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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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5화
제2장 지옥수련 (3)
20년 후.
세월은 유수(流水)였다.
흐르는 물처럼 멈추지 않았다. 언제나 흘러 내려가 대해의 큰 기상을 담게 되어 있었다.
지금 무진에게서 어린 시절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몸 안에 서린 패도적인 기상이 하늘을 꿰뚫어 버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무진과 마혁이 수련동굴을 벗어나 공터에 마주 서 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는 적의가 가득했다. 두 사람이 내뿜는 투기에 주변의 대기마저 요동치듯이 칼바람이 불었다.
휘이이이잉! 휘이이잉!
대기마저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이들의 신위는 가히 입신의 경지를 벗어나 신선경(神仙境)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만약 이 자리에 사람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갈가리 찢겨 쓸모없는 고깃덩어리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20년이 흘렀음에도 변화가 없는 마혁의 입가에서 작은 미소가 번졌다. 그는 제자의 성취에 만족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눈에 서린 패기는 결코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내비추었다. 그 누가 되든 부숴버릴 있는 강자의 여유가 묻어나왔다.
“좋구나.”
“끝까지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투선문의 문주가 되기 위한 시험은 단 한 가지다. 그것은 바로 나를 이기는 것이다. 왜 내가 너를 키웠는 줄 아느냐?”
“적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투선문의 비기를 물려받지 않는 이상 보통의 무인들은 나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나는 무료한 삶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언제부터인가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나와 대등한 힘을 발휘하는 존재다. 그래서 나는 네게 나의 모든 것을 전수했다. 오늘에서야 비로소 대적할 상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에 나는 만족한다.”
무진은 사부의 거침없고, 지존광대한 성정을 인정했다. 투선문의 비기와 강함을 배우는 순간부터 세상은 이미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의 모든 무인과 홀로 대적한다 해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과 힘을 갖추게 되었다.
“5년 전이었다면 사부는 승부에서 이길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천하최강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사부라고 해도 나의 적수는 될 수 없습니다.”
무진은 지난날 마혁의 광오함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지존광대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만한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이는 사부를 뛰어넘는 자신감이었다.
“크하하하하! 좋구나! 좋아! 그래야지! 투선문의 절기를 이어받은 녀석이 이 정도의 오만도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마혁의 입가가 점점 미소로 번져갔다. 그는 진정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 발현한 무형지기(無形之氣)를 제자는 간단하게 맞받아쳐서 와해시켰다. 놀랍도록 무섭게 발전한 무진이었다. 과거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혁은 투선문의 모든 수련을 마친 무진에게 10년의 시간을 더 주었다. 그 시간 동안 홀로 수련을 하라는 뜻이었다. 얼마만큼 강해졌는지는 10년 후에 확인하겠다고 했었다.
“큭! 오만이라, 나는 오만 따위는 가져본 적 없습니다. 그저 내 힘을 믿기에 하는 말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부는 아직도 저의 본 모습을 모르고 있습니다.”
“어디 그 모습을 보자꾸나! 만일 내가 원하던 수준이 아니라면 너는 오늘 죽는다. 그렇게 되면 나는 또다시 제자를 찾아야 한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제가 지는 일은 하늘이 갈라지지 않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사부는 오늘 투선문 역사상 최강의 무인을 보게 될 것입니다.”
“나는 한 번도 내 말을 어긴 적이 없다.”
“지금의 나는 어린 시절의 나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나는 내가 한 말을 반드시 실현할 것입니다.”
“그럼 어디 보자꾸나! 네 야망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보여라!”
“후회하실 겁니다.”
사제간의 오붓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그들은 생사대적을 만난 것처럼 격렬한 투기를 발산했다. 투기는 주변의 환경마저 얼어붙게 만들었고 대기는 나선의 회오리가 되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폭풍이 압축되었다가 밖으로 튕겨 나가자 천지사방의 지형이 변화를 일으켰다.
우우우우웅!
