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69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69화
그러나 오러를 운용하는 그 빠른 몸놀림에도 불구하고 성난 암컷 오우거는 곧장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세라 누나가 달려가는 곳을 향해 연신
손바닥을 내려찍으며 그녀를 공격했다.
힘을 아끼기 위해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오우거가 세라 누나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인지 알 방법은
없었지만 지금은 세라 누나를 도와 오우거를 쓰러뜨려야 한다.
어떻게 하면 저 커다란 덩치를 쓰러뜨릴 수 있을까 고민하며 머리를 맹렬히 회전시켰다.
A급 몬스터답게, 오우거의 두꺼운 가죽은 어지간한 창과 칼을 그대로 튕겨 낸다. 오러 소드를 사용한 검으로도 베는 것에 저항을 느낄 정도로
질기기까지 하다.
못 베어 낼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아직 익스퍼트 하급에 불과한 내 오러양으로는 오러 소드를 유지하는 데 체력을 상당히 잡아먹는 만큼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일격을 성공시킬 필요가 있었다.
세라 누나가 암컷 오우거를, 그리고 그렌 씨와 케르츠 씨, 셀린이 수컷 오우거를 상대로 시간을 끌어 주고 있을 때 나는 천천히 온몸에 오러를
끌어올리면서 차분하게 공격을 성공시킬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그 기회는 후방에 위치해 있는 루시안과 루웬 씨가 만들어 주었다.
“마나의 힘으로, 적을 집어삼킬 작열하는 불꽃을 토해 내라. 버닝 스트라이크!”
“마나의 힘으로, 뼛속까지 얼어붙는 혹한이여 몰아쳐라. 프로즌 스톰!”
두 마법 모두 중급에 해당되는 마법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공격 마법이었다.
주문을 외우고 캐스팅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는 단점은 있지만 어지간한 중상급 몬스터들조차 일격에 빈사상태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루시안이 쏘아 낸 거대한 화염구는 세라 누나가 상대하고 있는 암컷 오우거에게로, 루웬 씨가 쏘아 낸 얼음의 폭풍은 수컷 오우거를 향해 각각
쇄도했다.
크워억?!
크억!
뒤늦게 강한 열기와 냉기를 느끼고 두 마리의 오우거들이 자신이 상대하고 있던 세라 누나와 그렌 씨에게서 떨어져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마법을
피하려고 하였지만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우리들이 아니었다.
“하앗!”
“하압!”
오우거들이 자신들에게서 잠깐 시선을 돌린 그 짧은 틈을 나와 그렌 씨는 놓치지 않았다.
오러가 깃든 검을 각각 오우거의 무릎 뒤, 오금에 찔러 넣었다.
신체의 중심을 잡는 중요 부위를 공격당한 두 마리의 오우거는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거렸고, 루시안과 루웬 씨가 날린 마법에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끄아아아악!
끄워, 끄웍……!
상체에 루시안이 발현시킨 버닝 스트라이크를 맞은 암컷 오우거는 타오르는 불길에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었고, 루웬 씨가 쏘아 낸 프로즌 스톰에
적중한 수컷 오우거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지만 차츰차츰 몸이 얼어붙어 갔다.
오우거라는 녀석은 엄청난 재생력이 특징인 트롤에 비하면 조금 못 미치긴 하지만 나름 뛰어난 회복력을 가진 몬스터이다.
거기에 약간이긴 하지만 마법에 대한 저항성도 가지고 있으니 마법에 명중됐다 하더라도 숨이 끊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지금은 이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조금만 회복할 시간을 주면 금세 마법의 영향에서 벗어나 다시금 날뛸 것이 분명했기에 오우거의 숨통을
끊으려면 지금이 기회였다.
“핫!”
샥, 하는 느낌으로 세라 누나는 다리의 오금을 찔려 바닥에 주저앉아 타오르는 불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암컷 오우거의 목덜미를 오러 소드로 베어
냈다.
그사이에 나는 그렌 씨와 함께 몸이 냉기 마법에 의해 둔해진 수컷 오우거의 목에 오러 소드를 박아 넣었다.
크륵…….
끄억…….
짧은 단말마와 함께 두 마리의 오우거가 쿠웅! 하는 거대한 진동을 울리며 바닥에 몸을 고꾸라뜨렸다.
비록 오우거가 바닥에 쓰러지긴 했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
“…….”
혹시나 오우거가 숨이 미약하게 붙어 있어 최후의 발버둥을 치지 않을까 경계하며 쓰러진 오우거의 시체를 바라보기를 약 2분.
우리들은 더 이상 움직일 기미를 보이질 않는 오우거의 시체를 바라보며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오호, 이번엔 누구 하나가 다치거나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별 피해 없이 막았군그래. 이젠 제법 호흡이 잘 맞는걸?”
쓰러진 오우거의 시체를 바라보던 나이아스 씨가 나지막이 감탄을 하며 우리들을 돌아보았다.
애초에 이야기했었던 것처럼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나이아스 씨는 몬스터 토벌에 힘을 보태 주는 일은 없었다.
조금 전 오우거의 경우에도 어쩌면 크게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이아스 씨는 ‘너희들로도 충분한 놈들이다.’라고 말하며 전투를 전부
우리들에게 맡겼다.
하지만 그걸로 그를 ‘치사한 사람’이라든가 ‘쩨쩨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 마스터라는 경지에 오른 인물이라면 A급 오우거 따위는 그리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한 번만 앞으로 나서서 마법을 쏘아 내면 오우거를 통째로 구워 삶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런 무력 부분을 넘기더라도 개인적으로 그는 나이가
이백 살이 넘어가는 어른이다.
