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68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68화
“알렉스 오빠, 좀 도와주실래요?”
“그래.”
셀린은 알렉스 형의 도움을 받아, 요령 있게 말안장에 탔다. 아무래도 어린아이의 키로는 성인 키와 거의 동일한 말에 한 번에 오르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무리해서 오르면 어떻게든 오를 수 있겠지만 도우미가 있는데 굳이 혼자 오를 필요는 없겠지.
셀린이 올라가 안장에 앉았음에도 카틀린은 푸륵 하고 투레질을 한 번 할 뿐, 얌전하게 있었다.
그녀는 카틀린의 갈기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고삐를 살짝 움직였다.
오오…… 움직인다, 움직인다.
다그닥다그닥 하는 효과음과 함께, 셀린이 탄 카틀린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셀린은 근방을 한 바퀴 천천히 돌면서 상당히 여유 있는 모습으로 승마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저것이 경험자의 여유라는 것일까.
이후 카틀린을 멈추게 한 후, 안장에서 스르르 내려오며 셀린이 ‘어때?’하는 표정으로 으쓱였다.
뭐랄까, 내가 못하는 것을 남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 자체가 기존의 이미지와 달라 보인다고 해야 할까. 평소에는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여
자주 사고를 일으키던 문제아(?) 셀린이 오늘따라 멋져 보였다.
그 감정을 숨기지 않고 박수를 짝짝 치면서 셀린을 칭찬했다.
“대단해, 멋졌어, 셀린.”
“그, 그래? 고마워……. 자, 이쪽으로 와 봐, 내가 타는 방법이랑 고삐를 다루는 방법을 알려 줄게.”
이후로는 수업 시간이다.
셀린과 알렉스 형으로부터 고삐를 다루는 방법, 몸의 중심을 이용해 말에게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라.’라고 뜻을 전달하는 방법, 말을 멈춰 세우는
방법 등을 교육받았다.
그 뒤로 이어지는 것은 실전이다.
떨리는 가슴을 간신히 다잡고 카틀린의 안장에 탑승했다.
다행히 검술을 배우면서 키웠던 균형 감각이 이럴 때 많은 도움이 되어서 안정적으로 안장 위에 올라탈 수 있었다.
‘우왓,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높네.’
말의 키가 더해져 순식간에 보는 시선이 높아지니 조금 겁도 났지만 재미있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말 위에서 보는 풍경은 색달랐다.
대충 키로 따지면 2m가 조금 넘는 지점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니 열한 살짜리 어린아이 시선에 익숙해져 있던 나로서는 살짝 가슴이 떨릴
정도다.
아무래도 첫 승마 경험에 몸이 경직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는지, 아래에서 내 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셀린이 살짝 미소 지었다.
“후훗, 아넬도 말 타는 것은 좀 무섭나 보네?”
“으……으, 이거 익숙하지 않으니까 좀 그런걸?”
딱히 동물을 싫어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
하지만 단순히 동물을 좋아하는 것과 동물의 등에 직접 타는 것은 다르다고 해야 할까.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내가 아닌 다른 생물의 다리를 빌려 움직인다는 느낌은 신비로웠다.
뭐, 그것도 잠깐이었지만 말이다.
처음엔 낯설던 승마도 10분, 20분, 30분…… 1시간이 넘어가자 천천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카틀린이 천천히 속력을 올릴 때마다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느낌이 좋았다.
아직까지 말을 달리게 하는 수준은 무리이지만, 2시간쯤이 될 무렵엔 카틀린을 혼자서 이리저리 끌고 다닐 수 있는 수준까지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카틀린이 내가 원하는 방향을 읽고 움직여 준다는 것이 더 맞으려나.
전생처럼 운동 신경이라고는 제로에 가까운 신체였으면 아마도 이 시간까지 쩔쩔매고 있었겠지.
‘아니, 그 이전에 승마를 할 일 자체가 없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셀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때, 승마도 배워 보니까 재미있지?”
“그러네. 고마워, 셀린. 도움이 많이 됐어.”
“고맙기는, 평소에 루시안과 둘이서 날 도와주잖아. 그 보답이라고 생각해 줘.”
셀린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렇게 말해 준다면야 이쪽도 편하게 미소 지을 수 있다.
총 2시간 30분 정도의 승마를 마치고, 알렉스 형의 도움을 받아 카틀린에게서 내려왔다.
타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승마라는 것이 생각보다도 힘든 거구나. 몸이 뻐근한 느낌이 살짝 들었다.
아무래도 말 위에 있다고 해서 편하게 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말과 함께 호흡을 맞추어 움직이고 말의 상태를 계속 주시해야 하다 보니 체력이
꽤나 소모된 모양이다.
“오늘 승마는 여기까지 하고, 내일 다시 오자.”
“네? 아직 오전밖에 되지 않았는걸요?”
이제 겨우 점심시간이다.
그런데 승마를 끝내고 돌아가려는 알렉스 형에게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알렉스 형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처음부터 무리해서 배울 필요는 없어. 말도 탑승자가 초보자인지 숙련자인지 금방 알거든. 숙련자라면 모를까, 초보자면 말도 그렇고, 탑승자도
그렇고 쉽게 지쳐. 휴식 시간이 필요해.”
“그렇기야 하겠지만 오후에도 시간은 있는데요?”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말이야. 조금 여유 있게 가자고. 알았지?”
하긴, 아무리 기초 체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처음 배우는 것에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길드로 돌아간다고 해도 할 것이 없는 것도 아니고, 가볍게
검술이라도 단련하면서 몸을 풀면 되겠지.
알렉스 형의 의견대로 우리는 그날 승마를 체험한 것에 만족하고 길드로 돌아갔다.
