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07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07화
누군가가 수줍게 말을 걸면 꼬박꼬박 빈말이라도 대답해 주고, 반 학생들의 이름도 전부 외우고 있을 만큼 학급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항상 성적에
신경 쓰는 모범생이라고 한다.
스스로의 신분을 자랑하지 않는다는 기사의 덕목을 지키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주라는 신분으로 남을 찍어 누르거나, 업신여기는 행동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물론 교관들과 학교 관계자들에게도 평판이 좋다나.
하기야 아무리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성격이 모난 사람에게 학생들이 ‘여신님’이라는 호칭으로 그녀를 우상시하진 않았겠지.
어쨌든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공주님이다.
셀린과도 저렇게 티격태격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같은 동갑내기 친구로서 셀린을 대하고 있고 말이다. 하지만 서로 눈을 부릅뜨고 노려볼 땐 원수를
보는 듯한 눈빛이라 나도 심장이 쫄깃쫄깃해지긴 한다.
특히 그 다툼의 대상이 내가 될 땐 더더욱 말이다.
셀린과 엘리시아는 여전히 나를 사이에 두고 인상을 찡그리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나도 그렇고, 셀린의 옆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는 루시안의 심장 건강에도 그다지 좋지 않을 것 같아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자, 이제 그만하고. 나와 대련하러 왔다고 했었지? 그럼 가볍게 한번 해 볼까?”
“물론이에요!”
“아넬, 정말 자꾸 요구를 받아 주니까 매일같이 들러붙는 거잖아!”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엘리시아와 대련을 끝내면 셀린과도 대련을 할게. 그러면 되지?”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아아, 진짜. 아넬은 너무 물러! 저 애랑 대련 끝나면 나랑도 꼭 해 줘야 해!”
“그래, 알았어.”
어떻게든 셀린의 기분은 푼 것 같다.
나는 ‘흥’ 하면서 살짝 불만스럽게 입술을 삐죽 내민 셀린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엘리시아와 함께 비어 있는 연무장 위로 올라섰다.
이후 엘리시아와 셀린, 두 명과 가볍게 대련을 나눈 뒤에 우리는 학교장님을 만나러 이동했다.
준비(2)
“학교장님, 아넬입니다.”
“그래, 들어와라.”
똑똑똑 하는 노크 소리와 함께 우리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학교장실 내부에 알리자 문 너머로 학교장님의 입실을 허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교장님의 허락과 동시에 우리는 학교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본부에 있는 길드 마스터의 책상을 연상케 하는 적지 않은 서류 더미가 얹어져 있는 책상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서류를 열심히 검토하고 있는 학교장님과 그녀를 보조하고 있는 세라 누나의 모습도 함께 보였다.
할 일이 제법 많은지 이것저것 바쁘게 손을 움직이면서 학교장님이 결재하고 있는 서류를 세라 누나가 재빠르게 받아 들고 정리한다.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제야 우리의 모습을 바라본 학교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서 오너라. 오기 전에 이미 세라에게 들었겠지만, 이번에 몬스터 토벌 계획에 대해 어느 정도 일정이 잡혀서 너희를 불렀다. 교관과 교직원들에겐 어제 직원회의를 통해 이 사실을 이미 전달했고 너희들에게도 토벌 계획을 이야기하고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학교장님은 이야기가 좀 길어질 수 있으니 우리에게 앉을 것을 권하였고, 우리는 학교장실 한편에 마련된 소파에 앉았다.
여전히 푹신하기 그지없는 소파다. 그 푹신한 감촉을 느끼면서 학교장님을 돌아보았다.
“학생들이 토벌할 몬스터는 어느 몬스터로 정하셨습니까?”
“말로 설명을 듣는 것보단, 직접 보는 것이 훨씬 빠르겠지. 세라.”
“네.”
학교장님은 내 말에, 자신의 옆에 있는 세라 누나의 이름을 불렀고 세라 누나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서류 중 하나를 들어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다.
이번 토벌 계획이 적혀 있는 서류였다.
우리는 서류의 내용을 간단하게 훑어보았다.
“E급 몬스터인 고블린과, D급 몬스터인 리자드맨이군요.”
서류에는 E급 몬스터인 고블린과 D급 몬스터인 리자드맨이 각각 토벌 개체로 설정되어 있었다.
두 몬스터 모두 단일 개체의 특성상 그다지 전투력이 높은 등급의 몬스터들은 아니었다.
지금의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혼자서 몬스터를 한 마리씩은 퇴치할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다.
다만 토벌 내용 자체는 그저 단순히 한 마리씩 고블린과 리자드맨을 잡는 것이 아니었다.
꽤 깊은 산 속에 자리 잡고 군락을 이루고 있는 그들의 서식지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 이번 토벌 계획의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면 고블린도 그렇고 리자드맨도 그렇고 일정 숫자 이상의 개체들이 모이면 군락을 이루어 그곳에 간단한 집 같은 것을 짓고 모여 생활하는 습성을 가진 몬스터들이었다.
서류에 적힌 장소를 살펴보니 각각 세르피안 검술학교를 기준으로 북동쪽에 위치해 있는 지그론이라는 이름의 도시와, 남동쪽에 위치한 세룬 도시가 이번 토벌의 중심이 되는 도시였다.
‘세룬 도시라…….’
내 고향 도시의 이름을 발견하고 문득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반가운 마음은 잠시 접어 두고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고블린과 리자드맨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고블린 부락은 고블린 약 30여 마리, 리자드맨의 부락은 리자드맨 약 20여 마리의 숫자군요.”
