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6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6화
제3장 준비 1 (1)
“헉! 허억!”
도망쳐야 했다. 잡히면 심한 매질만이 아니라 죽을 수도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사람을 잡아다가 노예처럼 부린다. 그 모진 시련은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노예사냥꾼들을 피해 도주했다. 노예사냥꾼들이 잠시 방심하는 틈을 노려 간신히 도망친 아이들은 방향을 정하고 도주했다.
5명의 아이들을 이끄는 아이는 도망치면서도 주변 지형을 끊임없이 관찰했다. 아이는 한 번의 방심이 모든 것을 허탕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가자!”
“그래!”
산을 타고, 험준한 계곡을 넘어가기로 했다. 노예사냥꾼들은 보통의 평범한 사냥꾼들이 절대 아니다. 추적술에도 능한데다가 일신의 무력이 아이들로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들은 악독했다. 잡히면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수치를 당할 것이다.
그들은 각 변방의 소수민족들 중에서 어린 노예를 사서 중원의 무가(武家)나 군부(軍府)에 팔아넘기는 위인들이었다. 그곳에 간 아이들은 모두 죽는다는 소문이 있었다.
노예병으로 참여하거나 무가의 실험용으로 사용이 된다는 말도 있었다.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하게 될 바에는 차라리 무슨 짓을 해서든 도망치는 게 나았다.
아이들은 억울했다. 왜 자신들이 그런 일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얼마 전까지 아버지,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일상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노예사냥꾼이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쳐 닥치는 대로 죽였다. 필요한 사람은 잡아가고, 필요 없는 노인이나 아기들은 죽였다. 인륜을 저버린 인간백정이 따로 없었다.
잡혀 온 마을이 여러 곳이라 아이들의 이름은 중구난방이었다. 타지르가 아이들의 수장이 되어 도주를 주도했다. 아이들 중에도 말이 통하는 애들을 모았던 것이다. 너무 많으면 들킬 수 있었다. 뜻이 맞는 아이들 중에서도 의지가 강하고 독한 아이들로 구성했다.
“빨리 움직여! 잡히면 죽어!”
아이들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심한 매질로 인해 아직도 핏물이 가시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 반드시 살아남아 놈들에게 지옥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다.
뿌드득!
‘모두 죽여주겠다!’
타지르를 포함한 아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5명뿐이지만 독종 중의 독종이었다. 물러서지 않는 독기와 깡다구를 태생적으로 타고난 녀석들이다.
머어엉 멍! 크르르르! 머어엉 멍! 크르르르!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노예사냥꾼들이 사냥개를 풀었다. 사냥개의 습성상 금방 아이들의 냄새를 찾아낼 가능성이 커졌다.
타지르는 다급해졌다. 산으로 들어와서 계곡을 넘어 강을 찾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노예사냥꾼은 능숙하게 아이들을 한곳으로 몰고 있었다. 이런 일에는 도가 텄는지, 아이들의 방향을 미리 차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지르가 아무리 독하고, 관찰력이 뛰어나다 해도 노예사냥꾼의 축적된 경험을 따라갈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잡혀서 죽나, 도망가다 죽나 매한가지였다.
“가자! 우리는 사람이야! 놈들에 잡혀 개처럼 사육되다 죽을 바에는 이대로 도망치다 죽는 게 나아!”
“그래! 가자!”
아이들은 있는 힘을 다해 산의 정점으로 올라갔다. 그 뒤를 따라 노예사냥꾼들이 사냥감을 쫓듯이 느긋하게 포위하며 움직였다. 마치 네놈들이 도망가 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듯했다.
휘이이잉! 휘이이잉!
“이런 제길!”
타지르가 욕설을 뱉었다. 하필이면 아래가 보이지 않는 끝없는 단애(斷崖)였다.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무작정 쫓기듯이 도망치다 보니 절벽이었다.
어느새 노예사냥꾼들이 절벽 주위를 포위하듯이 다가왔다. 노예사냥꾼을 이끄는 귀살도(鬼殺刀) 최상락이 아이들을 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건방진 놈들이 감히 나 귀살도를 엿먹여! 네놈들에게는 편하게 죽는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 본보기로 껍질을 벗겨주마!”
