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08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7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08화
도시에 도착한다 해도 숙소를 잡고, 토벌에 앞서 사전 조사를 하고 토벌을 행하는 데까지 최소 2일에서 3일 정도의 시간을 잡아야 하니 왕복에만
최소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일주일 안에 학생들을 출발시키려는 것도 그 기간을 감안해서 결정한 것이겠지.
기숙사로 돌아가는 대로 천천히 여행을 위한 짐을 준비해 두어야겠다.
딱히 챙길 만한 물건도 없지만 모처럼 학교장님의 배려로 집에 돌아가게 되었으니 이것저것 챙길 것이 좀 필요했기 때문이다.
‘벌써 6년인가.’
어느새 세룬 도시를 벗어나, 모험자 생활을 시작한 지도 그만한 시간이 지났다.
그간 하려고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레아 누나가 그랬었던 것처럼, 길드에 휴가를 신청하고 세룬 도시에 들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한참 밀려드는 길드의 토벌 의뢰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고 하면 그것은 핑계겠지.
편지만 간간이 보내면서 안부를 전하고는 개인의 실력 발전을 우선시하느라 그간 가족에게 소홀했던 것이 마음에 걸리던 참인데 이번에 모처럼 고향에
돌아가게 된 것이다.
자연히 기분이 들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옆을 돌아보니 학교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루시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인지 얼굴에 옅은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저…… 고모님, 그런데 저를 부르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쩐지 토벌에 대한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슬슬 나가 봐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자 우리와 함께 자리에 앉아 있던 엘리시아가 조심스럽게
학교장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엘리시아는 몬스터 토벌 의뢰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러 온 것이 아니라 학교장님과 개인적인 일로 이곳에 찾아온 것이었지, 참.
자리를 비켜 줘야 하나? 라고 생각하기도 잠시, 학교장님은 엘리시아의 얼굴을 돌아보더니 태연한 얼굴로 폭탄 발언을 날리셨다.
“아 참, 그랬었지. 어차피 이 아이들을 부르는 김에 함께 부른 게다. 네게 전할 말이 있었거든.”
“전할 말씀이 무엇인가요?”
“이번에 네게 들어온 청혼에 관해서다.”
“풉.”
“……?!”
학교장님의 말에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 마지막으로 당사자인 엘리시아까지 당황한 표정으로 학교장님을 다급히 돌아보았다.
이 자리에서 느닷없이 청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엘리시아와 관련된 일일 뿐, 우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굳이 이런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느닷없이 옆에서 혼사 이야기가 튀어나오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엘리시아 역시 학교장님이 그런 이유로 자신을 부를 줄은 몰랐는지 황당한 표정으로 학교장님을 바라보고 있다.
“그…… 호, 혼담이라 하심은?”
“디아스 왕국의 국왕이 직접 국왕 폐하에게 혼담을 청했다고 하더구나. 자신의 왕자와 너를 혼인시키고 싶다면서 말이지. 당연히 폐하께서는
노발대발하시며 사신을 물리쳤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공식적인 혼담인 만큼 적어도 당사자에게 이 이야기는 전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네 생각은
어떠냐, 엘리시아?”
“어떤지 제게 물어보셔도…….”
어쩐지 엘리시아는 이쪽을 힐끔힐끔 돌아보면서 우물쭈물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 모습에 학교장님은 슬쩍 미소를 지으시더니,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다음 서류를 잡으며 말을 이으셨다.
“네 혼담 상대가 된 디아스 왕국의 왕자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왕의 업무 일부를 대신하여 맡고 있을 정도로 유능하다고 하더구나.
주변 평판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외모도 제법 반반하니 괜찮다고 들었지. 다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검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일까?
검보다는 책을 더 좋아하는 남자라고 들은 적이 있구나.”
“그보다 저 아직 미성년인데요…….”
“원래 혼담이라는 것이 성사되자마자 바로 치르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언제 식을 올릴지, 서로 간의 예물은 어떻게 해결할지, 또한 주변국들에게
연락하여 축하사절을 받을 준비까지 하루 이틀 만에 해결할 일은 아니지. 그 시간이면 네가 성인식을 치르고도 충분히 남을 시간이 있을 게다.”
“하지만…… 저는.”
학교장님의 말에도 불구하고 엘리시아가 여전히 우물쭈물한 반응을 보이자 그 모습이 귀여웠던 것인지 학교장님은 작게 웃음을 터트리셨다.
“설마하니, 예전에 했었던 그 말을 아직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 자기 자신을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남성과 혼례를 치르고 싶다는 그
말을 말이다.”
“고, 고모님!”
순간 엘리시아의 얼굴이 더 이상 그렇게 될 수 없을 정도로 새빨갛게 달궈지며 그녀가 빼액! 하고 소리를 질렀다.
학교장님은 엘리시아의 모습에 다시 한 번 하하 웃으시며 손을 가볍게 내저으셨다.
“그래그래. 알았다. 그만 놀리마. 어쨌든 그다지 혼인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 폐하께는 그리 일러두겠다. 어차피 우리 폐하의 성격상 네가
원하지 않는 혼인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너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할 정도로 아쉬운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네게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전부다. 혼인 문제는 알아서 처리해 줄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거라.”
“네…….”
달아오른 얼굴을 푹 숙인 채 엘리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이제는 나가 봐야 할 것 같은 분위기라 우리는 저마다 소파에서 일어나 학교장실의 문으로 걸어갔다.