“그래, 이번 토벌 계획은 20명의 학생들을 10명씩 나누어 팀을 이루게 할 생각이다. 거기에 각 팀마다 학생들을 보조할 교관을 3명 이상 동행시킬 계획이지.”
“일단 밸런스는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학교장님으로부터 들은 학생들의 숫자와 동행하는 교관의 숫자까지 고려해 본 결과 그다지 문제는 없어 보였다.
30여 마리와 20여 마리라는 그 숫자가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아무리 약한 개체라고 하더라도 한번 뭉치기 시작하면 그 힘은 기존의 약함을 메우고도 남는다.
괜히 다구리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 생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토벌에 참가하는 6학년 A반 학생들은 개개인이 오러 유저 하급에 해당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중 상위권 학생의 경우엔 중급에 다다르는 전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각자 방심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고블린 한 마리씩, 리자드맨 한 마리씩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조금 무리한다면 두 마리까지도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최소 오러 유저 상급, 오러 익스퍼트의 실력을 가진 교관들도 3명 이상 참가하는 만큼 전력으로는 오히려 차고 넘친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학교장님은 다른 서류 하나를 훑어보면서 말을 이었다.
“물론 단순한 전력으로만 보고 비교하자면 문제가 없겠지만 여기서 교관의 개입은 최소로 할 생각이다. 어디까지나 학생들이 토벌의 주체가 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아주 조금 더 우세하거나, 몬스터와 얼추 엇비슷한 전력이 되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잘못하면 교관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을 텐데요.”
아무리 다수의 교관이 동행한다 해도, 실제 난전이 벌어지면 아무리 교관이라도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인간이 볼 수 있는 시야에는 한계가 있고, 또한 아무리 넓게 시야를 가지려고 노력해도 집중할 수 있는 데에는 일정 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실제로 전투가 벌어지면 교관이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학생들의 숫자는 기껏해야 두 명에서 세 명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자기 자신의 안전도 지키면서 학생들을 확인해야 하니 주의가 더 분산될 수도 있다.
그 상황에서 교관들이 주시하고 있는 학생들이 혹시라도 겹치게 된다면, 교관들의 시야 밖으로 벗어난 학생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토벌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경험 하나 쌓게 하자고 학생들이 큰 부상을 입거나 최악의 경우 죽게 되면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너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학교장님을 바라보았지만, 학교장님은 의외로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확실히, 다소 위험한 일이 되기는 하겠지. 하지만 기존 세르피안 검술학교에서는 늘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고 학생들에게 몬스터 토벌을 진행시켰었다. 애당초 안전하게만 학생들을 가르칠 생각이었으면 몬스터 토벌 자체를 진행하지 않았겠지. 때문에 매년 한두 명 이상씩 학생들 중에 희생자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학생들이 얻는 성과가 훨씬 좋았다. 처음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이 어려울 뿐, 이번 일을 무사히 마치면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크겠지.”
아무래도 학교장님은 다소 위험은 감수하더라도 학생들이 스스로 몬스터 토벌을 성공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이미 직원회의를 통해 교관들과도 의견을 나누었다고 하는 만큼, 해당 계획도 교관들이 찬성한 사항일 것이고 그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 놨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인가요?”
“이번에 10명씩 맞춰 이동하는 팀 중 하나에 너희들이 함께 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중지 이후에 처음으로 하는 몬스터 토벌이니 다수의 교관을 동원할 생각이었지만 6학년생뿐만 아니라, 7학년과 졸업반인 8학년 학생들까지 있다 보니 동원할 수 있는 교관 수가 어느 정도 제한이 있어서 말이다. 모험자로서 경험이 있는 너희들이 동행한다면 한두 명의 교관이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 특히 루시안의 경우엔 치유 마법도 익혔다고 들었다. 혹시라도 위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 능력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힘이 될 수 있는 만큼 꼭 동행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지그룬 도시와, 세룬 도시. 어느 쪽을 향하면 되겠습니까. 학교장님?”
내 질문에 학교장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말을 이었다.
“듣자하니, 아넬 군과 루시안의 집이 세룬 도시라고 들었는데. 특히 아넬 군의 경우엔 세룬 도시에 있는 모험자 길드가 부모님이 운영하는 거라고 말이야.”
“네, 맞습니다.”
“어차피 이번 의뢰는 해당 도시의 모험자 길드 지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고블린과 리자드맨의 부락을 찾는 것도 모험자 길드의 도움을 받아 탐색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기왕이면 지부와 연이 있는 쪽으로 향하는 게 여러모로 더 좋겠지. 거기에 고블린 무리보다 난이도가 높은 리자드맨의 부락은 세룬 도시에 위치해 있는 만큼 전력 면에서도 자네들이 세룬 도시 쪽에 합류해 주는 것이 좋겠군.”
학교장님은 말을 끝내면서 자신 앞에 둔 서류를 다시 들어 올렸다.
“우리 학생들을 잘 부탁하겠네. 세룬 도시로 향할 학생과 교관 명단은 나중에 따로 보내 주기로 하겠다. 이동거리를 감안하여 적어도 일주일 이내엔 출발시킬 계획이니 준비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학교장님.”
우리를 포함하면 최소 14명 이상이 움직이는 대규모 이동이다.
급하게 움직여야 할 이유는 없으니 아마도 마차를 이용한 이동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부터 세룬 도시까지 마차를 이용해 이동한다 치면 대략 일주일 정도가 걸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