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64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64화
“아, 그러고 보니…… 세르피안 왕국에 국왕이 끔찍이 아끼는 아름다운 공주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기억이 있네요.”
인간에게 있어서는 디아스 왕국의 귀족조차도 그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한 엘리시아였지만, 아무래도 이종족이다 보니 인간종족의 왕녀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아름답다더라, 하는 쪽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라 그간 엘리시아가 ‘세르피안’이라는 성만 숨기고 본명을 사용했음에도 그렌 씨 들은
알지 못했었던 것이다.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의 신분이야 그들이 우리와 같은 모험자이기 때문에 종족은 다르더라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정체를 밝히면 모험자를 하고 있었던 그렌 씨 들도 얼핏 들은 소문이라는 것이 있으니 엘리시아가 누군지 모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렌 씨도 케르츠 씨도 자신과 함께했던 이가 사실은 한 국가의 공주이고 ‘불길한 물건’인 줄만 알았던 검은 결정이 이상 현상 몬스터와 관련
있다는 사실에 제법 놀란 것인지 입을 뻐끔뻐끔하며 이쪽을 둘러보고 있었다.
“과연, 세르피안 왕국의 세 신성들이 왜 귀족 여식 한 명을 호위하기 위해 이 먼 서쪽까지 오게 된 것인가 좀 의아하기는 했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군. 거기에 이상 현상 몬스터 관련 문제라. 고작 만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우리들에게 말할 수는 없었겠지. 당시엔 일주일도 안 되었으니까
말이야.”
“내용이 내용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없었어요. 그 점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엘리시아의 말에 그렌 씨는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예전이라면 우리들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10년간 대륙을 여행하며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경험했으니까 말이야. 그
정도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10년 세월을 허투로 보낸 건 아니야.”
“맞다냥. 거기에 이상 현상 몬스터 관련 문제라면 길드뿐만 아니라 전 왕국이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기를 쓰고 있는 판국이잖냥? 그런 문제라면
당연히 숨겨야 하는 거다냥.”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런데…… 이상 현상 몬스터라는 것은 무엇이지?”
그렌 씨 남매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시미르 촌장님의 뒤쪽에서 가만히 검은 결정을 바라보고 있던 엘프 청년이 이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상 현상 몬스터에 대해 모르시나요?”
“음. 모르니까 묻는 것이겠지. 듣자하니 대륙에서 등장한 몬스터인 것 같던데. 신종 몬스터 같은 것인가?”
엘프 청년의 표정은 정말로 이상 현상 몬스터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 같았다.
처음엔 이 엘프 청년만 이상 현상 몬스터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시미르 촌장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넬, 영원의 숲에는 이상 현상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아.”
“네? 그게 무슨 소리죠?”
우리들과 촌장님, 그리고 엘프 청년의 모습을 번갈아 가며 보던 그렌 씨는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간단히 설명을 해 주었다.
“대륙에 이상 현상 몬스터가 나타난 것은 대략 10여 년 전부터였지. 우리가 막 영원의 숲을 나서 대륙에 여행을 떠났을 때 그와 관련된 문제가
한창 화제가 되고 있을 때였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우리가 여행을 떠나기 전, 이곳에 살고 있을 때는 숲에 이상 현상 몬스터라 불리는 녀석들이
나타난 적이 없었어. 그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이 숲에서 이상 현상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대륙에는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어느 지역에서든 출몰하는 것이 이상 현상 몬스터이다. 이상 현상 몬스터의 발생 조건과 행동 조건을 모르기 때문에
각 왕국에서 골치를 썩고 있는 것인데 영원의 숲에서는 이상 현상 몬스터가 전혀 출현하지 않는다니?
“출현은 몇 번 했었지만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아닐까요? 마을 단위로 나뉘어져 있으면 소식이 전달되는 데 누락이 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야,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겠지만. 적어도 시미르 촌장님은 이상 현상 몬스터에 대해서 모르시는 것 같아 혹시나 하고 해 본 소리야. 거기에
우리들이 디아스 왕국을 중심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영원의 숲에서 이상 현상 몬스터가 출현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어 우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현재 대륙에서는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이상 현상 몬스터가 출몰하고 있는 판국이다.
발생 조건과 서식 조건, 또한 행동 조건 하나조차 제대로 파악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각 왕국에서 골치를 썩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데 영원의 숲에서는 이상 현상 몬스터가 전혀 출몰한 적이 없다니.
“뭔가 이상하네요.”
일반적인 상식상 몬스터의 서식 환경만 따지고 보면 영원의 숲만큼 좋은 곳도 드물다.
이곳에는 많은 이종족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지만 그들이 자리 잡은 영역보다 훨씬 더 많은 영역이 아직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는 숲이다.
이곳으로 오면서 들은 바로는 영원의 숲에서 살고 있는 이종족들은 오래전부터 영원의 숲에 자리 잡고 살아가고 있다지만 정작 활동 범위는 기껏해야
영원의 숲 약 절반에 해당되는 수준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만큼 이곳에 더 많은 이상 현상 몬스터가 있으면 있었지, 아예 없을 리는 없을 텐데도 눈앞의 엘프 청년과 시미르 촌장님은 이상 현상
몬스터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모른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기에 우선은 시미르 촌장님과 엘프 청년에게 대륙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상 현상 몬스터에
대해 설명을 먼저 해 주었다.
