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97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97화
릭은 살짝 당황한 표정의 우리들을 돌아보면서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이곳은 항상 오락거리에 굶주려 있거든, 검술을 수련하는 것, 그리고 학생들끼리 대련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즐길 거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소문 같은 것이 있으면 순식간에 퍼지고는 해. 아마도 너희가 이 학교에 온 것을 누군가가 보고, 소문을 퍼트린 것 같아.
‘신성’들이 학교에 도착했다고 말이야.”
“더군다나 옷차림이 이래서야 눈에 띌 수밖에 없겠지.”
루시안의 말에, 나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점에서?”
“그야, 우리는 교복을 입고 있지 않잖아.”
“아…….”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그들이 우리의 옷을 보고 있던 이유가 단순히 옷이 낡아서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세르피안 검술학교는 학생 전원이
통일된 교복과 평상복을 입는다.
기본적으로 학생 간의 생활력 차이로 누구는 좋은 옷을 입고 누구는 질이 좋지 않은 옷을 입어, 학생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세르피안 검술학교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검을 가르치는 학교다.
학생들은 수업시간마다 검을 휘두르고, 매일같이 땀을 흠뻑 흘린다. 그리고 땀에 젖은 옷은 위생상으로도 문제가 되고 본인이 찝찝해지기 때문에
세탁을 하게 된다.
그게 한 명, 두 명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8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하루에 한 벌 내지 두 벌 이상 세탁물을 내놓게 되면 그것을
처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보통 노동력이 드는 것이 아니다.
가뜩이나 800여 벌, 많게는 1,600여 벌에 달하는 옷을 세탁해야 하는 판국에 학생 개개인의 옷마다 재질이 다르고, 그에 맞게 또 재질을
구별해서 세탁을 해야 한다면 그야말로 비효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난장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학교에서는 평상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검을 휘두른다고 하더라도 땀 흡수가 잘되고 움직임에 지장이 없는 교복이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고 학생들은 평민, 귀족 할 것 없이 편리성 때문이라도 교복을 입는 것이다.
옆에 있는 릭 역시 교복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지급하는 평상복 차림을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만 교복이 아닌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누가 보더라도 ‘외부에서 왔구나.’ 하고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신성들이 학교에 방문한다는 소문까지 들었다면 이런 반응이 오히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등 뒤에서 릭이 나와 루시안의 등을 살짝 밀면서 말을 이었다.
“자자, 이렇게 눈치만 보고 있어 봤자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어서 밥 먹자, 밥.”
“어? 어어…….”
밥 먹는 학생이나, 밥을 뜨고 있는 학생들이나 이쪽을 계속 힐끔힐끔 바라보는 것이 영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릭의 말대로 그 시선을 계속 신경
쓰고 있어서야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릭의 안내를 받아 우리들은 빈 접시를 들고, 음식을 원하는 만큼 접시에 담았다.
호화스러워 보이는 인테리어만큼이나 음식 역시 퀄리티가 좋았다.
음식을 전부 담은 우리들은 비어 있는 테이블로 이동해 자리를 잡고 식사를 시작했다. 계속해서 학생들이 이쪽을 향해 힐끔힐끔 시선을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지만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거야 원, 분명 음식의 맛은 좋았지만 이래서야 밥맛이 생길 리가 없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있으려니 루시안이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먹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그렇게 되질 않는걸.”
설마하니 몬스터를 퇴치하는 과정에서 단련된 감각들이 이럴 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는데. 너무 시선이 집중되다 보니 따끔따끔한 느낌까지 드는 것
같았다.
“뭐, 그만큼 유명인이니까. 이곳에서 신성은 말이지.”
“그렇게나?”
셀린의 질문에 릭은 큼지막하게 자른 고기 한 점을 입 안에 넣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와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력으로 길드에서도 인정받으며 몬스터를 토벌해 그것들에게 피해를 받은 영지민들을 구해 주고
있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적어도 나와 같은 평민 학생들에게 있어서 너희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영웅담과도 비슷한걸?
일부는 실제로 너희가 이 시대의 새로운 영웅들이 아닐까 진지하게 생각하는 애들도 있을 정도야.”
“으응, 그렇구나.”
셀린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릭의 반짝이는 시선을 피했다.
하긴, 나 역시 아까 전에 릭의 시선에 부끄러움을 느꼈었다. 그냥 단순히 소문으로 듣는 우리들의 이야기와 직접 듣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옆을 슬쩍 바라보니, 루시안 역시 이런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은 영 부끄러운 모양인지 ‘크흠.’ 하면서 식사에 열중하는 척을 하고 있었다.
딱히 누군가에게 영웅 소리를 듣고 싶어서 한 행동들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부끄러운 것도 잠시, 이어지는 릭의 농담 섞인 이야기들 덕분에 우리는 학생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식사를 이어서 할 수 있었다.
릭과 함께 식당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우리들끼리만 왔으면 꽤나 불편한 식사시간이 될 뻔했다.
“그런데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것 같지 않아?”
