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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75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6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75화

그리즐리 베어보다 더 높은 등급의 몬스터가 이 근처에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인가.

칼날과도 같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먹잇감을 찢어 먹는다고 하는 하피, 상대방을 두꺼운 줄기로 묶어 비틀어 죽인 뒤에 체액을 빨아먹는다고 하는

트렌트 등이 그리즐리 베어보다 상위에 속한 몬스터들이다.

등급으로 따지면 최소 B등급에 해당된다.

단일 개체만으로도 익스퍼트 이상의 실력자와 동급의 위험도를 가지고 있는 그런 녀석들이 이 근처에 있다면 상황은 조금 더 심각해진다.

아니, 어쩌면 B급의 몬스터가 아니라 A급에 해당하는 몬스터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지금 엄청 위험한 것 아녜요? 그 위험한 몬스터가 우리를 쫓아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리즐리 베어가 무엇인지 셀린에게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그 녀석보다도 훨씬 강한 몬스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폴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진정해, 아직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뿐이니까 말이야. 현재 제대로 확인된 것은 고블린과 그리즐리 베어가 자신의 영역을 버리고 어디론가

이동했다는 것뿐이다. 녀석들의 시체가 발견된 것도 아니고 상위 포식자의 흔적이 발견된 것도 아니니 섣불리 겁먹을 만한 것은 아니야.”

“아, 네…….”

아직까지는 정황상 ‘그럴 수도 있다.’ 정도라는 것이다.

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면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는 사항이다.

아무리 인간의 지식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야생동물과 몬스터의 생태, 그리고 자연의 섭리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림잡아 짐작하는 정도는 가능해도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했다.

“그리즐리 베어의 안식처를 찾아보면 뭔가 흔적이 더 남아 있을 수도 있을 거야.”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하늘에 떠 있는 해의 위치를 확인하며 알렉스 형은 그렇게 말했다.

해가 떠 있는 위치로 봐서 현재 시간은 오후 1시나 2시 사이쯤 된 것 같았다.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해가 지금보다 더 기울어진다면 슬슬 산을 내려가기 시작해야 한다.

나뭇잎 때문에 조금만 해가 지평선을 넘어가도 숲 속은 급격히 어두워진다.

어두워지면 마을로 향하는 길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별다른 야영 도구도 없는 지금 숲 속에서 밤을 지새우게 되면 여러모로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하게

된다.

때문에 지시를 내리는 알렉스 형의 목소리가 조금 급해졌다.

“그리즐리 베어가 거처로 삼을 만한 장소는 커다란 나무 밑동에 생긴 공간이나 동굴 속이야. 그런 장소가 보인다면 말해 줘.”

“네.”

“알겠어요, 오빠.”

동굴이나 커다란 나무나 일단 눈에 잘 띄는 장소들이다. 특히나 동굴 같은 경우에는 산 속에서 있을 만한 지형이 한정되어 있다.

주변에 유독 커다란 나무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즐리 베어가 은신처로 삼는다면 동굴일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 판단되어, 우선은

바위가 많은 쪽으로 이동했다.

약 30여 분쯤 걸으며 바위지대를 탐색하자 제법 그럴싸한 동굴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바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빈 동굴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혹시라도 그리즐리 베어가 아직 남아 있거나 또는 다른 몬스터가 동굴을 거처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접근은

신중하게 했다.

일행 중에 경험이 가장 많고, 기척에 예민한 알렉스 형이 우선 조심스럽게 동굴로 다가갔다.

그는 주위의 돌멩이를 하나 집어 들고 동굴 안으로 돌멩이를 그대로 집어 던졌다.

땅! 따닥! 하는, 돌멩이 구르는 소리가 동굴 안으로부터 울려 퍼졌다.

알렉스 형은 돌멩이를 집어 던지자마자 주변 나무 뒤로 몸을 숨겨 혹시라도 있을 몬스터의 공격에 대비하였지만, 5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렸음에도

동굴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알렉스 형은 천천히 동굴 입구로 다가섰다.

조심스럽게 동굴 안을 살펴보더니 이내 그는 우리를 향해 손짓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것 같으니 다가와도 좋다는 신호였다.

“안에 자리를 잡은 몬스터는 없는 것 같아. 하지만 깊이가 꽤 되나 봐. 횃불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안을 확인할 수 없겠는걸.”

“그거라면 제게 맡겨 주세요.”

횃불 재료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더 편리한 방법을 나는 가지고 있었다.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 들고, 나는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뜬금없이 허공에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내 모습을 폴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으나, 나는 폴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검을 내지르며 영창을

완성시켰다.

“마나의 힘으로,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빛을 생성하라! 라이트!”

오러가 내 몸으로부터 흘러나와 검 끝으로 몰려드는 감각과 함께, 내지른 검의 끝으로부터 환한 빛을 내뿜는 작은 빛의 수정이 생성되었다.

“어……엇? 마, 마법?”

설마 내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모양인지, 폴은 눈에 띄게 당황하면서 얼빠진 표정으로 내 검 끝에서 빛을 내뿜고 있는

빛의 수정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마법을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하긴 나 역시 예전에 조시아 누나가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봤을 때 이와 비슷한 반응을 했었지.

나는 완성된 라이트 마법을 허공으로 이동시켰다.

이전에는 상상력의 부족이라고 해야 할까 오러의 컨트롤 부족이라고 해야 할까. 검 끝에서 마법을 유지시키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지금은 하급 마법

정도라면 발현시킨 뒤에는 허공에 마법을 띄우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검은 다시 허리춤에 집어넣고 알렉스 형과 셀린을 돌아보았다.