“이상 현상 몬스터는, 몬스터가 무언가의 이유로 변이를 일으켜 기존 개체와 달리 매우 강력한 힘과 특이한 행동 패턴,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고블린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원래는 모험자 랭크 기준으로 E급, 대략 오러 유저 하급에 살짝 못 미치는 위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되었던 검은색 피부를 가진 고블린의 경우엔 일반 고블린의 두 배가 넘는 덩치에 모험자 랭크 기준으로 B급에 해당되는 위험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B급은 오러 익스퍼트 하급의 검사가 간신히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합니다.”
“고블린 한 마리가 오러 익스퍼트와 동일한 실력을 가진단 말인가?”
“그뿐만이 아닙니다. 대륙 전역에서 적지 않은 몬스터가 이러한 변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상 현상 몬스터의 등장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늘어 가고 있죠. 현재 대륙에선 언제 이 이상 현상 몬스터가 대량 발생하게 될지, 또 앞으로 얼마나 강력한 변이를 일으킬지에 대해
걱정하고 그에 대한 변이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검은 결정은 방금 말씀드렸던 검은 고블린을 퇴치하고 나서 그 시체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결국, 여신님께서 우려하시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는가.”
“대륙과 그다지 소통하고 지내지 않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군.”
시미르 촌장님은 어두워진 안색으로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때 그녀의 뒤에 앉아 있던 엘프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테이블 위에 있던 검은 결정이 든 유리병을 집어 자신의 손에 쥐었다.
‘앗!’ 하고 엘리시아와 세라 누나가 그 모습을 바라보았지만, 청년은 검은 결정에 시선을 그대로 고정한 채 우리들에게 말을 이었다.
“잠시 이 결정은 내가 맡도록 하겠다.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인지 한번 조사해 봐야겠어. 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그 이상 현상 몬스터인가? 그것과 이 숲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관계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나이아스 님,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엔 이른 문제입니다.”
갑작스러운 엘프 청년의 행동에 시미르 촌장님이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그녀로부터 ‘나이아스’라고 불린 엘프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촌장님께
대답했다.
“그러니 한번 알아보겠다고 하는 거다. 한참 숲이 소란스러운 이때,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그대를 찾아온 날, 이 결정을 들고 인간족의
소년 소녀들이 이곳을 방문했다. 단순한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우리 둘 다 나이를 먹었지. 내일 아침까지는 다시 돌아오겠다. 그러니 이 아이들에게
이 숲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대강 설명을 해 두어라.”
“후우…… 알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지요.”
“잠시만요, 그것은?!”
엘리시아와 세라 누나가 검은 결정을 들고 일어선 엘프 청년을 제지하기 위해 자리에서 급히 일어났지만 엘프 청년은 두 사람이 뭔가를 해 보기도
전에 눈부시게 환한 빛을 몸에서 내뿜더니 말 그대로 ‘슉’ 하는 느낌으로 촌장님의 집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 모습을 본 우리들 모두가 놀란 얼굴로 사라진 엘프 청년이 있던 자리를 둘러보았지만 방금까지 그가 앉아 있던 의자며, 사라진 결정까지, 단순히
귀신에 홀리거나 갑자기 청년이 사라졌다고 착각한 아닌 것 같았다.
“이게 대체?”
“잠깐만요, 촌장님. 나이아스라면…… 설마 그 나이아스 님을 말하시는?”
“그 나이아스?”
엘프 청년이 눈앞에서 사라진 것보다는, 촌장님이 엘프 청년을 보고 ‘나이아스’라고 불렀다는 사실에 더 놀란 것인지 그렌 씨와 케르츠 씨, 루웬
씨는 촌장님을 상당히 놀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렌 씨의 물음에, 우리들까지 고개를 갸웃하며 시미르 촌장님을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방금 이곳에서 모습을 감춘, 정확히는 텔레포트 마법으로 원래의 거처로 돌아간 그의 이름은 나이아스 디볼린. 그렌,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
나이아스 님이 맞단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들에게도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었지만, 그의 이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이아스 디볼린.
그는 셀린의 양아버지인 페이탈 폰 이그니스 백작.
즉, 우리들의 길드 마스터이자 인간족 유일의 오러 마스터인 그와 함께 대륙의 3대 마스터라고 불리는 엘프족의 마나 마스터였다.
뤼피올 마을(2)
“……하고 싶은 말도 많을 것이고, 듣고 싶은 것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까 전에 타르헨이 저녁 준비를 하고 기다린다 하지 않았었느냐?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들려주도록 하마.”
나이아스 씨가 검은 결정을 가지고 자신의 거처로 돌아간 이후에, 시미르 촌장님은 현재 우리들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만 간단히 요약해서 설명해 준 뒤에 우리들을 돌려보냈다.
타르헨 씨가 저녁을 준비하며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한몫을 했고, 시간이 워낙 늦은 탓도 있었다.
내일 아침 나이아스 씨가 다시 돌아오고 나면 프롤륀 신관님도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계속하자는 것이 시미르 촌장님의 말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