아이들이라고 해서 사정 봐주는 인물이 아니었다. 귀살도라는 별호가 말해주듯이 인간백정 중에서도 상백정이다. 그는 사람을 죽이며 쾌감을 느끼는 살인자의 본능을 지니고 있었다.
첫 살인은 어렵다. 그리고 두 번째 살인은 그보다 좀 쉽다. 세 번째가 됐을 때부터 살인은 중독이 된다. 최상락은 살인중독에 빠진 놈이었다.
타지르는 최상락을 보며 광기를 번뜩였다. 저놈이 부모를 잔인하게 죽였다. 놈은 반항하는 자를 짐승 잡듯이 패서 죽였다. 타지르는 놈의 도(刀)에 맞아 아버지의 목이 부러지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피눈물이 흐른다. 저놈에게 잡혀서 죽느니 스스로 죽는 게 나았다.
타지르가 아이들을 보며 눈빛으로 다짐을 전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귀살도는 인간백정이며, 원수였다. 원수에게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지금 이렇게 원수를 두고 무기력하게 도망칠 수밖에 없는 것이 천추의 한이다.
“네놈에게는 절대 죽지 않는다!”
타지르를 비롯한 아이들 전부가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아니? 이놈들이! 저놈들을 잡아!”
최상락은 아이들의 뜻하지 않은 행동에 상당히 놀랐다. 설마 스스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최상락에게 목숨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살기 위해서는 무슨 짓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절벽으로 뛰어내려 자살하다니 최상락은 이해하지 못했다.
“독…한 놈들! 이대로 보내지 않겠다! 어서 절벽 아래로 내려가 봐라! 아래에 물길이 흐르니 놈들이 살았을 수도 있다!”
그 순간이었다.
“어?”
최상락과 같이 온 노예사냥꾼은 총 20명이었다. 20명이나 되는 노예사냥꾼들이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정지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들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몸을 움직이려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한겨울 빙판에 올라선 것처럼 전신이 오들오들 떨리고 있었다.
단애의 반대쪽으로 돌아오는 수풀 속에서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무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단지 압도적인 살기가 사냥꾼들의 몸을 움츠려들게 만들었다. 무섭도록 강렬하고, 위압적인 기운이었다.
“이게 뭐야?”
저벅! 저벅!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수풀을 밟는 작은 발소리에 불과했지만 노예사냥꾼들에게는 천둥치듯 크게 들렸다.
곧 수풀이 좌우로 벌어지며 젊은 청년이 나타났다. 악마와 같은 살기를 뿜어낸 자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었다. 약관을 갓 넘어 보이는 모습에 최상락은 잠시 헛것을 느낀 것이라고 여겼다. 포악한 지배자의 기운은 저처럼 젊은 나이에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네놈은 누구냐? 감히 우리가 누군 줄 알고 앞을 가로막는 것이냐?”
청년은 최상락의 물음에 답하기도 전에 손가락을 튕겼다.
퍼퍽!
가볍게 손가락을 앞뒤로 움직였을 뿐인데, 노예사냥꾼 중 한 명의 머리가 박살나 버렸다. 머리통이 폭발하여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옆에 있던 노예사냥꾼들은 질겁했다.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파악되지 않았다. 눈앞에서 벌어진 현실을 믿을 수가 없는 심정이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청년의 손가락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또다시 움직였을 때 최상락의 수하들, 10명의 머리통이 박살나 버렸다. 일시에 머리를 잃은 사냥꾼들은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덜! 덜! 덜!
최상락을 비롯한 남아 있는 노예사냥꾼들은 몸을 떨었다. 살아생전 이토록 무서운 광경은 처음 보았다.
느닷없이 나타난 청년은 악마와 같았다. 사람을 파리 죽이듯이 가볍게 죽이는 자를 보고 겁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극도의 공포감이 사위를 지배했다.
저벅! 저벅!
“다…가오지 마라!”
