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25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25화
‘후우…… 후우.’
마지막 고블린이 땅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확인하는 즉시, 나는 오러 소드를 유지하고 있던 오러를 회수하여 재빠르게 갈무리하였다.
‘잠깐 사용했는데도 벌써 10퍼센트 이상의 오러를 사용한 건가?’
그리고 다시 한 번 오러 소드의 무지막지한 오러 소비량에는 혀를 내두르며 살짝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다른 판타지 소설에서 보면, 주인공들은 넘쳐나는 오러로 오러 소드뿐만 아니라 무협에서는 흔히 검강이라고 불리는 오러 블레이드도 엿가락 뽑듯이
쭉쭉 늘려 뽑으면서 드래곤이랑 맞짱도 뜨고, 도시 하나를 짓뭉개고, 산을 베어 버리곤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익스퍼트 하급의 실력으로는
고작해야 오러 소드를 약 30분 남짓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물론 중급에 이르면 한 시간 넘게 오러 소드를 유지할 수 있고 상급의 경지는 다섯 시간 이상 오러 소드를 유지하면서도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된다는데, 이제 겨우 하급에 들어선 내게 있어서는 아직 꿈만 같은 이야기다.
그래도 단시간에 D급 몬스터 8마리를 순식간에 압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녀석들은 대체 뭘까.’
나는 내가 베어 버린 총 11마리의 고블린 시체를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이상 현상 몬스터라고 부를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각 개체 하나하나가 리더 개체 이상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던 고블린들.
그리고 그런 고블린이 11마리에, 만약 학생들 쪽으로 향한 다른 고블린들까지 그 숫자를 합친다면 D급 몬스터가 총 40여 마리 이상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노릇이긴 했다.
20여 마리 이상의 리자드맨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이곳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닌데 고블린 부락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사실이
말이다.
일반적으로 내가 리자드맨의 입장이었다면 인근에 자신들이 사냥할 수 있는 고블린 부락이 있다면 그곳을 쳐들어갔을 것이다.
반대로 고블린의 입장이었다면 인근에 자신들을 사냥할 수 있는 20여 마리의 리자드맨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 근방에 부락을 짓고
자리를 잡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럴 때가 아니지.”
이곳에서 이렇게 느긋하게 그들의 생태계 균형에 대해 신경 쓰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학생들이 모여 있을 법한 장소를 향해 이동했다. 그곳에는 아까와 같은 소음은 없었다.
다만 소수의 인원이 검을 휘두르고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하앗!”
케륵, 케르륵.
“핫!!”
전투를 치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온 곳은 리자드맨 부락에서 처음 우리가 목책을 뽑아 침입했던 곳 바로 근처였다. 그곳에 학생들은 없었다.
맥스 교관님과 루시안, 그리고 셀린만이 남아서 고블린을 상대로 전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상대하는 고블린의 모습이 특이했다.
일반 고블린에 비해 훨씬 거대한 몸.
그리고 검은빛의 피부에 특이하게 하얀색의 수염 비슷한 것이 턱 주위에 나 있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의 검은 고블린이 그곳에 있었다.
그중 한 마리를 맥스 교관님이 상대하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를 루시안과 셀린이 각각 협공으로 상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루시안! 셀린!”
정체불명의 검은 고블린이, 루시안에게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커다란 흑색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을 보자마자 나는 즉시 검은 고블린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넬!”
키익?!
“읏?!”
그러자 순간적으로 루시안을 공격하려던 검은색 고블린이 내 쪽을 뒤돌아 바라보더니 휘두르던 몽둥이를 화악! 하고 꺾어 나를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갑작스러운 대응에 나는 깜짝 놀라 재빨리 검은 고블린의 등을 베려고 움직였던 검을 회수하여 검은 고블린이 내려친 몽둥이를 받아쳐 냈다.
그러자 나무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날 수 있을지 의아할 정도로 카앙 하는 쇳소리와 함께 손목이 저릿할 정도로 강한 충격이 몰려오면서 그 힘에
내 몸이 뒤로 밀려났다.
그 모습을 바라본 루시안이 자세를 바로 잡으면서 내게 소리쳤다.
“조심해, 아넬. 이 녀석 이상 현상 몬스터야!”
이어서 셀린 역시 말을 이었다.
“겉모습은 고블린인데 이 녀석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 B급은 되는 것 같아!”
“뭐?”
루시안과 셀린의 말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그야, 검은색의 피부에 일반 고블린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체구(일반적으로 고블린의 체구는 약 1m 20cm ~ 1m 30cm
정도지만 눈앞의 검은 고블린은 1m 80cm는 넘는 크기였다.)에 이 녀석이 이상 현상 몬스터일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고블린 주제에 B급이 넘어가는 강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곧 이어지는 검은 고블린의 일격에 나는 ‘헛!’ 하고 숨을 들이쉬며 몸을 움직여야 했다.
부우우웅! 하는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내 눈앞으로 검은 고블린의 몽둥이가 스쳐 지나갔다. 앞 머리카락이 풍압으로 인해 위로 흩날리다가
가라앉았다.
‘빠르다!’
순간적으로 회피하지 못했다면 검은 고블린의 일격에 머리를 크게 다칠 뻔했다.
아니지, 조금 전 휘둘러지는 것의 풍압으로 봤을 때 정통으로 맞았다면 그대로 머리가 으깨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등 뒤로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루시안과 셀린의 말처럼 눈앞의 고블린은 최소, 기존에 상대했던 다른 고블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여태껏 상대했던 이상 현상 몬스터들을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건가.’
