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54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54화
그런데 어째 조합이 좀 신기하다.
한 명은 엘프 여성, 한 명은 수인족 중에 고양이 귀를 가지고 있는 묘인족 여성, 또 한 명은 드워프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이종족이 한 세트(?)로 모여 서로 언성을 높이고 있는 모습은 우리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일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 정정하겠다. 언성을 높이고 있는 사람은 묘인족 여성과 드워프족의 남성뿐이었고 엘프족 여성은 ‘곤란하네…….’라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아무래도 같은 길이다 보니 한쪽은 움직이고 있고, 한쪽은 멈춰 서 있는 형태라 우리는 곧 그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자신들이 길가를 틀어막음으로써 우리들이 지나가는 데 애로사항이 꽃핀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드워프족 남성은 묘인족 여성에게 한숨 섞인 소리를
내지르며 인상을 찡그렸다.
“……아 정말이지, 케르츠 누님. 이곳까지 걸어오는 데 걸린 시간만 반년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고향에 가기 싫다니. 그건 또 무슨
변덕이냐구요.”
“원래 고양이는 변덕이 심한 거 모르냥? 그냥 싫어졌다냥. 그러니까 가려면 루웬 언니랑 둘이서 가든지 하라냥. 난 그냥 돌아가겠다냥.”
“이유라도 좀 설명해 주시면 어디 덧납니까? 고향을 떠나온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으니 고향에 계신 어머니들을 뵈러 가겠다고 반년에 걸쳐 이리로
돌아온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러시면 저랑 루웬 누님은 어쩌라는 거예요.”
“고양이는 어미 품을 떠나면 모녀관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개체로 살아간다냥.”
“아니 무슨…… 묘인족이 정말 고양이는 아니잖습니까. 고양이처럼 대해 드려요? 고롱고롱?”
“아아아, 몰라냥, 안 들린다냥, 싫다냥, 저리 가라, 덩치 큰 동생놈냥!”
“동생놈냥은 또 뭡니까, 대체…….”
한편의 만담을 보듯 두 명이서 옥신각신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일행들의 표정이 애매모호해졌다.
중간중간에 ‘고향’이니 ‘어머니’니 하는 단어가 섞여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친밀한 관계인 것은 알겠는데 그 관계도가 살짝 이상하다.
옆에서 ‘이런이런.’ 웃음 짓고 있는 엘프 여성이 가장 맏언니, 그리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드워프 남성과 싸우고 있는 묘인족 여성이 둘째.
마지막으로 덩치는 산만한데, 의외로 드워프 남성이 가장 막내인 모양이다.
대강 돌아가는 분위기로 보아선 셋 모두 영원의 숲이 고향이고, 모처럼 고향에 돌아갈 생각으로 반년에 걸쳐 이곳까지 왔지만 거의 다 도착해서는
묘인족 여성이 뜬금없이 고향에 돌아가기 싫다는 듯 버티는 것 같다.
‘이걸 어쩌지?’
이들이 길을 틀어막고 있으니 뭔가 말을 걸어서 비켜 달라는 등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싸우고 있는 이유도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끼어들기가 참
애매한 상황이다.
그건 다른 일행들도 같은 생각인지 다들 애매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깨를 으쓱이고 있으려니, ‘자, 자.’ 하는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가장
맏언니로 보이는 엘프 여성이 묘인족 여성과 드워프족 남성을 제지하기 시작했다.
“그렌, 케르츠가 이렇게 완고하게 고집 부릴 땐 전부 이유가 있었잖니. 우선은 그 이유에 대해 듣고 나서 갈지 말지 정하는 게 좋아 보이는걸.”
“루웬 누님, 이건 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조금만 더 가면 고향인데 여기서 케르츠 누님의 말 한마디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라구요.”
그렌이라고 불린 드워프족 남성이 그렇게 불평했지만, 루웬이라는 이름의 엘프 여성은 작게 미소 지으며 케르츠라는 이름의 묘인족 여성에게 다가갔다.