“그러고 보니 어쩐지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우리가 이곳에 들어섰을 때도 이미 식당은 꽤나 시끌벅적했지만, 이야기에 신경 쓰고 있느라 몰랐는데 주변이 아까보다도 훨씬 소란스러워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서 소란의 근원지를 찾아 시선을 돌려 보니 릭이 ‘아하.’ 하며 말했다.
“아마도 여신님이 강림하시는 모양이군.”
“여신님?”
릭의 말에 우리 셋의 고개가 갸웃했다.
대륙에서 ‘여신님’이라 칭하는 것은 단 한 명, 유일신인 에레나 여신뿐이다. 그런데 여신이 강림한다? 뭔가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고
있으려니 릭은 ‘풋.’ 하고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설마 진짜 여신님이겠어?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여신님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녀의 외모를 보면 말이야.”
“그녀?”
“마침 여신님이 들어오시는 모양이야. 한번 직접 보라고.”
대체 뭐기에 릭이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궁금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학생들은 저마다 열광하는 눈빛, 혹은 광신도와도 같은 눈빛으로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에게 향했었던 시선들도 지금만큼은 우리들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이내 누군가가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우리들의 눈에 들어온다.
“…….”
“…….”
그녀의 얼굴이 식당에 모습을 드러내자, 방금까지 언제 소란스러웠냐는 듯 식당 전체가 놀랍도록 조용해졌다.
마치 상황을 미리 보고 있던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사일런스 마법을 걸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갑작스러운 침묵이었다.
‘저 애가 여신?’
식당으로 들어온 소녀는, 아름다웠다.
고학년생 식당으로 들어왔으니 나이는 우리와 비슷한 나이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저렇게 뛰어난 외모를 가진 이는 솔직히 말해서 우리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니, 나는 우리 어머니의 한참 꽃다운 나이를 보지 못했으니 지금 단계에 있어서는 소녀의 압도적인 승리다.
단언컨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톱 1위에 등재시킬 수 있을 만큼 소녀는 예쁘고 아름답고, 또한 귀여웠다.
이 세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금발이지만, 소녀의 금발은 머리카락이 얇아서 그런지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나고 윤이 났으며, 오뚝한 콧날, 붉은 입술, 커다란 눈동자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까지 완벽하다.
음, 몸매가 살짝 빈약하다는 감은 있었지만 워낙 예쁜 외모 탓에 그쪽으로까지 시선이 이동되지는 않았으니까 문제는 없으려나.
확실한 것은 애들이 소녀를 보고 ‘여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는 것이다.
뭐랄까,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기엔 규격 외에 해당할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세상에…… 내가 이런 소설 같은 상황을 진짜로 경험하게 될 줄이야.’
흔히 판타지 소설에서 규격 외의 아름다움을 가진 공주나, 혹은 신분 높은 귀족이 등장하고 주인공이 그 여인과 엮이면서 이야기가 점점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것은 상당히 흔한 내용이다.
솔직히 그런 내용을 읽으면서도 ‘사람이 예뻐 봐야, 얼마나 예쁘겠어?’라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건…….
‘직접 보니까 이젠 그렇게 트집 잡지도 못하겠네?’
실제로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한 그녀가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음에도 ‘저게 사람인가?’ ‘움직이는 인형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다.
“어때? 우리 여신님 외모가?”
“……엄청난걸.”
솔직하게 말하자, 옆에 있던 루시안과 같은 여자아이인 셀린 역시 넋을 잃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릭은 우리들의 반응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사기적인 외모에, 학년 최고의 검술 실력까지 가지고 있는 만능형 미인이라니. 아무리 이 나라의 공주님이라 하더라도 사기적일 정도로 엄청난
애야.”
“공주라고? 저 애가?”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도 ‘공주’라는 말에 릭을 돌아보자 릭은 오히려 몰랐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들어 본 적 없어? 세르피안 검술학교엔 현재 왕의 금지옥엽인 공주가 재학 중이고, 심지어 그 공주는 어지간한 기사들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검술의 천재라는 말.”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릭이 말했던 것과 비슷하게 이 나라의 왕에게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딸이 한 명 있고, 그 딸은 엄청난 미모와 더불어 뛰어난 지식과 함께
검술에까지 재능을 가지고 있는 희대의 천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왕과 관련된 이야기는 으레 그렇듯, ‘왕께서 검을 뽑으시니 온 적이 두려움에 떨고, 왕께서 호통을 치시니 온 적이 스스로 녹아내렸다.’
등 말도 되지 않는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되면서 과장되기 마련이니 ‘그냥 적당히 아름답고, 검 좀 다룰 줄 알고, 글 좀 쓸 줄 아는 공주님이 한
명 있구나.’ 하는 식으로 흘려들었었는데, 그게 이 이야기였단 말인가?
‘왕의 딸이라…… 그러면 학교장님의 조카가 되는 건가?’
그 학교장님의 조카라고 하니, 얼핏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어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정말로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소녀가 실존하는구나. 과연 이 세계.’ ‘이 세계니까 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저 소녀가 특별한 것일까.’ 등의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으려니, 릭이 깜짝 놀란 듯이 소리치고, 이어서 루시안과 셀린도 살짝 당황한 듯이
‘엇?’ ‘어어?’ 등의 말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