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42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42화
그리고 이어지는 레아 누나와의 키스.
하지만 허락을 받고 시도한 키스가 아니었기에 레아 누나는 키스한 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나를 살짝 밀치며 입술을 뗐다.
“아, 아넬, 잠시만요. 설마 지금……?”
“안 될까요. 레아 누나?”
“그야 당연히……! 리, 리안 씨도 집에 있고……!”
“아버지라면 조금 전에 길드로 내려가셨어요. 계단 소리가 들렸는걸요.”
딱히 의식한 것은 아니었지만 레아 누나의 방이 계단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듣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레아 누나는 내
설명에도 여전히 당황하면서 말을 이었다.
“리, 릴리아 씨랑 리나도……!”
“아, 어머니랑 리나도 조금 전에 점심거리를 사기 위해 나간 것 같아요.”
“네?”
내 말에 의문을 표하며 굳는 레아 누나를 강제로 밀어 넘어뜨리면서 나는 레아 누나의 목소리가 방 밖으로 퍼져 나가지 않게 요령껏 사일런스 마법을
전개했다.
그녀의 목에 가볍게 키스하면서 천천히 레아 누나의 가녀린 몸에 손을 뻗었다.
“아읏, 아넬…… 자, 잠시만…… 기다려…… 하윽?!”
어쩌다가 갑자기 전개가 이렇게 흘러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이에 비해 너무나 귀여운 레아 누나가 잘못한 것이다.
나는 그저 그녀에게 홀렸을 뿐이니까 말이다!
무언가 더 말하고자 하는 레아 누나의 입을 내 입으로 겹쳐 틀어막고 그녀의 옷을 천천히 벗겨 나갔다.
어젯밤 내 방이 그러하였듯, 레아 누나의 방엔 또 한 번 나와 레아 누나의 따뜻한 애정이 새겨졌다.
***
레아 누나와의 알콩달콩 깨소금 떨어지는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도 잠시, 2주일이라는 시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참고로 그 기간 동안 나와 레아 누나 사이엔 조그마한 변화가 생겼다.
벌써 권태기 같은 것이 온 것은 아니다. 호칭의 변화가 생겼을 뿐이다.
“아넬, 앞으로는 제 이름을 그냥 불러 주세요.”
“네? 그냥이요?”
“‘누나’라는 호칭을 붙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레아라고 불러 주셨으면 합니다.”
“갑자기 그렇게 부르라고 하면 좀 당황스러운데…… 혹시 이유가 있나요?”
내 질문에 레아 누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다.
“단순한 연인 관계라면 지금처럼 누나라고 불러도 괜찮겠지만 이제는 연인 관계가 아니라 그…… 결혼을 약속한 사이니까요. 집안의 가장이 안사람을
높여 부르는 것은 그다지 보기 좋지 않습니다.”
“아아, 그런 이유인가요.”
딱히 이 세계가 전생처럼 남성우월주의 사상이 뿌리 깊게 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도 모험자가 될 수 있고 직업을 얻을 수 있으며 기사가 될 수 있는 세계니까 말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정은 가장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간다.
즉, 레아 누나는 앞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 될 내게 위엄을 세워 주려고 하는 것이다.
남편이 아내에게 계속 누나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도 확실히 위엄이 없다. 그러니 내게 누나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말고 그냥 이름으로 부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레아 누나에게 반말은 하지 못하겠는걸요. 호칭만 바꾸는 걸로도 괜찮겠죠?”
“그건…… 모양새가 조금 이상하지 않을까요?”
“서로의 나이도 있으니까요. 부부가 서로 간에 존댓말을 한다고 해서 그걸로 트집을 잡을 사람은 없을 거예요.”
‘부부’라는 말에 레아 누나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는 레아 누나를 부르는 호칭이 바뀌어 지금은 누나를 빼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물론 겉으로만 그렇게 부를 뿐, 속으로는 여전히
누나라고 부르고 있지만 말이다.
수도로 향하기 위한 짐을 챙겨 들고 루시안과 함께 길을 나서려고 하는 나를 레아 누나가 영 아쉬워하는 얼굴로 손을 꼬옥 잡아 주었다.
물론 아쉬워하는 것은 레아 누나뿐만은 아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리나 역시 저번과 마찬가지로 나와 루시안이 떠나는 것을 마중하기 위해 길드 밖으로 나오셨다.
이제 세 번째로 세룬 도시를 떠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별은 아쉽다.
“오빠, 다음에 만날 땐 예쁘게 꾸며서 갈게.”
리나는 빙그레 웃으며 내 팔을 껴안았다.
나는 그녀의 은백색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대답했다.
“응. 기대하고 있을게.”
“참, 내가 아니라 레아 언니를 기대해야지. 오빠의 아내가 될 사람인데!”
“하하, 그런가? 하지만 리나가 한껏 꾸며서 온다면 정말 예쁘겠는걸? 그렇죠, 레아?”
“후훗, 이미 도시의 남자아이들은 전부 리나만을 바라보고 있는걸요.”
“다음에 세룬 도시에 방문할 땐 리나의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흥, 여기에 있는 애들은 안 돼! 전부 약해 빠졌는걸. 그리고 아직까지 남자아이들은 싫어. 오빠랑 루시안 오빠라면 괜찮지만 말이야.”
리나의 대답엔 루시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나도?”
“그야, 루시안 오빠는 강하니까요. 오빠처럼 오러 검사도 아닌데 전혀 이기지 못했는걸요. 저 예전에 결심했어요.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게
강해지자. 오빠를 지켜 줄 수 있을 만큼! 이라고요. 물론 지금도 오빠가 훨씬 강하지만, 적어도 제 남자친구가 되려면 저를 이길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안 돼요!”
