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74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74화
이상 현상 몬스터가 왕국 전역에서 날뛰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고, 그중에선 베테랑 모험자도 상대하기 힘든 강한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특히 세르피안 왕국의 모험자 길드는 왕국과 연합하여 이상 현상 몬스터 퇴치에 힘쓰고 있는 만큼, 아무래도 아넬과 루시안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신입인 아넬과 루시안을 바로 실전에 투입하지는 않을 것 같고, 아넬과 루시안도 호락호락 당할 만큼 어설프지 않으니 괜찮겠지요. 그래도
몸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불길한 소리를 하는 것은 싫어하지만, 다음에 세르피안 왕국으로 돌아갔을 때 아넬이 다쳤다는 말을 듣는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 같습니다.
이곳 라그나 왕국의 수도, 시트란은 아넬이 있는 수도 라티움과는 상당히 다른 멋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아넬이 좋아할 만한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륙 중심에 위치해 있는 만큼, 시트론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또한 다른 왕국에서 찾아오는 이종족들도 많습니다.
여관 테이블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제 옆으로는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엘프분이 지나갔습니다. 반대편 테이블엔 오크 전사분이 앉아
있네요.
아넬이 이곳에 있었다면 분명 두 눈을 반짝이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겠지요. 이 모습을 전달해 줄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아차, 저, 드디어 오러 유저 중급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이곳 라그나 왕국까지 오면서 마차에 동행한 여검사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상당한 실력자입니다. 오러 익스퍼드의 검사라고 들었습니다.
지루한 마차 여행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제가 마음에 드셨는지 여검사분은 밤마다 제게 검술을 지도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면서요. 덕분에 저는 중급의 경지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같이 지내는 와중에 한 번은 그녀에게 아넬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거짓말!’이라며 제 이야기를 믿지 않았습니다.
아넬은 지금쯤 길드에서 열심히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고 있겠지요.
오러를 이용해 마법을 사용하는 검술 마법을 수련하고 있으려나요, 아니면 검술을 좀 더 열심히 단련하고 있을까요?
하지만 너무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때론 쉬엄쉬엄 휴식도 취해 주세요.
아넬이라면 알아서 잘 해낼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걱정이 됩니다.
늘 옆에 있던 아넬이 없으니까 조금 쓸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더 많은 것을 적고 싶지만, 종이가 부족하네요.
아쉽지만 다음에 또 편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루시안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p.s 답장은 아래에 적힌 주소로 해 주시면 됩니다. 일반 속도라면 3개월, 속달이라면 2개월 정도 걸릴 거라 생각합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응, 뭐랄까.
딱 레아 누나가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편지였다. 필체와 문장에서 그녀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런가, 지금쯤이면 레아 누나는 고향에 도착했겠구나.
거기에 오러 유저 중급의 경지를 이루는 축하받을 일까지 있었다고 하니 답장에 제대로 축하의 말을 적어야겠는걸.
편지를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있으려니 등 뒤로 두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아넬, 편지야?”
“응. 레아 누나에게서 온 편지야.”
“어? 레아 누나가?”
“그래, 레아 누나가 네게도 안부 전해 달래.”
“그래? 레아 누나는 지금 어디래?”
“편지를 보낸 시점에서는 라그나 왕국의 수도인 시트론이라고 해. 편지가 이곳까지 오는 속도를 감안하면 아마 지금쯤 고향에 도착하지 않았을까?”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네.”
“어, 저기…… 그, 레아 누나……라는 분은?”
옆에서 나와 루시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셀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 왔다. 아아, 그러고 보니 셀린은 레아 누나를 모르겠구나.
셀린이 모험자 길드로 온 것도 레아 누나가 우리 집으로 파견을 오고 난 뒤의 일이니까 말이다.
“응, 우리 집인 세룬 도시 모험자 길드에서 일하고 있는 누나야. 지금은 휴가로 잠깐 고향인 라그나 왕국으로 갔거든. 그래서 편지가 도착했어.”
“아하, 아넬의 누나인 거야?”
“아니, 아니, 사실은 아넬이 좋아하고 있는 누나야.”
“어?”
순간, 뿌득하고, 셀린이 쥐고 있던 나뭇가지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다.
참고로 셀린이 들고 있는 나뭇가지는 셀린의 힘을 제어하기 위해 우리가 고안한 방법 중 하나다.
두 손으로 들고, 최대한 천천히 꺾는 연습을 할 때 쓰이는 연습 도구다.
연습이 끝난 후 쥐고 있다가 무심코 손에 힘이 들어가서 부순 듯, 우수수하는 효과음과 함께 셀린의 손에서 나뭇가지의 부스러기들이 힘없이
떨어졌다.
그 가공할 만한 힘에 나와 루시안은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만약 저 나뭇가지가 나나 루시안의 팔이었으면 마찬가지로 와지직 하고 분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상상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셀린은 핫, 하고 정신을 번쩍 차리며 두 손을 탈탈 털고는 헤헤 웃으며 이쪽을 바라본다.
“루시안, 그 레아라는 분은 어떻게 생긴 사람이야?”
“응? 어, 응, 뭐랄까…… 다정하다고 해야 할까? 늘 웃는 얼굴에 친절한 누나야. 생긴 것도 예쁜 누나고.”
“그, 그래?”
루시안으로부터 레아 누나에 대한 설명을 듣는 셀린의 표정이 어쩐지 미묘하게 바뀌었다. 약간 허둥지둥하더니 작게 한숨을 내쉰다.
“아넬은 그 언니를 좋아하는 거야?”
“응? 아…… 그렇다고 해야 하나……. 좋아한다고 말해도 짝사랑이니까.”
