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70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70화
간단히 설거지를 마치고 잠깐 밤공기를 쐬기 위해 밖에 나오자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알렉스 형이었군요.”
“잠깐 바람 쐬러 나온 모양이구나.”
“네.”
하늘을 바라보니 수많은 별들이 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 내가 아는 별자리는 단 한 개도 없었다.
지구와 똑같이 하나의 태양에, 하나의 달이 있는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내가 알고 있는 지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는 요소 중 하나가
하늘의 별들이었다.
알렉스 형은 나와 똑같이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발딘 아저씨의 이야기만 들으면 이곳에는 몬스터가 없을 가능성이 높아.”
“하지만 탐색은 해야겠죠?”
“그래, 내일 마을에 도착하는 즉시 머물 곳을 찾고 인근 숲을 조사해 봐야겠어. 만약 발딘 아저씨의 말대로 몬스터의 흔적이 전혀 없다면 그걸로
이번 의뢰는 끝날 거야.”
“정말로 몬스터가 없을까요? 마을 주민 두 명이 실종된 사건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요.”
“보통 산속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뜻밖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절벽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산짐승에게 습격을 받는 경우도 있지.
드물긴 하지만 바위에 깔리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런 우연들이 겹쳤을 경우도 있어. 거기에 실종된 두 사람 모두 자주 숲으로 올라가는 사냥꾼이라고
들었으니 우연히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해도 어색하지는 않아.”
알렉스 형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탐색해 보고 나서 생각해 볼 일이네요.”
“그렇지. 길드에서 몬스터의 흔적에 대해 교육을 받았지?”
“네.”
몬스터의 흔적이란 이전에 리나와 함께 세룬 도시 인근 숲으로 갔을 때 루시안이 발견했던 고블린들이 몽둥이로 나무에 상처를 낸 것과 같은
흔적들이다.
야생 동물과 흡사한 생태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들은 저마다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행위를 한다.
고블린의 경우엔 자신의 무기를 나무에 내리쳐 흔적을 만들어 놓고, 코볼트 같은 경우는 나무 밑동이나 바위 등에 자신의 배설물을 뿌려 놓는다.
그리즐리 베어나 다이어 울프는 나무에 자신의 발톱 자국을 새겨 놓고, 트롤은 동물의 뼈 따위를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는 한다.
이런 식으로 몬스터의 흔적을 찾으면서 그 주변에 몬스터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꽤나 알기 쉬운 흔적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넓은 산속에서 일반인들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
깊은 숲에 들어가면 몬스터와 마주칠 확률이 높다 보니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좁은 것이다.
그런 만큼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모험자가 직접 흔적을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몬스터가 없었으면 좋겠는걸.”
알렉스 형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이 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힘들게 찾아온 이곳이지만, 몬스터와 마주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뭐든지 안전이 제일이고 평화가 좋은
것이다. 몬스터가 없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것이겠지.
알렉스 형과는 내일 있을 탐색 계획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오르덴 마을(1)
날이 밝았다.
잠에서 깬 우리는 아침 식사는 건량과 육포로 간단히 해결하고 빠르게 오두막을 나섰다.
뭔가 급한 일이 생기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이곳으로부터 오르덴 마을까지의 거리가 걸어서 약 반나절 정도라고 발딘 아저씨가 말했으니, 말을 타고 이동하면 오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에 좀 서둘러서 마을에 도착한 뒤 쉬자고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이동을 위해 나와 발딘 아저씨가 함께 말을 타게 되었다.
두 명이 타면 말이 버거워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 인류가 예부터 함께한 이동 수단답게 나와 발딘 아저씨의 무게에도 말은 무리 없이 버텨 주었다.
“이 길을 쭉 따라가면 되네.”
“네, 알겠습니다.”
발딘 아저씨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말을 잘 다루셨다. 과거 모험자였다고 하셨으니 승마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겠지.
약간 속력을 낸 결과 우리는 오두막을 떠난 지 약 3시간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오르덴 마을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본 오르덴 마을의 풍경은 뭐라고 해야 할까……. 상당한 시골 마을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이동한 장소는 들판이 절반 정도에 숲이 절반 정도 되는 그런 지형이었는데 오르덴 마을에 도착하니 마을 전체가 숲을 등지고 있는 작은 접시 모양의 형태였다.
마을의 규모 자체가 작은 편에 속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길 자체가 인근의 루그릭 도시와 연결된 길 하나를 제외하면 없었기 때문에 외부인이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한 마을에 들를 일이 없는 구조다.
확실히 이 정도로 변방에 있으니 탐색 의뢰가 들어왔겠구나 싶었다.
“이곳이 오르덴 마을일세.”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이군요.”
“별다른 불화 없이 마을 사람들끼리 잘 지내고 있는 마을이지. 허허, 좀 외딴곳이기는 하지만 말일세.”
“마을 사람들은 평소에 무엇을 생업으로 삼고 있습니까?”
“지형이 이렇다 보니 주로 산과 관련되어 생업을 하고 있지. 남자들은 주로 나무꾼, 사냥꾼, 나와 같은 약초꾼과 같은 일을 하고, 그 외의 일부는 작지만 밭에서 작물을 기른다네.”
“……그다지 넉넉한 편은 아니겠군요.”
“후후, 우리 같은 평민이 넉넉한 삶을 살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 그래도 가족들을 굶길 정도는 아니라네.”
“그렇군요.”
입구를 통해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주민 몇몇이 밝은 얼굴로 이쪽을 향해 인사를 해 왔다.
얼굴이 어둡지 않고 나름 밝은 것을 보니 특별한 근심 걱정 같은 것은 없는 모양이었다. 이전에 몬스터로 인해 피해를 겪었던 루톤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어두웠던 것을 생각하면 그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오르덴 마을은 풍요로운 마을은 아니었다.
