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58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58화
“그래?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는데…….”
“그렇지? 아빠와 로이 아저씨, 에스커 아저씨랑 대련해 봤지만 다친 적은 없었는데 정말, 아저씨들은 나를 너무 감싸려고만 해서 문제야.”
정말로 원망하듯, 한숨 쉬는 셀린의 얼굴에 펠튼 아저씨가 윽, 하고 찔끔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쩐지 펠튼 아저씨의 모습이 심각해 보였다.
본능적으로 뭔가 있다고 느껴, 나 역시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또래의 아이와 처음으로 대련을 하게 된 셀린은 그 사실이 기쁜 것인지 루시안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있었고, 루시안도 또래의 친구가 기뻐한다는 사실에 빙그레 미소 짓고 있었기에 펠튼 아저씨의 그런 표정을 본 것은 오로지
나뿐이었다.
이후, 우리는 셀린의 안내를 받아 길드 뒤뜰에 마련되어 있는 연무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뒤를, 인상을 잔뜩 굳힌 심각한 표정의
펠튼 아저씨가 뒤따랐다.
길드의 뒤뜰은 넓었다.
연무장의 시설도 훌륭했고, 대련 및 검술 수련에 쓰이는 용도의 목검들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한쪽 구석엔 마법을 연습할 수 있도록 짚 인형이나 표적 등도 마련되어 있으니 나중에 마법을 연습할 때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류가 꽤 많네.”
다양한 목검 중에서 자신의 손에 가장 맞는 목검을 고른 루시안은 목검의 감각을 손에 익히기 위해 천천히 검을 휙휙 휘둘렀다.
루시안과 대련을 약속한 셀린 역시 대련에 임하기 전에 간단히 몸을 푸는 동작들을 하고 있었고, 펠튼 아저씨는 아까부터 연신 불안한 눈으로 셀린과
루시안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고 있다.
“아까부터 왜 그러시는 거예요, 펠튼 아저씨?”
“루시안과 셀린의 대련을 말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어서 그런다.”
“대련을요?”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 꽤나 진지하게 ‘어쩌지? 어쩐담?’하고 갈팡질팡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련이 일반적인 검술 단련보다 조금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서로의 목검을 100% 전부 방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상대의 목검에 신체 일부를 타격당해 다칠 수도 있고, 운이 나쁘다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위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련이라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혼자서 검술을 단련하는 것으로는 쉽게 깨달을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곧 실력의 증진으로 이어진다.
서로가 조심만 하면 부상의 위험도 많이 줄어들고, 검술의 기초만 튼실하다면 크게 다칠 위험도 없다.
셀린의 실력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루시안의 실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루시안이 셀린을 실수로라도 크게 다치게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펠튼 아저씨일 텐데도, 대련을 반대한다?
‘뭔가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걸까……?’
하지만 말하기를 주저하는 모습이었기에, 물어보기도 난감한지라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으려니 펠튼 아저씨는 이윽고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며
루시안에게 다가갔다.
“루시안, 마음 같아서는 너희 둘의 대련을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만…… 저렇게까지 잔뜩 기대에 부푼 셀린을 뜯어말리자니 좀 안타까운 생각도 들어서
차마 말리지는 못하겠구나. 다만, 조심하여라.”
“네? 조심하라니요?”
“셀린의 눈을 잘 확인해야 한다.”
“……눈 말인가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루시안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셀린을 조심하라면서, 셀린의 눈을 잘 확인하라니?
그러나 펠튼 아저씨는 진심으로 하는 충고인 듯, 사뭇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루시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셀린은 약간 특이 체질을 가지고 있어서, 흥이 오르거나 살짝 흥분하면 두 눈이 붉게 물드는 일이 있단다. 그때는 지금과는 다르게 상당히
저돌적인 성격이 되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힘이 세진단다. 처음 셀린의 모습에 방심하고 있다가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 주의하여라. 꼭!”
펠튼 아저씨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는 얼굴이었지만 우리의 착한 루시안은 일단 ‘네.’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루시안의 대답에 마주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의 충고는 없는 것인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셨다.
‘눈의 색이 변하고, 힘이 세진다?’
무슨 모 닌자 만화의 캐릭터도 아닌데 눈동자의 색이 변하면서 기존에 없던 능력이 생길 수가 있는 것일까?
오러 익스퍼드의 실력자가 아이를 상대로 거짓말을 했을 리도 없을 테니 나와 루시안의 고민은 조금 더 깊어졌다.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목검을 휘두르며 몸을 풀고 있는 셀린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눈동자 색은 오렌지빛이 감도는 금발과 어울리는 조금 더 진한 오렌지빛 계열의 호박색이다. 붉은 계열에 속하기는 하지만, 눈동자가 붉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신체는 나와 그다지 크게 차이 날 것도 없어 보였다.
물론 기본적인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신체 차이는 있었지만, 키도 그렇고 몸의 크기도 그렇고, 서로 2차 성징이 제대로 나타나는 나이가 아닌 만큼
아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검술을 배운 만큼 가죽옷으로 보이는 신체가 다른 여자아이들에 비해 조금 탄탄해 보인다는 것 정도? 그렇다고 해도 힘이 세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루시안도 그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나와 눈이 마주친 그의 눈동자도 펠튼 아저씨를 향한 의문을 나타내고 있었다.