“그거,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소리인데…….”
어느 금발의 공주님이 떠오르게 하는 대사였다.
루시안 역시 리나의 대사에 이쪽을 바라보며 피식 웃고 만다.
쿡쿡 하고 웃음 짓는 우리 두 사람을 보며 리나는 볼을 살짝 부풀리고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여자아이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리가. 리나에게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단지 비교 대상이 우리라 조금 그런 것뿐이지. 열다섯 살의 나이로 오러를 발현시킨 것 자체가
리나의 재능을 알려 주는걸. 검술의 숙련도도 루시안이 인정할 정도니까, 앞으로 더 노력한다면 충분히 강한 검사가 될 수 있을 거야. 사실 리나가
검술을 배우기 시작한 기간을 감안하면 지금도 대단한 거야.”
참고로 내가 검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네 살, 루시안이 여섯 살 때다.
그에 비해 리나는 여덟 살이다.
물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보면 보통 여덟 살에서 열 살 사이에 검을 들기 시작하니 리나가 또래들보다 오히려 검을 배우기 시작한 나이는 월등히
빠른 편인 거다.
단, 그 비교 대상이 나와 루시안이라는 점에서 아쉬울 뿐이다.
대륙의 인재들이 모여들어 매일같이 검술을 갈고닦는 세르피안 검술학교에서도 열다섯 살의 나이에 오러를 발현시키는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거기에 그들은 검술 교관으로부터 많은 충고와 조언을 얻는다. 대련 또한 원하는 만큼 치를 수 있다.
길드 일로 바쁜 아버지와 레아 누나에게 잠깐씩 검술을 단련받은 것 정도로 이 정도의 성과를 올린 것만 하더라도 리나는 충분히 재능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저번에 루시안과 대련하는 것을 지켜보았을 때 적어도 리나가 세르피안 검술학교에 입학했었다면 중상위권은 차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니, 1학년생부터 입학하여 검술에 매진했다면 그 이상의 상위권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그랬었다면 이곳보다 다소 안전한 환경인 검술학교에서 생활하며 남성공포증이라는 것도 얻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지, 트라우마는 그 이전부터 있었으니 모르는 건가.’
결국은 트라우마의 근원이 되는 고블린으로 이야기가 돌아간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리나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괜스레 미안해져 리나의 머리카락을 다시 한 번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다음에 보자, 리나.”
“……응, 오빠도 여행 잘 다녀와. 몸조심하고.”
“그래.”
이후 어머니, 아버지 차례로 부모님을 가볍게 포옹해 드리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마지막으로는 아직까지도 손을 꼬옥 잡고 있는 레아 누나를 바라보았다.
조금이라도 이 손의 온기를 더 느끼고 싶었지만 마냥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루시안과 미리 이야기해서 수도까지 최대한 단시간 내에 이동하기로 마음먹고 세룬 도시에 머무는 기간을 가능한 늘렸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레아 누나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헤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는지, 레아 누나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몸조심하세요, 아넬.”
“네, 레아도 건강하세요. 다음에 만날 때는 꼭 예쁜 드레스 입혀 드릴게요.”
내 말에 레아 누나는 그제야 살짝 미소 지었다.
“후후.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럼…… 가 볼게요.”
나와 루시안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길드를 떠났다.
시야에서 길드와 가족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가까스로 미련을 버리고 걷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레아 누나 못지않게 내 표정 역시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었는지, 옆에서 걷고 있던 루시안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타박을 주었다.
“아쉬운 건 알겠지만 표정 좀 펴, 아넬. 보는 내가 다 우울해지려 그래.”
“미안, 벌써 세 번째이긴 한데 오늘따라 더 그러네.”
“하기야…… 그 사이에 결혼 약속까지 잡고 와 버렸으니 아쉬울 수밖에 없으려나. 이번에 의뢰를 끝마치는 즉시 식을 올릴 생각이지?”
“그래. 언제 또 의뢰를 받고 다른 곳으로 갈지 모르니까. 적어도 의뢰를 끝마치고 오면 당분간은 길드에 머물면서 쉴 수 있을 테니 그 시간에
집을 알아보고 식을 올리려고 해.”
루시안의 말대로 지난 2주의 시간 동안 나와 부모님, 그리고 레아 누나는 내가 영원의 숲에 들르고 다시 수도로 돌아오면 수도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하였다.
어차피 의뢰를 끝마치면 당분간 길드에서 움직이지는 못한다.
조사해서 가지고 온 자료들을 정리하고, 그것을 보고하고 또 추가적으로 다른 사항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최소 두 달 정도의 시간은
필요할 테니 말이다.
길드에 복귀하는 즉시 세룬 도시에 편지를 보내면 가족들과 레아 누나가 수도로 올라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강 3주일 정도 걸릴 것이다.
레아 누나가 수도에 도착하는 대로 함께 살 집을 알아보고 곧장 식을 올릴 계획이었다.
영원의 숲에 다녀오는 것까지 계획된 시간이 약 3개월.
그리고 복귀하여 식을 올리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강 계산하면 약 2~3개월이 걸릴 테니 지금으로부터 반년 뒤면 나는 결혼을 하고 유부남이
되는 것이다.
물론 결혼하고 나서도 깨소금 떨어지는 나날을 보내면 되긴 하겠지만, 길지도 않은 짧은 연애를 나누고 돌아서려니 무척이나 아쉬운 것이다.
“만약 아넬이 결혼해서 길드를 나가면 좀 쓸쓸해지겠는걸. 그 방을 나 혼자서 사용해야 하잖아?”
루시안의 농담에 나는 조금 우울했던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아 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