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38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38화
“너, 자꾸 놀리기야?”
“네가 놀아 주지 않으면 나도 심심하다는 소리야. 하기야 정 안 되면 리나랑 놀면 되려나. 리나도 이젠 검을 제법 다룰 줄 아니 검술 대련이라도
하면 심심하진 않을지도 모르겠는걸.”
“그러다가 내 동생 다치게 하면 알아서 해라?”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만약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어련하시겠어. 리나는 남성공포증이 좀 나아졌으려나 모르겠네. 시간이 제법 흘렀으니 조금 더 나아졌을 거라고 생각은 되지만.”
“그보다는 얼마나 예뻐졌을지가 기대되는데. 이제는 열다섯 살이잖아? 이전의 엘리시아와 거의 동갑의 나이인걸?”
“그러고 보니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내가 나이를 먹어 가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자각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떨어져 지내다 보면 다른 사람의 나이까지 생각하며 지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리나의 나이도 벌써 열다섯 살인가.
3년만 있으면 리나도 성인이다.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놀아 달라고 조르던 그 작은 아이가 벌써 어엿한 소녀의 나이가 되었다는 데에 또다시 작은 감회를 느낀다.
“자자, 네가 성장한 만큼 리나도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또 그렇게 깊어진 눈으로 멍 때리는 것은 그만둬. 때로는 네가 갑자기 어디론가
훅 사라질 것 같아서 무서우니까.”
루시안의 말에는 순간적으로 움찔하면서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사라지기는 누가 사라져?”
“그냥 그렇다는 소리야. 어쨌든 리안 아저씨와 릴리아 아주머니, 레아 누나와 리나에게도 안부 전해 줘. 다음에 길드에 찾아가면 다시
인사드린다고.”
“그래, 네 아버지와 어머니께도 안부 전해 줘. 나중에 인사드린다고 말이야.”
피식 웃으면서 루시안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시장 반대 방향, 자신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 온 탓인지 잠깐 떨어지는 것뿐인데도 이렇게 헤어지고 나면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자, 그럼 나도 돌아갈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나 역시 길드가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길드는 여전히 같은 장소, 같은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정겨운 나무문을 열고 딸랑딸랑, 하는 손님이 방문했다는 것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카운터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아버지와, 모험자들을 대상으로 이것저것 의뢰 관련 내용을 설명해 주고 있는 레아 누나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다녀왔습니다.”
***
“정말, 금방 온다고 했었으면서……!”
“미안해,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설마하니 왕궁에서 직접 초대를 할 줄은 몰랐으니까 말이야.”
“리나, 오빠를 나무라는 것은 그쯤 하렴. 일부러 늦게 온 것이 아니잖니.”
“……우, 네에. 그럼, 조금 있다가 왕궁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들려줘, 오빠!”
“그래, 알았어.”
금방 화를 풀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왕궁에 대해 물어 오는 리나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앉아 있던 어머니가 곤란해하는
표정으로 리나를 작게 나무랐다.
“오빠는 이곳까지 오느라 피곤할 거란다. 오늘은 좀 쉬게 해 주는 것이 어떻겠니.”
이제는 한 명의 소녀로 부족함 없이 자라난 리나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쓰다듬어 주며 나는 어머니의 이야기에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더 일찍 오겠다는 약속을 어기게 되었으니까 이걸로 용서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내 대답에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신다.
“소문에는 몬스터에게 자비가 없는 검사라더니, 동생에게는 한없이 무른 오빠로구나. 후후.”
“네? 제가 그런 이미지였어요?”
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묻자 레아 누나가 재미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여신의 총애를 받는 검사, 몬스터에게 자비가 없는 검사, 또한 이번에 6학년생의 검술학교 학생들이 모두 아무런 피해 없이 몬스터 토벌을 마칠
수 있었던 데는 은빛 검사의 가르침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소문입니다. 단순히 소문으로만 따지면 책을 한 편 써도 될 정도의 내용들이에요.”
“……그거, 소문이라고 해도 너무 부풀려졌는데요.”
“물론 좋지 않은 소문들도 몇 개 있긴 해요.”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은빛 검사가 실은 몬스터를 퇴치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유흥가를 드나드는 망나니라는 소문 같은 것들이죠.”
“망나니…….”
그나저나 유흥가는 또 뭐란 말인가.
길드의 어른들이 그런 면에선 철저히 통제를 했었기 때문에(물론 갈 용기도 없었지만.) 순결하기 그지없는 몸인데 말이다.
“물론 아넬을 모르는 어느 질투 많은 자가 퍼트린 소문이겠지만, 그런 소문들이 퍼질 만큼이나 아넬은 왕국 내에서 적지 않게 유명합니다. 행실에
항상 조심할 필요가 있겠네요. 진짜로 유흥가 같은 곳이라도 들어갔다가는 한순간에 왕국 전역에 소문이 쫙 퍼질 테니까요.”
“그럴 일은 없는걸요. 제겐 레아 누나가 있으니까요.”
“네? 아, 아넬……!”
순식간에 튀어나온 내 발언에, 레아 누나가 화들짝 놀라 이쪽을 돌아본다.
‘아…….’ 하고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하하하…….’ 하고 헛웃음을 짓기도 잠시, 끄으응 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푹 숙이고 있는 레아 누나를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리나까지도 빙그레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나.”
“흠흠, 릴리아에게 이야기는 들었다만 리나도 보고 있으니 애정 표현은 좀 자제하려무나.”
