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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05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2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05화

경각심을 갖기 시작한 학생들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몬스터 토벌까지 남은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아직 토벌 계획이 정확하게 잡힌 것은 아니기에 딱 며칠이 남았다 확정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하루빨리 우리에게서 합격 판정을 받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바빠지기 시작하자 덩달아 우리까지 바빠지게 되었다.

이번 일을 통하여 학교장님이 그간 골머리를 썩고 있던 학생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반대로 너무나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학생들의 대련 부탁에 우리는 수업이 시작하는 아침부터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수업이 끝나는 저녁시간까지 계속해서 그들의 대련 상대가 되어 주어야

했다.

실전, 즉 ‘죽음’에 대한 경각심을 깨달은 6학년 A반의 학생들은 저마다 크고 작게 실력 증진을 이루어냈다.

애당초 경각심, 실전 경험은 둘째치더라도 대륙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검술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모여드는 곳이 바로 이 세르피안 검술학교다.

물론 학비라든가, 학교와의 거리라든가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만큼 대륙의 모든 인재들이 이곳에 모여든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세르피안 검술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그 검술 수준 자체가 같은 또래의 아이들보다 상당히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런 우수한 학생들 중에서도, A클래스의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모인 곳이 바로 이곳 6학년 A반이다.

개인 성격과 귀족, 평민의 신분 차이 같은 것은 상관없이 각자 하나를 가르치면 거기서 적어도 두세 개 이상은 스스로 깨닫는 아이들인 것이다.

그간 실력 발전에 영 진척이 없었던 학생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으면서 저마다

조금씩 실력 발전의 계기를 찾게 된 것이다.

예컨대 평소라면 ‘이쯤에서 이렇게 막으면 상대방도 적당히 하다 물러서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검을 수련하고 대련에 임했지만, 사건 이후로는

‘만약 이것이 나를 죽일 생각으로 내질러지는 검이라면, 과연 이쯤에서 멈출까? 나 같으면 더 깊숙하게 검을 찔러 넣겠지.’ 등의 생각을 하면서

더 깊고 넓은 시야로 검술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기존과는 다른 시점으로 자신의 검술과 상대방의 검술을 바라볼 수 있게 된 만큼, 학생들은 넓어진 시야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검술과

상대의 검술을 비교 분석하며 한층 더 검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검사가 자기 자신의 실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는데,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연히 검술 수련에 박차를 가하면서 열정적으로 수련에 임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두 명 정도만이 그 발전 가능성을 발견하고 검술 수련에 임하기 시작했지만, 어느새 그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기 시작한 다른 학생들 또한

제대로 검술 수련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6학년 A반은 전에 없던 엄청난 검술 수련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 꼭 좋은 일만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도전만큼이나 여러 가지 문제들 또한 생겨나기 시작했다.

6학년 A반 학생들 중 몇몇이 실전을 가정한 대련을 교관 몰래 행하다가 서로 큰 상처를 입고 의무실로 실려 가는 일이 나와 엘리시아의 대련이

있고 나서 일주일 후쯤에 발생되어 큰 소란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다.

아직 상대방을 죽일 목적으로 검을 휘두른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이 무리해서 검을 휘두르다가 서로 검격이 어긋나서 생긴 문제였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생명에 지장이 있는 부위를 다친 것이 아니라, 신관의 치료를 받고 금방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뒤로 학생들 간의 무리한 대련은 교관에 의해 금지되었다.

새로운 발전의 가능성을 발견은 했는데, 그것을 혼자서 연습하기엔 너무나 부족하고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와의 대련을 통해서 직접 터득하고자 하니

교관에게 대련 자체가 통제되었다.

그 반동으로 학생들은 우리에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보다 우리의 실력이 훨씬 우위에 있는 만큼 그들이 새롭게 펼쳐 보고자 하는 검술을 대련 도중에 사용하다 실수로 검을 잘못 휘두른다고 하더라도

우리라면 다른 학생들처럼 큰 문제가 생기는 일 없이 대처가 가능했기 때문에 학생들은 그 점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우리에게 합격 판정을 받기 위해, 학생들은 우리와 대련을 해야 했다.

하지만 한번 불합격 판정을 받더라도, 재도전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우리를 이용하여 대련 욕구를 채우겠다는 생각이 학생들에게 번지면서 우리는 유례없는 학생들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당시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며 대련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일까 황당하기도 했었는데, 반대로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뭔가 발전의 가능성은

찾았는데 그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우리와의 대련밖에 없다는 데에 왠지 모를 측은지심이 들어 우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학생들과의 대련에

임해 주었다.

보다 철저히, 도전해 오는 그들을 때려눕혀 준 것이다.

처음엔 그저 어차피 대련을 해야 하니 기왕 시험을 보면서 우리에게 부담 없이 검을 휘두를 목적으로 그들은 우리에게 도전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검술을 전부 받아 주고도 오히려 태연히 몰아붙이며―셀린의 경우엔 몰아붙이는 것을 가장한 일방적인 폭력이었지만― 우리가 느낀

그들의 문제점을 툭 내뱉듯이 지적해 주자, 그들은 우리에게 지적받은 부분을 고치고 다시금 도전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덕분에 지난 한 달 동안 우리는 꽤 적잖은 고생을 해야 했다.

