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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8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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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8화

제4장 준비 2 (1)

 

요동성(遼東城).

변방이라고 하기에는 크며, 중심이라고 하기에는 중원과 멀다. 하지만 각 나라 간의 교차점 역할을 하기에 여러 나라의 상인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많은 상인과 물품이 모이는 만큼 대규모 상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진다.

상인들은 각 지역의 특이한 산물들을 모아서 추린다. 여기서 모인 특산물을 중원으로 가져가서 되파는 형식을 취하는 상회가 많다. 그 중에서도 제일 커다란 상회가 있었다. 중원의 6대상단에는 들어가지 못해도 12대상단에는 비견될 정도로 커다란 상회였다.

그곳이 바로 요동상회다.

요동상회는 요동성의 특산물과 각 지역의 특산물을 사들여 중원으로 가져간다. 이런 중계무역 형식으로 많은 이득을 취했다.

일반적으로 한 상단이 자리를 잡고 터를 일구어 번성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반면에 요동상회는 최단 기간 내에 성장을 했을뿐더러 요동성 내에서의 입김도 상당히 큰 곳에 속한다.

하지만 요동상회가 시작부터 영향력이 큰 상회는 아니었다. 요동상회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노예를 팔았기 때문이었다. 각 지방의 노예들을 비밀리에 사들이거나 잡아들여 중원으로 보내 비싸게 팔았기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노예장사는 큰돈이 되는 사업이었다. 지금에 와서도 노예장사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회의 삼분지 일에 해당하는 돈이 노예장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요동상회의 노예장사는 현재 비밀리에 진행이 되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사들이는 노예들이야 상관이 없지만 물량이 달릴 때는 소수민족을 공격해서 잡아들였다. 그런 일이 외부로 흘러가면 상회의 명성과 상거래에 지장을 주기에 되도록 암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요동상회의 구성원 중에는 노예사냥꾼 역할을 하는 무인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 모두 요동지방이나 다른 지방에서 악명이 높은 자들이었다.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원한을 맺은 일이 많아 몸을 숨길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요동상회에 의탁하여 신상내력을 숨겼다.

신분을 숨기며 새로운 삶을 사는 노예사냥꾼은 자신들의 본성을 노예들한테 마음껏 드러냈다. 그래서 소수민족들에게 요동상회는 악마들이나 마찬가지였다.

 

-요동천각(遼東天閣).

요동상회의 본점이 위치한 중요 회의 장소다. 요동상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두 달 전부터 요동천각에 각 지점의 수뇌부들이 수차례 모임을 가졌다.

회의에 참석한 지점장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다들 심각한 듯 말문을 쉽게 열지 못하고 있었다. 지점장들이 이처럼 자주 모이는 이유는 요동상회의 물품이 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동지방에서 요동상회의 영향력이 막강하기에 산적들이 물건을 강탈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두 달 동안 상회의 물건이 습격받아 전부 털리고 말았다. 암중에 중원으로 보내려던 노예들까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요동상회주 기천우는 기가 막혔다. 지속되는 강탈 사건을 막아내기 위해서 고수를 초빙하고, 많은 수의 무인을 포섭하여 투입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더군다나 초빙된 고수들과 무인들까지 도륙당해 버렸다.

상대는 그냥 물건만 훔치는 평범한 도적의 무리라고 할 수 없었다. 상회의 무인까지 베어버릴 수 있는 무력을 지니고 있는 집단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상회에 초빙된 고수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당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야!”

“각 상회와 문파에서 물건을 받지 못했다고 돈을 지불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본 손해만 해도 황금으로 5만 냥이나 됩니다!”

“현재 상회의 자금 사정이 어떻지?”

“좋지 않습니다. 얼마 전부터 우리의 거래선을 가로채는 상회가 등장했습니다.”

“뭐야? 그게 누군데?”

“천무상회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작은 거래선에서 시작하더니 우리가 실패한 거래를 천무상회에서 전부 독차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모두를? 놈들의 자금력이 그 정도로 대단했단 말이야?”

상회를 시작하려면 당연히 자금이 필요하다. 초기 자금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상회를 유지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처럼 무난하게 커가는 상회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천무상회는 강탈사건이 벌어지기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다. 의심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아무래도 계속되는 강탈사건이 천무상회와 연관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증거는?”

“없…습니다.”

“없다면 만들어야지.”

지금은 방법을 따질 때가 아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그동안 힘들게 구축해 놓은 요동상회가 문을 닫아야 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었다.