“짝사랑?”
“레아 누나는 사실 세 살 때부터 함께 지냈거든. 내가 훨씬 어리니까 동생처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야.”
조금 씁쓸한 이야기이지만 엄연히 사실이었기에 솔직히 말했다.
괜히 서로 좋아한다느니 그런 오해를 하게 되면 레아 누나는 졸지에 꼬맹이를 좋아하는 쇼타콘의 취향을 가진 사람이 되어 버리니까 말이다.
물론 조금 더 성장하면 확실히 도전해 볼 생각이지만.
“그래? 그렇구나…….”
“셀린, 어쩐지 얼굴이 붉은데? 또 폭주하는 건 아니지?”
어쩐지 전체적으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셀린의 모습에 루시안이 걱정스러운 듯이 셀린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셀린은 루시안의 그 모습에 깜짝 놀라며 두 손을 저었다.
“아니, 아니, 괜찮아……. 계속 신경을 썼더니 살짝 더워서 그래.”
“응? 하긴……, 아까부터 계속 힘을 컨트롤하는 연습을 계속했으니까 지칠 만도 하지. 조금만 쉴까?”
“어, 응, 그래.”
“그러면 나는 먼저 안으로 들어갈게. 레아 누나에게 보낼 답장을 써야 할 것 같아. 답장을 기다린다고 추신에 적어 놨거든.”
“알았어. 먼저 들어가. 아, 레아 누나에게 내 안부도 전해 줘.”
“그래, 알았어.”
“으으…….”
“……응?”
어쩐지 답장이라는 말에 셀린이 움찔하고 이쪽을 매섭게 노려본 것 같아 오한 비슷한 것을 느껴서 그쪽을 다시 돌아보았다. 그러자 ‘잘 가.’라고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셀린의 모습이 보였기에 잘못 봤나? 하고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후로는 길드로 돌아가, 에밀리 누나에게 편지지를 얻어 난생처음으로 편지를 적어 보았다.
그나저나 첫 편지가 부모님에게 보내는 것도 아니고 레아 누나에게 보내는 것이라니, 조금 죄송한걸.
이참에 부모님에게도 편지를 작성하기로 마음먹고 함께 적었다.
이곳에 와서 만난 사람들, 또한 길드원들로부터 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 루시안과 셀린에 대한 이야기 등을 적다 보니 꽤나 크게 느껴졌던 편지지가
어느새 끝을 보이고 있었다.
레아 누나가 종이가 부족하다고 한 느낌을 알 것 같았다.
전하고 싶은 소식은 많은데 더 적자니 좀 그렇다. 편지를 보내는 것이지 일기를 보내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레아 누나의 편지에 적혀 있는, 누나의 고향 집 주소를 적고 반대로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에는 우리 집의 주소를 적어 카운터에 제출했다.
편지를 보내는 속도는 당연히 속달이다.
원래라면 길드원이라고 하더라도 속달 편지는 돈을 지불해야겠지만 나와 루시안은 셀린의 일로 여러 가지 면에서 길드의 편의를 받고 있는 게
있었으므로 에밀리 누나는 싱긋 웃으면서 속달 가격은 길드에서 부담해 주겠다고 했다.
이거, 너무 편의를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후로는 다시 루시안, 셀린과 함께 오후 단련을 했다.
어째서인지 그날 하루 동안 셀린은 힘을 컨트롤하는 연습에 집중하지 못하고 평소보다 3배 이상 많은 나뭇가지를 꺾었다.
검은 괴물(1)
E급 몬스터에 해당되는 고블린은 몬스터의 먹이사슬 중에서도 가장 최하위에 속하는 녀석이다.
때문에 주변에 다른 상위 포식자가 나타나거나 주변에 자신이 잡아먹을 만한 야생동물이 없어지면 영역을 쉽게 이동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리즐리 베어 정도 되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일단 그리즐리 베어는 잡식성이다.
흉포한 성격과 더불어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강력한 힘 때문에 몬스터로 분류되어 있지만, 평상시의 행동은 일반적인 곰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고블린처럼 육식에만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잡아먹을 만한 야생동물이 없으면 나물이나 나무 열매, 곤충이나 그 외의 것들도 섭취한다.
잡식성인 만큼 먹는 것도 종류가 많기에, 어지간해서 이 정도의 깊은 산중이라면 그리즐리 베어의 식량이 떨어지는 일은 없다.
주위를 살펴본 결과 야생동물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곳이 그리즐리 베어가 영역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만큼 먹잇감이 없어 보이지는 않았다.
당장에 근처만 둘러보아도 나무 열매도 몇 개 있었고, 밤이나 도토리 같은 열매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근방에서 그리즐리 베어의 배설물로 추정되는 물체는 확인되지 않았고, 녀석의 발자국 또한 발견되는 것이 없었다.
적어도 그리즐리 베어가 영역을 비운 지 한 달 정도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먹잇감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그리즐리 베어가 영역을 비웠다는 것은 총 두 가지 정도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즐리 베어가 C급에 해당되는 몬스터인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이 근방에 그리즐리 베어보다 더 상위의 몬스터가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겠어. 또는 그리즐리 베어 자체가 이상 현상으로 인해 어디론가 다른 장소로 이동했을 경우도 있겠지만…… 만약 이동했다면 이동한 흔적이 따로 남아 있었겠지.”
하지만 조금 전에 살펴보았듯 그리즐리 베어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연스레 일행들의 의견은 남은 한 가지의 가능성으로 모아졌다.
“C급의 그리즐리 베어보다 더 상위의 포식자가 나타났을 가능성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