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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90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90화

그런 과정에서 의뢰를 수행하며 꽤 적지 않은 귀족을 만나 보게 되었고, 그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귀족들과는 가능하면 엮이지 말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그때 깨닫게 되었지…….’

소설이나 영화, 또는 만화 속에서 등장하는 귀족들은 흔히 자신들 스스로를 선택받은 자, 귀한 자로 여기며 평민 이하의 일반인들은 가축, 쓰레기

취급을 하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

이곳 세계도 그다지 크게 다를 바는 없어서, 같은 귀족이 아니라면 귀족들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곳 세계에서는 인간은 다 같은 에레나 여신의 자식이라는 유일 신앙이 있기 때문인지, 상대방을 가축, 쓰레기 취급까지는

하지 않는다는 점이랄까?

뭐, 가축 쓰레기까지는 아니지만 거지를 쳐다보는 듯한 시선은 그대로지만 말이다.

몬스터를 토벌한 것은 순전히 우리들인데, 자신이 토벌하려고 했던 것을 가로챘다는 식으로 말하질 않나, 마을이 피해를 입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그깟 평민 몇 명쯤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놈도 있었다.

하기야 모든 영주가 영지민들을 아끼고 위했다면 애당초 우리에게 토벌 의뢰가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변방의 영주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5명 이상의 기사들을 보유하고 있고, 기사들은 최소가 오러 유저 중급 이상의 실력자들이다.

모험자로 따지면 C급에 해당되는 전력인 만큼, 병사와 함께 운용하면 B급 이상의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자체적으로 토벌이 가능하다.

단지 그렇게 하지 않고 길드에 토벌을 요청하는 경우는 자신의 병사나 기사가 영지민을 위해 몬스터를 토벌하다 부상을 입거나 희생당하는 것을 아깝게

생각해서일 뿐이다.

그런 영주들을 대신해 토벌 의뢰를 가는 것인 만큼, 제대로 된 영주를 만날 수 있을 리가 없었지.

어쨌든 귀족이란 것들에게 확 질려 버린 이후로는 나 역시 가능하면 귀족들과는 엮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세르피안 검술학교에 가게 된 것이다.

‘그곳이 그렇게 썩어 빠진 곳이 아니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네.’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세르피안 검술학교에서는 그런 불쾌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아마도 힘들 거라 생각하지만 말이다.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아넬?”

“아, 별건 아니야…… 가서 별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아아…… 귀족 때문에?”

역시 오랫동안 사귄 만큼 루시안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정확하게 짚었다. 아무래도 루시안과 셀린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둘 다

귀족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지방에서 상대하던 귀족들보다는 좀 나을 거야. 그자들은 제대로 된 귀족 작위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영지 내에서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그런 식으로 나왔던 거지만, 검술학교에 있는 귀족 자제들은 아직 정식으로 작위를 받은 단계도 아니고 그곳이 자신의 영지도 아니니까

말이야. 거기에 세르피안 검술학교에서는 학생들끼리의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어. 물론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거기에 그 학교는 귀족 자제만 있는 건 아니라며?”

“그렇긴 하지만…… 평민이 몇 명이나 있을지는 모르겠는걸.”

아무리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 나라에 이바지한다는 설립 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세계에서 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다.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하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생활비 역시 학생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장학금 제도는 있어서 실력이 출중한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학비를 받지 않고 생활비도 학교 측에서 지원해 준다고는 하지만 평민의 자제가 어렸을

때부터 고급 교육을 받고 자라는 귀족 자제를 이길 수 있는 경우가 몇이나 될까?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

“뭐, 일단은 지레짐작하기보다는 직접 가고 나서 볼 일이지. 안 그래?”

“그렇네.”

“하긴, 귀족도 아니고 귀족의 자제면 적당히 안 보이는 곳에서 손봐 주면 되니까.”

“어이, 셀린. 그런 짓 하다 걸리면 뒷감당은 어쩌려고?”

루시안의 반박에 셀린은 뭐가 그리 걱정이냐는 듯, 가슴을 당당하게 펴고 말을 이었다.

“제까짓 놈들이 부모의 권력을 믿고 설치면 어쩌게? 내 아빠는 오러 마스터에 이 나라의 백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귀족인걸.”

“……그렇게 말하면 또 할 말은 없다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셀린도 엄연히 이 나라의 귀족 자제였다.

길드 마스터가 이 나라를 거점으로 생활하고 있기에, 왕국에서 형식상 내려 준 작위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백작의 작위는 고위 귀족에 해당되는 높은

작위다.

항렬상으로 그보다 위에 존재하는 작위는 후작과 공작, 그리고 왕족밖에는 없다.

그리고 설령 이 나라의 후작과 공작이라고 하더라도 셀린의 아버지인 길드 마스터를 권력으로 찍어 누를 수는 없다.

왕국 전역에 활동하고 있는 모험자 길드들과 척을 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거기에 개인적으로도 마스터는 오러 마스터의 검사다.

일국의 왕조차도 협력관계를 맺는 것에서 만족할 정도인데 누가 누구와 척을 진단 말인가?

그리고 셀린은 그 길드 마스터의 딸이다. 비록 친자식은 아니라고 하지만, 길드 마스터가 셀린을 친자식 그 이상으로 아낀다는 것은 길드에서도,

외부에서도 알 정도로 유명하다.