화산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둘의 기류가 점점 더 상승하며 영역 간의 부딪침이 나타났다. 대기와 대기가 맞부딪쳐 시끄러운 소리를 내었다. 마치 칼을 맞대고 대결하는 듯한 파공성이 퍼져 나갔다.
기운을 외부로 발현하여 자연의 기운마저 수족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자연지경(自然之境)의 경지에 올라선 자들만이 내뿜을 있을 무형지기였다. 수십 개에 달하는 나선의 회오리가 서로의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해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저벅!
무진이 먼저 한 걸음 내디뎠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사제간에 치열한 생사투가 벌어졌다. 이들의 사제지정은 여타의 무인들이 생각하는 상식을 한참 벗어났다. 최선을 당해 적을 죽이는 것만이 예의였다. 관용은 서로를 모욕할 뿐이다.
무진의 한 걸음은 공간을 갈랐다. 대기가 마치 좌우로 벌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무진의 신형은 바람보다 빨랐다. 바람이 좌우로 갈라지며 무진의 신형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쌔애앵!
신형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을 때 이미 마혁의 면전에 다가왔다. 무진의 강권(强拳)이 뻗어 나갔다. 일직선으로 뻗어 나간 강권은 군더더기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빠른 최단의 거리였다.
공간을 무시하고 간격을 파고들어 지축을 흔들었다. 말아 쥔 주먹에 서린 힘이 본신의 내력과 더불어 압축된 바람까지 품고 있었다. 주변의 기운이 순식간에 모조리 다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그 짧은 사이에 이만한 힘의 응축이 가능한 자는 현 세상에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타아아앙!
우우우우우웅! 파파파팟!
무진은 허초를 사용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힘과 속도의 차이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했다. 하지만 상대는 오늘날의 무진을 탄생시킨 마혁이었다. 그런 수법에 당할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
마혁이 정면으로 날아오는 강권을 왼팔로 쳐내면서 무진의 가슴 안으로 방향을 틀었다. 무진이 날린 강권의 여파는 굉장했다. 무진과 마혁의 경우 수라혼원심공을 운용하여 생겨난 수라탄강기를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수라탄강기는 강기(剛氣)를 뛰어넘는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충격이 좌우로 번져가자 대지가 폭발하며 천지 사방으로 분산되었다. 반경 20장이 초토화되어 버린 것이다. 직접적인 공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가 버렸다. 시작부터 살초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진의 강권을 차력미기(借力彌氣)의 수법으로 되받아친 마혁의 강권은 무진의 무형보(無形步)에 의해서 막혔다. 마혁의 강권은 무진의 환영을 꿰뚫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대결은 그 한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너무 빠른 나머지 둘 사이의 공간은 무동(無動)처럼 보였다. 극에 달한 쾌(快)는 극에 달한 둔(鈍)과 같음을 보여주었다.
파파파파파팟! 쿠과과과과꽝!
귀를 찢을 듯한 파공성만 시끄럽게 울렸다. 마혁이 날아오르는 무진의 발을 잡고, 앞으로 내리찍어 버렸다. 균형을 잃어버린 무진의 신형이 좌우로 요동치듯이 흔들거렸다.
타아아앙!
쇠를 부숴버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메마른 바닥처럼 지면이 갈라지며 움푹 들어갔다.
무진은 지면에 부딪치는 순간에 잡힌 왼발을 축으로 삼아서 오른발로 마혁의 머리를 가격했다. 마혁은 공격을 받는 순간에도 힘을 풀지 않고 바닥에 내리찍었다.
둘 다 적의 말살(抹殺) 이외에는 생각하지 않는 광폭한 공격이었다. 적을 죽일 수만 있다면 작은 타격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광포함과 저돌성, 적극성, 잔인성을 전부 갖춘 공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살천마해(殺天魔解)-일격살(一擊殺).
