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62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62화
그렌 씨의 말대로 단순히 우연찮게 영역을 만들기 위해서 라든지, 무리에서 쫓겨나 주위를 돌아다니던 놀 무리들과 마주친 것이면 좋겠지만 어쩐지
이런 찜찜한 기분이 들 때마다 항상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던 터라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녀석들이 이상 현상 몬스터인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녀석들의 시체를 조사한다고 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도 딱히 없었기에 우리들은
놀의 시체에 다른 몬스터들이 끼어드는 일이 없도록 루시안과 루웬 씨의 마법으로 시체를 한 번에 소각시키고 나서 계속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 시간 정도를 더 움직였을까.
중간에 점심을 먹기 위해 잠깐 쉬어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고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을 보면서도 거의 다 왔다고 하는 케르츠 씨의 말에 따라 쉬지
않고 꾸준히 이동한 결과, 저 멀리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우리들의 눈에 들어왔다.
“이제 거의 다 왔다냥.”
“이거 참, 10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려니 감회가 새롭군.”
“엘리시아, 조금 더 힘낼 수 있겠어?”
“네,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언니.”
그냥 걷기만 하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나무 넝쿨과 잡초, 그리고 더위로 인해 알게 모르게 체력이 소진되고 있는 중이다.
일행 중에 가장 체력이 떨어지는 엘리시아와 루웬 씨, 그리고 겉으로 내색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법사인 루시안도 적잖게 지쳐 가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 안으로 뤼피올 마을에 도달할 것 같지 않다면 이쯤에서 자리를 잡고 야영을 준비할 생각이었지만, 다행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마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우리들이 가야 할 곳을 알려 주었다.
다시금 목적지인 뤼피올 마을을 향해 걷기를 약 1시간 정도.
우리들은 다른 엘프족의 마을처럼 통나무로 목책을 세워 둔 마을 외곽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기, 누구인가?”
“엇, 이 목소리는…… 너, 고웬 아니냐?”
“엇, 이 구수한 목소리에 큼직한 체구! 너 그렌이냐?”
“나도 있다냥. 꼬맹이 고웬! 당장 문을 열어라냥! 힘들어 죽겠다냥!”
“켁, 케르츠 누나까지…… 이거 열어 주기 싫은걸.”
“고양이는 귀가 밝다냥. 그리고 높은 곳에 잘 기어올라 갈 수도 있지냥. 뭣하면 목책에 기어올라 가서 네 목덜미를 콱 깨물 수도 있다냥!”
“이제 나이도 있으니 그 행동은 그만둬 주세요. 문을 열어 줄 테니 잠깐만 기다리시구요.”
“10초 준다냥!”
“어린애요, 누님?”
한눈에 보기에도 고향에 돌아왔다는 반가운 분위기를 팍팍 내비치는 그렌 씨와 케르츠 씨 덕분에 우리들은 별다른 질문 없이 뤼피올 마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망을 보고 있던 엘프족 사내는, 그렌 씨의 어릴 적 친구라는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마을의 엘프 청년들은 성년의 나이가 되고 나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마을 청년들은 조금 전의 그렌 씨 친구처럼 마을 자경대가 되어 목책을 감시하고 바깥 상태를 망보는 역을 맡게 되는 만큼, 그렌 씨
일행이 다시금 뤼피올 마을에 돌아왔다는 소식에 근처에 있던 다른 자경대 엘프 청년들도 이곳으로 다가와 그렌 씨 일행의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우리들 또한 엘프 청년들에게 인사를 하게 되었음은 당연한 순서였다.
“오호, 인간족의 방문은 꽤나 오래간만인데 이 깊은 곳까지 방문하다니. 반갑구나. 고웬 알펜서라고 한다. 보다시피 마을의 자경대원이야.”
“반갑습니다. 그렌 씨의 안내로 이곳을 찾아오게 된 아넬 프로스트라고 합니다.”
“그런데 자네, 검을 가지고 있구만. 모험자인가?”