그 뒤로 하루, 이틀, 삼 일. 천천히 승마 시간을 늘려 가면서 나와 루시안은 점점 승마에 적응해 갔다.
첫날은 고삐를 쥐는 것도 계속 셀린과 알렉스 형에게 교정을 받아야 할 정도로 자세가 어설펐지만 승마를 배우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는 시점에서는
말을 탄 상태로 제법 속력을 내며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을 정도로 승마에 익숙해졌다.
나와 루시안의 모습을 본 알렉스 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정도만 해도 여행하는 데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여행하면서도 말은 지겨울 정도로 타게 될 테니까 그때 더 배우도록 하자.”
우리의 승마 교육이 끝났다는 것은, 한 가지를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나와 루시안은 동시에 알렉스 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드디어 출발인가요?”
“그래, 오늘은 조금만 더 연습하고 일찍 돌아가서 짐을 챙기자. 내일 오르덴 마을로 떠날 거야.”
“네, 알겠습니다.”
일주일 동안 나와 루시안의 어설픈 승마 솜씨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승마를 도와준 카틀린과 소피아에게는 마지막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당근을 선물로
주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마구간을 나가는 우리에게 ‘잘해라.’라고 인사라도 하듯 카틀린과 소피아는 푸륵, 하고 투레질로 대답해 주었다.
길드에 도착한 우리는 에밀리 누나를 통해 내일 의뢰를 수행하러 떠난다는 말을 전달했다.
일주일간 승마를 배우면서, 동시에 알렉스 형의 조언을 받으며 차근차근 여행 준비를 해 놨기 때문에 딱히 준비할 만한 것은 없었다.
있다면 최종적으로 오르덴 마을까지 가는 여행 경로를 점검하는 일뿐이었다.
“내일 출발이네.”
“응, 첫 의뢰니까 둘 다 열심히 하자.”
“그래.”
나와 루시안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잠자리에 들었다.
***
마치 첫 의뢰의 출발을 축하라도 하듯, 창밖으로 보이는 오늘의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없었다.
루시안과 둘이서 잠자리에서 일어나 침구를 정리하고 가볍게 세안을 한 뒤 평상복에서 여행복으로 갈아입었다.
천 옷에 길드에서 지급받은 가죽 보호대를 착용하고 각종 도구들을 챙겨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달려 있는 가죽 벨트와 함께 야외에서 망토 겸
담요, 은신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여행자의 상징인 로브까지 착용하고 나니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은 어리다는 것만 제외하면 그럴싸한
여행자처럼 바뀌었다.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감탄한다.
“제법 그럴싸하지?”
“잘 어울려.”
“너도.”
우리는 씨익 웃으며, 마지막으로 왼쪽 허리춤에 아버지들로부터 받은 검을 착용하였다.
이번은 마차 여행이 아니라 말을 이용한 여행인 만큼 가지고 갈 수 있는 짐은 한정된다. 딱 등산 가방 수준의 짐을 들고 길드 본부 로비로
이동했다.
알렉스 형은 이미 준비를 끝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알렉스 형의 옆에는 푸른색의 머리카락과 함께 나긋나긋한 인상에, 전형적인 공부벌레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마법사 복장의 모험자가 한 명 더
있었다.
“다니엘 형, 기다리고 계셨나요?”
“응? 아니, 우리도 방금 나온 참이야.”
다니엘 형은 루시안과 함께 떠나기로 되어 있는 마법사 길드원이다.
아직 20대 후반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마나 유저 상급에 해당되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실력파 모험자다.
이쯤 되면 대충 눈치챘겠지만 내게는 오러를 사용하는 알렉스 형을, 루시안에게는 마법을 사용하는 다니엘 형을 동행하게 한 것에는 검사와 마법사
스타일에 맞는 여행 경험을 배우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뒤를 이어, 깔끔한 여행자 복장으로 갈아입은 셀린이 자신의 짐을 가지고 내려왔다.
일행이 전부 모인 것을 확인한 에밀리 누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알렉스와 아넬, 그리고 셀린은 오르덴 마을로, 다니엘과 루시안은 힐텐 마을로 가 각자 최선을 다해 의뢰를 수행해 주길 바라며 건강하게
복귀하도록 해.”
그와 동시에 카운터에 있던 다른 누나들, 로비에 있던 길드원들이 저마다 우리에게 간단한 인사를 해 왔다. 하지만 ‘잘 다녀와.’, ‘또 보자.’
등의 말은 있어도 ‘안녕.’, ‘잘 가.’ 등의 말은 없었다.
이것은 같은 길드에 소속된 모험자들끼리 하는 일종의 축복 같은 거라고 한다.
언제 의뢰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모험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이번이 마지막 인사가 될 수도 있다.
의뢰를 완료하고 복귀하였더니 알고 지내던 다른 모험자가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일이 생기는 것도 모험자들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흔한 일인
것이다.
그렇기에 다시 만나자는 의미가 담긴 인사를 나눔으로써 그 사람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축복한다고 한다.
참고로 의뢰를 떠나는 입장에서도 결코 ‘안녕.’이라든가 ‘갈게요.’ 등의 작별 인사를 하면 안 된다는 규칙도 있다.
우리는 길드원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미소와 함께 인사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의 첫 의뢰를 위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말을 이용한 여행은 마차 여행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속도도 마차보다 훨씬 빨랐고, 달그락달그락 마차에 누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말과 교감을 나누며 이동하는 것이다 보니 다소 덜 지루한 면도
있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해서,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3~4시경까지 중간에 점심을 먹는 잠깐의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7시간 이상을 말을 타고 달리다
보니 체력 소모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