“루시안! 나는 준비됐어!”
“그래, 나도 준비됐어.”
땀방울이 이마에 살짝 맺힐 정도만큼 신체를 움직인 두 사람은 천천히 연무장 위로 올라갔다.
매일 뒤뜰에서 가볍게 대련을 하는 것 정도가 전부였던 루시안은 연무장의 환경이 신기한 것인지 발바닥으로 연무장의 바닥을 톡톡 두드려 본다.
그러고는 마음에 들었는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셀린을 바라보고 목검을 들어 올렸다.
검을 들고 있을 때의 루시안은 진지해진다.
그의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낀 셀린 역시 루시안을 마주 보며 자세를 취했다.
누가 ‘시작!’이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 딱히 타이밍을 정한 것도 아니지만 셀린과 루시안은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셀린은 공격의 자세를, 루시안은 수비의 자세를 취한다.
‘우선 셀린의 실력을 확인해 보려는 건가?’
나와 대련할 때는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던 루시안이 시작부터 수비 자세로 셀린을 상대하려는 것은, 아마도 그녀의 실력을 대강이나마 파악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앗!”
기합이 들어간 셀린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목검이 루시안에게 향한다. 하지만 나와 루시안에 비하면 다소 힘이 떨어지는 검격이다.
루시안은 셀린의 공격을 받아치기보다는 회피함으로써 자세를 최대한 흩트리지 않고 수비를 취했다.
베기 다음엔 찌르기, 찌르기 다음엔 다시 베기의 순서를 이어 가며 셀린이 루시안을 향해 맹공을 펼친다. 하지만 그중에서 루시안에게 유효타가 되는
일격은 없었다.
피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회피하고, 정 회피가 어려운 공격들만 가볍게 받아넘기는 식으로 셀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루시안의 모습엔
나도, 펠튼 아저씨도 가볍게 감탄했다.
직접 상대할 때는 성가실 정도로 공격과 수비 모두 탄탄해서 골치 아픈 상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대련을 구경하는 입장이 되어 루시안의 수비
방법을 확인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신선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루시안을 걱정할 만한 실력은 아닌 것 같은데…….’
“하앗!”
“후우……, 핫!”
셀린과 루시안의 대련을 지켜보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셀린의 실력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길드에서 지내며 펠튼 아저씨를 비롯해 다른 길드원들에게 검술을 배우며 성장했다고 하더니 확실히 기본기는 착실하게 갖춰져 있는 것 같았고, 본인의
역량 자체도 나쁜 편에 속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 또래 아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셀린은 루시안에게 이렇다 할 공격을 성공시키지는 못하고 있었다.
봐준다는 느낌도 아니었고,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아니었다.
실제로 셀린은 처음에 비해 상당히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 역시 방울지어 셀린의 뺨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루시안은 호흡도 적당히 유지하고 있었고, 체력도 체력인 만큼 상당히
여유가 있어 보인다.
‘여자아이라 펠튼 아저씨가 너무 걱정한 것일까?’
명색이 길드마스터의 딸인 만큼, 딸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아버지는 없겠지.
길드원의 입장에서 그런 셀린이 다치는 것을 걱정해서 대련을 반대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셀린이 다치는 것을 염려했다면 루시안에게 ‘셀린을 조심해라.’라는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
도대체 무엇을 조심하라는 것일까? 하고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그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바로 그때였다.
“윽?”
“하아아앗!”
‘따아악!’하는 엄청난 울림이 내 귀를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루시안의 당황하는 목소리와 상당히 텐션이 올라간 셀린의 기합 소리가 함께
들렸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재빨리 연무장의 위를 바라보니 루시안이 무척이나 깜짝 놀란 표정으로 셀린을 바라보고 있었고, 셀린은 숨을 ‘후우, 후우.’하고 몰아쉬면서 한껏
상기된 얼굴로 루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따악 했던 소리는 아무래도 루시안과 셀린의 목검이 서로 강하게 부딪치면서 났던 소리였는지 루시안과 셀린 모두 자신의 목검을 급히 회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다시금 휘둘러지는 셀린의 연격이었다.
“……윽?”
루시안은 부웅 하고 휘둘러지는 셀린의 일격을 회피하였다. 그런데 셀린이 휘두른 목검의 소리가 영 심상치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쐐액이라던지, 쉭이라던지 가벼우면서 날랜 소리가 들렸었는데 지금은 셀린이 휘두르는 검으로부터 공기가 밀려나는 듯한 억센
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닌가?’
분명 셀린의 검은 루시안을 압박할 정도의 검격이 아니었다.
휘둘러지는 검의 일격도 루시안이 충분히 받아 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이었고, 검의 속도 역시 루시안이 여유 있게 반응할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의 루시안은 아까와 같은 여유가 없었다.
다가오는 검은 계속해서 가속하고 있었고, 검의 일격은 매섭기 그지없다.
어쩌다 회피가 힘들어 방어를 하려고 하면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한 충격이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났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것에서 그치지 않고 셀린의 힘과 속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술에 의한 가속이 아니라, 아까 펠튼 아저씨가 말한 것처럼 신체의 능력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오러를 끌어 올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자, 잠깐?”
옆에서 보고 있는 내가 그렇게 느끼는 정도인데, 상대하고 있는 루시안의 입장에선 오죽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