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77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77화
“조심해, 아넬!”
캬악!
거기에 자신의 몸체가 공격받자 킹 스네이크가 나를 공격목표로 삼은 것인지 휙 돌아보더니 몸통을 거세게 휘둘렀다.
‘으익!’
괴상한 소리를 속으로 내지르며, 나는 바닥에 거의 드러눕듯이 엎어졌다.
조금의 차이로 내 머리 위에 후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킹 스네이크의 몸체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내 등 뒤에 있던 나무가 콰드득 하는
소리를 내더니, 반쯤 꺾인 상태로 기울어지는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허어.”
맞았다가는 오러고 나발이고 그대로 뭉개질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셀린에게 목숨의 위협을 느꼈을 때의 감각을 느껴 본능적으로 몸을 눕힌 것이었는데 어정쩡하게 회피하지 않고 엎어진 것이 정답이었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뱀 피부가 저렇게 단단해?’
조금 전에 킹 스네이크의 몸체를 내려쳤을 때 되돌아왔던 반응을 떠올리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상 현상 몬스터들은 일반 몬스터보다 훨씬 강화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 때문에 킹 스네이크 역시 강화된 피부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아예 공격 자체가 씨알도 먹히지 않을 정도로 피부가 단단할
줄은 몰랐다.
저 정도의 강도라면 강철과 맞먹을지도 모르겠다. 오러 익스퍼트의 검사가 사용하는 오러 소드가 아니면 뚫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 아쉽게도
알렉스 형은 오러 유저 상급, 나는 중하급 정도의 실력이다.
둘 다 오러 소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오러 소드가 아니면 비늘을 뚫지 못하겠는데.”
내가 과감히 킹 스네이크에게 공격을 시도했다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지켜본 알렉스 형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인상을
찌푸렸다.
“노릴 수 있는 것은 급소뿐인가.”
“급소라면 눈이나 입 같은 곳 말인가요?”
몸 전체가 저 검고 단단한 비늘로 보호를 받고 있으니, 비늘로 보호받지 않는 유일한 부위는 킹 스네이크의 눈과 입뿐이었다.
하지만 급소가 어딘지 파악한다고 해도 킹 스네이크의 눈과 입을 공격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크기부터가 내 키를 훌쩍 넘는 판국인데, 머리를 들어 올려 꼿꼿하게 세우면 4~5미터 정도는 가뿐히 넘어가는 녀석의 눈을 어떻게 해야 공격할 수
있을지 한숨부터 터져 나왔다.
‘몸이 저렇게 큰데도 공격할 수 있는 부위가 저렇게 작아서야…….’
저 작은 눈과 입 안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킹 스네이크가 머리를 내릴 때를 노려서 공격하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뱀이 아무 이유 없이 얼굴을 사람에게 들이밀 일은 없을 것이다. 있다면 먹이를 삼키거나 물어뜯을 때뿐이겠지.
커다란 입을 쫙 벌리고 쇄도하는 킹 스네이크에게 물려 죽을 각오로 달려들어, 그 커다란 입 속에 검을 박아 넣을 담력은 나에게도 알렉스 형에게도
없었다.
“형,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러게, 공격할 부위가 한정된다는 것도 문제지만, 시간을 계속 지체할 수도 없어. 곧 있으면 해가 저물 거야.”
‘아차.’
킹 스네이크에게 정신이 팔려 있어서 잠시 까먹고 있었는데, 하늘을 재빠르게 올려다보니 알렉스 형의 말대로 해가 조금씩 저물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까지는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인 시점이지만, 지금보다 더 시간을 오래 끌게 되면 숲은 어두워질 것이다.
그때까지 생존하라고 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어두워진 상태에서 킹 스네이크와 싸워야 한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간다.
시야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뱀과 사람, 어느 쪽이 더 유리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뱀은 사람처럼 시야에 의존해 먹이를 사냥하기보다는 혓바닥이나 여러 감각기관을 통해서 먹이를 식별한다고 예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설명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 센서가 달려 있지 않은 우리로서는 시간을 계속 끌면 불리해진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굳이 킹 스네이크를 쓰러뜨릴 필요는 없었다.
RPG 게임으로 따지면 저렙 파티로 고렙 보스 몬스터를 잡는 꼴이니 말이다.
이쪽이 회피력이 높은 만큼 보스의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클리어를 노려볼 수 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클리어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 보스 몬스터는 클리어에 시간제한이 있는 녀석이다.
무리해서 잡기보다는 후퇴를 하고, 전력을 보강하거나 더 높은 레벨의 파티에게 맡기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겠지.
그러나 킹 스네이크는 모처럼 발견한 맛있는 먹잇감을 그대로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뱀의 약점이 뭐가 있더라……!’
후웅!
킹 스네이크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나는 필사적으로 전생에서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좋아했던지라, 동물의 생태에 대해 말해 주는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 남자 대 자연과 같은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했었다.
뱀은 다큐멘터리에서도 제법 단골로 방송되었던 만큼, 뱀의 특징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기억이 떠올랐다.
시력보다는 후각이 엄청나게 발달되어 있으며, 가장 민감한 부위는 입 밖으로 날름거리고 있는 저 혓바닥이라고 했었지.
그리고 파충류이기 때문에 스스로 열을 내지 못하고 일광욕 등을 통해 체내의 온도를 조절한다고 들은 적도 있는 것 같았다.
“이크!”
잠깐 딴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킹 스네이크가 캬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큼직한 자신의 몸통을 휘둘러 공격을 해 왔다.
