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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13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13화

“그래.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군. 많이 지났어.”

“……죄송해요, 조금 더 일찍 찾아왔어야 했었는데요.”

내 말에 아버지는 피식 웃으시더니 손을 내저으셨다.

“너를 책망하려고 한 소리가 아니다. 단지 정말로 몰라보게 성장한 네 모습이 신기해서 그럴 뿐이다. 그 작은 것이 검술을 배우겠다고 매일같이

뒤뜰에 나가 목검을 휘둘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길드 본부에서도 내로라하는 세 명의 ‘신성’이라 불리며 단신으로 B급의 몬스터를 퇴치한 은빛

검사라는 칭호를 얻었으니까 말이다.”

“거기에 지금은 길드에서도 최연소로 B급의 모험자에 등록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는 저는 물론이고, 어쩌면 리안 씨도 이미 아넬에게

따라잡혔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겠지. 현역에서 물어난 지도 벌써 20년이 훨씬 지났으니까 말이야. 아넬이 상대했다던 B급의 몬스터, 지금의 나라면 혼자서 상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겠지. 이거,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아들에게 따라잡힐 줄은 몰랐는데.”

“당신도 이제는 곧 나이 50이 다 되어 가니까요. 그만큼 시간이 흐른 거죠.”

씁쓸해하는 아버지 리안을, 어머니 릴리아가 ‘후후.’ 웃으시며 다정하게 손을 잡아 주셨다.

물론 내 한쪽 손에도 어머니의 손이 포개어져 있었다.

마주 잡은 두 손이 따뜻하다.

어머니는 몰라보게 성장한 나의 모습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내 성장과 장래를 위해 수도의 길드로 떠나보내기는 했지만, 그 대가로 아들이 길드의 세 신성 중 한 명이 되고 또한 은빛검사라는 칭호를 얻었어도

어머니는 그 성장과정을 그저 편지와 소문으로만 접해야 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 어떤 어머니가 자기 자식이 그 무서운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다는데 걱정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어머니지만,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그간의 걱정으로 피부도 그렇고 머리카락도 그렇고 과거에 비해 윤기가 많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른 한쪽 손을 마주 잡고 있는 백금발의 미소녀, 동생인 리나를 바라보았다.

처음 길드 입구에 들어선 리나를 보았을 땐 솔직히 리나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채지 못하였다.

백금발이라는 머리카락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너무나 달라진 리나의 모습에 정말로 내 동생이 맞는지 의심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6년의 시간은 꼬마아이를 소녀로 성장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릴 때도 충분히 귀여웠지만, 이제는 열세 살의 나이로 여자다움이 서서히 몸에 나타날 시기를 겪고 있는 리나는 과거에 엘리시아급의

미인이었다던―물론 내 생각이다.― 어머니를 닮아 벌써부터 그 아름다움이 겉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엘리시아처럼 여자다운 매력이 느껴지는 단계라기보단 예쁘고 귀엽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엘리시아의 나이가 된다면

그녀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외모가 되리란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리나는 올곧게 성장하였다.

처음엔 6년 만에 만나는 동생이 한창 예민한 나이인 만큼 나를 부담스러워하면 어쩔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고맙게도 리나는 어렸을 때 모습 그대로

나를 대해 주었다.

굳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더라도 그간 편지로만 소식을 전하고, 그나마도 여행을 다니느라 제대로 편지를 보내지 못해 일 년에 두 번 정도 보내는 것이

전부였으니, 부모님을 걱정시키고 자신에게 그다지 신경 써 주지 못한 오빠가 조금 원망스러울 수도 있었을 텐데도, 리나는 전혀 그런 것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싱글싱글 웃으면서 이쪽을 향해 미소를 지어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버지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리나를 응시하셨다.

“그간 아넬을 무척이나 그리워하더니 좋은가 보구나, 리나.”

“네. 정말로 좋아요.”

나이가 제법 있는 만큼 오빠를 좋아한다는 말이 다소 부끄러울 수도 있을 텐데도 리나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서 이전에 방글방글 웃던 리나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졌기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간만에 만난 가족이라는 존재는 정말로 의미가 남달랐다.

그간 루시안과 셀린, 그리고 길드원이라는 존재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고 힘들 때 버팀목이 되는 소중한 사람들이었지만, 가족은 그 외에도

근본적으로 채우기 힘든 무언가를 가득 채워 주는 그런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이후로도 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나와 우리 가족은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이곳에서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또한 내가 그간 겪었던 여러 사건 사고, 이번에 이곳에 오게 된 연유 등을 설명하고 있으려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선은 학교와 관련된 몬스터 토벌 자료를 정리하기 위해 어머니와 리나를 2층에 두고, 1층으로 내려왔다.

“후후, 정말로 많이 성장하셨네요, 아넬.”

“그런가요?”

나와 같이 서류 창고에서 자료를 정리하던 레아 누나가 작게 미소 지었다.

그 익숙하면서도 포근한 미소에 나도 모르게 마주 미소 짓고 있으려니 어쩐지 레아 누나가 살짝 놀라면서 내 시선을 살짝 피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네. 이전에는 마냥 귀여운 동생 같은 아이였는데…… 이제는 듬직한걸요.”

“그러는 레아 누나는 이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네요.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도 말이에요.”

