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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75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4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75화

루시안이 그야말로 시간 벌이, 미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행동을 취하려는 모습에, 다시금 ‘안 돼!’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

검은 드레이크는 어느새 루시안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하아앗!”

루시안 자신도 녀석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 때문에 공격 목적이 아니라, 루시안은 드레이크의 시선을 흩어지는 일행에게서 자신에게로 집중시키려고 무모하게도 검은 드레이크의 정면으로 치고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무작정 치고 들어가지는 않았다.

나름 조금의 저항이라도 하려는지 조금 전에 세라 누나가 했던 것처럼, 정면에서는 녀석의 시선을 끔과 동시에 드레이크와 루시안 자신이 서로

엇갈리는 시점에서, 드레이크의 측면으로 파고들어 놈의 공격을 회피하려는 생각에 한 돌진이었다.

“크앙!”

“크억!”

“루시안!”

루시안의 공격은 실패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루시안이 아무리 일반 마법사들과 달리 몸놀림이 좋다고 하더라도 그것 역시 한계가 있다.

검은 드레이크는 마치 자신에게 달려든 날파리 한 마리를 가볍게 처리하듯, 앞발로 루시안을 퍼억 내동댕이쳐 버렸다.

땅조차 움푹 파일 정도의 강력한 힘을 담은 녀석의 앞발이다.

그것을 얻어맞은 루시안이 결코 무사하리라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루시안이 힘없이 튕겨 나가 땅을 구르는 모습을 눈으로 좇기도 잠시, 검은

드레이크가 자신이 튕겨 낸 루시안에겐 일말의 관심도 가지지 않고 계속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기에, 나는 그쪽을 향해 다시 시선을 옮겨야만 했다.

그리고 검은 드레이크가 쳐다보는 방향엔, 셀린이 엘리시아를 지키려고 검을 뽑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드레이크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엘리시아를 데리고 뒤쪽을 향해 달리긴 했지만, 이후 들리는 루시안의 목소리에 그리 멀리 가지는 못하고 재차 뒤를

돌아본 모양이었다.

셀린과 엘리시아는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드레이크의 모습을 보고 표정이 창백했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웠지만, 그러기엔 그녀들과 나 사이에 거리가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이대로 그녀들이 당하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하나 인상을 찌푸릴 바로 그때, 나이아스 씨가 화가 난 듯 소리치는 목소리가 신전에 울려 퍼졌다.

“놈, 멈춰라! 나의 적을 구속하여,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라. 패럴라이즈(Paralyse)!”

나이아스 씨에게서 시전자의 마나로 상대방 신체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중상급의 구속 마법이 구현되어 검은 드레이크를 구속했다.

“크아악!”

검은 드레이크가 갑작스럽게 온몸을 죄어오는 강력한 마나의 기운에 눈을 부릅뜨고 거칠게 몸을 날뛰기 시작했지만, 나이아스 씨는 검은 드레이크를

순순히 놔줄 생각이 없었는지, 마나를 한껏 끌어올리며 검은 드레이크와 거친 힘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중급 이상의 마법을 버텨 내는 저항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패럴라이즈라는 구속 마법은, 아까 전의 버닝 스트라이크와 같은 공격 마법과는

달리 마법이 구현될 때 한 번만 마나가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시전자의 마나가 전달되어 효력을 발휘하는 마법이다.

반대로 말하면 적을 구속시키는 효과는 뛰어나지만, 그만큼 마나 소모가 엄청나서 주로 범죄자를 잡거나 하는 일이 아니라면 몬스터를 상대로는 잘

쓰이지 않는 마법이다.

대상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 가지고 있을수록 구속에 필요한 마나는 더 많이 필요하고, 마법사의 입장에선 그 마나를 가지고 적을 구속만

하기보단 차라리 공격 마법을 쓰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하나 나이아스 씨처럼 막대한 양의 마나를 가진 인물이 사용하는 패럴라이즈의 효과는 검은 드레이크라고 하더라도 몸을 쉽게 움직일 수 없었는지,

크릉, 크륵! 하는 소리와 함께 일시적으로 드레이크의 모든 움직임이 차단되었다.

“그다지 오래 묶지는 못한다! 가서 애들을 지켜라!”

드레이크의 움직임이 봉쇄된 틈을 노려 녀석의 몸에 검을 박아 넣을 생각이었지만, 나는 이어서 들려오는 나이아스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셀린과 엘리시아에게로 달려갔다.

몸이 구속된 검은 드레이크의 옆을 지나려니 꾸득 꾸득! 하고, 검은 드레이크가 패럴라이즈 마법으로부터 저항하려고 온몸에 잔뜩 힘을 주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이 상태에선 내 수준에서 전개되는 것 정도로는 오러 소드라고 하더라도 드레이크에게 그다지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할 것 같았다.

드레이크를 지나쳐 셀린과 엘리시아에게로 다가가자, 그녀들은 갑작스럽게 멈춘 드레이크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 목소리를 듣고는 화들짝 놀라며

이쪽을 보았다.

“셀린, 엘리시아! 괜찮아?”

“어, 응…… 하지만 루시안이……!”

“루시안은 괜찮아요. 살아 있어요!”

엘리시아의 말에, 뒤를 돌아 루시안이 튕겨 나간 곳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드레이크의 일격을 받아 속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루시안은 입에서 쿨럭! 하고 선홍빛 피를 토해 냈지만, 분명히 살아 있었다.

세라 누나와 그렌 씨가 나를 따라 달려오다 나이아스 씨가 구속한 드레이크를 견제하려고 했고, 루웬 씨는 케르츠 씨의 보조를 받으며 루시안에게

다가가 힐링 마법을 시전했다.

