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26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26화
이미 녀석의 등 뒤로는 맥스 교관님이 다가와 있었다는 것이다.
케르륵?!
일반적으로 두 명의 협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후방을 주의하지 않은 채 눈앞의 상대에만 집중하는 것은 상당히 어리석은 일이다.
또한 조금이라도 검술 교육을 받은 자라면 후방의 적을 주의하지 않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나 이상 현상 몬스터라고는 해도 눈앞의
검은 고블린은 몬스터였다.
뒤늦게 맥스 교관님의 기척을 눈치챈 고블린이 뒤늦게 그의 검을 회피하기 위해 몸을 비틀었지만 이미 완벽하게 후방을 점한 상황에서 다잡은 목표를
놓칠 만큼 맥스 교관님은 허술하지 않았다.
“차아앗!”
케륵……!
푸른빛의 오러로 코팅된 그의 검은, 검은색 코볼트의 몸을 매끄럽게 갈랐다.
이상 현상 몬스터로 변이하면서 일반 고블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질기고 튼튼한 가죽을 얻었을 테지만 그만한 강도의 피부도 오러 소드를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상체와 하체가 양단된 검은 고블린은 ‘끄르륵…….’ 하는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후우!’ 하고, 검은 고블린이 완전히 죽었음을 확인한 맥스 교관님은 내게 말을 이었다.
“덕분에 이 녀석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네. 셀린 양과 루시안 군은?”
맥스 교관님의 말에 뒤를 돌아보자 셀린과 루시안은 어느새 처음 모습과는 다르게 검은 고블린과 거의 호각을 이루며 전투를 지속하고 있었다.
나와 맥스 교관님이 행했었던 것처럼 셀린과 루시안은 서로 간의 협동을 통해 검은 고블린을 효과적으로 상대하며 오히려 조금씩 밀어붙이고 있었다.
셀린과 루시안은 오러를 사용할 수 없다.
다른 말로는 검은 고블린의 단단한 가죽을 베어 낼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루시안의 경우엔 오러 소드의 파괴력과 맞먹는 수준의 상위 마법을 익히고 있었지만, 상위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제법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영창을
외워야 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지금과 같이 검은 고블린을 상대하고 있는 도중에는 영창을 외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간단하게 영창을 외울 수 있는 하위 마법의
경우엔 고블린의 방어력을 뚫고 타격을 입힐 만한 위력이 갖춰지지 않는다.
또한 셀린의 경우엔 오러를 사용할 수 없는 만큼 오러를 통한 신체 강화를 할 수도 없고 오러 소드를 사용하지 못하니 고블린의 단단한 가죽을 벨
수 없었다.
그러나 루시안과 셀린에게는 각자 그에 대한 대처능력이 있었다.
루시안은 뛰어난 검술 응용 능력과 마법의 병행능력, 또한 셀린에게는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으로 얻은 괴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셀린도 루시안도, 평소와는 다르게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에게 없던 오러가 갑자기 생겨나 신체가 강화된 것은 아닐 테니, 아마도 루시안의 보조 마법인 ‘헤이스트’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또한 루시안이 고블린을 상대로도 검을 부담 없이 휘두르는 것으로 보아 다른 보조 마법인 ‘스트렝스’ 마법 역시 효과가 부여된 것 같았다.
루시안의 경우에는 오러가 없이도 부족한 부분을 검술의 요령으로 메우고 있었고, 셀린의 경우에는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을 이용하여 순발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으로 검은 고블린을 공격하고 있었다.
셀린의 검을 막아 낼 때마다 고블린의 나무 몽둥이와 셀린의 검에서 ‘카앙, 깡!’ 하는 나지막한 쇳소리가 아니라 ‘키아앙! 카아앙!’ 하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웃긴 것은 셀린의 일격을 막아 내는 고블린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물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 표정은 ‘무슨 인간이 이렇게 힘이 강하냐!?’ 하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이 세계의 고블린은 말을 할 수 없으니 그저 표정으로 짐작할 따름이지만 말이다.
하기야 셀린의 일격을 막아 낼 때마다 B급에 달하는 근력을 가진 자신의 팔이 뒤로 튕겨 나가는 판국에 저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셀린의 일격을, 고블린은 본능적인 감각인지 아니면 이상 현상 몬스터로 변이되면서 강화된 신체능력 덕분인지 어찌어찌 막아 내고
있었다.
아직까지 셀린의 검술 실력으로는 고블린의 반응 속도를 뚫고 일격을 성공시키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셀린을 상대하고 있던 검은 고블린의 후방에서 루시안이 검을 내질렀다.
오러 소드가 아닌 만큼 검은 고블린에게 유효타를 줄 수는 없는 일격이었지만 그런 만큼 루시안은 검은 고블린의 눈을 노리고 매섭게 일격을
내질렀다.
케륵!
검은 고블린은 재빨리 고개를 뒤로 빼고 루시안의 공격을 회피했다.
제아무리 단단한 가죽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눈이나 입 안까지 단단해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목표로 하던 타점 자체가 작은 만큼 루시안의 검은, 고블린이 조금만 움직여도 허무하게 허공을 향하게 되었지만 이것은 협공이었다.
루시안이 만들어 준 그 짧은 빈틈을 셀린은 놓치지 않고 자신의 검을 고블린을 향해 내리찍었다.
케르륵!
그러자 검은 고블린은 도리어 자신의 팔을 내뻗어 셀린의 검을 방어하려고 했다.
어차피 그들의 검은 자신에게 그다지 유효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믿고 한 행동이었지만 이어서 들리는 소리는 콰드득, 하는 무언가 상당히
단단한 것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였다.
케, 케에에엑!!
