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00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00화
우리 세 명이 모두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아하하…….’ 하고 아픈 기억이 떠오른 모양인지 세라 누나는 힘겹게 대답했다.
“스승님입니다.”
“……아아.”
세라 누나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그녀의 대답에서 우리는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만나는 우리에게 느닷없이 강렬한 기세를 쏘아붙이고는 태연하게 ‘장난’이라고 칭했던 학교장님이다.
사실 나의 경우엔 오러를 상당히 발달시킨 상태이고 루시안은 마나를 그리고 셀린은 레드 드레이크라는 특수한 기운이 있기 때문에 소름이 돋는 것에서
그친 것이지 그만한 기세를 만약 일반인이나 혹은 오러를 발현시킨 지 얼마 되지 않은 하급 오러 유저에게 쏘아붙였으면 십중팔구로 전의를 상실하고
기절하거나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학교장님의 제자가 바로 세라 누나이다.
학교장님 성격을 생각해 봤을 때 세라 누나가 아무리 자신의 제자라 하더라도 오냐오냐하면서 설렁설렁 가르쳤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녀가 강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
실제로 그런 것인지, 과거를 회상하는 세라 누나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스승님은, 본래 왕족을 보필하기 위한 시녀로 뽑혀 들어온 저에게서 검술의 재능을 찾으시고 자신의 제자로 삼으셨습니다. 아마 반쯤은 흥미 위주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 이후로 저는 스승님에게 엄하게 검을 배워야만 했지요. 스승님과 단둘이 연무장에 올라서, 스승님은 목검 하나를
던져 주시며 그 기세를 끌어올리시고는 와들와들 떨고 있는 제게 ‘덤비렴, 제자야.’라고 말하셨습니다. 그때의 스승님의 모습은 아직도 꿈에
나옵니다. 잠에서 깨면 호흡이 가빠지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말이에요…….”
“…….”
뭐랄까, 상당한 트라우마인 모양이다.
여기서 더 이상 건드렸다가는 세라 누나의 무언가가 파직, 하고 금이 갈 것 같았기에, 우리는 그 이상 세라 누나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멈추고
다시 학교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를 돌렸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걷고 있으려니 우리는 어느새 학교 본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학교 본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학교 연무장으로 이동하였다.
이미 다른 연무장에는 제법 많은 학생들이 저마다 짝을 찾아 대련을 하고 있거나 교관에게 단체로 지도를 받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세라 누나의 안내를 받으며 6학년 A반이 사용하는 연무장으로 걸어갔고, 그곳에서 교관의 지시에 따라 한 장소에 모여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20명 정도의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아이들 중에는 멀리서 봐도 그 아름다움을 언뜻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존재감을 발하고 있는 엘리시아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와 6학년 A반의 첫 만남이었다.
***
우리가 연무장에 들어서자 20명 정도의 학생들이 이쪽을 향해 시선을 움직였다.
학생들의 앞에 서 있던 교관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은 우리를 안내해 준 세라 누나를 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말을 이었다.
“음, 마침 길드에서 온 이들이 도착한 모양이군.”
“교관님, 그 말씀은……?”
“그렇다. 이들이 수도 모험자 길드 본부의 세 명의 ‘신성’들이다.”
교관이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을 바라보면서 말하자, 학생들은 저마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들이 소문의 그……?’, ‘뭐야, 우리하고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데?’, ‘역시 소문은 거짓이었던 건가.’ 등등 별의별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자신들이 무슨 영험한 재주가 있기에 우리의 겉모습만을 보고 소문이 사실인지 거짓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고 우리를 평가할 수 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지만 일단 이런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기에 가볍게 무시해 주었다.
우리가 세라 누나를 따라 교관의 바로 옆으로 가자, 학생들의 시선이 더욱 집중되었다.
세라 누나는 앞으로 집중된 학생들의 시선을 마주 바라보면서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6학년 A반 학생들에게 우리를 소개해 주었다.
“여러분들도 한 번쯤은 모험자 길드의 세 ‘신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이번에 학교장님께서는 이상 현상 몬스터의 등장으로 한동안
중지시켰던 학생들의 몬스터 토벌 계획을 다시 실시하기에 앞서, 여러분들에게 몬스터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시고자 직접 모험자 길드 길드 마스터에게
편지를 보내어 왕국 전역에서 몬스터 퇴치에 이바지하고 있는 길드의 세 신성들을 학교로 초대해 주셨습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길드의 C급 모험자인
셀린 폰 이그니스 양, 같은 C급의 모험자인 루시안 지어스 군, 마지막으로 길드의 최연소 B급 모험자 아넬 프로스트 군입니다.”
우리 이름이 차례대로 호명될 때마다, 우리는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학생들에 대한 인사를 대신했다.
그런 우리 모습에 일부 학생들이 미간을 좁히고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우리는 그들의 모습들을 본 척도 하지 않고 무시해 주었다.
아마도 인상을 찌푸린 일부 학생들은 우리를 영 탐탁지 않게 여기는 귀족 신분의 학생들일 것이다.
