이지. 드레이크의 사체를 무사히 왕궁에 전한 뒤로 길드에 온 셀린은 길드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기운을 되찾고 무럭무럭 성장했다.
끔찍한 기억이 문제가 되진 않을까 싶었지만 당시에 받은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워낙 어렸기 때문인지 셀린은 그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기억하지 못한단다. 단지, 자신이 마스터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지.”
안타까운 이야기였지만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 상황에서 마스터에게 기적적으로 구원을 받아 결과적으로는 오러 마스터의
딸로서, 길드에서 예쁨을 받고 자라게 된 것이니 나름대로 해피엔드라 말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셀린이 여섯 살이 되어 처음으로 목검을 잡게 되었을 때부터였다. 검을 수련하는 마스터의 모습을 보고 셀린이 검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지 목검을 휘두르기 시작했지. 처음엔 다들 그러려니 했다. 모험자들 중에 여성 검사들도 그리 드문 편은 아니었으니 셀린이 원한다면
검사의 길을 걷게 하는 것도 나름 괜찮지 않나 싶었던 게지. 그렇게 약 반년의 시간 동안 셀린에게 검술의 기초를 가르치고 나서 처음으로 마스터가
셀린과 대련을 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셀린이 폭주했군요?”
내 말에 펠튼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셀린이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하더니 보는 우리가 깜짝 놀랄 정도의 검격으로 마스터를 공격하기 시작했지. 너희가 이미
보았다시피 고작 검을 반년 수련한 아이가 휘두를 수 있는 힘과 속도가 아니었다. 또한 셀린은 이름을 불러도 듣지 못하고 이성을 상실한 채 검을
휘둘렀지. 그 아이의 두 눈동자는 붉은빛을 띠었다. 그 색은 우리가 토벌했던 레드 드레이크의 눈동자 색과 똑같았지.”
거기까지 말이 이어지자 나는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셀린과 몸을 접촉했을 때 느껴졌었던, 불꽃으로 일렁거리는 그 기운이 다시금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설마…….’
“아직까지도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마스터를 비롯하여 셀린을 길드에 데리고 온 멤버들은 그날 셀린에게 먹였던 레드 드레이크의 피가 어떤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녀석은 평범한 드레이크도 아니고 이상 현상 몬스터였으니까 말이다. 여태껏 이상 현상 몬스터가 주변
몬스터에게도 일정량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확인하였지만 만약 셀린에게 생긴 문제점이 레드 드레이크의 피로 인해 생긴 것이라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이상 현상 몬스터가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소리가 되니까 말이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어지는 이야기는 뻔하다.
셀린에게 생긴 문제점을 길드에선 입을 다물고 침묵한 것이다.
이상 현상 몬스터로 인해 사람에게 어떠한 능력이 생겼다는 사실을 왕국에서 알게 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지금도 이상 현상 몬스터의 사체를 가져가 밤새 연구하고 있다는 곳이다. 그런 상황에서 셀린의 일이 퍼지기라도 했다가는 셀린의 힘을 연구해 보고
싶다는 이들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저희에게 해 주셔도 되는 건가요?”
“숨기더라도 길드의 일원이 된 이상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그럴 바엔 확실히 이야기를 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낫다. 너희가 믿을 만한
아이들이라는 것은 지난 여행을 통해 충분히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다른 길드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나요?”
“셀린의 문제 자체는 다들 알고 있지만 셀린이 레드 드레이크의 피를 먹었다는 사실은 당시에 있었던 인원들을 제외하곤 다들 모르고 있지. 마스터가
가지고 있던 비상용 포션을 먹여서 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네? 하지만 저희에겐…….”
“원래라면 셀린의 문제에 대해서만 알려 주고 드레이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셀린이 너와의 대련에서 제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원래 셀린은 힘을 다 소모하고 나면 잠들 듯이 기절하고 다음 날 아침까지 계속 잤다고 한다.
솔직히 대련이 한두 번 있었던 것도 아닌데 대련 때마다 잠들면 본인도 어느 정도 이상함을 느낄 테지만, 그것은 마스터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일부러 셀린에게 그 사실을 필사적으로 숨겼기 때문에 지금껏 비밀이 유지될 수 있었단다.
현재의 셀린은 자신이 상당히 연약(!)한 몸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격한 활동을 하면 몸이 피로함을 느껴 대련 도중에 자신도 모르게 기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연약이라……?’
사실은 연약이라고 표현하기보단 그야말로 광전사인데 말이지.
어쨌든, 셀린은 여태껏 힘을 소모하면 다음 날까지 잠들었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대련을 끝마치자마자 제정신을 차린 상태로 건강하게 일어났다는
점에서 펠튼 아저씨가 깜짝 놀란 것이다.
그것도 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생긴 약간의 피로함을 제외하면 아무런 문제 없이 일어나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도 펠튼 아저씨가 주목하고 있는
점이었다.
하루 종일 잠으로 보낸 기존과 달라도 너무나도 다른 차이점이었기 때문이다.
“현재로써는 아넬과 루시안이 무언가를 해냈다고밖에는 볼 수 없겠구나.”
“그렇지만 저는 그저 셀린의 힘이 다할 때까지 대련 상대를 한 것밖에 없는데요.”
“그거야 그렇다만, 분명 뭔가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여태 몇몇 길드원들이 셀린과 대련을 했지만 셀린이 대련이 끝난 이후 제정신을 차린 적은
없었어. 심지어 지금도 가끔씩 대련을 하고 있는 마스터에게서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 생긴 거다. 어쩌면…… 셀린의 문제를 고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펠튼 아저씨의 눈이 진지하다.
길드원 전부가 셀린을 자신의 딸, 조카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셀린의 상태에 대해 짐작 가는 것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셀린과 몸을 접촉했을 때 셀린의 몸 안에서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오러도 아니고, 마나도 아닌 그 힘이 무엇인가 고민했었지만 펠튼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는 것이 있었다.
‘설마 레드 드레이크의 힘인 걸까?’
셀린을 살리기 위해 그녀에게 먹였다는 이상 현상 몬스터, 레드 드레이크의 피.
펠튼 아저씨를 비롯한 마스터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그대로 그것에서부터 어떤 현상이 일어나 셀린에게 영향을 미쳤다고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불꽃처럼 일렁이고, 도마뱀처럼 날름거렸던 그 이상한 기운도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이라고 하면 이미지가 맞아떨어진다.
‘셀린이 의식을 잃는 이유가 그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 때문이라면…….’
일부분이라고는 해도 A급 이상의 몬스터가 가진 기운이다.
A급에 해당되는 몬스터가 익스퍼드 중상급에 해당되는 힘을 가지고 있고, 이상 현상 몬스터는 그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셀린의 몸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은 어쩌면 오러 익스퍼드와 동급의 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