“아넬 군.”
“네, 학교장님.”
학교장실을 빠져나가기 바로 전, 갑작스럽게 내 이름을 부르는 학원장님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어쩐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엘리시아를 잘 부탁하지.”
‘……?’
“……알겠습니다.”
학교장님의 말에 나는 살짝 골이 난 엘리시아를 잘 달래 주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때 학교장님이 말했었던 ‘엘리시아를 잘 부탁하네.’라는 말이, 엘리시아를 달래라는 말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 것은 이날로부터 약 3일
뒤의 일이었다.
***
우리는 모처럼 학교에서 나와, 학교부지 도시로 외출을 나왔다.
이틀 뒤에 있을 몬스터 토벌 출발에 앞서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보통은 학생들이 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학교 측에서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지급한다.
하지만 이번에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은 학생이 아니라 교관을 대신하여 동행하는 것인 만큼 학생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직접 준비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물론 물품 구매비용은 학교에서 지급해 준다.
원래라면 우리뿐만 아니라 함께 세룬 도시까지 동행하기로 한 교관 한 명이 함께 외출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그분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늘 외출
시간이 나질 않아 결국 우리가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대신 구매하는 것으로 되었다.
어떻게 보면 외부인에 불과한 우리에게 이런 중요한 일을 조심성 없이 맡겨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이곳에서 학교 명의로 구매한 물건들은 전부
학교에 알아서 보고가 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물건을 구매하기만 하면 그다지 문제는 없다는 모양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모처럼 물건을 고르면서 자유 시간을 가지게 된 셈이니, 나쁠 것이 없었다.
거기에 개인적으로 사야 할 물품들도 있었기 때문에 교관이 동행했다면 그의 의견을 묻고 동의를 얻어 개인행동을 해야 했겠지만, 우리끼리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니 그런 점을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되어 나름 괜찮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거 봐, 아넬. 여기 제법 괜찮은 물건들이 있어.”
“잠깐만, 셀린. 사람이 제법 많으니까 길 잃지 않도록 주의해.”
무언가 괜찮은 물건을 발견했는지 상점가의 어느 한 방향으로 막 달려 나가려고 하는 셀린을 루시안이 저지한다.
자신의 행동을 저지한 루시안을 인상을 살짝 찌푸린 얼굴로 돌아보면서, 셀린은 입술을 가볍게 삐죽 내밀었다.
“정말, 이런 도시에 하루 이틀 돌아다녀 본 게 아닌데 그러기야?”
“지금은 개인행동을 하러 나온 것이 아니니까 말이야. 평소라면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여관에서 만나면 되겠지만 지금은 여기 지리도 잘 모르잖아?
물건을 다 구매하기도 전에 잘못해서 헤어지기라도 하면 이래저래 골치 아프다구.”
루시안의 설득력 있는 말에 셀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어서 필요한 물건을 고른 뒤에 구경하자. 저번에 왔을 땐 바로 학교로 들어가는 바람에 제대로 구경 못 했었잖아.”
“여행에 필요한 물품에 무엇 무엇이 있는데?”
셀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릭이 이쪽을 돌아보면서 물었다.
그의 물음에 루시안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면서 천천히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고민해 보았다.
“학생들이 전부 덮을 수 있을 만한 침낭에, 이동하면서 먹을 건량과 수프 가루, 그리고 물을 담아 보관할 수 있는 물통. 식량을 조리할
조리도구들과 불을 붙일 수 있는 부싯돌, 장작을 구할 때 사용할 도끼도 필요하겠네. 작은 나이프도 필요하고.”
“건량이나 수프 가루는 식료품점에 들르면 구매할 수 있을 거고, 물통이나 침낭 같은 것은 잡화점에서 구매할 수 있겠네. 도끼나 나이프는 대장간을
이용하면 될 거고.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은 대장간이니까, 대장간, 식료품점, 마지막으로 잡화점을 이용하는 순서로 이동하면 될 거야.”
릭은 루시안에게서 들은 품목들을 종합하면서, 우리에게 이동경로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우리가 학교부지 도시로 외출을 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릭이 우리에게 도시 안내를 해 준다는 이유로 함께한 것이다.
수업을 마음 내키는 대로 땡땡이칠 수 있고, 그 시간에 학교 밖으로 외출을 할 수 있는 것도 상위권 학생의 특권이라나 뭐라나.
뭐, 특권이니 땡땡이니 하는 소리는 둘째치더라도 릭의 말대로 우리는 이 도시의 지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도시의 크기가 작은 것도 아니고 사람도 꽤 바글바글한 만큼 이곳의 지리를 아는 사람이 동행하겠는데 거부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아니, 오히려 고마워해야겠지. 일일이 사람들에게 물어 가며 움직이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거기에 교관이라면 나중에 개인행동을 하게 될 때 조금 부담되었지만, 릭이라면 그런 부담이 전혀 없다. 안내를 받을 수 있고, 물건을 구매하는
시간도 훨씬 절약할 수 있으니 이래저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와 동행을 한 것은 릭뿐만이 아니었다.
“그 외에 여행 시에 필요한 물품들이 더 있나요?”
“아무래도 여행 자체는 좀 지루한 면이 있으니까 책 같은 것을 챙기는 것도 좋은 편이야. 이번에는 마차를 이용해서 이동하니까 말이지. 토벌이
끝난 후에는 검을 정리할 필요도 있으니 검 손질 도구들도 챙겨 두는 것이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