“케르츠, 그렇게 떼만 쓸 게 아니라 왜 가고 싶지 않은지 차근차근 설명해 줘야 그렌도 이해하지. 언니는 케르츠가 아무런 이유 없이 고집부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 뭔가 이유가 있는 거지?”
“……뭔가 묘한 느낌이 난다냥. 조금 불길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찝찝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지금은 숲으로 들어가선 안 된다는 느낌이 들고
있다냥.”
“그 ‘느낌’입니까.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잖습니까?”
“그야 어제까지는 내가 이곳을 보지 못했으니까 그랬던 거고냥. 지금은 이렇게 숲의 기운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런 거다냥. 고양이란
예민한 생물이다냥.”
“끙, 아무튼 골치 아프게 되었군요. 누님의 그 ‘느낌’이라는 거, 무시할 게 못 되지 않습니까. 거참, 처음부터 그렇게 설명해 주면
좋았을걸요.”
“냥냥, 고양이는 말하는 게 서툰 법이다냥.”
“하지만 그렌의 말대로 곤란하게 되었는걸. 영원의 숲 쪽에서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면, 어머니들에게도 뭔가 위험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그건 모르겠다냥. 내 느낌은 어디까지나 막연한 것에 불과하니까냥. 내게 뭔가 일이 생길 수는 있어도 그 주변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없을
수 있고 말이다냥. 꼭 어머니들께 무슨 일이 생긴다고는 볼 수 없다냥.”
“저기…….”
“뭐냥?”
아무래도 이 이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제법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기에 하는 수 없이 먼저 말을 걸어 보았다.
내 목소리에 묘인족 여성은 고개를 확 돌리며 고양이 특유의 날카로운 눈동자로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 눈빛을 받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 그들에게 말을 이었다.
“길을 틀어막고 계셔서 지나갈 수가 없는데요.”
“아, 이런…… 미안하군. 길을 틀어막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 아까부터 뒤에 계속 있기에 케르츠 누님이나 루웬 누님의 모습을 구경하는
사람들인 줄 알았거든.”
“어머나, 미안해요. 거기다 상황이 이래서야 먼저 말을 걸기에도 좀 그랬었나 보네요.”
드워프족 남성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우리들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고 가장 맏언니인 엘프 여성도 허리를 꾸벅 숙이며 우리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길을 막고 있긴 했지만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 사실 시간으로 따지자면 그리 오래 걸린 것도 아니었기에 괜찮다고 말하려고 하는 그때, 갑자기 묘인족
여성이 고개를 갸웃하며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냥? 이상하다냥?”
“뭐가 말입니까, 누님?”
“없어졌다냥.”
“네?”
“조금 전까지 느껴졌던, 불길하고 찜찜한 기운이 요 사람들을 보고는 싹 사라졌다냥.”
“그거, 마음대로 생겼다가 마음대로 없어지기도 하는 거였습니까?”
“그럴 리가냥. 한번 느낌이 팍! 하고 오면 피하는 것 외엔 어지간해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냥. 이상하다냥, 이상해.”
“음…… 어쨌든 중요한 건 이제 영원의 숲으로 가도 문제는 없다는 소리인 거지?”
“이번엔 좀 다른 의미로 찜찜하긴 하지만, 그렇다냥.”
묘인족 여성의 말에 드워프족 남성도, 엘프족 여성도 그제야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금 이쪽을 돌아보았다.
“길을 막아서 미안했다. 하지만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프라알 도시까지 가면서 이야기라도 하지 않겠나? 보아하니 영원의 숲에 볼일이 있어
보이는 모험자 같은데 말이야.”
갑작스러운 동행 제안.
물론 영원의 숲까지 함께 가자는 것이 아닌, 프라알 도시까지의 동행 제안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루시안과 셀린은 그다지 반대하지 않는 눈치였고, 엘리시아와 세라 누나 역시 그들의 동행을 꺼리지는 않는 것으로 보였다.
나 역시 그들의 제안이 꺼려지지는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여 프라알 도시까지 함께 가기로 하였다.
