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54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54화
조금 전 펠튼 아저씨가 기사와 반존대를 하며 존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펠튼 아저씨가 모험자 길드 본부에서 인정받은 B급의 모험자, 즉
남작과 동급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을 알게 되었다.
참고로 어차피 명예 직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길드 사람들은 귀족들을 상대하는 용도 이외로는 작위를 사용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대체 어느 동화책의 영웅 이야기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길드마스터란 인물이 대단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아버지와 레아 누나를 비롯해, 펠튼 아저씨, 조시아 누나까지 길드마스터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 모두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런 사람과 만나게 되는 것인가요?”
“뭐, 마스터가 대단한 인물이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는 없단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사람이 워낙 좋거든.”
펠튼 아저씨는 하하하,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고, 우리는 길드 본부를 향해 계속 이동하였다.
그렇게 얼마 동안 이동한 이후 길드 본부가 거의 가까워져 가는 시점에서 펠튼 아저씨와 조시아 누나는 우리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이상 현상 몬스터의 사체를 곧바로 왕궁에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나와 루시안을 본부까지 바래다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왕궁의 일이 끝나면 바로 길드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기에 웃으며 헤어졌다.
“그럼 나중에 보자, 아넬.”
“음, 일이 끝나는 대로 길드에 찾아가마.”
“네, 나중에 봬요.”
간단한 인사 이후, 펠튼 아저씨와 조시아 누나는 마차를 타고 왕궁으로 이동했고, 우리는 모험자 길드 본부 앞에 도착하였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건물이 우리의 눈앞에 나타났다.
단순한 면적으로만 봤을 때는 길드 건물이라고 하기보다는 영주의 저택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큰 건물이었다.
역시 본부 정도 되면 건물의 스케일도 다르구나.
그러나 본부 건물의 크기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였다.
“자, 그럼 여기까지군. 그 동안 정말 즐겁게 여행했다. 루톤 마을에서의 일도 있고. 고마웠어.”
우리는 펠튼 아저씨와 조시아 누나에 이어서 슐츠 씨와도 작별 인사를 해야 했다.
원하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했으니, 더 이상 마부인 슐츠 씨가 우리와 함께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나와 루시안, 그리고 레아 누나는 이곳까지 마차를 안전하게 운전해 준 슐츠 씨에게 감사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슐츠 씨.”
“고생은. 돈을 받았으니 손님을 안전하게 목적지로 모시는 것은 마부로서 당연한 일이지. 유명한 모험가가 되길 바란다. 아넬, 루시안.”
‘그럼 이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보자.’라고 손을 흔들며, 슐츠 씨는 마차에서 짐을 내려 준 이후, 세룬 도시 방향으로 향하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거리 저편으로 이동했다.
순식간에 6명의 일행 중 3명과 헤어지고, 원래의 멤버대로 레아 누나와 나, 루시안만이 남았지만 아직 이별의 순간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를 본부 입구 근처까지 데려다준 레아 누나는 나와 루시안의 손을 꼬옥 잡고 다정한 미소와 함께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저도 여기까지네요. 아넬, 루시안.”
“레아 누나는 이전에 본부에서 일했었다고 했었지요? 본부 사람들과 인사할 필요는 없나요?”
내 질문에 레아 누나는 빙그레 웃었다.
“나중에 다시 이곳에 들를 때 인사하면 됩니다. 지금은 아넬과 루시안이 주목받아야 할 때이니 제가 끼어들면 분위기가 흐려져요.”
“……그런가요? 이제 헤어지는군요, 레아 누나.”
부모님, 리나와 떨어졌을 때도 허전함과 아쉬움을 느꼈었다.
그리고 가족은 아니지만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던 만큼, 이제 레아 누나와도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다시금 그런 아쉬운 감정이 몰려들었다.
그것은 레아 누나도 마찬가지인 듯, 내 손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레아 누나는 자세를 낮추어 나와 눈을 마주하며 다시 한 번 다정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게 마지막은 아니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아넬.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번 찾아오겠습니다. 도중에 편지도 쓸 거고요.”
“네, 편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저도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건강하세요. 아넬, 그리고 루시안.”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겠지만 레아 누나는 조용히 내 볼에 아쉬움이 담긴 입맞춤을 해 주고는, 손을 흔들며 라그나 왕국으로 향하는 마차를
찾기 위해 거리 저편으로 떠났다.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루시안과 같이 손을 흔들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아넬.”
“그래.”
모든 일행과 헤어지고 20여 일 간의 여행을 통해, 수도의 모험자 길드 본부에 도착한 우리 두 사람은, 문을 열고 길드 본부로 들어섰다.
모험자 길드
길드 내부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모험자로서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 혹은 길드에 의뢰를 요청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 의뢰를 함께 해결할 파티를 구하는 사람 등 그야말로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세르피안 왕국 전역에 지점을 두고 있는 모험자 길드의 중심인 만큼 정말로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드의 모습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마냥 사람들에게 밀려 입구에서 서성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우리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앞을 막고 있는 사람들을 뚫고 전진하여 간신히 카운터 근처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카운터에서 업무를 보고 상담하고 있는 여직원 중 기다리는 사람이 가장 짧은 줄에 서서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어느 모험자 청년과의 대화를 끝낸 뒤 오렌지빛이 살짝 감도는 금색의 단발머리 여성이 다음 손님을 바라보려다, 갑자기 시선이 낮아지는 것에 조금 당황하며 이쪽을 쳐다보았다.