“들어가 봐요.”

“이야, 검술과 마법을 둘 다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편하구나. 나도 마법을 사용해 보고 싶은데 말이야.”

“노력의 성과가 이제 나오는걸? 멋져, 아넬.”

“고마워.”

두 사람의 칭찬과 함께 우리들은 라이트 마법의 빛에 의지하여 동굴의 안쪽을 탐색해 보았다.

입구에서만 봤을 땐 잘 몰랐는데, 동굴 안쪽을 확인해 보니 이곳은 그리즐리 베어가 거처로 삼았던 장소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원했던 장소를 단 한 번에 찾아오다니 이것도 나름 엄청난 행운이다.

“녀석이 사냥을 했던 흔적이에요.”

동굴 입구로부터 얼마 걸어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동굴 내부엔 그리즐리 베어가 사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들의 뼈와 털들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금방 사냥한 것으로 보이는 시체는 없었으며, 전부 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이미 썩을 대로 썩어 있는 상태였다.

역시 이 동굴의 주인은 이미 오래전에 이곳을 떠난 모양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모양이네요.”

“동굴은 좀 더 깊은 것 같으니까 한번 안쪽까지 조사해 보자.”

“셀린 말대로, 조금만 더 들어가 보도록 하자.”

라이트 마법을 유지할 시간은 충분했기 때문에 나는 셀린과 알렉스 형의 의견을 따라 동굴의 조금 더 깊숙한 곳까지 이동했다.

“잠깐, 이게 뭐지?”

“……유리?”

“유리는 아닌 것 같은데?”

동굴의 안쪽을 향해 이동하던 우리들은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길을 틀어막고 있는 것을 보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반투명하면서도 흰색을 띠고 있는 그 이상한 물체는 동굴 안쪽을 꽉 채울 듯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껍질, 인가?”

손으로 만져 보니 이상한 촉감과 더불어 바스락거리며 부스러진다.

처음엔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에 단순하게 만져 보는 것으로 물체의 정체를 확인해 보았지만 이내 알렉스 형은 이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모양인지

표정을 굳히며 말을 이어 갔다.

“이건 뱀의 허물이다.”

“네? 허물이요?”

“꺄! 지, 징그러워라!”

우리들이 만지고 있던 물체의 정체가 뱀의 허물이라는 것을 깨닫자, 나와 마찬가지로 허물을 만지고 있던 셀린이 기겁하며 허물로부터 손을 떼어

냈다.

한편 나는 알렉스 형과 마찬가지로 이것이 뱀의 허물이라는 데서 오는 징그러움보다는 그 크기에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TV에서 보던 아나콘다도 이것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다.

만지면 그 즉시 바스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크기를 가늠하기가 어려웠지만, 높이만 해도 내 키에 필적하고 동굴 전체를 꽉 채우고 있는 것으로 보아

길이는 족히 15미터 정도는 넘지 않을까 싶었다.

그 엄청난 크기에 일행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알렉스 형은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군, 이 근방에 야생동물들은 물론이고 고블린, 그리즐리 베어까지 없어진 이유를 드디어 알겠어.”

“이 뱀이 그 원인인가요?”

“그래. 일반적인 뱀들은 이 정도의 크기까지 성장할 수 없어. 뱀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비정상적으로 큰 크기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는 단 하나

뿐이야. 바로 ‘킹 스네이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지.”

“킹 스네이크……. 하지만 일반적인 킹 스네이크는 고작해야 D급에 해당되는 몬스터잖아요?”

사실 D급이 ‘고작’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낮은 등급은 아니었지만, C급의 그리즐리 베어를 쫓아내기엔 턱없이 모자란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나는

의문을 가졌다.

킹 스네이크의 크기는 일반 뱀보다는 훨씬 크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예전에 에밀리 누나로부터 설명을 들었을 때 얼추 아나콘다와 비슷한 크기 정도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났다.

킹 스네이크는 독을 가진 뱀은 아니다.

아나콘다와 비교했던 이유도 그것 때문인데, 킹 스네이크는 먹잇감을 긴 몸으로 칭칭 감아 조여 죽이거나, 그 길고 커다란 몸으로 후려쳐 공격해

통째로 물어뜯어 죽이는 방식을 가진 몬스터라 들었다.

위협적인 몬스터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리 생각하더라도 그리즐리 베어를 이길 수 있는 녀석은 아니다.

오히려 그리즐리 베어가 자신에게 덤벼드는 킹 스네이크를 잡아먹는 장면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진짜 이 정도 크기의 킹 스네이크가 있다면, 곰조차 잡아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등 뒤에서 폴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저기, 알렉스 형.”

“왜 그러니, 폴?”

“뱀의 허물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이곳이 그 녀석의 집이라는 것 아닌가요?”

“……응?”

그 말과 동시에 우리는 등 뒤로 살짝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에 이 산 속에서 일어났던 모든 사건의 원흉이 이 킹 스네이크라고 가정한다면 여태껏 우리들이 의문을 품었던 점들이 전부 해결된다.

보통 뱀들은 먹이를 통째로 집어삼키고 뱃속에서 소화시킨다.

그리고 소화시키고 남은 찌꺼기는 기껏해야 뼛조각 조금에 털이 조금 섞인 배설물 정도가 전부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만약 실종된 사냥꾼들이 이 뱀에게 당했다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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