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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73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73화

“루시안하고도 이야기했었던 거지만 아넬은 좀 더 밝아질 필요가 있어. 나랑 처음 만났을 때도 친해지기 전까지 존댓말하고 딱딱하게 굴고

했었잖아?”

“그…… 그랬나?”

“그랬어. 나중에 루시안에게 듣고 나서 알았지만, 처음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을 정도로 무관심하게 반응했었어.”

“…….”

이 정도까지 이야기를 들을 정도면 말 다 했다.

더 고치도록 노력해야겠다.

“이 근방에 특이점은 없는걸. 다른 곳으로 이동해 봐야겠다.”

“네, 알겠어요.”

알렉스 형의 말에 따라 우리는 마을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산의 깊은 곳까지 탐색 범위를 넓혀 보았다.

“너무 깊이 들어온 것 아닌가요, 형? 이 정도까지 깊게 들어오는 경우는 없을 것 같은데요.”

얼추 마을에서 1시간 반 이상을 쭉 걸어 들어왔다.

아무리 마을 근처에 몬스터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깊은 산속에는 적지 않은 숫자의 몬스터가 서식하기 마련이다.

주로 탐색의 범위는 마을 사람들이 최소한으로 생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정도 내에서 몬스터들이 출현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탐색 범위를 한참 벗어난 곳까지 오게 된 것이라 알렉스 형에게 물어본 것이었지만 알렉스 형은 의외로 심각한 표정으로 근방의

나무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잠깐 뭘 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뭔가 이상한 거라도 있나요?”

“이리 와 볼래?”

나와 셀린, 그리고 폴까지 알렉스 형이 가리킨 나무 밑동을 바라보았다.

나무 밑동은 무언가 둔탁한 것으로 여러 번 두드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척 보기에도 야생 동물의 흔적은 아니었고, 몬스터가 남긴 흔적인 것

같았다.

몬스터 중에 이런 작은 둔기 같은 물건을 휘둘러 나무에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몬스터는 하나밖에 없었다.

“고블린의 흔적이네요.”

“맞아. 그런데 이 흔적은 만들어진 지 꽤 된 것 같아.”

형의 말에 다시금 흔적을 바라보았다.

고블린들은 나무의 표면이 살짝 벗겨질 정도까지 나무의 밑동을 내려치기 때문에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흔적이라면 나무의 속살이 보이거나 수액이

흘러나오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 흔적은 속살은 보이지만 딱딱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흔적이 생긴 지 시간이 꽤 오래 지났다는 의미였다.

야생 동물도 그렇지만 몬스터들도 자신의 영역을 표시할 때 주기적으로 영역을 갱신한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일정 구역마다 계속 오줌을 조금씩 싸면서 상대방이 표시해 놓은 영역을 자신의 냄새로 덮어씌우듯, 몬스터들 역시

흔적이 약해지면 다시 흔적을 새로 갱신해서 영역을 관리하는 것이다.

“지금 이 근처에는 고블린이 없다는 뜻인가요?”

“그래, 떠났거나, 혹은 없어졌거나 둘 중 하나라는 소리겠지.”

얼마 전까지 이곳은 고블린의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블린들이 떠났거나 없어졌고 이 흔적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보통 영역을 쉽게 바꾸지 않는 몬스터의 특성상 이상한 일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블린들이 마을 근처에 새롭게 영역을 잡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렉스 형이 생각하는 문제는 다른 것 같았다.

“아까부터 살펴봤는데 역시 이상하네.”

“고블린이 사라진 것 말인가요? 확실히 갑자기 영역을 바꿀 일은 없으니까 이것도 이상 현상에 속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마을 쪽으로

이동한 것은 아니잖아요?”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주변에 야생 동물이 보이지 않아.”

“네?”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들었기에 고개를 갸웃하자 셀린이 ‘아!’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이곳까지 오면서 야생 동물의 흔적을 본 적이 없었어요.”

어라?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다시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

몬스터의 흔적을 찾는 것에만 신경이 쏠려 있어서 알렉스 형이 지적했었던 것처럼 야생 동물의 흔적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몬스터는 야생 동물을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마을 근처부터 시작해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노루라든지 멧돼지, 하물며 토끼 같은 작은 종류의 야생 동물들조차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의 기척에 민감한 녀석들인 만큼 우리 눈에 띄기 전에 도망갔다고 하더라도 흔적 정도나 푸스럭 거리는 기척이라도 있을 법한데 그런 것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이곳에 야생 동물들이 전혀 없다는 소리일까?

그 말을 알렉스 형에게 전달하자 형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을 이었다.

“전혀 없지는 않겠지. 그랬다면 마을의 사냥꾼들이 사냥 자체를 못 했을 테니까 말이야.”

“아, 그러고 보니 아저씨들이 최근에 사냥감들이 확 줄어들어서 지나가는 새들 말고는 다른 사냥감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을 했었어요.”

“그게 혹시 언제부터인지 알고 있니?”

“글쎄요? 적어도 3개월 전까지는 갈터 아저씨 푸줏간에 고기가 있었으니까 아마 두 달 정도 전부터 안 잡힌다고 했었던 것 같아요.”

“두 달 전이라면 마을 주민 두 명이 실종된 것과 같은 시기예요.”

“그리고 두 사람의 직업은 모두 사냥꾼이었지. 사냥감들이 보이지 않으니까 평소에는 가지 않는 깊은 곳까지 들어갔을 확률이 높아. 그리고 거기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면 이야기가 얼추 맞아들어 가는걸?”