이곳을 향해 달리던 드레이크의 목적은 분명히 셀린이었다.

아마도 셀린의 내부에 깃든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이 모종의 이유로 검은 드레이크를 자극하지 않았나 추측할 뿐이었지만, 검은 드레이크는 셀린에게

집중해 자신의 앞길을 방해한 루시안을 그저 밀쳐 낸 것일 뿐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루시안에게는 큰 타격이어서 가슴에 상당한 부상을 입은 것 같았으나 루시안은 이쪽을 바라보며 의식을 유지했다.

의식이 있는 상황이고, 힐링 마법과 함께 도시에서 준비해 가지고 온 힐링 포션으로 치료를 받는다면 생명에 지장은 없을 것이었다. 다만, 더는

전투나 회피는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루시안의 생존 소식에 마냥 기뻐하기도 잠시, 아직은 검은 드레이크가 나이아스 씨의 마법에 구속당하면서도 이쪽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정확히는 셀린이다.

대체 셀린의 무엇이 녀석을 자극시켜 검은 드레이크가 셀린에게 이리도 집착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녀석의 목적이 셀린이라는 것이 확실시되는

점에서, 나는 뒤를 돌아 엘리시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엘리시아, 지금 드레이크가 움직이지 못할 때, 어서 루시안이 있는 곳으로 돌아서 달려가.”

“네? 하지만, 아넬과 셀린은 어쩌시려고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검은 드레이크는 루시안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이쪽으로 달려왔어. 어째선지 잘 모르겠지만, 셀린을 노리는 것 같아.”

지금도 드레이크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면서도 시선은 셀린을 바라보아, 엘리시아는 내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셀린도 엘리시아도 나이아스 씨의 보조 마법 덕분에 몸놀림이 훨씬 빨라졌지만, 셀린이라면 몰라도 엘리시아의 실력으로 드레이크의 공격을 피하기엔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셀린 하나라면 어떻게든 보조할 수 있지만, 셀린과 엘리시아 두 명을 모두 보조하기는 무리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피하기조차 버겁다.

하지만 이대로 드레이크가 셀린을 노리는 것이 확실시되고, 루시안마저 쓰러진 상황에서 셀린을 지켜 주지 않을 수가 없어 엘리시아라도 피하게 할

생각이었다.

“……조심하세요, 둘 다.”

“그래도 언제 드레이크가 다시 목표를 바꿀지 모르니까, 최대한 시선을 마주치지 말고 뛰어가.”

“네.”

엘리시아는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것이 도리어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파악해,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최대한 빙 돌아서 가는 것이긴 했지만, 검은 드레이크는 엘리시아가 움직이는 것에 그다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역시나, 셀린에게 뭔가가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대체 무엇 때문에…….’

설마하니 셀린에게서 느껴지는 드레이크의 기운을 동족이라 착각하고 발정이라도 한 것일까.

아니, 여기서는 자기보다 훨씬 약한 드레이크가 자신의 영역을 겁도 없이 침범했다고 여기는 것이 옳을 것이다.

A급 몬스터들은 그 강력함만큼이나 자신의 영역에 대한 집착이 심해, 특히나 드레이크는 자신의 레어(둥지)를 침입하는 자들을 결코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또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무리 셀린이 드레이크의 기운을 가지고 있고, 또한 자신의 영역을 겁도 없이 침범한 약한 드레이크에게 반응했다고 하더라도, 여기엔 셀린보다도

훨씬 강한 사람들이 네 명이나 있다.

더군다나 그중 한 명은 지금도 자신의 몸을 구속시키는 나이아스 씨다. 그런데 그쪽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먼저 셀린을 공격하려는 녀석의 의도가

대체 무엇일까?

그것을 아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어,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해 긴장된 몸을 가라앉히며 다시금 검을 들어 올렸다.

끼기기긱! 하는 소리가 더욱 크게 울리는 것으로 보아, 검은 드레이크가 나이아스 씨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셀린은 최대한 나를 방패 삼아 녀석의 공격을 피하는 데 전념해 줘. 나는 나대로 최대한 몸을 피해 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아…… 응, 알았어. 조심해…… 아넬.”

셀린도 자신의 몸 안의 기운 때문에 드레이크가 노리는 것임을 알 것이다.

하지만 드레이크가 셀린과 일 대 일 상황이면, 셀린은 무척이나 위험한 상황이 된다. 한두 번이라면 어찌어찌 피하겠지만, 그 이상의 연속 공격을

피하기는 셀린에게 무리다.

그렇다면 셀린을 지키려면 부상당한 루시안을 후방으로 이송한 뒤에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그렌 씨와 세라 누나 그리고 나이아스 씨의 보조를 받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일 것이다.

피하는 데 집중하면 어떻게든 버텨 낼 수 있다. 셀린에게는 단순히 드레이크와 셀린 사이의 경로를 가로막는 것만으로도 다소 여유가 생길 것이었다.

“크아아아앙!”

“큭! 조심해라!”

검은 드레이크가 콰득! 하는 소리와 함께 나이아스 씨의 패럴라이즈 마법을 풀어내고, 강한 포효를 내지르며 이곳을 향해 다시금 쇄도하기 시작했다.

 

 

 

 

목숨을 건 도주

 

 

 

 

“크아아아!”

“크윽!”

역시나 드레이크는 자신의 몸이 나이아스 씨에게 구속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그쪽보다는 먼저 셀린을 물어뜯으려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루시안과 마찬가지로, 나는 셀린을 보호하려고 오러를 있는 힘껏 끌어올린 상태로 셀린과 드레이크 사이의 경로를 가로막았다.

그러자 드레이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곳에 도달하더니, 루시안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앞길을 방해하는 나를 치워 버릴 목적으로 앞발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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