무진의 권격에서 무섭도록 강력한 기운이 형성되어 뻗어 나갔다. 일격에 태산도 뚫어버릴 수 있는 위력이었다. 응축된 수라탄강기가 작은 점을 향해 뻗어 나간다. 타격점은 작을수록 위력적이다. 무진의 권력은 타격점 자체가 보이지 않을 지경까지 왔다. 미세한 점에 극도로 압축한 것이다. 위력은 금강석을 뚫어버리고도 남을 것이다.
-살천마해(殺天魔解)-섬광살(閃光殺).
마혁도 살천마해의 절기를 뿌렸다. 제자의 성취를 봐주는 사부로서의 아량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적을 죽이기 위한 투신의 모습이었다.
서로 간의 살격(殺擊)이 공간을 갈랐다. 일격살과 섬광살이 작은 타격점에서 부딪쳤다. 천지를 진동하는 강력한 힘의 여파가 주변을 어지럽혔다.
인간의 대결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천신과 마신이 지상에 강림하여 치열한 대결을 벌이는 것처럼 보였다.
반경 50장이 초토화되고 있었다. 능선 자체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권과 권이 부딪칠 때 발생한 수라탄강기와 수라탄강기가 충돌한 결과였다.
절기가 펼쳐지고 난 후 근접거리로 다가가 박투를 벌였다.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곳이 강력한 힘을 동반한 무기였다. 전신을 수백만 번 이상 단련한 무진과 마혁이다. 오랜 수련으로 인해 형(形)을 동반한 투로(鬪路)는 사라졌다. 뻗어 나간 궤적이 가장 최적화된 투로일 뿐이었다.
초근접전에서도 힘의 여파는 줄어들지 않았다. 작은 거리에서 극강의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두 사제에게 거리는 무해한 존재였다. 힘을 싣는 데 거리 따위는 불필요했다.
터어엉!
부딪치기가 무섭게 서로 튕겨 나갔다.
주먹과 주먹이 부딪친 두 사제가 거리를 벌렸다. 무진의 신형이 변형을 일으켰다. 좌에서 우로 움직이자 여러 명의 무진이 형성되었다. 무려 36명의 무진이었다. 어느 것이 무진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36명 모두가 무진이었다.
“이놈! 그새 36분형술을 터득했구나!”
무형보가 극의에 이를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마혁은 제자의 성취를 만족한 듯이 바라보았다. 그는 즐거워서 미칠 것 같았다. 마혁의 생애 오늘처럼 긴장되고, 격렬한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여인과의 관계에서 사정하기 일보직전과 같았다.
희열로 가득 찬 마혁의 눈빛이 살광(殺光)을 번쩍였다. 다 자란 먹이를 향해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멀었다!”
마혁의 몸도 늘어났다. 무진과 같이 36개의 몸으로 늘어난 것이다.
마혁의 입가에 번지는 미소가 더욱더 짙어졌다. 36개로 늘어난 마혁의 몸에서 다시 또 4명이 더 늘었다. 무진보다 훨씬 많은 숫자였다. 36명 대 40명의 대결이었다. 대결에서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투선문의 역사상 36분형술 뛰어넘는 실력을 가진 자는 마혁뿐이었다.
늘어난 분신들 모두 실제였다. 모두가 같은 위력을 보이며, 치열한 대결을 벌였다. 허공과 지상에서 동 시간 때에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마치 여러 명이 대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위력이 같다면 수가 많은 쪽이 이기기 마련이다. 수적인 열세로 인해 막다른 지점까지 밀리게 된 무진이었다.
“이제 끝이닷!”
-살천마해(殺天魔解)-무혼살(無魂殺).
마혁은 적의 혼(魂)을 무(無)로 돌려버리는 잔혹한 수법을 망설임 사용하였다. 제자가 죽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는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가차 없는 무서운 살수(殺手)가 펼쳐졌다. 고양이가 쥐를 몰듯이 구석으로 몰아세웠기에 무진은 피할 공간이 없어 보였다.
‘응?’
“이놈이!”
피할 수 없는 사지(死地)의 영역에 들어온 놈치고는 무척이나 무덤덤한 눈빛이었다. 무진의 눈빛은 마치 그 정도의 실력으로 자신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처럼 보였다.
