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49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49화
“그럼, 먼저 가 있을게.”
세라 누나는 거침없이 텔레포트 게이트로 이동했다.
그녀가 마치 거울처럼 보이는 게이트에 손을 뻗어 집어넣자 잔잔한 파동이 일렁거리며 텔레포트 게이트는 세라 누나의 몸을 집어삼켰다.
정확히는 세라 누나가 몸을 집어넣었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겠지만 말이다.
그녀가 텔레포트 게이트 너머로 이동하자 파앗! 하고 게이트에서 환한 푸른빛이 내뿜어졌다.
물체가 통과하는 과정에서 마나가 소모된다고 하더니, 한눈에 보기에도 세라 누나가 게이트를 통과하고 나서 텔레포트 게이트를 유지하기 위해
들이부어졌던 마나가 상당수 소모된 것이 느껴졌다.
파문을 일으키며 일그러졌던 게이트는 잠시 후에 원상태로 복구되면서 다시금 저 너머의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곳에는 아까와 다르게 디아스 왕국의 마법사들을 제외하고도 세라 누나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디아스 왕국의 마법사는 세라 누나에게 무언가 말을 걸더니 다시금 이쪽을 보며 간단한 수신호를 보냈다.
대강 뜻을 해석해 보면 ‘무사히 도착’ 같다.
이쪽의 마법사 역시 그 수신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순서인 엘리시아를 바라보았다.
“이제 이동하셔도 됩니다.”
“무사히 원하는 것을 찾고 귀환하시길 바랍니다, 공주님.”
“네, 고마워요. 그럼 다녀올게요.”
엘리시아는 자신을 배웅하는 기사와 마법사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세라 누나와 마찬가지로 텔레포트 게이트에 천천히 몸을 집어넣었다.
잠깐의 일렁임 이후에 엘리시아의 모습이 방 안에서 사라지고 잠잠해진 게이트 너머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엘리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게이트의 마나가 또다시 한 번 왕창 사라지며 주변이 출렁거렸으나 마법진을 유지하는 궁정 마법사들이 다시금 게이트를 안정화시키면서 게이트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이제 이동하시면 됩니다.”
마법사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천천히 텔레포트 게이트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내 손을 집어삼키고 마치 물에 손을 담갔을 때처럼 잔잔히 파문이 일렁거리는 게이트의 모습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건너편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뭔가 다른 감촉이 느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게이트를 통과한
오른손에서 별다른 느낌이 없다는 것뿐이려나.
‘생각했던 것보다는 심심한걸?’
나는 그대로 게이트를 향해 몸을 집어넣었고 잠깐 몸이 일렁이는 듯한 기묘한 감각과 함께 세라 누나와 엘리시아가 기다리고 있는 게이트 너머로
도착할 수 있었다.
팟! 하고, 슈욱! 하는 그런 화려한 효과까지 바란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잠깐 일렁이는 듯한 감각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문을 통과했을 때랑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주위의 모습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우리들이 출발한 세르피안 왕국의 텔레포트 게이트 방하고 거의 흡사하게 생겼지만 방의 구조라든가 벽의 느낌 같은 것이 전부 다르다.
“디아스 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엘리시아 공주님.”
게이트를 통해 이쪽에 도착한 엘리시아에게 귀족식 인사법으로 절도 있게 꾸벅하고 고개를 숙인 것은 얼굴이 제법 반반하게 생긴 젊은 기사였다.
나이는 대략 이십대 후반 정도쯤 되었을까.
아무래도 한 나라의 공주가 방문한다는 사실에 디아스 왕궁 쪽에서 배웅을 위해 보낸 인물 같았다.
기사의 인사를 받은 엘리시아는 당황하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살짝 꾸벅이며 마주 인사했다.
“반겨 주는 것에 감사합니다. 세르피안 왕국의 공주, 엘리시아 폰 세르피안입니다.”
“디아스 왕국 제3기사단, 블루 나이트 소속의 부단장 루에스 폰 피트렌 남작입니다. 들리는 소문 이상으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만나 뵙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세르피안 왕국에만 있었기 때문에 잘 모르고 있던 사실이지만, 엘리시아의 외모는 다른 왕국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그야 베이트론 국왕도 엘리시아의 말이라고 하면 끔뻑 죽는다는 이야기가 국내에서도 유명한 판에 인접 왕국들이 이러한 소문을 듣지 못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 엘리시아가 재학했던 세르피안 검술학교는 다른 왕국의 학생들도 입학하는 곳인 만큼, 그곳에서 엘리시아의 미모를 한 번이라도 본 학생들이
있다면 엘리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고향에 가서 하지 않을 리가 없을 것이다.
미모가 워낙 뛰어나야 말이지.
실제로 자신을 루에스 남작이라 소개한 남성을 제외하고도 이쪽에서 대기 중인 다른 기사들이나 병사, 마법사들도 있었지만 저마다 엘리시아의 얼굴을
힐끔힐끔 바라보기 바쁘다.
대놓고 쳐다보자니 상대는 한 나라의 공주라 실례를 범할 수 없어 훔쳐보듯 힐끔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엘리시아 역시 자신의 외모가 그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지만 학교에서 다져진 오랜 내공으로 표정에 조금의 변화 없이 도리어
아주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 웃음 하나만으로도 방 안이 푸른빛 이상으로 광명이 비추는 것처럼 밝아진다.
몇 명은 엘리시아의 모습에 ‘오 여신이시여…….’ 하며 현기증이 나는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전에 학교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하던 리액션이지만, 오랜만에 보니 또 신선하다.
