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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52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9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52화

거기에 간장이나 된장은 없지만 소금과 후추, 기름 등을 사용해 간단한 나물무침 요리를 만들어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었던 것도 루시안과 셀린에게

의외로 호평이어서 때때로 루시안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야 전생의 요리들 중에 이곳에서 써먹어도 될 법한 요리가 몇 개 있긴 하지만, 지금 당장 요리사로 전향할 생각은 없으니까 가볍게 웃으며

루시안의 제안을 웃어넘겼다.

어쨌든 나날이 여행을 통해 발전해 가는 내 요리 솜씨는 둘째 치더라도 음식 재료 역시 최고급을 사야 한다는 세라 누나의 고집에 수프 가루와 육포

역시 식료품점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물건을 샀기 때문에 평소와 똑같은 요리법임에도 불구하고 수프는 다른 여행에서 먹었던 수프보다 훨씬 맛 좋게

완성이 되어 일행들의 속을 든든하게 채워 주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뒤엔, 물을 끓여 가볍게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각자 간단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남는 시간에 검을 수련해 볼까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오전 내내 흘렸던 땀 때문에 옷 속이 찝찝한 것도 있고, 식사 도중에 흘렸던 땀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오늘은 검을 휘두르기보다는 밤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힐까 하는 생각으로 천천히 들판을 걷기 시작했다.

이제 주위는 해가 지고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어둑어둑해지는 예쁜 밤하늘로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보인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가지고 온 차를 마시며 그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으려니, 누군가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밤하늘을 보고 있었나요?”

“엘리시아?”

나와 똑같이 차 한 잔을 손에 쥐고 파스락파스락 잔디들을 밟으며 이곳으로 다가온 사람은 다름 아닌 엘리시아였다.

아름다운 금발을 밤바람에 살짝 살랑이며 엘리시아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살짝 넘기며 내게 다가왔다.

“저녁, 잘 먹었어요. 루시안의 말대로 수프가 아주 맛있었어요.”

“재료가 워낙 좋았으니까. 솔직히 물을 붓고 가루만 넣은 뒤에 휘휘 저으면 완성되는 음식인걸. 잘하고 못하고 할 것이 그다지 없는 요리인데.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니 다행이야.”

아무리 잘 끓인다고 칭찬을 받아도 왕실 요리에 비견될 만한 맛은 아니다.

그렇게 빈말이라도 맛있게 먹어 주었다는 말에 요리를 해 준 입장에서 감사 인사를 한 것이었는데 엘리시아는 내 말을 듣더니 조용히 웃으면서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그냥 빈말로 하는 말이 아니에요. 정말로 맛있었는걸요. 그리고 원래 좋아하는 이가 해 준 음식은 뭘 먹어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야 그럴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손수 음식을 해 준다면 그게 어떤 음식이라도 맛있게 느껴질 수밖……에?

“……엘리시아?”

뭔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다시 한 번 내 귀를 의심하면서 뒤를 돌아 엘리시아의 얼굴을 바라보자 이전의 잡화점 상점 때와는 다르게 엘리시아는

수줍게 웃으면서도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올곧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굴 표정에서는 사뭇 진지함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엘리시아의 고백에 내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엘리시아는 다시금 가볍게 웃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상당히 놀란 모양이네요, 아넬?”

“……그야, 설마하니 네게 고백을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걸.”

“그동안 어느 정도 속마음을 내보였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군요.”

엘리시아는 내 대답을 듣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때론 기다리기보다는 여성이 먼저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 준 세라 언니의 말이 맞았네요. 안 그랬다면 이대로 어영부영 영원의 숲에 도착할

뻔했으니까요.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면 정보를 수집하는 데 바빠 이렇게 여유 있게 이야기할 시간을 가지기 어려웠겠죠. 용기 내서 말한 것이

다행이에요.”

“하지만 엘리시아, 난…….”

“알아요. 레아 언니와의 결혼에 대해 말하려는 거죠?”

하려던 말을 재빠르게 차단당한 나는 조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엘리시아와 시선을 마주하였다.

분명 레아 누나와의 결혼 사실을 이전에 왕궁에 방문했을 때 엘리시아에게도 말한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도 이어진 갑작스러운 고백이었다.

그것도 평소의 엘리시아보다 훨씬 기합이 들어간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이전에 느꼈었던 불안한 느낌이 다시 한 번 가슴속을 스쳐 지나갔다.

엘리시아는 차분히 숨을 내쉬면서 내게 말했다.

“알고 있어요. 아넬이 레아 언니를 좋아한다는 것도, 또한 저번 코볼트 퇴치 때 세룬 도시를 다녀온 이후 레아 언니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것도요. 그리고 이번엔 결혼 약속까지 잡았다는 것도 아넬에게 직접 들어서 알고 있어요. 그걸 전부 알고서 하는 말이에요.”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는데. 네가 날 그, 좋아하게 되었다는 점도 그렇고 또 내가 곧 결혼할 것이라는 걸 알고서도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하나도 이해가 가질 않는 것뿐이야. 무엇보다 엘리시아는 세르피안 왕국의 공주님이잖아? 평민 신분인 나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신분이 아닌데?”