검은 고블린이 비명과도 같은 울음소리를 내질렀다.
셀린의 일격을 막아 낸 팔이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만 있자, 그러고 보니 셀린의 검이 몇 킬로그램짜리 무기였더라?’
나는 이내 셀린이 쓰는 검이 일반적으로 쓰는 장검이 아니라 주문 제작을 통해 20킬로그램이 넘는 무게를 가진 괴물 같은 무기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셀린이 그런 괴물 같은 무기를 쓰게 된 이유가 혹시라도 나중에 오러 소드가 아니면 공격이 제대로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몬스터를 상대로
해당 몬스터를 베는 것이 아니라 때려(!) 잡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그대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셀린이 B급에 해당하는 몬스터를 만난 것은 이전에 킹 스네이크와 조우했을 때, 그다음 길드원들의 단체 토벌에 참가했을 때 총 두 번뿐이었다.
그런 만큼 철심을 박아 넣은 저 괴물 같은 검을 제작 용도로 사용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왜냐하면 일반 몬스터는 셀린의 일격에 말 그대로 두
조각으로 쪼개졌으니까 말이다.) 이번에 제대로 그 용도가 발휘된 것이었다.
가죽이 아무리 단단해도 트롤조차 집어던지는 괴력에 20킬로그램이 넘는 쇳덩어리가 그대로 합쳐져 내리쳐졌으니 내부가 부서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게임으로 따지면 일종의 아머 브레이크 같은 능력이려나.’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아머뿐만 아니라 내부까지 그대로 ‘브레이크시켜’ 버린다는 것이 더 무서웠지만 말이다.
케, 케륵, 케르르륵!!
한쪽 팔이 아작 나 버린 검은 고블린은 셀린과 루시안을 상대로 오래 버티지 못하였다.
이후 셀린의 다음 공격에 왼쪽 어깨가 분쇄, 그다음 일격엔 두개골마저 뽀각, 소리를 내며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몬스터를 베는 것도 아니고 때려잡는 셀린의 그 모습에 맥스 교관님은 할 말을 잃은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고, 나 역시 설마하니 정말로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를 그대로 때려잡을 줄은 몰랐기에 셀린과 루시안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결국 루시안이 마법을 사용할 기회는 없었네.”
“그야, 사용하려고 해도 네가 그렇게 붙어 있어서는 범위가 넓은 상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하하.’ 웃는 셀린에게 루시안이 가볍게 타박을 주었다.
하지만 이로써 이곳에 있던 두 마리의 이상 현상 몬스터, 검은 고블린들은 모두 처리되었다. 두개골이 함몰된 그 시체를 바라보면서 나는 맥스
교관님을 돌아보았다.
“교관님, 학생들과 레아 누나는 어디에 있죠?”
“이곳에 고블린들이 들이닥치는 것을 확인하는 즉시, 레아 양에게 부탁해 학생들을 이끌고 산을 내려가 줄 것을 부탁했네. 우리는 그사이에
고블린들이 학생들의 뒤를 쫓지 못하게 막을 생각이었지만 보다시피 약 10여 마리 정도는 처리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에 난입한 저 검은 고블린들을
상대하느라 발이 묶여 버렸어.”
“그렇다는 건, 학생들의 뒤를 쫓는 고블린의 숫자는 약 10여 마리 정도가 전부라는 소리군요.”
그 말에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지친 학생들이라고는 하지만, 레아 누나에 엘리시아도 있을 테니 고작해야 10마리 정도의 고블린들을 상대로 크게 다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합류해야겠군.”
“학생들이 이동한 곳은 어딘가요?”
“우리들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목책을 제거한 방향이라네. 그쪽으로 빠져나갔지.”
나는 그 즉시 학생들이 이동한 곳을 향해 걸어갔다.
적지 않은 시간을 고블린들과의 전투에 소모한 만큼 꽤나 거리가 벌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바닥에는 학생들이 이동하면서 생긴 발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그 뒤로 다수의 고블린들이 학생들을 따라 이동한 흔적이 보였다.
정확한 숫자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맥스 교관님의 말대로 얼추 10여 마리 정도가 이동한 것 같았다.
하지만 맥스 교관님, 루시안, 그리고 셀린과 함께 학생들의 발자국을 따라 이동하려고 하는 바로 그때.
나는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의 뒤를 쫓는 고블린들의 발자국 중에 어느 순간부터 눈에 띄게 큰 고블린의 발자국 하나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블린의 난입(2)
“교관님! 몬스터입니다, 고블린들입니다!”
“이쪽에도 고블린들이……!”
“젠장! 이쪽도 고블린들이 나타났어!”
“이런, 모두들 한곳으로 뭉쳐!!”
키야아아아아아악!!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리자드맨 토벌을 무사히 끝마쳤나 싶었더니, 뒷수습을 하고 있던 도중 각 방향의 학생들로부터 고블린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외침이 들리기 시작했다.
또한 그 고블린들이 순식간에 이곳으로 들이닥친 것까지 전부가 한순간이었다.
나는 고블린들을 보는 즉시 학생들을 이끌고 맥스 교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맥스 교관과 함께, 루시안, 그리고 셀린 양도 함께 있었다.
맥스 교관은 내가 데려온 학생들을 포함하여 중앙으로 모인 학생들의 숫자를 세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이런, 2명은 어디에 있는 거지?!”
세르피안 검술학교에서 토벌을 하러 이곳으로 온 학생들의 숫자는 총합 10명이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의 숫자는 전부를 합해도 8명밖에 되지 않았다.
나와 함께 있던 학생들이 3명, 그리고 루시안과 함께 있던 학생들이 2명, 맥스 교관과 셀린 양과 함께 있던 학생들이 3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