석재로 이루어진 집은 없었고, 대부분이 나무와 진흙을 이용해 만든 단순한 형태의 작은 집들이었다. 그나마도 이층집은 없고 단층의 집들뿐이었다.
하지만 주민의 재산 여부와는 관계없이 발딘 아저씨의 말대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이곳에 저희가 묵을 만한 장소가 있겠습니까?”
“음, 이곳에는 여관이 없네. 3명 이상이 묵을 만한 장소는 기껏해야 마을 회관 정도지. 좁은 방이라도 괜찮다면 우리 집에 가지 않겠나? 어제 저녁을 얻어먹은 것도 있고, 점심을 대접하고 싶네.”
잠깐 같이 행동했을 뿐이지만, 발딘 아저씨의 사람 됨됨이를 파악한 알렉스 형은 아저씨가 그냥 겉치레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신세 좀 지겠습니다.”
“껄껄, 실례는 무슨, 오히려 누추하다고 실망하지 말아 주게. 보다시피 그다지 형편이 유복한 마을은 아니니까 말이야.”
발딘 아저씨는 빙그레 웃으면서 우리를 자신의 집으로 안내해 주었다.
그래도 이 마을에 정착할 때 모험자로 활동하면서 모아 둔 돈을 전부 투자해 마련했다고 하는 그의 집은 주변에 있는 다른 집들보다는 크기가 꽤나 컸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석재로 이루어진 이층집 같은 것은 아니었다.
수도 기준으로 보자면 간신이 집으로 쳐줄 수 있는 수준의 집이었으나 야외에서 노숙하는 일이 여러 번 있다 보니 바람을 피할 수 있고, 새벽이슬을 막아 줄 공간만 된다면 아무리 허름한 집이라도 전부 훌륭한 숙박 장소로 보이는 마법의 직업이 모험자라는 직업인지라,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발딘 아저씨의 집으로 들어갔다.
“여보, 벨리타 있소? 나 왔소.”
“당신 오셨군요. 어머? 이분들은…….”
“저번에 있었던 실종 사건으로 아이단이 도시에 의뢰를 요청하겠다고 했었던 적이 있었잖소? 그 의뢰 때문에 오게 된 모험자들이오. 약초를 캐다가 오는 길에 만나게 되었지. 모처럼 마을에 온 손님인데 마을 회관에 머물게 하기엔 좀 그래서 이곳으로 데리고 왔소.”
“그러셨군요. 만나서 반가워요, 이이의 안사람인 벨리타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알렉스라고 합니다.”
“아넬이라고 합니다.”
“셀린이에요.”
“어머, 귀여운 아이들이네.”
“후후, 놀라지 마시오. 그 나이에 벌써 수도에서 모험자로 인정받은 아이들이라고 하오. 우리 집의 사고뭉치와는 다른 아이들이지. 그러고 보니 폴은 어디 있소?”
“아침을 먹고 나서 놀러 나갔어요. 아직 안 들어왔어요.”
“그렇소? 으음, 할 일이 없으면 다른 주민들의 밭일이라도 좀 거들어 줬으면 좋겠구만. 아직도 놀기 바쁘니 원…….”
아무래도 발딘 아저씨의 요즘 최대의 고민거리라고 하는 아들은 놀러 나가고 집에 없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발딘 아저씨의 아내인 벨리타 아주머니께 꾸벅 인사하고,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어제 묵었던 오두막보다는 다소 좁지만, 3명이서 그럭저럭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을 만한 방이었다.
“원래는 산에서 캐 온 약초를 말리는 용도로 사용되는 방이라 약초 냄새가 조금 배어 있긴 하지만 방 자체는 깨끗하니 지내는 데 문제는 없을 걸세. 만약 좁다면 촌장에게 말해서 마을 회관을 사용할 수 있게 말해 줌세.”
“아닙니다, 모험자들에게 있어서 이 정도의 잠자리면 충분하지요.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아내가 점심을 준비하고 있네. 그사이에 짐을 풀고 말들을 돌봐 주게나.”
“네.”
우리는 말들에게서 내린 짐을 방구석에 놓고 발딘 아저씨네 집 뒤뜰에 말들을 묶어 놓았다.
마을의 규모가 규모이다 보니 말들이 쉴 수 있을 만한 마구간은 없었다.
소가 있는 외양간 정도는 몇 개 있었지만 말을 소와 함께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너희는 오늘도 새벽이슬을 맞아야겠구나.”
“푸륵.”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괜찮아, 그 정도쯤이야.’라고 말하듯이 말이 가볍게 투레질을 하면서 얼굴을 비벼 왔다.
이제는 말들하고도 교감을 나누는 게 익숙해져 간간이 장난도 치면서 말들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다. 말들에게 물과 여물을 챙겨 주고 집 안으로 들어오자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풍겨 왔다.
“점심 준비가 다 되었어요.”
“모두 어서 오게나.”
발딘 아저씨 부부가 준비해 준 요리는 삶은 감자와 산나물들을 끓인 국, 그리고 꿀이었다.
감자와 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꿀은 이 세계에서 구하기 힘든 식재료 중 하나인데 모처럼 손님이 왔다고 꺼내신 것 같았다.
이 세계에 마트 같은 것이 있을 리 만무하고, 이들 형편에 꿀을 사서 먹을 만한 금전적인 여유도 없을 테니 이 꿀은 발딘 아저씨가 직접 채취한 꿀일 것이다.
“귀한 재료를 내주셨군요.”
“이곳엔 들판과 꽃이 많기 때문에 꿀벌들이 많다네. 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간간이 꿀을 채취할 수 있지. 부담 가지지 말고 들게나.”
“그럼 잘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