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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85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6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85화

“어…… 어? 그, 그래. 잘 가라.”

성문을 지키는 기사와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내 모습에, 얼이 빠진 두 행상인을 뒤로하고 나는 수도 라티움으로 입성하였다.

발달된 오러로 인해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두 행상인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지만, 간만에 집으로 돌아온 만큼 빨리 가서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기에 나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저 아이인가? 열여섯 살의 나이로 B급의 모험자가 되었다고 하는 ‘은빛 검사’가 말이야.”

“세상에 그 ‘은빛 검사’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오늘 주점에서의 술값은 굳었군.”

 

 

***

 

 

‘그나저나 벌써 5년인가?’

킹 스네이크 토벌.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행상인 아저씨들이 이야기를 꺼낸 덕분에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 두 번 있다고 하면, 고블린 사건 때와 킹 스네이크 사건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겠지.

어째 전부 몬스터에 의해서 바뀐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진짜 몬스터랑은 원수지간인가?’

에이, 설마…….

의뢰를 나갈 때마다 몬스터랑 묘하게 계속 엮인다거나, 마주칠 리 없는 장소에서 느닷없이 마주친다거나 하더라도 원수지간까지는 아니겠지.

우연일 것이다. 아마도 말이다.

어쨌든 간만에 돌아온 라티움은, 5년 전과 이곳에 처음 왔을 때와 비교했을 때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하긴 도시 풍경이 그리 쉽게 바뀔 리는 없을 테니 당연한 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세룬 도시와 전혀 다른 풍경과 어마어마한 도시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구경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져서 이곳으로 돌아오면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함을 느낄 정도가 되었다.

얼마간을 그렇게 걷고 있으려니, 커다란 건물이 눈에 띈다.

그 정겨운 풍경에 작게 미소 지으며 나는 모험자 길드의 정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어라?”

집으로 돌아온 기쁨에 문을 열어젖힌 것도 잠시, 나는 문을 연 것과 동시에 이쪽으로 집중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야 했다.

‘아차, 일하는 시간이지…….’

뒤늦게 이 시간이 길드에서는 한창 바쁠 시간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변방의 모험자 길드 지부들은 이 시간쯤 되면 점심시간이라고 일찍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그것에 익숙해져 길드 본부는 점심시간이 짧다는 것을 까먹은

탓이었다.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기묘해졌다.

손님이나, 외부 사람이 길드로 들어오면서 보통 ‘다녀왔습니다.’ 등의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길드원이라는

뜻이다.

내 얼굴을 한 번, 또 내 머리카락 색을 한 번 확인한 그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은빛 검사?”

“뭣, 정말로 그 은빛 검사인 건가?”

“하지만 어린데?”

“바보, 은빛 검사는 이제 겨우 열여섯 살이야!”

‘아아…… 그러고 보니 로브 벗고 있었지.’

어쩐지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계속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며 수군수군거리고 있는 것 같더라니, 검문소에서부터 로브를 벗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은발은 눈에 확 띈다.

은빛 검사라는 별명 자체가 내 머리카락 색을 따서 지어진 별명인 만큼 내 머리카락이 곧 신분증이라는 기사 자펠 남작님의 말은 거의 사실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은빛 검사인지 아직은 긴가민가하고, 설령 은빛 검사가 맞다고 하더라도 길드로 복귀한 길드원을 방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내가

걷기 시작하자 작은 모세의 기적처럼 사람들이 좌우로 비켜서면서 내게 길을 터 주었다.

‘음.’

갑자기 사람들 하니까 어렸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이 많은 인파를 몸으로 뚫고 카운터로 갔었지. 여러모로 어렸을 때와 달라진 지금 모습에

묘한 기분이 든다.

복귀를 알리기 위해 카운터에 도착하자 익숙한 얼굴의 젊은 여성이 빙그레 웃으며 나를 맞이해 주었다.

“아넬, 오랜만이야. 잘 다녀왔니?”

“네, 신디 누나. 다녀왔습니다.”

참고로 눈앞의 이 여성, 갈색의 웨이브 머리를 가진 귀여운 인상의 누나는 3년 전에 새롭게 길드 카운터를 담당하게 된 신디라는 이름의 누나다.

이전에는 에밀리 누나가 맡고 있던 자리였지만, 그녀는 이제 길드에 없다.

딱히 사고가 생겨서 길드를 탈퇴한 것은 아니고, 결혼을 하게 되어 다른 도시로 떠났다.

처음에 에밀리 누나가 결혼한다는 말에는 다소 깜짝 놀랐지만, 에밀리 누나의 나이를 생각하면 상당히 늦은 감이 있었던 차라 결혼을 축하해 주었던

것이 떠오른다.

상대방은 에밀리 누나가 이사를 간 도시에서 꽤나 잘나가는 상인이라고 들었다. 일과 관련해서 수도에 들른 김에 길드 본부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왔다가 카운터에 있는 에밀리 누나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나 뭐라나?

당시에 나는 한참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왕국 전역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던 때라 그 소식을 에밀리 누나 결혼식 바로 전에야 들을 수 있었지만,

한눈에 반해 버린 그 상인 남자가 꽤 엄청난 구애를 에밀리 누나에게 퍼부었다는 모양이다.

얼굴도 꽤나 반반하고, 집안도 나름 빵빵한지라 결국 에밀리 누나는 끝없는 구애에 항복하고 남성의 청혼을 받아들였으며, 이후 길드에는 정식으로

탈퇴 요청을 하고 남성과 함께 떠났다는 것 같다.

간간이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벌써 아이도 낳아 기르며 행복하게 살고 있단다.