공격 자체는 직선에 가까운 단순한 공격 패턴이라 파악하는 데 어렵지는 않았지만, 몸통 자체가 워낙 굵으니까 공격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
피했다 싶은데도 아슬아슬하게 몸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한 대만 정통으로 맞아도 큰일 나겠는걸…….’
“아넬! 괜찮아?”
“네! 맞지는 않았어요!”
알렉스 형은 킹 스네이크의 공격을 요리조리 회피하면서도, 녀석의 눈과 입을 노리기 위해 기회를 엿봤지만 크기가 크기인지라 급소를 노리는 데는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했다.
‘이 녀석, 아까부터 물어뜯는 공격을 하지 않고 있네.’
과연, 이상 현상 몬스터인 만큼 일반적인 몬스터와 다르게 학습능력도 제법 뛰어나다는 것일까?
킹 스네이크는 우리들이 자신의 급소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한 모양이었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머리를 이용한 공격을 하기보다는, 그 큰 몸통을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우리들을 후려치려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와 알렉스 형은 둘이서 킹 스네이크의 몸통에 검을 휘둘러도 보고, 있는 힘껏 검을 내질러 보기도 했지만, 팅! 타앙!
소리와 함께 별다른 타격을 주지는 못하고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녀석에게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마법밖에 없다고 생각한 나는 곧장 검을 치켜세우고 자세를 취하였다.
“알렉스 형! 잠시만 녀석의 주의를 끌어 주세요!”
“알겠어!”
공격이 통하든 통하지 않든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알렉스 형에게 킹 스네이크의 주의를 끌어 달라는 부탁과 동시에
머릿속으로 검 끝을 통해 얼음의 화살이 쏘아져 나가는 모습을 이미지화했다.
검과 몸을 크게 한 바퀴 돌리며, 오러를 이끌어 낼 준비를 마침과 동시에 나는 마법을 영창했다.
“마나의 힘으로, 적을 꿰뚫는 얼음의 화살을 쏘아라! 아이스 애로!”
오러가 일부분 빠져나가는 익숙한 감각과 함께, 검 끝으로 오러가 모여들어 차가운 얼음의 기운으로 변환되더니 이내 뭉쳐지기 시작했다.
화살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화살보다는 고드름에 가까운 형태로 발현된 아이스 애로를 나는 그대로 킹 스네이크의 몸통을 향해 쏘아 냈다.
캬악!?
아이스 애로가 몸에 닿자, 킹 스네이크가 깜짝 놀라 몸을 크게 꿈틀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아이스 애로 자체는 킹 스네이크 몸에 별다른 상처를 내지 못하고 깨져 버렸지만, 아이스 애로에 담겨 있던 차가운 오러의 기운이 킹 스네이크를
깜짝 놀라게 만든 것 같았다.
“효과가 있어!”
킹 스네이크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자, 알렉스 형이 기회를 노려 킹 스네이크의 급소인 머리를 노리고 검을 매섭게 휘둘렀다.
쉬익!
하지만 주변 감지 능력이 뛰어난 킹 스네이크는 자신의 머리 근처로 알렉스 형이 검을 휘두르자마자 재빠르게 머리를 잡아당겨 그의 공격을 회피했다.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알렉스 형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내 두 번째 아이스 애로가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한 번 더 먹어라!”
캬아악!!
쐐액! 하고 날아간 아이스 애로가, 킹 스네이크의 머리에 적중했다.
이번에도 역시 아이스 애로 자체는 킹 스네이크와 충돌하자마자 파칭, 소리와 함께 깨져 버렸지만 차가운 기운이 예민한 머리에 스며들자 킹
스네이크는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머리를 휘저었다.
“한 번 더!”
한번 이미지를 떠올린 뒤로는 같은 마법을 발현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물론 일반 마법과는 다르게 검술을 통해서 마법을 발현시켜야 한다는 단점은 존재하지만, 그거야 그동안의 연습을 통해 빠르게 검술 마법을 펼칠 수
있도록 해 두었기 때문에 킹 스네이크가 머리를 휘젓는 그 짧은 시간이면 하급 마법 정도의 영창과 마법을 발현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했다.
제3, 제4의 아이스 애로가 연달아 킹 스네이크의 몸에 적중했다.
몸이 크다는 것이 우리를 공격할 때는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반대로 공격을 회피하는 것에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단단한 비늘의 방어력 때문에 우리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을 때면 모를까, 몸 이곳저곳에 명중만 하면 효과를 보이는 아이스 애로 공격에는 그 큰
몸체는 도리어 녀석의 약점으로 작용해 대충 쏘아 내도 얻어맞는 거대한 표적지가 되어 주었다.
몸 전체에 아이스 애로에 의한 냉기가 스며들면서 5번, 6번, 10번 이상의 아이스 애로가 킹 스네이크의 몸에 적중했을 때였다.
캬아악!!
몸을 크게 꿈틀거리던 킹 스네이크가 돌연 우리들을 공격하는 것을 포기하고, 숲 저편으로 몸을 움직여 도주했다.
갑작스럽게 킹 스네이크가 사라지자, 알렉스 형을 비롯한 셀린과 폴은 잠깐 멍한 표정으로 킹 스네이크가 사라진 숲 속을 돌아보았지만, 연달아
마법을 발현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오러를 사용한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숨을 골랐다.
“후우우…….”
정말이지, 예전에 재미 삼아 봤던 다큐멘터리에서 얻은 지식이 설마 환생 이후에 내 목숨을 살려 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넬,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주저앉은 내게 손을 뻗으며, 알렉스 형이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나는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알렉스 형의 도움으로 바닥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