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18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18화
그런 만큼 선물 받은 보답으로 그냥 하는 말이겠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막으로 구입한 반지를 리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그간 신경 써 주지 못해서 미안해, 리나.”
“아니야. 오빠는 그동안 바빴으니까. 대신 앞으로는 조금 더 자주 들러 줬으면 해. 레아 언니가 있기는 하지만, 조금 쓸쓸하거든.”
리나의 웃음에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적에는 부모님과 레아 누나가 내게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어 줬었는데 어느새 리나의 머리를 같은 방식으로 쓰다듬고 있으려니
기분이 좀 묘하네.
하지만 리나는 내 손길을 뿌리치는 일 없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이쪽을 응시한다.
그 귀여운 동생의 모습에 나는 아까 전의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리나의 손을 잡고 셀린, 엘리시아, 릭과 함께 가게를 벗어났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이후, 우리는 저녁시간이 되기 전까지 도시를 돌아다니며 상점가를 구경하기도 하고 간단한 길거리 음식들로 군것질을 하기도 하며 남은 1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셀린, 엘리시아, 릭은 자신들도 저녁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서 우리와 헤어져 여관으로 돌아갔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렴. 재미있게 놀다 왔니?”
“네. 오빠가 제게 선물도 사 줬어요, 엄마!”
“후후, 아까 전에도 선물은 받았었잖니?”
아마도 내가 세르피안 검술학교 부지에서 사 온 선물을 이야기하는 듯 어머니가 빙그레 미소 지으면서 말씀하셨지만 리나는 다시금 방글방글 ‘헤헷.’
귀엽게 웃고는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나 역시 챙겨 온 짐에서 평상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모처럼 집에서 가족들과 다 같이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즐겼다.
길드와 학교에서 먹던 음식에 비하면 다소 호화로움은 덜할지도 모르지만 이 세계에서 먹었던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는 저녁식사였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야심한 시각에 접어들기 전까지 가족들과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내가 길드에서 경험했던 것들, 또한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주된 주제였다.
오후에도 이야기는 했었지만 부모님들은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고 싶으신 모양이었는지 그 외에도 세세한 부분까지 물어보시면서 때론
걱정스러운 표정을, 때론 즐거운 표정을 지으시며 이야기를 즐기셨다.
시간은 다시금 흘러 지나갔다.
리나 프로스트(2)
‘이곳도 정말 오래간만이네.’
집에 오랜만에 들어왔을 때도 그랬었지만, 6년 만에 다시 눕는 내 방의 침대는 또 감회가 새로웠다.
다행히 어머니가 예전에 침대를 구매하시면서 ‘어차피 구매할 것, 아넬이 어른이 돼도 사용할 수 있는 침대를 사자!’ 하고 고집하셨기 때문에 상당히 성장한 지금도 내 방에 있는 침대는 누워도 자리가 제법 남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내 방은, 내가 길드 본부를 향해 떠났을 때와 달라진 점이 거의 없었다.
이것 역시 아마도 부모님이 일부러 바꾸지 않으신 것 같았다.
그동안 익숙해진 길드와 학교의 침대보가 아닌, 모처럼 어렸을 적 사용하던 그 침대보에 그리운 천장을 바라보며 침대에 누워 있으려니 과거 생각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이곳을 떠나고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 집에서 일어났었던 일들도 참 많았다.
환생이라고 하는 알 수 없는 신비함을 경험하고, 새롭게 가족을 얻고, 성장하고, 검술을 배우고, 첫 실전을 경험하고, 오러를 깨우치는 것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말이다.
그런 추억들을 하나둘씩 떠올리면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려니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시간에 누구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누가 들어왔는지를 확인해 보니 잠옷 차림의 리나가 자신의 베개를 들고 방문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리나는 천천히 침대를 향해 걸어오면서 내게 소곤소곤, 말을 이었다.
“오빠, 자?”
“아니, 아직은…… 그런데 어쩐 일이야?”
“으응, 그게…….”
리나는 자신이 들고 온 베개를 끌어안으며 우물쭈물 몸을 꼬았다.
“……같이 자고 싶어서 그러는데, 안 될까?”
그렇게 말하는 리나는, 조심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나이가 이제 열여섯 살에, 리나의 나이가 이제 열세 살이다.
아무리 남매간이라고 하더라도 같이 자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나이였다.
그 사실을 리나 본인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 같이 놀러 나갔을 때 상당히 친근감 있게 스킨십했던 것과는 다르게 조금 우물쭈물하면서 내 허락을 먼저 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리나랑 곧잘 같이 자고는 했었지.
그때는 서로 어리기도 하고 어린 동생이 응석 부리는 것을 받아 준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리나가 침대로 들어오는 것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불 속으로 받아 주고는 했었는데 시간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었다.
이쪽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리나를 보며, 나는 고민했다.
‘……아무리 동생이라고 하지만 이 나이에 같이 자는 것은 아웃이 아닐까?’
“……역시 안 돼?”
하지만 동생의 고개를 살짝 갸웃하는 그 모습에, 한편으로는 그다지 상관없지 않나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면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여동생을 이성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면야 여러 의미로 아웃이고 문제겠지만, 내게 있어서 리나는 귀여운 여동생이자 한편으로는 딸 같기도 한 아이였으니까.
고민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전생으로 따지면 열세 살이면 아직 초등학생 6학년 정도의 나이다.