어쨌든 에밀리 누나가 카운터를 비우면서 그 자리를 신디 누나가 채우게 된 것이다.

나긋나긋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성격이었던 에밀리 누나와는 좀 다르게, 귀엽고 순둥순둥하면서도 어딘가 살짝 불안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특징인

귀여운 아가씨다.

“마스터에게 복귀했다고 보고해 줄까?”

“네, 부탁드려요. 어차피 지금은 한창 바쁠 때니까 만날 수도 없겠죠.”

“그래. 일단은 올라가서 쉬고 있어. 복귀 관련 보고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귀엽게 미소 지으며, 신디 누나는 자신의 동생을 대하듯 ‘피곤하지? 어서 쉬어.’라며 나를 재촉했다.

사실 복귀했다고 하더라도 ‘다녀왔습니다!’ 한마디만 하고 쉴 수는 없다. 신디 누나 말처럼 복귀 관련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의뢰를 해결하는 동안 있었던 일, 특이 사항 등을 서류에 적은 뒤에 제출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누나의 호의를 받아들여 일단은 좀 쉬기로

결정하였다.

솔직히 이번 여행은 다른 때보다도 더 힘들었다.

의뢰를 받고 출발해서 목적지에 도착한 후 사방에 흩어져 있는 몬스터를 처리하고 다시 시체를 수습해 맡긴 뒤에 복귀하기까지. 얼추 반년이 넘게

걸린 셈이니 지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땅덩어리가 큰 것도 문제야.’

한번 이동하려면 한두 달을 기본으로 잡는 판국이고, 다른 나라에 가려면 기본으로 왕복 반년이다. 이럴 때면 자동차와 기차가 있던 전생의 시절이

그리워진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복도의 맨 끝, 나와 루시안이 5년 전에 배정받았던 그 방으로 들어갔다.

“루시안, 나 왔어……는, 있을 리가 없나.”

이젠 제2의 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익숙한 방의 모습이다.

개인의 방이라기보단 호텔 방을 떠올리게 하는 그 구조는 여전하지만, 5년의 시간 동안 이것저것 개인 물품이 많이 늘어났다. 그래 봤자 전부

여행이나 모험자와 관련된 물품들일 뿐이지만 말이다.

나보다도 루시안과 셀린이 먼저 복귀했다고 들어서 혹시나 방에 있나 싶었지만, 역시나 루시안은 방 안에 없었다.

아마 셀린의 방을 찾아가도 셀린 역시 방에 없을 것이다.

‘갈 만한 곳은 뒤뜰의 연무장인가.’

이제는 방에서 뒹굴거리는 것보다, 시간만 있으면 대련을 훨씬 더 즐기는 두 사람이다. 아마 지금도 뒤뜰에서 둘이 함께 개인 수련을 하고 있거나

대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어떻게 한담.’

눈앞에 뽀송뽀송한 침대를 보고 있자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엎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반년 만에 돌아왔고, 모처럼 루시안과 셀린 모두 한자리에 모였는데 인사하러 가지 않고 냅다 퍼질러 자는 것도 좀 그랬다. 분명 나중에

내게 찾아와서 ‘친구끼리 매정하게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매섭게 질타를 받겠지.

잠깐의 고민 이후,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침대의 유혹을 떨치고 다시 방을 나섰다.

인사하고 얼굴만 본 뒤에 어서 와서 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길드의 연무장으로 향했다.

 

 

 

 

재회(2)

 

 

 

 

길드의 연무장은 조용하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은 신성이라고 불리는 이들 중 두 명만 뭉치면 하루 종일 목검이 휘둘러지는 소리, 그리고 목검이 부닥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던 곳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길드 연무장은 더 이상 그런 소리가 나지 않게 되었다.

길드원들이 쏟아지는 의뢰량으로 상당히 바빠졌기 때문에 뭉칠 기회가 많이 없어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신성들의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면서 여러모로 골치 아픈 점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완전히 외부와 격리되거나 멀리 떨어진 환경이라면 모를까, 길드의 연무장은 길드 본부로부터 고작해야 15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목검을 휘두르고, 부닥치다 보면 길드 내부에도 그 소음이 전달된다.

물론 가볍게 투닥거리는 정도는 소음 축에도 못 끼는 곳이긴 하지만, 목검을 휘두르는 사람이 오러 유저 이상의 검사라고 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특히 일반 대련도 아니고 오러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검술로 대련을 펼치게 되면 부닥치는 힘에 따라 그 소음이 한없이 커진다.

그리고 그 소음은 고스란히 길드 본부에도 전해져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준다.

방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소음 공해를 일으키고,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신경을 쓰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실력이 상승한 신성들은 대련 때마다 발생되는 소음 때문에 마음 놓고 검을 휘두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신성 중 두 명이 중급에 해당되는 마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길드 연무장은 조용해졌다.

매일 들리던 목검 소리가 어느 날을 기점으로 전혀 들리지 않자, 일부 사람들은 ‘이젠 아무도 개인 수련을 하지 않나?’ 하고 고개를 갸웃했을 정도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길드 연무장은 침묵을 지키게 된 이후로 그 어느 때보다 살벌한 대련이 이어지고 있었다.

바로 눈앞의 광경처럼 말이다.

“후우……! 여전히 엄청난 파워인걸, 셀린.”

“이젠 컵을 깨뜨리던 시절의 내가 아니니까. 각오해! 오늘이야말로 반드시 때려눕혀 줄게!”

“네 검에 맞으면 눕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텐데?”

“어차피 죽이지만 않으면 힐링 마법으로 회복할 수 있잖아? 네가 쉽게 당할 리도 없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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