셀린이 귀족 자제를 한두 대 쥐어박아도, 제정신인 귀족 부모라면 자기 자식을 쥐어박은 것이 셀린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찍소리도 못하겠지.

그것을 알고 있기에 큰소리치고 있는 셀린이겠지만, 나는 얼굴을 살짝 굳히며 셀린을 돌아보았다.

“그래도 귀족 자제를 손봐 주는 것은 그만둬, 셀린.”

“왜? 길드에 피해가 갈지도 모르니까?”

“아니.”

“그럼?”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셀린에게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네가 단 한 대라도 귀족 자제를 쥐어박는 일이 생긴다면, 그날로 시체 하나를 우리들이 치워야 할 테니까 말이야.”

“어?”

“과연…… 그렇게 되면 일이 커지겠군. ‘싸운 것’과 ‘죽인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으니까.”

“…….”

우리들의 대답에, 셀린이 ‘뭐야!’ 하고 말을 이으려고 했으나 셀린은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우리들의 시선을 은근슬쩍 피하는 것을 보니, 자신도 그 점에 대해서는 딱히 반박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은 딱히 셀린을 놀리려는 목적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로 셀린 입장에선 ‘툭’ 친 것이, 받는 사람 입장에선 ‘꺽’ 하고 세상과 그대로 안녕하게 된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셀린과 함께한 길드원들과, 나, 그리고 루시안이라면 셀린이 가지고 있는 힘의 위력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고 그녀의 행동 패턴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황이니까 만약의 상황에도 어떻게든 대응할 수 있다고 하지만, 셀린의 겉모습만 보고 일반적인 소녀 정도로 생각하다가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 그 녀석은 요단강을 건너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계에도 요단강 같은 것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되면 일은 상당히 커진다.

일국의 귀족 자제를 검으로 찔러 죽인 것도 아니고 때려(!) 죽인 것이 되니까 말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길드 마스터의 권력이라고 하더라도

사건을 무마하기 힘들겠지.

나와 루시안은 진지한 말로 셀린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니까, 죽이지만은 말아 줘.”

“……노, 노력해 볼게?”

셀린이 어렵사리 대답한다.

뭐, 말로는 이렇게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셀린이 누군가를 때려죽인 경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몬스터는 몇 번 두개골이 함몰된 꼴을 보긴 봤었지만.

“정 화를 참기 힘들 땐 벽이라도 힘껏 내리쳐 봐. 아마 그것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놈들은 네게 무조건 항복할 테니까.”

“으으, 그만 놀려…….”

“하핫.”

그렇게 세 명에서 모처럼 한가롭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라티움 근방을 벗어나 세르피안 검술학교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쉬고 싶으면 길을 이동하다 적당히 쉬기 좋은 들판에 누워 한가롭게 하늘을 구경하기도 하고, 때로는 좀 무리했다 싶을 정도로 말을 다그쳐 평원을

질주해 보기도 하면서 의뢰를 가는 길이라기보다는 마치 휴가를 나온 듯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3일.

우리는 예정된 시간에 세르피안 검술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세르피안 검술학교(1)

 

 

 

 

“이곳이 세르피안 검술학교구나.”

“크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까 더 대단한걸? 학교가 아니라 성이잖아, 이건?”

성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에 신분증을 제시하고, 검문을 받은 뒤, 우리들은 성문을 통과하여 도시 안으로 입성했다.

겉으로 보면 아무리 봐도 학교라기보다는 하나의 도시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도시를 지키는 성벽은 수도의 성벽과 견주어도 그다지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견고했고, 이곳을 수비하는 병사들의 숫자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도시 내부는 이곳이 과연 학교 부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바글거렸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이 엄청 많은걸.”

“그러게, 수도 못지않을 정도인걸?”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사람들이 북적이고 상업이 활기를 띨 수 있는지 살짝 궁금해졌다.

마침 하늘을 바라보며 태양이 기운 정도를 통해 시간을 알아보고 있으려니 점심 먹을 시간이 약간 지난, 오후 1시쯤 되는 것 같았다.

우리들은 세르피안 검술학교에 가기 전에 간단히 배를 채우기로 결정하고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 점심을 주문했다.

카운터에서 가까운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으면서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가게의 주인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보통 이런 음식점에서 직접 음식을 하지 않고, 카운터를 맡고 있는 주인들은 손님 접대를 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계산만 주야장천 하는 일이다 보니 다소 심심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근처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이야기를 걸면 꽤 친절하게 도시나 마을에 대한 설명을 해 주곤 한다.

모험자 생활을 하며 도시나 마을에서 여러 정보를 모을 때 익힌 요령 중 하나다.

점심시간도 끝나서 다소 가게가 한가했기 때문에 우리들의 질문에 주인아저씨는 제법 친절하게 도시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물론 친절하게 안내를 받는 대가로 음식을 먹고 난 이후에 우리들은 굳이 시키지 않아도 되는 디저트를 추가로 주문하여 가게의 매출을 올려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저씨는 그런 우리들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하핫, 너희들 제법 상인을 다룰 줄 아는구나.”

디저트를 좀 시켰다고 해서 가게의 매상이 엄청나게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소한 행동 하나가 사람의 호감을 늘릴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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