“네. 일행 전부 검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구만. 그렌이 직접 안내해서 온 인간이니 큰 문제를 일으킬 거라 생각되진 않지만 혹시라도 마을 안에서 검을 뽑는 것은 자제해 주길 바라네.
알겠지?”
“소란을 피울 생각은 없습니다. 그 점에 대해선 안심해 주세요.”
“뭐, 자네들이 꼭 소란을 일으킬 것 같아서 하는 소리는 아니고 자경대원으로서 으레 해야 하는 말 같은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는 말아 줘.”
그렌 씨의 친구라더니 그와 같은 친절함이 있는 고웬 씨였다.
아직 자경대원으로서 망루를 지켜야 하는 임무가 있는 그는 조금 아쉬워하는 얼굴로 그렌 씨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은 일 때문에 네 방문을 환영해 줄 수 없겠군. 나중에 쉴 때 찾아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당분간 이곳에 머물 생각이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보다 이제 촌장님을 뵈러 갈 생각인데 먼저 가 봐도 되겠지?”
“물론이지. 하지만 촌장님께 인사드리는 것도 좋지만 우선 네 부모님께 먼저 찾아가 보는 것이 좋을걸. 아주머니들이 무척 좋아하실 거야.”
“충고 고맙다. 수고해.”
인사를 마지막으로 고웬 씨는 다시금 망루 위로 올라갔고 그렌 씨와 케르츠 씨, 그리고 루웬 씨는 10년 만에 돌아온 자신들의 고향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도 향하는 방향은 그들의 집인 듯, 다른 마을들과는 달리 길을 찾고 걷는 것이 매우 익숙해 보였다.
“아, 미안한데 잠깐 우리 집에 먼저 들를 수 있을까? 어머니들께 왔다는 인사라도 먼저 하고 싶은데 말이야. 뭣하면 먼저 촌장님 댁으로 가
있어도 되고.”
“여기까지 왔는데 기왕이면 같이 인사드리러 가는 것이 좋겠죠. 거기에 그렌 씨 들에게는 신세도 졌으니 부모님들께도 인사드리고 싶네요.”
“신세는 무슨, 정식으로 계약서를 쓰고 고용된 건데. 어쨌든 그렇게 말한다면야 함께 가도록 하지. 인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냥냥, 참 이곳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마을이다냥. 발전이라는 게 없다냥.”
“그게 좋은 거지. 인간의 마을은 잠깐 못 보면 순식간에 바뀌어 있는 경우도 있는걸.”
“그렇긴 하다냥.”
방글방글 웃으면서 기분 좋은지 자신의 꼬리를 빳빳하게 세워 놓고 있는 케르츠 씨와 그렌, 루웬 씨를 따라 우리들은 마을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제법 커다란 2층의 벽돌집에 도착했다.
다른 집은 거의 다 통나무집인데, 어째서 이 집은 유난히 세련된 벽돌집일까 잠깐 의아해했으나 이어서 집 안에서 우렁차게 들려온 어느 남성의
목소리에 대번 이해할 수 있었다.
“내 딸! 내 딸들이 돌아왔구나!”
문에 노크를 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창문을 통해 이쪽의 모습을 바라본 것도 아니건만 느닷없이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키가 190센티미터가 족히
넘어가는 장신과 근육으로 빵빵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 남성이 집을 뛰쳐나왔다.
그의 이름은 타르헨 그록틴.
그렌 씨와 더불어 이 마을의 유일한 드워프이자 세 남매의 아버지였다.
뤼피올 마을(1)
“냐아악?! 오, 오지 말라냥!”
갑작스러운 거한의 덮침(?)에 케르츠 씨는 기겁을 하며 고양이 특유의 날랜 동작으로 몸을 빼기 위해 재빠르게 고개를 숙였으나 거한은 그런 케르츠 씨의 몸놀림조차 능가하는 빠름으로 그녀의 몸을 낚아채어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였다.
“오오오오, 이 폭신함! 이 따스함! 내 딸이 맞구나, 이 아비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느냐!”