원래라면 이런 학교엔 들어오지도 못할 우리가 학교장님의 초청으로 온 주제에 명성을 믿고 뻗대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명성을 믿고 뻗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식적으로 우리는 학교장님의 초청으로 학교에 찾아온 손님들이고, 굳이 손님이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이곳에서는 학생 개인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만큼 우리가 그들에게 고개를 깊숙이 숙여야 할 이유도 없었으며, 외부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신분이 그들보다 높은 만큼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었다.
단지 자신들이 외부인인 우리에게 대련이라는 명목하에 심사를 받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겠지.
릭에게서 미리 들었던 이야기지만 저렇게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니 작게 한숨이 나왔다.
학생 간의 신분 차이를 허용하지 않는 곳이라 해도 성장 환경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인가 보다.
‘밖에서 만났던 귀족들의 자식 놈들이랑 그다지 다를 바 없는 행동이로군.’
그동안 지방 영지에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가면, 영주가 아니라 정작 영주의 자식 놈들이 더 설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부모 잘 만난 덕분에 배부르고 등 따시게 잘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자신들이 엄청나게 대단한 존재인 것처럼 머리를 꼿꼿이 세우며 ‘넌 뭔데 내
앞에서 가만히 있느냐? 어서 머리를 조아려라!’라고 말하는 기똥찬 놈도 여럿 봤었다.
분명 이 세계의 신분 구조상 부모로부터 정식으로 작위를 이어받지 못한 그들보다, 모험자 길드 본부에서 정식으로 등급을 수여받은 우리의 신분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모험자 = 평민’이라는 생각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놈도 있었지.
물론 그 뒤로는 찍소리도 못하게 눌러 줬지만, 어쨌든 이곳에서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놈들이 꽤 적지 않은 모양이다.
아마도 그 몇몇 학생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을 세라 누나도 확실히 봤겠지만, 그녀는 보지 못했다는 태도로 대련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젝스 교관님에게 이미 설명을 들었을지 모르겠으나 혹시라도 이번 ‘대련’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학생들이 있을지 모르니 다시 한 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이 시간부로 이곳에 있는 아넬과 루시안 군, 그리고 셀린 양과 대련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앞으로 토벌 의뢰에 참가하여 몬스터를 무리 없이 토벌할 수 있을지 없을지, 또한 그에 적합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그들에게
개별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들에게 ‘합격’이라는 판정을 받아야만 앞으로 있을 몬스터 토벌 의뢰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세라 누나의 말을 들은 몇몇 학생의 웅성거림이 조금 커졌지만, 세라 누나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갔다.
“셋 중 한 명에게라도 합격을 받는다면 그 학생은 즉시 통과하여 다가오는 몬스터 토벌 의뢰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불합격 판정을
받은 학생들은 몬스터 토벌 의뢰가 시작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그들에게 재도전하여 합격 판정을 받아 내야 합니다. 대련 도중에 오러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이며, 이것은 길드의 세 명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하는 조건입니다. 순수한 검술로만 대련을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세라 누나의 설명을 듣고 있던 학생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세라 누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든 학생을 바라보았다.
“합격 판정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기준은 길드의 세 사람의 판단에 맡깁니다. 그들이 판단했을 때 여러분이 실제로 몬스터를 마주하더라도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실력과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어렵지 않게 합격 판정을 줄 것입니다. 또는 그들을 순수 검술로 이길 수 있다면 그 또한 합격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쉽네.”
어디선가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적으로 셀린의 몸이 살짝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으나, 나도 그렇고 루시안도 그렇고 셀린 역시 겉으로는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셀린이 조금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잘 참은 모양이다.
역시나 릭의 말대로 평민 신분의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우리에게 질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만큼
자신들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다는 소리일 것이다.
그러나 겨우 저 정도 발언에 발끈해 봤자 의미는 없다. 어차피 대련이 시작되면 그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학교장님이 걱정하시는 이유도 대충은 알겠네.’
솔직히 저들의 입장에서야 왕국의 명문이라고 할 수 있는 세르피안 검술학교에 입학하여 힘든 수련을 거치면서 학년 중에서도 A클래스에 포함될 수
있는 실력을 쌓은 만큼, 그만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넘쳐,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경각심조차 흐릴 정도가 되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방심은 목숨을 잃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길드에선 항상 자신의 실력을 맹신하지 말고 몬스터의 등급 또한 맹신하지 말라 가르친다.
아무리 몬스터 중에 최하급 개체라고 평가받는 E급의 고블린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휘두르는 나무 몽둥이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으면 심한 부상을 입을
수 있으니까.
특히나 요즘같이 언제 어디서 이상 현상 몬스터가 나타나 지정된 등급 이상의 강함을 나타낼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그런 위험성이 더더욱 부각된다.
‘그런데 저런 상태라.’
당장 대련을 할지도 모르는 상대에게도 경각심을 전혀 갖지 못하는데, 과연 몬스터에게 경각심을 느낄 수 있을까?
물론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는 사람을 대하는 것과 몬스터를 생각하는 것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몬스터를 상대로 잘해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