“왜요, 아빠? 전 좋기만 한데.”
“아으으…….”
적당히 기회를 봐서 어머니가 아버지와 리나에게도 나와 레아 누나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더니 역시나 아버지도 그렇고 리나도 그렇고 이미 우리 둘
사이의 관계를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딱히 반대는 없는 듯, 반응은 흐뭇함 반에 갓 성인이 된 아들의 연애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다는 것에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다.
하기야 나도 리나가 나중에 어느 남성을 데리고 와서 연애하는 모습을 그 앞에서 목격한다면 미묘한 감정이 될 것 같기는 하다.
그 흐뭇한 시선의 대상자인 레아 누나는 소녀처럼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시간이 제법 지난 만큼 이제 슬슬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으로는 열여덟 살의 나이 차이를 상당히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서른여섯 살의 아저씨가 열여덟 살의 소녀를 대상으로 연애를 하는 것이니…….
흐, 흠흠! 뭔가 상당한 범죄의 향기 같은 것이 물씬 느껴진다.
결국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는 레아 누나를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리나의 무언의 동의를 얻어 손을 잡고 이끌어 레아 누나의 방으로
데려다주었다.
참고로 손을 잡고 방으로 향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상당히 므흣한 눈으로 바라보시는 부모님의 시선이 좀 따갑기는 했지만 애써 무시하고 방문을 열어
레아 누나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곤 레아 누나를 침대에 앉혔다.
레아 누나는 방문이 닫히고 내가 옆에 마주 앉자마자 고개를 확! 치켜들더니 눈물이 살짝 글썽이는 얼굴로 내게 소리쳤다.
“정말! 제 입장도 좀 생각해 주세요, 아넬! 무슨 면목으로 릴리아 씨랑 리안 씨를 보냔 말이에요……!”
상당히 화가 난 것 같았지만 그 화가 내게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화풀이라는 것을 눈치챈 나는 살며시 웃으면서
레아 누나에게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
“곧 시부모님이 될 텐데 슬슬 익숙해져야죠.”
“……!”
‘아으, 으아.’ 하며 레아 누나는 내 갑작스러운 기습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벙긋벙긋한다.
원래부터 콩깍지는 씌어 있었지만, 뭔가 특별한 관계라고 하면 더 강한 콩깍지가 씌어져 모든 행동이 귀엽고 예쁘게 보이기 마련이다.
문득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생겨, 나는 무슨 용기가 난 것인지 그대로 두 손을 뻗어 레아 누나의 두 어깨를 잡아
눌렀다.
당연히 레아 누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한다.
“자, 잠……! 아넬?!”
방심하고 있던 상황에서 레아 누나는 갑작스러운 기습을 받고 침대에 뉘어졌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누르고 있는 모습으로 살짝 미소 지었다.
“그것보다는 이전의 약속 기억하고 있죠?”
“네? 약, 약속? ……자, 잠깐만요, 아넬, 그야 기억은 하고 있지만…… 설마 지금이요?! 아직 해도 지지 않았는데?!”
“레아 누나가 너무 귀여워서 어쩔 수 없는걸요.”
“밖에 릴리아 씨랑 리안 씨도 있어요! 리나도 있다구요!”
정말로 당황한 나머지 냉정함을 되찾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이것저것 변명을 하기 시작한 레아 누나의 모습에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살짝 불타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상당히 좋지 않다.
장난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부모님이랑 리나라면 분명히 이해해 줄 테니까요.”
“이해라뇨? 무슨 이해요?!”
그러나 뒷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나는 마치 2년 전의 그날처럼, 레아 누나를 덮치고 있는 형태로 천천히 레아의 입술을 향해 내 입술을 향했다.
느닷없이 내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레아 누나의 당황은 절정에 이르렀다.
이젠 차마 말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인지 ‘으읏?!’ 하는 얼굴로 어느새 두 눈을 꼬옥 감고, 몸을 살짝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레아 누나의 어깨에서 두 손을 떼고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자 바들바들 떨며 두 눈을 꼬옥 감고 있던 레아 누나가 천천히 눈을 뜨며 이쪽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래도 이 시간에는 아무래도 무리겠죠. 죄송해요, 잠깐 장난쳐 본 거였어요.”
“이이! 아넬!”
곧 제정신을 차린 레아 누나는 진심을 담은 주먹으로 내 옆구리를 힘껏 때렸다.
미리 오러를 끌어올려 대비하고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헛!’ 소리가 나올 정도의 일격이었다.
레아 누나의 일격은 오러까지 일부분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장난이 너무 심했나 보다.
이후에 화가 잔뜩 난 레아 누나를 달래느라 제법 진땀을 뺐지만 레아 누나는 내가 장난친 것에 대해서만 화를 냈을 뿐, 내가 그녀에게 갑작스럽게
키스를 하려고 했다는 점, 그리고 이전의 ‘약속’을 요구했다는 것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레아 누나를 간신히 달랜 이후, 나는 레아 누나의 방을 빠져나와 리나,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는 내가 레아 누나를 데려다주러 그녀의 방에 들어갔을 때 길드의 업무를 마저 보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가셨고, 레아 누나의 방에서 나온
나를 어머니와 리나는 방긋 웃으며 잘했다는 몸짓을 취하며 맞이해 주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으니 아까 전의 레아 누나와 내가 나누었던 대화를 전부 듣지는 못했겠지만 소리 크기가 크기인 만큼, 대강 달달했던 분위기가
이어졌었다는 것을 얼핏 눈치챈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