비록 세라 누나는 하루에 3번으로 대련 횟수를 정하긴 했지만 처음엔 ‘학교장님이 시키셨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하며 고개를 빳빳이

들고 대련을 요청해 오던 그들이 어느새 자존심을 죽이고는 진지하게 대련을 요청해 오기 시작하니 그 부탁을 차마 뿌리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도 그들이 조금씩 발전하고 바뀌어 가는 그 모습에 동화되어 이제는 대련이 끝나고 나서는 쉬는 시간에 그들의 고민을 들어 주고 검술에 대한

조언을 해 주는 등의 일도 하게 되었다.

그런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된 지금에서는, 학생들도 어느 정도 대련 열기가 진정되어서 새롭게 찾은 발전 가능성을 스스로 다듬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간 자신들이 어지간히도 우리에게 대련 신청을 하긴 했다고 스스로들 느끼고 있는 것인지 이제는 정말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련 신청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하지만 지금도 수업에 같이 참여하고 있으려면 자신들이 먼저 다가와 검술에 대한 이것저것들을 물어보거나 조심스럽게 우리의 조언을 구하곤 한다.

처음, 이곳 세르피안 검술학교에 찾아와 그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관계 개선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지금 이대로만 계속 경각심이 유지된다면, 전원 실력 여부에 상관없이 합격 판정을 줘도 될 정도다.

학교장님도 6학년 A반의 바뀐 모습을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몬스터 토벌 의뢰가 끝나고 보상을 지급할 때 이 점을 감안하여 훨씬 더

좋은 보상과 함께 왕국에 올릴 보고서에 우리의 활약상을 더욱 강조해서 보내겠다고 해 주셨으니 길드에도 여러모로 이바지하게 된 셈이다.

노력한 만큼 결과는 좋았다는 것이다. 힘들게 연극을 벌인 보람이 있다.

오늘도 우리는 6학년 A반의 검술 수련에 함께 참여한 상태로 그들이 검술을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연무장 근처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들 자세가 많이 좋아졌는걸.”

학생들이 검을 휘두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루시안이 오호, 하면서 작게 감탄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셀린이 루시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그야, 저런 상태로 하루 종일 검만 휘두르고 있으니까. 노력의 결과가 없을 수 없겠지.”

“덕분에 우리는 잔뜩 지쳐 버렸지만 말이야.”

루시안의 장난스러운 말에 나도 셀린도 ‘그러게.’ 하고 피식 웃었다.

학생들이 본인의 검술을 다듬는 데 재미가 들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다지만, 그들을 상대해 왔던 우리의 입장에선 하루에도

서너 명이 넘어가는 학생들을 상대해 주고 그들의 검술 상담과 조언을 해 준 것이 되니 그야 지칠 법도 하다.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갈 길을 파악했을 테니까, 이전처럼 달려들지는 않겠지.”

“글쎄,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내 말에 루시안이 애매모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겐 공주님이 계시잖아?”

“…….”

“뭐어? 그 여자애, 아직도 네게 달라붙고 있는 거야?”

루시안의 말에 셀린이 눈을 치켜뜨면서 이쪽을 돌아보았다. 나는 셀린의 태도에 황급히 손을 저으며 대꾸했다.

“아니, 이전처럼은 아니고 이제는 검술 상담을 해 주는 정도야. 그리고 하루에 대련 한 번 정도가 전부고.”

“그래도 벌써 한 달짼데 하루에 한 번씩 꼬박꼬박 대련을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다른 애들은 이제 대련보다는 자신의 자세를 다듬는 데

열심이라구.”

그렇게 말하면서 셀린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그 모습에 나는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야 그렇지만 엘리시아는 원래부터 그다지 다듬을 자세가 없을 만큼 실력이 좋았으니까 말이야. 이번 일을 통해서 새롭게 깨닫게 된 것들도 벌써

다 소화해 낸 모양이고, 오히려 무리해서 다른 쪽으로 발전을 노리기보다는 기존의 자신의 실력을 좀 더 다듬을 방법이 없는지 묻던걸. 나는 그것에

대한 조언을 해 주고 있을 뿐이고.”

“흥, 이래서 천재라는 족속들은 싫어. 누구는 뼈 빠지게 몇 달을 죽자고 매달려서 간신히 익히는 것을 고작 몇 주 만에 익혀 놓고는 ‘이걸로는

부족해.’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으니까 말이야. 때론 불공평하다고 느낄 정도야.”

“그거, 왜 나를 보면서 말하는 거야?”

“글쎄, 왜일 것 같아?”

셀린이 너무나 밝게 웃으면서도 목소리를 낮게 깔고 대답하는 그 모습에 찔끔하며 루시안은 허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바로 옆에도 그런 천재가 있었지.

누구는 일 년이라는 시간을 노력해서 간신히 다듬은 검술 자세를, 고작 몇 개월 만에 따라잡는 괴물이 말이다.

으르렁! 하고 루시안에게 버럭 화를 내다가 이내 ‘흥이다!’ 하고 혀를 내미는 셀린의 모습과, 그런 셀린에게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는 루시안의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고 있으려니 문득 누군가가 내 뒤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으신가요?”

“응? 아니, 별건 아니었어.”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에 등 뒤를 바라보자, 반짝이는 금발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과연 인간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규격 외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소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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