“아넬이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또 의아해하는 것도 많다는 걸 이해해요.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자면 우선 조금 전에 제가 말했었던 것처럼 전

아넬을…… 그, 좋아해요. 거짓말이나 농담, 혹은 착각 같은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요. 혹시나 하고 아넬과 헤어진 이후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스스로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나온 답이니까 절대로 착각이라든지 다른 감정과 혼돈한 것은 아니에요.”

갑작스럽게 이어지는 엘리시아의 두 번째 고백에는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얼굴을 붉히며 그녀의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하니 내 인생에서 여자아이에게 이렇게 적극적으로 고백을 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배로 컸다.

더군다나 아름답기로는 타 왕국에서조차 그 소문을 듣고 기대를 가질 정도의 미모를 지닌 엘리시아였기 때문에 그녀가 살짝 수줍게 미소 지으며 하는

고백은, 그 효과는 실로 상당했다.

거짓말 살짝 보태어서 지금 손에 든 차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아니었다면, 이 상황 전체가 꿈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물어봐도 될까?”

남성이 여성에게 자신에게 반한 이유를 묻는 요상한 그림이 만들어져 버렸지만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기에 묻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엘리시아는 의외로 간단히 내 질문에 대답을 해 주었다.

“아마도 첫 만남 이후, 아넬과 대련을 했을 때부터였을 거예요. 누군가에게 그렇게 처참히 깨지고 또한 창피를 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처음엔 분하고 억울하고 그랬었는데, 나중에 가서는 조금 기묘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어요. 예전에 고모님께 들은 적이 있으시겠지만

저는 저보다 강한 또래의 남성에게 시집가고 싶다는 어린아이 같은 꿈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게 이루어진 거예요. 좀 모양새는 이상해졌지만

말이죠.”

엘리시아의 말에 이전에 학교장님에게 들었었던 그 이야기가 문뜩 떠올랐다.

‘설마하니, 예전에 했었던 그 말을 아직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 자기 자신을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남성과 혼례를 치르고 싶다는 그

말을 말이다.’

당시엔 학교장님이 단순히 엘리시아를 놀리기 위해 했었던 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엘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붉게 달아오른 뺨에 손을 가져다 대며 부끄러워하듯 몸을 살짝 틀었다.

“그리고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그렇게 창피를 당했는데, 책임지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마 그때부터라고 생각해요. 아넬을 마음에 두게

된 것은 말이에요.”

“…….”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 나는 엘리시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무척이나 우스운 꼴이 아닐까 싶었지만 엘리시아는 지금 내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하게 헝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사실, 아넬의 말이 맞아요. 아무리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전 세르피안 왕국의 공주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옛부터

귀족과 왕족 사이에는 정략결혼이 필수적이었어요. 그것은 공주가 아니더라도 왕자 또한 마찬가지죠. 권력 있는 가문의 여식을 데리고 와 왕이 된

뒤에 왕권을 강화하는 한편, 공주는 왕자와 반대로 권력 있는 가문에 시집을 가 왕이 된 형제의 왕권 강화의 도움을 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것은 아마 세르피안 왕국이 아니라 어느 국가여도 똑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굳이 이 세계뿐만 아니라 전생의 세계에서도 통용되었던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서로 다른 힘 있는 집안을 연결하는 데엔 어설픈 계약이나 서류보다도 혈육으로 이어지는 것만큼이나 끈끈한 약속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냉정히 평가하자면 엘리시아의 말처럼, 그녀는 정략결혼에 이용되는 것이 일반적인 결과일 것이다.

특히 엘리시아는 그 외모의 아름다움 덕에 정략결혼의 효과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대할 것이다.

자신의 외모의 파괴력(?)을 알고 있는 엘리시아도 이 점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

“그런 만큼 저 역시 공주로 태어난 이상, 그런 정략결혼으로 인연이 맺어지는 것이 맞겠지만 아바마마께서는 제가 그런 한낱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하시며, 제게는 정략결혼을 결코 강요하지 않으시겠다 약속한 적이 있습니다. 그 약속에 따라 제가 원하는 결혼

상대가 생긴다면 아바마마께서 직접 그 사람을 확인한 이후에 왕가에 누가 되지 않는다는 조건에 부합하면 결혼을 승낙한다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어요.”

즉 엘리시아는 팔불출의 베이트론 국왕의 약속에 따라 정략결혼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며 또한 조건만 맞는다면 원하는 상대와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조건이라는 점에서 나는 엘리시아의 말에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왕가에 누가 되지 않는다는 조건. 그 조건을 만족하는 것 자체가 사실 엄청난 부분이기도 하고 내게는 그 조건을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엘리시아, 네가 원하는 상대와 결혼할 수 있다는 점은 알겠어. 하지만 난 그 상대가 아니야. 학교에서의 인연으로 네게 말을 놓고 있지만 사실은

네게 극존칭을 붙여야 할 왕족과 평민 신분의 차이야. 거기에 난 너도 알고 있다시피 곧 결혼을 하게 돼. 문제가 있는 것이 한둘이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이번 여행을 제가 직접 나서게 된 거예요. 또한 실력 있는 기사들을 동행시켜 주겠다는 아바마마의 제안을 거절하고 굳이 세르피안

검술학교 때 맺은 인연을 핑계로 모험자 길드의 세 명의 신성인 아넬과 루시안, 그리고 셀린에게 제 호위를 맡기겠다 이야기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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