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86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86화
서로 농담 따먹기를 하듯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그와 그녀의 검이 서로 충돌할 때마다 10미터 이상 거리가 떨어진 이곳에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잔잔한 충격파가 일렁거렸다.
두 사람이 휘두르는 검에 담긴 힘이 보통이 아니라는 증거다.
이제는 제법 성장하여 키도 크고 얼굴도 미남형으로 바뀐 루시안이 셀린의 검을 받아쳐 내고 재빨리 마법을 영창한다.
“마나의 힘으로, 적을 꿰뚫는 얼음의 화살을 쏘아라! 아이스 애로!”
눈 깜짝할 사이에 발현된 루시안의 아이스 애로가 셀린을 향해 쇄도했다.
한두 개도 아니고 무려 5개가 넘는 숫자의 아이스 애로다. 빠른 영창에 못지않게 위협적인 일격이었지만, 셀린은 ‘흥!’ 하고 가볍게 콧방귀를
뀌면서 검을 휘둘렀다.
파창!
5개의 아이스 애로가 허무하게 산산조각 났다.
자신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 모습에 루시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급 마법으로는 부족하겠네.”
“그야 물론이지. 내 힘을 견딜 수 있으려면 최소 중급 이상의 마법은 사용해야 할 거야.”
꼬마 여자아이에서 어엿한 소녀로 성장한 셀린은 자신의 검을 가볍게 휘두르면서 루시안에게 말했다.
아무리 하급 마법이라 하더라도, 발현된 마법을 깨부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간단한 휘두름 한 번으로 전부 깨부숴 버리고 한다는 말이
저거다.
루시안 역시 셀린의 발언에 고개를 내저었다.
“진짜 괴물이라니까.”
“뭐어! 누가 누구보고 괴물이래!”
“힘으로 마법을 파훼시키는 여자애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는 않은데.”
“이게 진짜!”
성난 얼굴로 셀린이 검을 다잡고 루시안에게 쇄도했다. 그런데 그 속도가 범상치 않다. 마치 오러를 끌어올린 것처럼 순식간에 루시안의 앞에 당도한
셀린은 매섭게 검을 휘둘렀다.
셀린의 빠른 일격에 루시안은 인상을 굳혔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영창을 외우는 데 성공한 것인지, 루시안의 입에서 마법 발현의 단어들이 연이어 튀어나왔다.
“헤이스트, 스트렝스, 더블 스택(이중첩)!”
루시안의 몸이 가속했다.
자신에게로 휘둘러지는 셀린의 검에 맞서, 루시안 역시 검을 휘둘렀다.
검과 검이 부딪혀, 따앙! 하는 큰 울림이 연무장에 울려 퍼졌지만 내 뒤로는 소리의 충격파가 미치지 않았다.
‘역시 사일런스 마법이 적용되어 있구나.’
일정 범위 이상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해 주는 사일런스 마법이 걸려 있는 모양이다.
성장에 따라 실력이 증진되고, 점점 더 과격한 대련을 하게 된 이후 계속되는 충격파에 길드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자 나와 루시안이
최우선적으로 습득하게 된 중급 마법이었다.
우리들이 오러와 마나를 이끌어 낸 대련을 할 때는 사일런스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4년 전부터 길드 연무장이 조용해진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자, 그럼.’
대련에 한참 불붙은 저 두 친구가 언제 대련을 끝마칠지 느긋하게 구경하기로 하고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팽팽한 힘겨루기 싸움에서 이긴 쪽은 당연히 셀린이었다.
루시안은 나름 필사적으로 셀린의 힘에 저항한 모양이었지만, 셀린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무거운 공격이 아니었다는 듯, 루시안을 간단히 밀어냈다.
‘셀린, 저번에 봤을 때보다 기운을 사용하는 게 능숙해졌는걸?’
이전에는 셀린을 광전사로 만들고, 그 이후에는 그녀를 희대의 괴력녀로 만들어 버린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을 셀린은 결국 제어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제 셀린은 평상시에는 여느 소녀들과 다를 바 없는 연약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약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힘을 그만큼 정밀하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녀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자신에게 주어진 기운을 통제하여 오러를 사용하는 검사 못지않은, 그런 강한 검사가 되기 위해 셀린은 나와 루시안을 매일같이 졸라 검술에 매진했고
드디어 그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의 셀린은 기운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이용함으로써, 오러 유저의 검사들과 대결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애당초 평범했던 셀린을 오러 익스퍼트 실력자만큼의 괴력을 내뿜게 해 준 막강한 힘이다.
제대로 통제하기 시작하자 그 기운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진짜 괴력은 그야말로 트롤을 통째로 집어 던질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이었다.
최근엔 셀린이 기운을 또 다른 방법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내서, 신체의 순발력을 강화시키고 일시적으로 신체의 방어력을 상승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모양이다.
그야말로 셀린만의 방식의 새로운 오러를 가지게 된 것과 다름없다.
“하앗!”
“윽!”
루시안의 재빠른 공격에, 셀린이 살짝 주춤하며 루시안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아, 저 부분은 아직이구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셀린이지만 저렇게 순간적으로 빠르게 휘둘러지는 공격에는 다소 대처가 약하다.
셀린이 기운을 통제하면서 오러와 비슷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이나, 그 기운이 오러와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기에 일어나는 문제였다.
이전에 지적했었던 것처럼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은 오러의 일부 능력을 대체하고, 진짜 오러보다 더 강한 힘을 부여해 주기는 한다.
그러나 오러처럼 사용자의 체력과 감각까지 강화시켜 주지는 않는다.
또한 오러처럼 기척을 차단하거나, 오러를 검에 씌워 절삭력을 높이는 오러 소드와 같은 기술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셀린은 체력문제와 반응속도, 그리고 상대방의 공격을 감지할 수 있는 감각 면에 대해서는 순전히 자신만의 노력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했다.