“그건, 좀 더 나이 들어 보였으면 좋겠다고 돌려 말하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도리어 젊음의 비법을 알고 싶은걸요.”

레아 누나는 살짝 부끄러운 듯이 말을 돌렸지만, 솔직히 나는 처음 레아 누나의 모습을 본 뒤로 지금까지 놀라고 있는 중이다.

레아 누나의 나이는 내가 알기로 올해 서른네 살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레아 누나의 모습은 내가 세 살 때 레아 누나를 처음 만난 그때의 그

모습에서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보통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그에 맞춰 조금씩 몸에 변화가 오기 마련이다. 익스퍼트급의 오러를 가지고 있는 아버지조차도 세월이 지나면서 얼굴에

자잘한 주름들이 생겼다.

레아 누나 역시 오러를 발현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오러 경지는 중급에서 상급 사이의 경지다.

아버지보다도 오러 경지가 낮은 레아 누나가 오히려 그보다 세월을 피해 가고 있는 것이다.

‘혹시 레아 누나도 학교장님처럼 오러에 무언가 다른 능력이 있는 게 아닐까?’

속으로는 이미 확신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1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혀 나이를 먹지 않은 저 모습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뭐,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쪽에서는 환영이다.

“그러고 보면 레아 누나는 지금 마음에 둔 남성은 없는 건가요?”

내 질문에 레아 누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요? 아마 있었다면 지금 이곳에서 아넬과 같이 서류를 찾고 있지는 않았겠지요. 어디 좋은 곳에 정착하거나 작지만 아담한 집을 구해 그곳에서

생활했을 거예요. 결국은 마땅한 상대도 찾지 못하고 이렇게 지내고 있지만요.”

“그런가요.”

그녀에게 남자가 없음에 안도하면서 나는 정리하던 서류를 테이블 위에 얹어 두고 레아 누나를 바라보았다.

“……아넬?”

레아 누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이쪽을 돌아본다.

예전엔 내가 올려다보았지만, 지금은 내가 레아 누나를 내려다보고 레아 누나가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차이에 속으로는 작은 만족감을 느끼면서 나는 미소 지었다.

“레아 누나, 혹시 이전에 길드에서 헤어졌을 때 제가 누나에게 했었던 말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네? 길드에서 했었던 말이요?”

레아 누나는 내 질문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하기야 당시 레아 누나가 고향에서 돌아오면서 잠깐 만났을 때는 열한 살에 불과했으니 그런 어린아이가 했었던 말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지 않겠지.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 실망한 표정을 한 것인지, 레아 누나의 표정이 조금 다급해졌다.

아마 중요한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서 내가 상처 입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저, 그게, 죄, 죄송해요…… 기억나지 않네요.”

“그런가요…….”

작게 한숨을 내쉬자 레아 누나가 우물쭈물하면서 조심스럽게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무슨 말을 했었는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힌트라도 주시면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나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레아 누나가, 만약 짝을 찾지 못한다면…… 이라고 하면 기억날까요?”

“네? 제가 짝을 찾지 못하면……요?”

레아 누나의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물론 사람의 머리가 회전하는 소리가 실제로 들릴 일은 없었지만, 대강 레아 누나가 그만큼 열심히 과거의 일을 기억하려 애쓴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6년 만에 만나는 소중한 동생이다.

과거에 뭔가 나눴던 약속 같은 것이 있다면 자기 자신만 잊고 있다는 것이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레아 누나의 착한 성격이라면 분명 그 점에서 미안함을 느끼고 어떻게든 과거의 약속을 떠올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6년 전의 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는지 레아 누나의 표정이 다시금 다급하게 변해 갔다.

“우으…….”

“어때요, 기억나요, 레아 누나?”

“저, 저기…… 조금만 더 힌트를 주실 수…… 없을까요?”

“저는 레아 누나를 좋아해요. 지금까지도요.”

“네? ……아, 아아!”

내 갑작스러운 고백에, 레아 누나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무엇인가 떠올랐는지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고는 ‘아……아.’ 하면서 붉어진 얼굴로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내게서 시선을 피했다.

창고는 이후에 고요했다.

레아 누나를 빙그레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나와, 어째서인지 이쪽을 차마 바라보고 있지 못하는 레아 누나.

바로 그때, 길드 밖에서 누군가가 들어오며 딸랑딸랑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여관을 찾아갔던 맥스 교관님과 루시안, 그리고 셀린이 돌아온 듯

그들의 목소리가 이곳 창고까지 들려왔다.

“저, 저기…… 소, 손님이 오셨네요.”

레아 누나는 눈을 빙글빙글 돌리며, 준비해 둔 자료들을 챙기고는 종종걸음으로 창고를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실패인가.”

모처럼 돌아온 집이다.

그리고 나도 이제는 더 이상 보호받기만 하던 어린아이가 아니다.

준성인에 가까운 나이가 된 만큼, 이번에야말로 이전엔 실패했었던 고백을 해 보라고 루시안에게 잔뜩 충고받아 도전해 본 것이었는데, 결과는

보다시피 당사자인 레아 누나가 도주해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그때의 이야기를 기억은 해 주었으니 다행인가.”

레아 누나가 고향에 들르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길드 본부에 들렀을 때, 헤어지면서 레아 누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전했었던 일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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