확실한 증거는 없고, 얼추 예측한 것에 불과했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이야기가 차근차근 맞물려 진행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서둘러서 방금 생각한 것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하나, 두 달 전쯤부터 마을 근방에 야생 동물들의 숫자가 감소했다.

둘, 이곳에 있는 고블린이 남긴 흔적도 약 2~3개월 정도가 지난 것으로 보인다.

셋, 마을의 사냥꾼 두 명이 실종된 것도 두 달 전쯤의 일이다.

모든 것이 두 달 전을 기준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사냥꾼 두 명이 실종된 것은 솔직히 억측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마을 주변의 산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사냥꾼들이 깊은 산속까지

들어갔다가 무슨 일을 당한 것이라는 우리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그냥 넘길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최소한 사실 확인은 필요할 것 같다.

“이곳에는 고블린의 흔적을 제외하고 별다른 것은 없는 모양이니 아직 탐색해 보지 않은 다른 방향 쪽으로 이동해 보는 게 좋겠다.”

“네, 알겠어요.”

“폴, 조금만 더 안내해 줄 수 있겠니?”

“아, 네. 가 본 적이 없는 곳이긴 하지만 대충 방향 정도라면 알 수 있어요.”

상황이 요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폴도 눈치챈 것 같았다.

아까까지 알렉스 형에게 붙어 이것저것 물어보던 태도가 싹 없어지고 불안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조금 쉬었다 이동해도 괜찮겠지만 산속에서는 해가 더 빠르게 진다.

마을 주변을 잠깐 탐색하는 정도라면 몰라도 깊은 산속까지 탐색하려면 시간이 빠듯했기 때문에 우리는 걸음을 조금 서둘렀다.

아까 우리가 있었던 장소는 마을을 기준으로 서쪽 방향이었다.

폴의 감각을 믿고 마을의 북쪽 방향에 해당되는 쪽에 들어서자 산의 분위기가 살짝 바뀌었다.

깊은 산속이 으레 그렇듯이 전체적으로 빼곡히 자리 잡고 있는 나무들 때문에 으슥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느낌만은 아니었는지,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에서 한 몬스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그리즐리 베어의 흔적이네.”

나무 중간 부분, 약 2m가 넘는 지점에 새겨져 있는 발톱 자국이다.

일반 들짐승 정도가 저만 한 높이까지 일어서서 발톱으로 할퀼 수 없을 테니, 생각나는 것은 곰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곰이 아니라, 사납기가 일반 곰 따위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여서 몬스터로 취급되는 종인 그리즐리 베어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근래에 생긴 흔적은 아니야. 적어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지났을 것 같은데?”

굳은 얼굴로 그리즐리 베어가 만들어 놓은 흔적을 본 알렉스 형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외전] 레아의 편지

 

 

 

 

“아넬, 네게 편지가 도착했어.”

“네? 편지인가요?”

평소처럼 뒤뜰 연무장에서 루시안, 셀린과 함께 개인 단련을 하고 있으려니 웬일인지 카운터의 에밀리 누나가 ‘안녕?’하고 손을 흔들며 뒤뜰에 찾아왔다.

그녀의 손에는 꽤나 두툼해 보이는 편지 봉투 하나가 손에 들려 있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내게 온 편지인 모양이다.

“편지 때문에 일부러 여기까지 오신 건가요? 불렀으면 제가 찾으러 갔을 텐데…….”

“아니야, 잠깐 쉬러 나온 김에 전해 주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말렴. 아넬과 루시안 그리고 셀린은 수련으로 바쁘잖니. 후후, 셀린은 오늘도 힘내고 있네.”

에밀리 누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연무장 한쪽에 자리 잡고 루시안과 열심히 힘 조절 수련을 하고 있는 셀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방금 ‘아앗!’하는 소리와 함께 ‘뚜둑!’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힘 조절 연습에 실패한 것 같았다.

“뭐어…… 어찌어찌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 이제 슬슬 방문 손잡이를 부수는 일은 없으려나…….”

“아마도요? 그건 조금만 더 노력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내 말을 들은 에밀리 누나는 ‘그래?’하고 웃었다.

잠깐 연무장의 모습을 한 차례 둘러본 에밀리 누나는 내게 열심히 하라는 응원을 보낸 이후 다시 카운터로 향했다.

나는 그녀에게서 받은 편지를 뜯어 보았다.

편지를 보낸 인물은 레아 누나였다. 오랜만인걸?

레아 누나와 헤어진 지도 이제 3개월째인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다.

이곳에서부터 레아 누나의 목적지인 라그나 왕국, 카르네 지방까지는 거리가 얼추 3개월에서 4개월이 걸린다고 했었으니 빠르면 레아 누나는 슬슬 고향에 도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넬에게.

안녕하세요. 아넬, 레아입니다.

시간이 참 빠르다고 해야 할까요? 벌써 아넬과 루시안이랑 헤어진 지도 두 달이 지났습니다.

저는 현재 라그나 왕국의 수도인 시트론에 도착했습니다.

예정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지요? 다행히 그간 기상 조건이 좋았기 때문에 빠르고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몬스터의 습격도 없었습니다. 에레나 여신께서 보살펴 주신 덕분이네요.

이대로 카르네 지방에 도착해서 편지를 해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변방의 영지인 만큼 편지 전달 속도가 이곳보다는 훨씬 느릴 거라 생각되어서 이곳에서 먼저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속달로 붙일 예정이니 아마 이 편지가 도착할 즈음이면 저는 고향인 카르네 영지에 있을 것 같습니다.

세룬 도시에서 벗어나, 여행길에 오르고 나니 많은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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