노예사냥꾼들이 몸서리치며 외쳤다.
청년은 그들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청년의 손가락이 이번에는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어졌다.
사아아악! 쩌저적!
사람의 몸이 반으로 쪼개져 버렸다. 그것도 아주 날카로운 기운으로 잘라낸 것처럼 예리했다. 한순간에 반토막으로 갈라진 몸은 한동안 피도 흐르지 않았다. 예리한 기운으로 인해 핏물이 막혀 있었던 것이다.
씨익!
청년의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맺혔다. 사람의 머리를 터뜨리고, 몸을 반으로 가른 후에 짓는 청년의 미소는 지옥의 무저갱에서 기어 올라온 악마와 같았다.
청년의 미소를 본 최상락과 노예사냥꾼들은 경악했다. 청년은 사람이 아니라 악마였다. 사람을 망설임 없이 죽이고, 웃는 자가 과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들이 사람을 죽일 때는 몰랐지만 반대의 상황에 처하자 두려워서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오…지…마라!”
“크크크크! 크하하하하하!”
기괴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청년은 즐거워서 미치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사람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며, 청년은 희열을 맛보고 있었다.
최상락은 청년이 미친놈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친놈의 무력이 사냥꾼들의 상상을 불허하고 있었다. 꿈에서도 볼 수 없는 극강의 무력을 지녔다. 인간백정에 잔인한 심성을 가진 최상락도 두려워서 꼼짝을 못했다. 천 년을 산다는 인면지주(人面之蛛)의 거미줄에 묶여 있는 듯한 느낌이다.
“도…대체…네놈은 누구냐?”
청년은 대답 대신 다시 한 번 손가락을 내리그었다. 그러자 노예사냥꾼들이 여지없이 반으로 쪼개졌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을 때마다 노예사냥꾼들은 죽어나갔다.
청년의 지단(指斷)을 방어하기 위해 검과 도를 들어보았지만 헛된 짓이었다. 병장기가 두부가 썰리듯이 잘려 나갔고, 몸도 반토막으로 쪼개졌다.
더더더덜!
이가 저절로 떨려왔다. 수하들이 모두 죽는 동안 최상락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조차 없었다. 청년은 보통 고수가 아니었다. 의기만으로 사람을 죽이려면 무공이 극상승에 이르러야만 가능했다. 무인 중에서도 그러한 경지에 든 자는 전설로 전해지는 자들뿐이었다.
귀살도 최상락은 무림에서 일류에 속하는 무인이다. 성격이 지랄 같고, 더럽지만 실력만큼은 알아주었다. 그런데도 반항이라는 단어조차 떠올릴 수 없게 만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자가!”
왜 갑자기 나타난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보다 왜 자신들을 죽인단 말인가!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지 억울했다. 이런 곳에서 허무하고 죽고 싶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 최상락은 비굴하게 굴었다. 약자에게는 잔인하고, 강자에게는 비굴한 것이 최상락의 본성이었다.
“살…려 주십시…오!”
“크크크!”
청년은 살려달라는 최상락의 구차한 구걸에 기괴한 미소로 답해 주었다. 청년에게 최상락의 목숨은 하등의 가치도 없는 쓰레기에 불과했다.
청년은 정인군자가 아니다. 최상락과는 비교 불가능한 살인자의 기운을 타고난 폭군이었다.
“너는 껍질을 벗겨주지.”
“헛!”
최상락이 아이들에게 내뱉은 말을 그대로 전하는 청년이었다. 청년은 진정으로 최상락의 껍질을 벗기려는 듯했다.
“살…려…….”
크아아아아악!
최상락의 비명소리가 절벽주변을 메아리쳤다. 고통소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청년은 최상락의 껍질을 산 채로 벗겨내고 있었다. 가볍게 휘두르는 기운이 예리한 칼날이 되어 최상락의 피부를 벗겨내었다.
최상락은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는 고통을 생생하게 느껴야 했다. 차라리 단숨에 죽여주는 것이 그에게는 최대의 관용이지만 그조차도 그에겐 허용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