그 이상의 나이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거부했겠지만, 초등학교까지라면 응석 부려도 OK라는 판단이 나왔다. 결코 음흉한 마음은 없었다. 정말로.
나는 침대 구석으로 몸을 좀 이동시키고 이불을 걷었다.
“오늘만이야, 리나?”
“응, 알았어.”
이제 거의 다 큰 여자아이가 오빠랑 함께 자는 것이 뭐가 그리 좋은 것인지, 리나는 밝은 표정으로 침대 위로 올라와 자기 자리인 양 베개를 놓고 이불을 덮으며 자리를 잡았다.
방금까지도 제법 여유가 있었던 침대였지만, 리나까지 올라오니 자리가 순식간에 꽉 들어찼다. 그 모습에 또 한 번 감탄하고 말았다.
“어릴 때는 제법 자리가 남았었는데, 이제는 자리가 부족하네.”
“그야, 오빠가 엄청 커졌으니까.”
“그러는 리나도 이제는 어엿한 여자아이인걸? 오빠랑 같이 잘 나이는 아니잖아.”
“헤헷, 오늘만, 오늘만 같이 잘래.”
결국 리나의 애교 어린 웃음에 나는 완벽하게 지고 말았다.
“내가 없는 동안, 많이 쓸쓸했나 보구나.”
“레아 언니가 많이 놀아 주기는 했지만, 응, 많이 쓸쓸했어.”
가족이라는 존재는, 같이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어떤 계기에 의해서 서로 떨어지고 나서는 그 존재감을 깨닫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나 역시 가족들과 떨어지고 난 뒤로 비록 환생을 경험했지만 이 세계의 가족들 역시 내 소중한 부모님이고, 또한 소중한 동생이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리나는 침대 속으로, 내 손을 찾아 마주 잡았다.
이것 또한 어렸을 때 리나와 자면서 곧잘 하곤 했던 행동이다.
리나는 잠에 들기 전까지 이렇게 손을 마주 잡아 주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자고 나면 사정없이 뿌리쳐서 아쉬웠긴 했지만 말이다.
우리 남매는 그렇게 손을 마주 잡고 적지 않은 시간을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기하게도 아까 전에 부모님과 대화하면서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동생과 함께 누워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들이 술술 풀어져 나왔다.
이야기를 통해 나는 내가 없던 6년의 시간 동안, 동생이 무엇을 하고 지냈고, 부모님과 레아 누나는 어떻게 지냈는지를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함께하지 못했던 6년의 시간이, 조금은 메워진 그 느낌에 작게 미소 지으며 동생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리나는 이쪽을 마주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셀린 언니랑, 엘리시아 언니, 두 언니 모두 좋은 사람 같았어. 이야기하는 내내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
이야기 과정에서 릭의 이름이 쏙 빠진 것에 대해서는 ‘릭아! 미안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심히 안타까웠지만, 나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리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둘 모두 좋은 친구들이야. 상냥하기도 하고.”
내 말에 리나는 어쩐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눈을 희미하게 떴다.
“두 사람 모두, 단순한 친구야, 오빠?”
“어? 으……응.”
“흐응, 내가 보기엔 그냥 친구 사이는 아닌 것 같아 보였는데. 엘리시아 언니는 잘 모르겠지만, 셀린 언니랑은 말이야.”
“그래……?”
리나의 말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설마하니 리나에게서 이런 주제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나는 역시 자신이 여자아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조금 더 눈을 반짝이며 내게 물어 왔다.
“정말 셀린 언니랑은 단순한 친구관계인 거야?”
“응, 친구관계야.”
조금 찔리는 감이 있었지만, 나는 리나의 대답에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나와 셀린의 관계는 친구관계이다. 다만 서로 간에 조금 미묘한 감정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굳이 리나에게 말할 필요는 없겠지.
내 대답을 들은 리나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하긴, 아넬 오빠에겐 레아 언니가 있으니까. 6년 동안 보지 못했다고 바람피우거나 하면 안 돼. 레아 언니는 아넬 오빠를 늘 기다렸으니까.”
“레아 누나가?”
순간 리나의 입에서 ‘바람’이라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기에 순간적으로 콜록하고 헛기침을 했으나 이어지는 리나의 말에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리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내 물음에 대답해 주었다.
“응, 내가 오빠 보고 싶다고 하면 ‘저도 보고 싶네요.’라든지, ‘요즘 편지가 늦네요.’ 하면서 오빠의 편지를 기다리고 그랬었어.”
“아…… 응, 그래?”
좋아하는 남자를 기다리기보단 그냥 가족의 소식을 기대하는 것 같은 이야기다.
하기야 그녀와 헤어졌을 때의 나이가 열한 살인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쪽이 당연할 것이다.
내가 성장했음을 알고는 있었겠지만, 직접 보지 않고서는 상대방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쉽게 가늠하기란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다.
실제로 이렇게 리나가 어엿한 소녀가 되었을 줄은 나도 상상하지 못했고 말이지.
조금 실망하기는 했지만, 다시금 가볍게 미소 지었다. 적어도 잊어 주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내게 있어서는 충분했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어필하기까지 했으니까, 조만간 그 용기의 성과가 있을 것이다. 좋은 쪽으로든, 아니면 나쁜 쪽으로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돌연 리나 쪽에서 ‘후후훗.’ 하는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