뭐랄까, 꽤나 귀여운 인상의 누님이었다.
“……어머, 꼬마 손님이네? 이곳에는 어떤 일로 찾아왔니?”
“길드마스터를 만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마스터를 만날 수 있을까요?”
“마스터를……?”
내 물음에 조금 당황한 여직원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그녀는 푸웃 하고 웃으면서,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내게 대답했다.
“미안하구나, 최근에 몬스터가 많이 늘어나는 바람에 길드가 전체적으로 많이 바쁘거든. 마스터도 매우 바쁘게 일하고 계시기 때문에 지금은 만날 여유가 없으셔. 나중에 다소 한가해졌을 때 찾아오렴.”
그런 여직원의 반응에 나는 아차, 하고 내 실수를 깨달았다.
길드마스터가 어디 동네 마트 운영하는 사장님도 아니고, 웬 꼬맹이가 카운터에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다짜고짜 ‘마스터를 만나고 싶습니다.’였으니 직원이 ‘네, 알겠습니다.’하고 순순히 마스터와의 만남을 이루어 줄 리가 없었다.
실수를 깨닫고 나는 품속에서 열 살 생일 때 아버지로부터 받은 길드 본부의 문장과 길드마스터의 문장을 꺼내 여직원에게 보여 주며 말을 이었다.
“세룬 도시 모험자 길드 지부장인, 리안 프로스트의 아들 아넬 프로스트입니다. 길드마스터를 만나기 위해 본부에 찾아왔습니다.”
“……어머나, 잠시만 기다려 줄래?”
내 말과 함께 내가 제시한 문장을 확인한 여직원 누나는 온화한 표정에서 눈을 날카롭게 뜨더니, 내가 내놓은 두 개의 문장을 세밀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아마도 문장이 진품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인 만큼 위조 문장의 가능성은 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쪽은 진품이기 때문에 딱히 찔릴 것도 없었다.
의외로 진품인지의 여부는 금방 확인이 되었는지 여직원 누나는 내게 두 개의 문장을 다시 돌려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진품이구나. 네가 리안 씨의 아들이니?”
“네, 아넬 프로스트입니다. 제 뒤에 있는 친구는 루시안이라고 해요.”
내 얼굴과 루시안의 얼굴을 차례대로 바라본 그녀는 옆자리에 있는 동료에게 잠깐 말을 건네고, 이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다시 카운터 앞을 틀어막고 있는 사람들을 뚫고, 여직원 누나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그녀는 밝게 웃으며 나와 루시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 아넬. 그리고 루시안. 내 이름은 에밀리라고 한단다. 보다시피 본부에서 카운터를 맡고 있어. 듣기로는 집이 세룬 도시라고 들었는데 둘이서 이곳까지 찾아온 거니?”
“아뇨, 이곳까지 바래다준 사람이 있었어요.”
가볍게 악수를 나누며 대답하자, 자신을 에밀리라고 소개한 여직원 누나는 ‘그렇구나.’하며 길드 안쪽에 위치해 있는 계단을 통해 우리를 2층으로 안내해 주었다.
아무래도 1층은 일반적인 모험자 업무를 담당하는 로비인 모양이고, 2층은 로비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인 듯 1층에서는 바글바글했던 사람들이 2층에서는 줄어들어 몇몇의 사람들만이 가볍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한적한 공간이 나타났다.
그중 비어 있는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며, 에밀리 씨는 나와 루시안의 얼굴을 차례대로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너희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마스터를 통해 들었어. 다만, 아넬과 루시안이라는 이름만 들었지, 두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듣지 못했거든. 그래서 한눈에 알아보지 못한 거니까 이해해 줘.”
“아뇨, 문장도 꺼내지 않고 다짜고짜 카운터에서 마스터를 찾았으니까요. 이해해요.”
“후후, 이해해 줘서 고마워. 그런데 세룬 도시에서부터 이곳까지 오려면 제법 시간이 걸렸을 텐데 피곤하지 않겠니? 굳이 오늘 마스터와 만나지 않더라도 내일도 만날 수 있어. 우선은 짐을 풀고 여독을 푸는 것이 어때?”
나와 루시안의 건강을 걱정하는 그녀의 배려에는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나와 루시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뇨, 괜찮아요. 마차를 타고 왔기 때문에 그다지 피곤하지는 않습니다. 오늘 마스터와 만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그럼, 물론이지. 다만 지금 당장은 마스터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힘들고 조금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겠니?”
1층에서 길드 전체가 바쁘다고 했었던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길드에 사람이 바글거렸던 것을 보았기에 우리는 에밀리 누나에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네, 기다릴 수 있어요.”
“그럼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려 줄래? 내려가서 마스터에게 따로 소식을 전해 놓을게. 마스터의 업무가 끝나는 대로 다른 직원이 너희를 데리러 올 거야.”
에밀리 누나는 보다시피 1층의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에 자신이 오래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며 나와 루시안에게 사과하고 다시 길드 업무를 보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