이대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힘든 어색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프라알 도시까지 가기보다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면 훨씬 분위기가 나아질 것
같았고, 또한 듣기로는 세 명 모두 영원의 숲이 고향인 모양이니 그들로부터 우리들이 목적지로 삼고 있는 뤼피올 마을에 대해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한몫을 차지했다.
동행에 앞서 일행들은 각자 자기 자신을 소개하며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이쪽은 나와 루시안, 셀린 그리고 엘리시아와 세라 누나까지 차례대로 먼저 소개했다.
우리들이야 기존에 했던 것처럼 모험자로서 자기 자신을 소개하면 되었지만, 엘리시아와 세라 누나의 경우엔 신분을 그대로 밝힐 수는 없으니 영원의
숲에 호기심이 많은 귀족 아가씨와 그 호위기사라는 형식으로 소개하였다.
우리들의 소개를 들은 그들 역시 각자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서로 간의 인사를 마쳤다.
“삼남매 중 첫째인 루웬 그록틴이라고 해요. 보다시피 엘프족입니다. 따로는 디아스 왕국 모험자 길드의 C급 모험자 등급을 가지고 있어요.”
“동생인 케르츠 그록틴이라고 한다냥. 보다시피 묘인족이다냥. 루웬 언니랑 마찬가지로 모험자 길드에서 C등급을 가지고 있다냥. 아까는 괜히 소리
질러서 미안했다냥.”
“두 누님들과 마찬가지로 삼남매 중 셋째인 그렌 그록틴이라고 한다. 난 드워프족이야. 마찬가지로 모험자 길드에 가입되어 있고, B급에 해당되는
등급을 가지고 있지. 잘 부탁한다.”
루웬 씨는 긴 파란색의 생머리를 가진 여성이었다.
미남미녀의 종족으로도 유명한(물론 인간의 미적 기준에 따른 것이지, 정작 엘프들은 자신들을 지극히 평범한 외모라고 생각한단다…….) 엘프족인
만큼, 루웬 씨의 미모는 가히 뛰어났다.
사근사근한 누님 같은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삼남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맏언니인 만큼 어른스럽고 또한 차분한 분위기의 소유자였다.
다음으로는 둘째인 케르츠 씨다.
묘인족 특유의 고양이 귀와 꼬리를 가지고 있다. 털색은 연한 갈색. 머리카락 역시 털색과 비슷한 계열의 갈색 단발이다.
고양이 특유의 ‘냥냥체(?)’를 사용하는 여성으로, 살짝 새침해 보이기도 하고 고집 있어 보이기도 하는 그런 인상의 여성이었다.
엘프인 루웬 씨보다는 조금 모자라지만 특유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외모다.
마지막으로는 셋째인 그렌 씨.
드워프족은 전생에서 ‘난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지만, 이곳에서의 드워프는 건장한 체구를 가진 종족이다.
본래는 신체를 부여받기 이전의 드워프족의 조상이 되는 불과 땅의 정령을 칭하는 단어였다고 하는데, 조상을 기리는 뜻에서 그게 종족명으로 되었다는
모양이다.
붉은 기운이 살짝 감도는 갈색 계열의 숏 헤어. 거기에 옷 너머로도 보이는 근육 빵빵한 체구와 등 뒤에 메고 있는 제법 커다란 바스타드 소드가
그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탄탄한 체격과는 반대로 인상은 생각보다 부드럽다.
“저기, 삼남매라고 하셨는데 세 분 모두 그냥 동료가 아니라 가족이신 건가요?”
그들의 소개를 듣고 있던 엘리시아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묻자, 그렌 씨는 ‘하하핫.’ 하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엘리시아의 질문에 대답을 해
주었다.
“우리들이 남매라고 하면 다들 깜짝 놀라더군. 종족이 서로 다른데 어떻게 가족일 수 있겠냐고 말이야. 그래도 우리들은 분명 서로 피가 이어져
있는 가족이다.”
“아, 그, 서로 모습이 달라서 그만…… 혹시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