“사부는 아직 저의 실체를 모릅니다. 상대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입니다.”
“닥쳐랏!”
마혁의 심기가 무척이나 격렬하게 요동쳤다. 제자의 오만함을 더 이상 받아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오만은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강자는 마혁이었다.
슈우우웅! 쿠과과과광!
마혁의 무혼살이 무진의 신형을 격살했다. 그런데…….
“아니! 이럴 수가!”
마혁의 눈빛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크게 흔들렸다. 무진이 마혁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상대의 시야에서 느낄 새도 없이 벗어났다는 것이 뜻하는 바는 한 가지였다.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현격한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
마혁은 인정할 수 없었다. 투선문의 모든 절기를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그렇다면 무진은 마혁보다 두세 배의 진전을 보았다는 것이 아닌가!
마혁이 뒤돌아보았다. 그곳에는 72명이나 되는 무진이 존재했다. 36분형술을 한참이나 능가하는 72분형술이었다. 무진은 한계를 뛰어넘어 무극(無極)의 경지에 달한 보법을 선보였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 이상도 가능했다.
“놀…랍구나!”
40분형술을 이룬 마혁보다 더한 성취였다. 과연 투선문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6대 문주와 같은 투신지체를 타고난 녀석다웠다.
승기를 잡은 무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망설임은 주저함을 보이게 되고, 실수를 낳는다. 이길 수 있을 때 머뭇거리는 자는 절대 승자가 될 수 없다. 그것이 투선문의 가르침이다. 무진의 가차 없는 손속이 작렬했다.
파아아앙!
“크윽!”
무진의 권격이 마혁의 심장을 노렸다. 심장을 향해 뻗어 나간 권격은 무서운 위력을 보였다. 그 어떤 공격에도 끄덕하지 않을 것 같은 마혁의 단단한 신체를 꿰뚫어 버렸다.
응축된 수라탄강기는 마혁의 심장을 박살내었다. 신음성이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마지막 일격을 받은 마혁의 눈빛은 고요하게 변해갔다.
무진의 실력이 마혁을 한참이나 넘어섰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관마혁 자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무진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오히려 홀가분한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그는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내…가 졌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너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
“세상을 제 발 앞에 무릎 꿇게 만들 겁니다.”
“그래야지, 그럼 이만 나의 힘을 가져가거라.”
투선문의 문주가 역대로 가장 강한 이유는 제자가 스승을 이겨, 스승의 힘을 흡수하기 때문이었다. 수라혼원심공을 익힌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성질이었다. 내공의 성질이 서로 같고, 변하지 않는다. 또한 그 힘은 서로 합쳐져서 일취월장으로 강력해지는 성질이 있었다. 투선문의 문주가 한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무진은 마혁의 뜻대로 수라혼원심공을 운용하여 모든 것을 흡수했다.
우우우웅!
마혁의 전력이 삽시간에 무진에게 흡수되었다. 그러자 마혁의 몸은 힘을 잃고, 죽어가게 되었다. 마혁은 죽은 자의 눈빛답지 않게 편안했다. 제자의 성취에 만족하는 듯했다. 그는 죽음에 연연하지 않았다. 무진보다 강했다면 반대의 상황이 됐을 것이다.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진리라 믿었다.
휘이이잉!
모든 것을 얻은 무진과 모든 것을 준 마혁.
마혁의 신형은 한 줌의 먼지가 되어서 바람에 휩쓸려 날아갔다. 홀로 남겨진 무진은 사부의 흩어진 유해를 무심히 바라보았다. 사부의 모습은 하나도 남지 않고, 무진의 것이 되어 있었다.
“사부! 당신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주르륵!
무진의 눈동자에 한 방울의 눈물이 형성되어 떨어졌다. 부모님이 죽을 때를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무진이었다.
“이번이 마지막 눈물이다. 다시는 어느 누구를 위해서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 나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에게 나는 악의 화신이 되어 모든 것을 불사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