‘내가 상회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데, 이대로 무너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방해를 받다 보니 별 시답잖은 것들까지 덤벼든다고 생각하는 기천우였다. 요동상계에서 제왕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이었다. 밑에서 발버둥치는 놈들에게 상계의 무서움을 가르쳐줄 필요성이 있었다.

“요동상계에 천무상회가 물건을 강탈했다고 퍼뜨려.”

“증거도 없이 될까요?”

“이제까지 빼앗긴 거래선만으로도 충분해. 어차피 이유를 둘러댈 필요는 없어! 사건이 마무리되기 전에 천무상회를 무너뜨리면 되니까! 이후의 일은 알아서 처리가 될 거다.”

확실히 우연의 일치가 너무 강했다.

그런 일이 발생하자마자 천무상회가 치고 들어오는 것만 보면 요동상회의 주장도 틀리지는 않았다.

요동상계에 천무상회에 대한 수상한 소문이 떠돌게 되었다. 상계의 일은 상계에서 해결하는 것이 법칙이기는 했다.

그러나 세상일이 어찌 순리대로만 되겠는가!

요동상회는 이번 일을 빌미로 천무상회를 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요동상회는 시간을 길게 끌지 않았다. 우선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여 천도문(天刀門)을 끌어들였다.

천도문은 요동성의 패자인 모용세가(慕容世家)와 철혈세가(鐵血世家) 다음으로 가는 문파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천도문의 문주 천살도(天殺刀) 위무환은 요동성의 5대고수 중에 1인으로 손꼽히는 도의 고수였다. 그의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상당히 포악한 면이 강했다.

위무환은 정사대전(正邪大戰)이 벌어질 당시 전황이 정파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사도무림에서 정도무림으로 배를 갈아탔었다. 사도무림의 고급 정보를 팔아넘기는 대가로 문파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돈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요동상회에서 처리하기 힘든 일도 돈만 준다면 닥치는 대로 처리해 주었다.

“모용세가는 왜 움직이지 않은 거지?”

“그게 상계의 일에 모용세가가 나서는 것이 탐탁지 않은 모양입니다.”

“빌어먹을 놈들! 돈은 있는 대로 다 처먹고, 생색내는 도움만 주겠다는 뜻이겠지.”

“어차피 무림세가입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은 이상 쉽사리 나서지 않을 겁니다.”

“치사한 놈들!”

증거도 없이 무턱대고 나섰다가, 주변의 원성을 듣게 되는 것을 꺼려 한 모용세가였다.

모용세가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천도문이 나서는 이상 자신들까지 나서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하찮은 일에 모용세가가 나서면 무게감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철혈세가가 가만히 있는 상황에서 나선다면 모용세가가 요동상회의 말을 따르는 개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었다. 체면을 중시하는 무림세가로서, 적절한 중재만을 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어차피 요동상계의 주인이 누가 됐던 이제까지 받아왔던 것만 받으면 된다는 식이었다. 요동상회의 회주인 기천우가 불만을 터뜨릴 만했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요동성의 5대고수인 위무환이 함께하는데 새로 생겨난 상회 따위가 상대가 될 리 없습니다.”

“이제 막 상회를 차린 놈들이 감히 내 영역을 넘봐! 상계의 위계질서가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줘라.”

“분명 그리 될 것입니다.”

오랫동안 상권을 장악한 상회는 경험이 많고, 주변에 도와주는 인맥과 세력이 넓기 때문에 신진 상회가 접근하기 어렵다.

그러나 요동상회주는 알고 있어야 했다. 가끔씩 세상의 상식을 뒤엎는 존재들이 나타난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 그들의 말 한마디가 그대로 자신들에게 돌아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 * *

 

천무상회의 문 앞으로 어둠을 틈타 수백 명의 무인들이 접근했다. 대부분의 무인들 모두 투기를 숨기지 않았다. 한밤중에 병장기를 들고 움직이는 무인들치고는 너무 당당했다. 그 중심에 천살도 위무환이 자리했다.

천도문의 무인과 요동상회에서 모집한 무인들의 수를 합하면 족히 300명은 되었다. 그들 대부분이 제법 명성을 쌓은 무인들이기에 웬만한 규모의 문파 하나 정도는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전력이었다.

“문을 열어라.”

“예! 문주님!”

위무환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위무환은 타고난 살성(殺性)을 지닌 인물이다. 대항하는 놈을 절대 살려두지 않는다. 일전에도 명을 어긴 놈의 목을 쳐버린 적이 있었다.

