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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59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59화

루시안이 다급히 셀린의 이름을 불러 그녀의 주의를 끌어 보려고 했지만, 셀린은 한껏 상기된 얼굴 그대로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광전사라는 직업이 있다면, 지금 셀린의 모습이 그것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매서운 공격의 연속이 이어졌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셀린의 상태가 처음과 달라졌다는 것을 파악하고 두 눈을 크게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깐만, 눈이 정말로 붉어졌어?’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고, 눈을 치켜뜨고 있는 셀린의 눈동자는 오렌지빛의 호박색이 아니라 길드마스터의 머리카락 색이 떠오르는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조금 전 펠튼 아저씨가 말했던 바로 그 상태였다.

눈이 붉게 변하면 셀린의 성격이 저돌적인 성향으로 바뀌고 힘이 세진다고 했었나?

‘대체 무슨 상황이야, 이건?’

그러나 마냥 당황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셀린의 가속은 어디가 그 한계인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셀린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루시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간간이 손을 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제는 셀린의 공격을 막기조차 힘든 것

같았다.

“이런……, 이 이상은 무리인가? 말려야겠군!”

루시안과 셀린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펠튼 아저씨가 ‘역시나.’라고 말하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말로는 말리지 못하는 건가요?”

“저 상태가 된 셀린은 어지간해선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마스터나 일부 선배들을 제외하곤 쉽게 막을 수 없지. 어설프게 막는다고

검을 휘둘렀다가는 셀린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루시안과 대련을 시키신 건가요?”

현재 상황에서 저런 모습이 된 셀린을 막을 방법도 없으면서 루시안과 대련을 붙인 펠튼 아저씨에게 어이없다는 듯 물어보았으나, 펠튼 아저씨는 면목

없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조그맣게 내 말에 대답했다.

“그게, 저렇게 즐거워하는 셀린의 모습을 보는 것이 오랜만이라…….”

윽, 영락없이 조카의 어리광에 약한 삼촌의 모습 같은 것이었다.

자식이 없는 남성들은 어린 조카나 어린 여자아이에게 팔불출 삼촌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딱 그 모습이었다.

펠튼 아저씨가 어떻게 하건 연무장 위에선 지금도 매서운 대련이 이어지고 있었다.

상황이 점점 루시안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판국이라 펠튼 아저씨도 헛! 하고 정신을 차리면서 연무장 위를 바라보았다.

“펠튼 아저씨, 셀린을 진정시키려면 어떤 방법들이 있나요?”

“엉? 그게……, 마스터나 선배들은 몇 번 상대하다가 이름을 부르면 진정한다만, 그 외의 사람들은 셀린이 지칠 때까지 대련 상대가 되어 주어야

하지. 이상하게 저 상태가 되면 체력까지 좋아지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지치지도 않아. 그러니 이제 내가 나서야겠다. ……어엇, 뭐 하는 것이냐?”

하지만 펠튼 아저씨가 나서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나는 신체의 오러를 한껏 끌어 올려 연무장 위로 올라섰다.

내 손에는 루시안이 목검을 고를 때 함께 골랐던 목검이 들려 있었다.

펠튼 아저씨는 두 사람 사이에 적당히 끼어들 타이밍을 노리기 위해 잠깐 주춤한 모양이었지만, 루시안의 검을 받아 왔던 나로서는 루시안의 다음

공격 타이밍을 얼추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거침없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기 위해 연무장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는다면, 현재의 자세에서 루시안이 셀린의 다음 공격을 회피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그렇다면 루시안에게 남은 수단은 셀린의 검을

방어하는 것뿐.

‘그렇게 되면 루시안이 다치겠지.’

셀린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화 같은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그녀의 검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무거운 검으로

변한 것은 사실이었다.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루시안이 받아쳤다가는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루시안과 셀린의 사이에 절묘하게 끼어들며, 나는 오러를 끌어 올린 오른손을 강하게 올려쳐 다가오는 셀린의 검을 막아냈다.

‘따악!’하는 강한 울림과 함께, 오러로 강화된 손이 뒤로 살짝 밀리며 내 몸에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살짝 찌잉, 하고 울리는 손의 충격에 작게 한숨을 내쉬며, 나는 붉은 눈동자가 된 셀린을 쳐다보고 말을 이었다.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선수 교체야, 셀린.”

 

 

 

 

셀린 이그니스(2)

 

 

 

 

“아넬……!”

“루시안, 먼저 내려가 있을래? 셀린은 내가 상대할게.”

“어? 응, 알겠어.”

조금 전 나와 셀린의 충돌도 그렇고, 현재 셀린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루시안은 곧장 연무장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목검을 따닥따닥 맞붙이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 그대로 셀린을 돌아보았다.

“셀린, 내가 누군지 알겠어?”

“…….”

붉게 변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셀린은 자신의 이름이 불렸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이 없었다.

정확히는 내가 하는 말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상한 상태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는 것으로 봐선 의식은 없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술을 펼치는 데 문제는 없다니?’