“본래라면 귀 국에 방문하였으니 왕성에 찾아가 국왕 폐하께 인사드려야 예의겠으나 본국의 사정으로 급히 여행길에 올라야 하기에 그러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점은 국왕 페하께서도 알고 계신 부분입니다. 근래 대륙 전역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이상 현상 몬스터에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길이라 들었습니다. 대륙을 위해 몸소 여행길에 오르신 엘리시아 공주님을 예의 없다 탓하는 자는 아무도 없겠지요. 국왕 폐하께서도 국정으로
인해 마중 나오지 못한 점을 매우 아쉬워하셨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궁에 한번 들러 달라는 전언을 주셨지요.”
“국왕 폐하의 배려가 없었다면 이제 겨우 수도 라티움을 떠났을 힘든 여정입니다. 그런 만큼 돌아가는 길에는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폐가 되지 않는다면 꼭 방문하겠다는 말을 전해 주셨으면 합니다.”
나긋나긋하면서도, 예의 바름이 느껴지는 엘리시아의 목소리와 입가에 머금은 그 미소에는 루에스 남작도 ‘이거 장난 아니군…….’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차분히 엘리시아의 말에 대답했다.
한 나라의 공주가 방문하는 일에 어째서 기사가 이곳에 배웅을 온 것일까 의아했었는데, 아마 눈앞의 루에스 남작은 엘리시아의 외모에 넋이 나가
실례를 저지르지 않을 만한 신뢰를 받고 이곳에 배웅을 나온 것 같았다.
나이가 있는 기사들은 그나마 ‘크흠!’ 헛기침을 하면서 점잖은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젊은 기사들과 병사들은 이미 자신의 입에서
침이 흐르는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헤에…….’라는 표정이다.
“폐하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일행분들과 함께 밖으로 향하시면 병사가 거리로 안내해 줄 겁니다. 함께하고 싶으나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그리
멀리 배웅하지 못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여행에 여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바쁜 와중에도 배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모험자 복장임에도 불구하고 엘리시아는 치맛자락을 살짝 드는 듯 손끝을 올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도 예쁜 것인지 곳곳에서 ‘허억.’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것은 넘어가도록 하자.
어쨌든 타 왕국이라 조금 걱정한 점도 없잖아 있었는데 엘리시아 덕분에 친절한 배웅까지 받으며 우리들은 텔레포트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는 건물을
빠져나와 병사의 안내를 받고 디아스 왕국의 수도인 다이론 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를 거리까지 안내해 준 병사는 엘리시아에게 경례한 이후에 다시 왕성으로 돌아갔다.
“이곳이 수도 다이론이구나.”
“확실히 해외라는 게 느껴지는걸. 같은 수도인데도 건물 양식이나 거리의 생김새가 전부 다르니까 말이야.”
우리들은 디아스 왕국의 수도 다이론의 거리를 보면서 작게 감탄했다.
현재 일행 중에는 세라 누나를 제외하곤, 4명 모두 세르피안 왕국을 떠나 본 적이 없는 사람들뿐이다. 그러니 다른 왕국의 수도가 그리 신기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세르피안 왕국은 대륙 북부에 위치해 있는 국가다. 때문에 기온 자체가 다른 왕국에 비해 좀 낮은 편에 속한다.
그렇다고 항상 겨울과 같은 날씨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추울 때는 추운지라 한기와 바람에 견디기 위해 건물 자체가 좀 투박한 감이 있다.
건물 자체를 우아하게 짓기보다는 보온이 잘되는 구조로 튼튼하게 지어 놓고, 그 외의 장식물들로 치장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대륙 서쪽에 위치한
이곳, 디아스 왕국은 살짝 덥고 습한 기후다.
멀지 않은 곳에 엄청난 수해(樹海)인 영원의 숲까지 있으니 강수량 또한 많다고 들었다.
추위보다는 더위와 가끔씩 몰아치는 호우를 잘 견딜 수 있는 구조로 건물들이 지어지고, 배치되어 있었다. 거리 곳곳에는 가로수와 식물들도 많이
심어져 있고 말이다.
집집마다 화분 같은 것을 내다 놓으니 주변 경치와 식물들이 어울려 푸른빛이 인상적인 도시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도시도 도시지만, 역시나 서쪽 왕국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부분에선 확실히 세르피안 왕국하고 다른데.”
“그러게.”
도시가 파릇파릇하고 예쁜 것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이곳에 온 우리들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이종족의 존재였다.
거리에도 그렇고 가게에도 그렇고 인간 숫자에 못지않게 엘프족이나 드워프족이 흔치 않게 그 모습을 보였다.
이번 연도까지 합치면, 내가 루시안, 그리고 셀린과 함께 모험자 생활을 한 지 약 9년이 다 되어 간다.
그 기간 동안 엘프족이나 드워프족 같은 이종족을 아예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르피안 왕국은 그 위치상 다른 왕국보다 이종족의 비율이
적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이종족들의 모습을 보기가 상당히 힘들다.
그러나 이곳 디아스 왕국은 멀지 않은 곳에 영원의 숲이 위치해 있기 때문인지 엘프와 드워프족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고, 가끔씩 수인족들의 모습도
보였다.
당연히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 시선은 이종족 사람들에게 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조금 실례되는 행동이겠지만 아무래도 호기심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곳엔 이종족분들이 상당히 많이 있네요.”
“영원의 숲이 근처에 있으니까 그렇겠지? 모든 엘프와 드워프들이 영원의 숲에서만 사는 것은 아니니까.”
“이렇게 많은 이종족분들을 보는 것은 처음일지도 모르겠네요. 세르피안 왕국엔 이종족분들이 상당히 드무니까요.”
엘프, 드워프, 수인족들이 살고 있는 영원의 숲에서 세르피안 왕국까지 오려면 디아스 왕국과 중앙의 라그나 왕국을 거쳐 북쪽의 세르피안 왕국까지
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