위무환의 별호가 왜 천살도인지 무인들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도 위무환의 비위를 거스르지 못했다.

위무환의 명에 따라 10여 명의 무인이 천무상회의 정문을 부숴버렸다.

쿠과과광!

정문이 부서지며 내부의 모습이 보였다. 천무상회의 안은 불이 밝혀져 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없었다. 넓은 공터를 마주 보며 그 앞으로 거대한 전각들이 솟아 있을 뿐이었다.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개미새끼 한 마리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위무환은 별달리 의심하지 않았다. 300명이나 되는 무인이 쳐들어 왔으니 무서워서 숨어 있는 것으로 치부해 버렸다.

천무상회는 새로 생긴 상단답지 않게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했다. 300명이 모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공터의 자리가 남았다. 넓은 공터는 잘 다듬어진 화강암으로 되어 있었으며, 팔방으로 우아하게 만들어진 집의 모양이 명장의 공을 느낄 수 있었다.

위무환의 눈빛에 탐욕이 번들거렸다. 이만한 장원을 소유하고 있다면 분명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는 기회였다. 요동상회에는 적당히 처리했다고 말하면 되었다.

“천무상회주는 나와라!”

거침없이 소리쳤다.

위무환의 호통소리가 천무상회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음성에 내공을 실어 퍼뜨린 것이다. 밤의 고요함을 무참히 짓밟는 호성(虎聲)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천무상회의 무반응에 위무환의 기운이 변했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살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살려둘 생각도 하지 않았다.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치우고 난 후 여유롭게 재물을 탐하려고 했다.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구나! 모두 쳐라!”

위무환의 명령이 내려지기가 무섭게 300명의 무인이 일제히 쳐들어갔다. 무인들은 탐욕에 눈이 멀어 광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달려가던 무인들 전부가 멈췄다. 5장을 달려 나가던 300명이 거짓말처럼 정지했다. 무인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는 눈치였다.

주변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일렁이던 불빛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완벽한 어둠이 찾아왔다. 밤하늘에 떠 있던 달빛조차 모습을 감추었다.

무인들의 눈빛이 일순간 흔들렸다. 천지가 갑자기 조화를 일으킬 리 없다. 위무환은 급격한 환경의 변화가 누군가의 술책이라고 확신했다.

“진법……?”

위무환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필이면 진법에 걸려들었다. 무언지 모르지만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둡게 만들어 놓았다. 신생 상단이라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 실수였다. 신흥 상단이라도 요동상회를 위협할 수준이라면 방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 여겼어야 했다.

‘어쩐지 너무 쉽게 들어왔어.’

어두운 밤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진법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대책 없이 움직이는 것도 문제가 컸다. 진법은 알지 못하면 상대하기 상당히 까다롭다.

위무환은 신중을 기하며, 감각을 극대화시켰다. 진법은 기의 흐름을 변환시켜 환경을 변형하는 수법이다. 그 흐름만 파악할 수 있다면 무너뜨리는 것도 가능했다.

-소용없다.

진에 갇힌 300명에게 위압감이 실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운을 끌어 올리는 것은 죽음을 재촉하는 짓이지.

“누구냐?”

위무환이 내공을 실어 소리쳤다.

-나를 모르나. 나를 찾아 내 집에 들어와서 누구냐고 묻다니 멍청하기가 요동제일이군.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천무상회의 주인이 위무환을 대놓고 비아냥거렸다. 위무환의 기운이 거세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원래부터 참을성하고는 담을 쌓고 있는 인물이었다.

“감히 네깟 놈이 나를 조롱해! 찾아내서 육체분시를 해주마!”

-진법은 흡혼마환진(吸魂魔幻陣)이라고 한다. 해체할 수 있다면 한번 해 보거라. 과연 나를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군.

천무상회주의 조롱 섞인 말에 위무환을 비롯한 무인들 모두가 짙은 살기를 뿜어내었다. 고작 상인 따위에게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하자 분노를 참기 힘들었다.

“기운을 끌어 올려 진법의 흐름을 찾아라!”

각자 주변을 탐색하다 보면 진법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기를 끌어 올리는 것은 감각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내공은 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몸의 중심을 끌어 올려 외부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든다. 진법을 형성하는 기의 흐름이 느껴지게 될 것이다.

위무환은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다고 믿었다. 일반적으로 무인이 진법에 대응하는 기본적인 대처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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