“냐아아악! 이, 이러지 말라냥! 노크도 안 했는데 어떻게 우리가 온 줄 알았냥?!”
정말로 싫은 것인지, 귀와 꼬리를 위협적으로 세우고 털을 한껏 부풀리며 ‘캬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케르츠 씨는 드워프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버둥거렸다.
하지만 190센티미터가 넘는 장대한 체구와 빵빵한 근육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힘은 케르츠 씨의 버둥거림을 버티기에 충분했기에 케르츠 씨의 버둥거림은 의미 없는 행동이 되어 버렸다.
“그야, 사랑하는 딸의 냄새를 맡았지.”
“냐악! 아빠가 무슨 고양이냥?!”
“흠! 아비란 존재는 아무리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식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법이다.”
“그러는 루웬 언니랑 그렌은 왜 껴안지 않는 거냥?!”
“그야 묘인족이 껴안을 때 더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기 때문이지!”
“……미안하다. 아버지가 저런 변태라서.”
“……아하하.”
나를 비롯한 일행들이 케르츠 씨를 꽉 껴안고 세상 다 가진 듯한 행복한 얼굴로 ‘하하하하.’ 미소 짓고 있는 거대한 덩치의 드워프 남성을 보며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자, 옆에 있던 그렌 씨가 이마에 손을 얹으며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렌 씨의 아버지는 묘인족을 격하게 사랑하는 특이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
그래서 케르츠 씨만 저렇게 좋아하는가 싶었지만, 조금 전 했던 말 그대로 ‘묘인족이 껴안았을 때 가장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니까!’라는 이유로 케르츠 씨를 먼저 껴안았던 것인지, 케르츠 씨께 맘껏 부비부비를 시전한 그렌 씨의 아버지는 반쯤 포기해 버린 케르츠 씨를 껴안은 채로 그렌 씨와 루웬 씨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어서 오너라! 루웬, 그렌. 혹시 케르츠만 껴안아 줬다고 삐친 건 아니지? 그렇다면 언제든지 힘껏 안아 줄 테니 아비의 품에 안기거라!”
“후훗, 여전히 건강하시네요. 아버지.”
“악수 정도로 충분합니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오냐. 대강 10년 만이던가? 대륙을 여행해 본 감상은 어떻더냐?”
여기에 오면서 들은 이야기인데, 그렌 씨 들이 단체로 영원의 숲을 떠나 대륙을 여행하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이들의 아버지인 타르헨 씨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세 사람의 아버지로서, 또한 두 아내의 남편으로서 이곳에 정착해 살고 있지만 젊었을 적에 그는 저 튼튼한 육체 하나만을 믿고 대륙 이곳저곳을 여행한 실력 있는 모험자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금의 아내들을 만나 한눈에 반해 버려 결혼까지 그대로 골인하였다나?
이후에 세 남매가 성장하며 타르헨 씨는 자신이 모험자였을 때의 이야기를 곧잘 들려주곤 했었고 더 넓은 식견과 경험을 위해서 대륙을 한 번쯤 여행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등의 조언도 해 주었던 모양이다.
세 남매는 타르헨 씨 기준으로 대륙을 여행해도 괜찮을 정도라고 인정받을 만큼의 실력을 키운 뒤에, 여행을 떠난 것이라고 한다.
“예, 아버지 말대로 재미있는 것도 많이 봤고 꽤 씁쓸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여행을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거 다행이구나. 혹시라도 뭔가 사고라도 당한 것은 아닐지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만 이렇게 전부 건강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어머니들은 어디에 계시죠?”
“내가 뛰어나오는 것을 봤으니 이제 준비해서 나오고 있을 거다. 아, 마침 나오는군.”
타르헨 씨가 뒤를 돌아보며 말을 잇자, 그의 말대로 열린 현관문 너머로 두 명의 여성이 이쪽을 향해 걸어 나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쪽은 루웬 씨와 닮은 느낌의 푸른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엘프족 여성이었고, 다른 한쪽은 케르츠 씨의 어머니로 보이는 묘인족의 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