특이 체질이라는 말 하나로 얼버무리기엔 이상한 부분이 많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셀린의 몸을 차지하고 조종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단순히 흥분했다, 이성을 잃었다 할 수준의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보통 사람이 흥분하거나 이성을 잃게 되면 냉정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마치 짐승처럼 우격다짐식으로 돌격하거나 행동 패턴 자체가 단순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와 검을 맞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셀린은 검술의 요령을 사용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부러 내가 검을 맞대고 힘겨루기를 유도하고 있어서 그렇지, 계속해서 목검을 비틀어 대치 상황을 벗어나려고 하는 셀린의 행동은 분명 검술을 응용한 것이었다.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고, 아까 루시안과 대련을 펼쳤을 때 상당히 저돌적인 공격을 펼치기는 했지만 이 상황에서도 검을 놓지 않고 검술을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후우…….’

일단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이 상황에서 나 혼자 머리를 굴려 본다고 셀린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셀린을 진정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중에 펠튼 아저씨나 길드마스터에게 자세한 사항을 물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우선은 셀린과의 대련을 이어 나가기로 결정했다.

“흐읍!”

“……!”

간신히 균형을 이루고 있던 목검을 내 쪽에서 강제로 비틀어 교착 상태를 벗어났다.

내가 자세를 잡는 모습을 본 붉은 눈의 셀린도 마주 자세를 잡는다.

다만 이쪽은 루시안과 마찬가지로 수비 자세, 그리고 셀린은 명백한 공격의 자세다.

저렇게까지 대놓고 자세를 취하며 ‘널 공격할 것이다!’라고 어필하면 준비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가량 끌어 올렸던 오러를 50%까지 끌어 올렸다.

“하아아아아!”

“하앗!”

셀린은 길게 포효하듯 기합을 넣으며 빠르게 쇄도한다.

이어지는 셀린의 찌르기를, 목검을 내려치는 동작으로 방어하였다.

‘따악!’하는 나무 울림 소리와 함께 셀린의 검이 크게 휘청거렸지만, 나는 목검에서 느껴지는 의외의 충격에 깜짝 놀라 셀린을 바라보았다.

‘세상에, 50%의 오러인데도 충격이 전해진다고?’

성인에 해당되는 힘이다.

펠튼 아저씨와의 대련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나와 동갑의 여자아이인 셀린이 감당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정도의 힘일 것이다.

거기에 내질러지는 목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으니, 이쪽이 공격의 방향에서 훨씬 유리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목검에서 그만한 충격이 느껴진 것이다.

“대체 무슨 능력인 거야?”

분명 오러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나가 발현된 것도 아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인간의 신체가 갑자기 강화될 일도 없을 테니, 분명 어떠한 힘이 셀린의 몸에 작용하고 있다는 뜻일 텐데, 셀린의 몸으로부터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긴……, 그런 힘이 느껴졌다면 나보다 오러에 훨씬 민감한 펠튼 아저씨나 길드마스터가 먼저 눈치챘겠지.

결국 셀린을 진정시킬 방법은 그녀가 지칠 때까지 마주 검을 휘두르는 것뿐이라는 걸까.

‘이거, 괜히 나선 것은 아닌가 모르겠네.’

속으로 구시렁거리고 있는 이 시간에도, 나는 셀린의 공격을 연달아 막고 회피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히 이곳 연무장이 넓어서 망정이지 우리 집 뒤뜰만 한 크기였으면 회피하는 것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회피도 회피이지만, 연속으로 공격해 오는 셀린의 체력도 어마어마하다.

루시안과 대련을 한 것을 포함하면 거의 20여 분 이상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셀린은 처음과 달리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호흡마저도 깔끔하다.

새빨갛게 물든 눈동자로, 전혀 피곤을 느끼는 일 없이 한결같이 내 쪽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자아이에게 시선을 받아 두근거리기보다는, 광전사에게 찍혀 공격당하고 있는 엑스트라1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흔한 엑스트라1처럼 쉽게 당할 생각은 없지만.’

셀린을 상대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왜 펠튼 아저씨를 비롯해서 나보다 훨씬 강한 길드원들이 셀린을 막는 것을 힘들어하는지 알 것 같았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끝없이 강해질 것 같았던 셀린의 신체 강화는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대충 내 오러양을 비교해서 분석해 보자면 약 50% 정도? 간간이 55% 정도를 왔다 갔다 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다소 힘들긴 해도 못 막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펠튼 아저씨가 나와 대련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수준의 공방이 오갔었던 것처럼(물론, 나만 아슬아슬했다.) 상당히 애매한 수준의 강함이다.

거기에 신체적인 차이도 있다.

자신의 절반 정도 크기의 어린아이가 달려들면 성인을 상대하는 것과는 기준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공방에 여러 가지 지장이 생긴다. 그런 마당에 저돌적인 공격까지 하면서 상대방을 몰아붙이니 당연히 힘들겠지.

더군다나 목에 목검이 겨누어지거나, 급소에 검이 닿는 순간에 패배를 인정하는 일반적인 대련도 아니고, 상대방의 체력이 떨어질 때까지 무작정 대련을 지속해야 하는 형식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그런 의미에서는 투덜거리든, 구시렁거리든 펠튼 아저씨나 루시안이 아닌 내가 셀린을 상대하는 것이 정답인 것 같았다.

셀린이 몇 분 이상 검을 더 휘두를 수 있는 체력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체력 문제를 제외하면 나는 셀린을 딱 적당하게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또한 신체도 엇비슷하기 때문에 공방을 주고받기 훨씬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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