단지 몸에 활성화된 강력한 마나 덕분에 젊은 외모를 유지하고 있을 뿐, 그가 살아온 세월의 시간까지 없던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늙은 어르신(?)의 힘에 의지하며 그의 뒤에 숨어만 있을 생각은 우리에게도 없었고, 또한 나이아스 씨도 그런 식으로 우리들이 자신의 무력에
의지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여태껏 나타난 몬스터들은 전부 나이아스 씨의 도움 없이 우리들이 직접 토벌하였다.
대신 나이아스 씨는 우리들을 직접적으로 도와주지는 않았지만 몬스터와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뒤에서 우리들의 전투 모습을 지켜보며 간간이 전투에
대한 조언을 우리들에게 해 주었다.
비록 추구하는 바가 다르긴 하지만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 해 주는 충고는 검과 마법을 구분 짓지 않고도 충분히 머리에 새겨 둘 만한
것들이었다.
몬스터와 전투를 통한 실전 경험과 더불어 적당한 충고까지 더해지니, 고작 4일 만에 기존 우리 일행들과 그렌 씨 남매들 사이의 연계는 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온 동료처럼 보일 정도로 매끄럽게 다듬어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개개인의 실력 역시 증진이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한 도움을 준 나이아스 씨에게 불만 같은 것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역시 이 정도로 깊이 들어오니 이상한 점이 눈에 확 들어오게 되는군.”
“역시나 이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현재 영원의 숲 금역을 탐색하면서, 우리들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목적지인 ‘봉인된 옛 신의 신전’이다.
‘해가 지는 곳에 있는 세 개의 산봉우리’라는 힌트만을 가지고 찾기에는 영원의 숲이 너무 넓기 때문에 막연히 걷기보다는 뭔가 작은 단서 같은
것이라도 발견되지는 않을까 늘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식량의 관리다.
일행의 숫자가 9명이나 되다 보니 자칫 잘못 관리했다가는 금방 식량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생긴다.
그야 조금씩 덜 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는 문제지만, 이러한 숲 속에서 계속 야영을 하며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체력이
필요하다.
그런 상황에서 영양 공급마저 부실하게 되면 아무리 일행 전부가 오러와 마나를 발현하고 있는 상태라 하더라도 조금씩 지치는 것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엘프인 루웬 씨와 묘인족인 케르츠 씨가 이동 중에 틈나는 대로 식량으로 삼을 수 있는 과일이나 나물, 버섯 등을 채취하고 있고 다른
일행들 역시 그렌 씨 들에게 사전에 배운 지식들로 식량 채취를 돕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바로 몬스터와의 조우이다.
숲 자체가 워낙 깊고, 또한 사람의 발길이 닿은 적이 없는 곳이다 보니 금역은 가히 몬스터의 천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이나 많은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는 장소였다.
한두 번 정도라면 모를까, 계속해서 몬스터와 마주치며 그들을 토벌하며 이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기엔 체력도 시간도 상당히 모자란다.
다행히 이 점은 케르츠 씨의 후각을 이용해 몬스터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피해 이동하는 방법으로 몬스터와 조우하는 빈도를 가능한 만큼 낮추고
있는 중이다.
만약 돌아가기가 영 힘들거나 어쩔 수 없이 몬스터의 영역을 통과해야 한다면 오러의 기감을 사용해 몬스터들의 위치를 계속 감지하며 빠르게 돌파하여
가능한 몬스터와 마주치지 않게 노력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오우거와 같은 경우는 몬스터의 영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주친 경우에 속한다.
이번에 만난 오우거를 제외하고도 나흘간 이곳에서, 몬스터의 영역이 아닌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트롤이나 그리즐리 베어, 놀과 마주친 경우가 하루에
두세 번 이상은 되었다.
아무리 몬스터의 천국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몬스터가 살아가는 영역이라곤 하지만, 그들도 생명체이고 숲을 구성하는 구성원인 만큼 기본적인
생태계라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제대로 된 영역을 마련하지도 않고 떠돌아다니는 것은 뭔가 수상쩍다.
이 경우엔 우리가 모르는 어떠한 문제가 이곳에 적용되고 있다 생각하는 편이 옳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간 마주친 몬스터 녀석들의 시체를 조사해 봤지만, 너희들이 가져온 검은 결정과 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녀석들은 없었다. 거기에 이상
현상 몬스터라고 생각하기엔 그냥 일반적인 몬스터 같았고,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원인을 도통 알 수가 없군.”
“역시 봉인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 원인일까요.”
“그 또한 직접 보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문제는 봉인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몬스터와
조우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냐는 것이지. 고블린이나 놀 따위라면 신경 쓸 문제도 아니겠지만 오우거 같은 놈들과 계속 마주치게 되면
너희들의 체력 소모가 심해질 테니까 말이야.”
지금 오우거를 한 번 조우한 것만으로도 일행들이 적잖게 지쳤다.
물론 마주친 오우거가 어지간해서는 만날 일이 거의 없을 만큼 드문, 임신한 암컷 오우거와 함께 사냥을 나온 수컷 오우거였기 때문에 더 체력
소모가 심했던 탓도 있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A급에 해당되는 몬스터와 조우하지 않을 거라 확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냥, 냄새를 맡는 것도 한계가 있다냥. 평지라면 좀 더 먼 곳의 냄새까지 맡을 수 있지만 숲에선 바람의 방향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거리에
한계가 좀 있다냥. 또 맡는다고 해도 바로 대응할 수 있을지도 애매하고냥.”
“아니에요. 그래도 케르츠 씨 덕분에 그동안 몬스터의 영역을 피해서 올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아마 후각 없이 일직선으로 뚫고 들어왔다면 더
많은 몬스터를 상대해야 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