무조건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상 현상 몬스터는 기존 개체의 강함에서 2단계 정도 더 위험성이 강화된다.
E급의 코볼트가 C급에 준하는 강함을 가지고 있었고, D급 수준에 달하던 킹 스네이크가 B급에 준하는 강함을 가졌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직도 이상 현상 몬스터가 발생하는 원리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아까 전의 고블린들은 일반 고블린들과 달리 최소
D급에 해당하는 리더 개체 수준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그 고블린들 중에서 이상 현상 몬스터가 발생하여 변이된 것이 눈앞의 검은 고블린이었다면 최소 B급에 준하는 강함을 가진다는 것도 얼추 말이
된다.
실제로 맥스 교관님은 이미 적지 않은 수준의 오러를 끌어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검은 고블린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검이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오러 소드까지 전개한 모양이었지만 검은 고블린은 민첩성도 뛰어나서 맥스 교관님의 검격을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있었다.
아무리 절삭력이 부여된 오러 소드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맞추지 못하면 효과가 없다.
거기에 맥스 교관님은 나와 같은 오러 익스퍼트 하급의 검사다.
오러 소드를 장시간 지속할 만큼 오러 양은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나는 루시안, 셀린과 서로 눈을 마주했다. 아직까지 루시안과 셀린에게는 검은 고블린을 상대할 여유가 있어 보였다.
루시안은 나를 보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현재 상황에서 루시안과 셀린을 돕는 것보다는 내가 맥스 교관님과 합류하여 검은 고블린 한 마리를 빠르게 처리하는 쪽이 더 낫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부탁할게.’
루시안과 셀린이라면 충분히 B급의 검은 고블린을 상대로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거라 믿음이 있었기에 나는 맥스 교관님 쪽으로 향했다.
“교관님! 협력하겠습니다!”
“음!”
루시안과 셀린이 교전하고 있는 장소에서 맥스 교관님이 교전을 하고 있는 곳으로 달려오자 내 모습을 확인한 맥스 교관님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곧장 눈앞의 검은 고블린을 향했다.
검은색 고블린은 갑작스럽게 전투에 난입한 내 모습을 바라보더니 ‘끼익.’ 하면서, 위협적으로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면서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아마도 경계의 의미가 담긴 울음소리인 듯했다.
“후우……!”
그런 고블린의 경계에 나는 체내의 오러를 끌어올려 오러 소드를 발현시켰다. 그와 동시에 언제든지 고블린의 움직임에 반응할 수 있도록 신체도 한껏
강화시켰다.
케르륵, 케륵!
맥스 교관님의 검에 깃든 기운이 내 검에도 깃드는 것을 본 검은 고블린이 몸을 움찔거리며 더욱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터트린다.
교관님과의 전투에서 오러 소드가 자신에게 큰 위험을 줄 수 있는 일격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런 오러의 기운이 눈앞의 상대뿐만 아니라 새로 전투에 난입한 내 검에서도 느껴지고 있으니 당연히 위기감을 가지게 되겠지.
“조심하도록! 보통 놈은 아니니까!”
“네!”
그렇게 외친 맥스 교관님은 이미 적지 않은 오러를 소비하였는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 모습만 보더라도 눈앞의 이 검은 고블린이 보통은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후우우, 짧게 숨을 내뱉으며 나는 공격의 준비 자세를 취했다.
탓, 하고 내가 땅을 박차는 것과 동시에 맥스 교관님 역시 검은 고블린을 향해 쇄도하였다.
비록 서로 간의 신호는 없었지만 맥스 교관님은 경험 많은 검사다.
내가 오러 소드를 발현시키고 고블린에게 쇄도하는 것과 같은 타이밍에 협공을 노리고 맥스 교관님도 고블린을 향해 땅을 박찬 것이었다.
키익?!
앞뒤로 쇄도하는 나와 맥스 교관님을 보면서 검은 고블린은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몸을 움찔거렸다.
앞과 뒤, 둘 중 어느 곳을 공격해야 할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검은 고블린은 이내 몸을 돌리더니 내 쪽을 향해 흑색의 나무 몽둥이를 휘둘렀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가 맥스 교관님보다는 몸집이 작으니 이쪽을 공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하앗!”
검은 고블린이 맥스 교관님이 아니라 나를 노리는 것을 확인하는 즉시, 나는 곧장 공격 방향을 틀어 검으로 검은 고블린이 휘두르는 나무 몽둥이를
양단하였다.
서걱 하고 검은 고블린이 쥐고 있던 흑색 나무 몽둥이가 오러 소드에 의해 맥없이 잘려 나갔다.
하지만 고블린은 자신의 무기가 허무하게 반 토막 난 것에 대해 ‘케륵.’ 하고 짧게 울음소리를 내뱉더니 잘린 나무 몽둥이를 그대로 내버리고
손톱을 날카롭게 세운 채 나를 향해 오른손을 내뻗었다.
고블린에게 있어서는 손톱 역시 사냥감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강한 무기였으니 그 짧은 순간에 잘려 나간 무기를 대처하여 다른 공격 수단을 선택한
것이었다.
나무 몽둥이를 잃는 즉시 손톱으로 나를 공격하는 그 반응 속도는 좋았지만 녀석이 한 가지 놓친 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