근력이야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이 있어 충분하니, 체력과 지구력을 키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감각을 예민하게 키우기 위해 명상과 함께 많은
실전 경험을 쌓아 왔다.
덕분에 지금은 또래의 소녀들 중에서도 발군의 몸매를 자랑하고 있…… 크흠, 그게 아니라, 뛰어난 체력과 좋은 감각을 갖추게 되었다.
“하앗!”
다시 한 번 자세를 가다듬은 셀린이 작정하고 루시안에게 일격을 휘둘렀다.
상당한 힘이 실린 셀린의 검을 본 루시안이 얼굴을 굳히며 셀린의 검을 방어하는 것을 포기하고 빠르게 회피했다.
하긴, 셀린의 힘이 제대로 실린 검을 루시안이 막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나조차도 셀린과 정면으로 힘겨루기를 하려면 오러를 작정하고 끌어올려야 하니까 말이다.
참고로 지금 셀린이 사용하고 있는 검은 대련용으로 사용하는 검이다.
진짜 셀린이 실전에서 사용하는 검은, 겉으로 보기엔 일반적인 검처럼 보여도 특수 제작을 통해 그 무게만 약 20킬로그램에 달하는 괴물 같은
무기다.
오러로 절삭력을 부여할 수 없는 단점을 보안하기 위해 무거운 무기를 선택한, 무지막지한 괴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셀린만의 방법이었다.
그 검으로 루시안을 상대했다면, 루시안은 검을 맞대는 것조차 불가능했겠지.
‘그렇지만 힘에서는 밀린다고 해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셀린의 괴력에 질겁하면서도, 루시안은 작게 심호흡을 하면서 숨을 골랐다.
“마나의 힘으로, 적을 불태우는 화염이 되어라. 파이어 볼트.”
속삭이듯 중얼거린 영창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뒤로 총 4개에 달하는 불타는 화염의 구체가 생성되었다.
‘루시안도 마법을 다루는 것이 한층 더 능숙해졌는걸.’
하급 마법이기 때문에 마법 발현에 필요한 상상이 간단하고, 영창이 쉽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저렇게 순식간에 다수의 하급 마법을 동시에 발현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거기에 더해 루시안은 자신이 발현시킨 파이어 볼트를 완전히 자신의 통제하에 두고 있다.
무슨 뜻이냐면, 허공에 띄운 상태로 마법을 유지시키다가 원하는 타이밍에 마법을 쏘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루시안이 마법과 검술을 조합시킨 천재라는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다.
검술 실력 자체도 어릴 때부터 출중했지만, 마법을 통한 신체 강화 중첩으로 오러에 못지않은 신체 강화를 이끌어내고, 마법을 미리 발현시켜 허공에
고정시켜 놨다가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 의지만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마법사가 직접 검을 뽑아 들고 전투에 임하는 것만으로도 어이가 없는데, 그런 마법사가 어지간한 검사를 뛰어넘는 검술을
구사하는데다, 미리 생성해 놓은 마법이 불시에 날아오니 흡사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기분이 들게 된다.
물론 저 마법중첩은 신체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에 나름대로 위험도 따르고 횟수도 제한되지만, 마법사가 단신으로 검사와
맞붙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니 그만한 위험은 감수해야겠지.
‘구경 중에 제일인 것이 싸움 구경이라더니, 맞는 말이네.’
당사자들이야 대련이 격해지면 격해질수록 힘들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다음은 무슨 수가 나올까, 어떤 방법으로 저것을 막을까 흥미진진하게
구경할 수 있으니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이거, 팝콘이 없는 게 정말 아쉬운걸.
잠시간의 대치 이후, 루시안과 셀린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셀린이 휘두르는 검을 루시안이 검술의 요령으로 힘으로 받아치는 것이 아니라, 힘을 흘리는 방식으로 반격하였다.
힘과 스피드 쪽은 셀린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역시 검술의 기교는 루시안 쪽이 훨씬 정교하다.
‘칫.’ 하고, 셀린은 빗나간 검을 회수한다.
하지만 그 타이밍을 쉽게 놓칠 루시안이 아니다. 루시안의 몸이 살짝 움찔하더니, 그의 등 뒤에 있던 파이어 볼트 중에 하나가 셀린을 향해
날아갔다.
“……!”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파이어 볼트를 바라보며, 셀린이 황급히 몸을 뒤로 이동시켰다. 검으로 반격하기에는 자세가 어정쩡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겠지.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루시안에게는 공격의 틈이 생긴 것이다.
빗나간 파이어 볼트는 허공에서 발현을 해제하고―당연한 말이겠지만, 빗나간 파이어 볼트가 불이라도 일으키면 큰일이 나기 때문이다.― 루시안은 다른
하나의 파이어 볼트를 이끌면서 셀린에게 검을 휘둘렀다.
검을 회피하거나 받아치면 이어서 파이어 볼트로 추가타를 먹이려는 시간차 공격이다.
보통의 검사라면 본 적 없는 공격 패턴에 당황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유효타를 먹겠지만, 셀린은 그동안 수없이 루시안과 대련을 해 온
소녀다.
전혀 당황하거나 허둥대는 일 없이 셀린은 자신의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윽!”
휘오오, 하면서 강하게 휘둘러진 셀린의 검에 의해 작게 풍압이 발생하면서 루시안의 머리칼을 흩트렸다.
그 과정에서 루시안은 공격 타이밍을 놓치고 약간 주춤했다. 설마 셀린이 이렇게 무작정 검을 휘두를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 틈을 노려 셀린은 상체를 뒤로 쭉 잡아당기듯이 이동시키고 검을 강하게 내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