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60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60화
“냥냥,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냥. 촌장님들은 대부분 마을에서 최고령에 속하시는 분들이 맡기 때문에 식물을 무척 잘 가꾸신다냥. 어떤 분은 죽은
식물조차 다시 살릴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으시지냥. 아마도 이곳이 이 마을 촌장님의 댁인 것 같다냥.”
딱히 마을 사람들에게 길을 묻지도 않고 어떻게 촌장님의 집을 찾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방법이 있을 줄은 몰랐다.
우리들은 천천히 집 근처에 심어져 있는 꽃이나 묘목들을 밟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촌장님 댁의 문을 가볍게 노크했다.
“계십니까?”
그러자 순간 그렌 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덜컥, 하면서 촌장님 집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누군가가 문 뒤에서 열어 준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열린 문에 나와 루시안, 셀린과 엘리시아, 그리고 세라 누나도 적잖이 놀랐지만 어쩐지 그렌
씨나 케르츠 씨, 그리고 루웬 씨는 미리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촌장님 댁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그리 넓진 않았지만 단정했다.
쌉싸름하면서도 살짝 달짝지근한 향이 집 안을 감돌았으며 집 안 곳곳에도 적지 않게 꽃이나 각종 식물들이 심어져 있는 화분이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현관을 넘어 거실로 향하자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 테이블과 의자에 한 노인이 편안한 자세로 앉아 이쪽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서 오시게. 다양한 종족의 아이들이여……. 보아하니 인사를 하러 온 모양인데, 맞는가?”
“맞습니다, 어르신. 뤼피올 마을로 향하는 도중에 하룻밤 묵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렌, 이쪽은 저의 누님 되는 케르츠와 루웬이고, 이쪽의 인간족
일행은 함께 뤼피올 마을로 향하고 있는 동료입니다.”
“아넬 프로스트라고 합니다.”
마을 어르신에게 인사를 드리듯, 나를 비롯한 일행들은 한 명씩 천천히 고개를 꾸벅 숙여 눈앞에 있는 엘프 노인에게 자신을 소개하였다.
인사를 할 때는 그렌 씨를 따라 간략하게 이름만 말했다.
어디 소속의 몇 급 모험자니 뭐니 하는 것은 이종족에게 있어서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세라 누나의 이름까지 들은 엘프 노인은 천천히 작은 미소를 띠며 우리들에게 말을 이었다.
“이곳 라그락 마을의 촌장을 맡고 있는 엘루윈 크룩츠라고 하네. 그대들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하네, 젊은 아이들이여. 자, 손님이 왔는데 차를
대접하는 것이 주인의 도리겠지. 자리에 앉아 주길 바라네.”
아마 배우자는 없고 이 집에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이러한 방문자들을 대접하기 위함인지 테이블도 그렇고 의자 수도 충분했기에 우리들은
각각 의자를 하나씩 구해 와 테이블에 두런두런 모여 앉았다.
우리들이 의자에 앉은 것을 확인한 엘루윈 촌장님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허공에 손가락 하나를 내뻗더니 그대로 한 번 빙글 하고 허공에 원을
그렸다.
“손님이 오셨구나. 루, 가서 찻잔과 차를 끓일 주전자를 좀 가져다주겠니?”
누구한테 말하는 것일까 의아해하기도 잠시.
엘루윈 촌장님의 손끝에서 파란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잠시 후 은은하게 빛나는 작은 요정 같은 형태의 무언가가 5마리 정도 나타나 엘루윈
촌장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뒤, 주방 쪽을 향해 날아갔다.
그 모습에 나를 비롯한 엘리시아 들의 눈동자가 커지자 엘루윈 촌장님은 다시금 빙그레 미소 지으며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런, 아이들은 이번에 엘프족의 정령 마법을 보는 것이 처음인 모양이지?”
“정령 마법이요?”
저것이 정령 마법인 것인가?
그야, 엘프라고 하면 타고난 마나 친화력과 더불어 정령 친화력으로 마법에 능통하고 정령술에 재능이 있는 종족으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이전에 얼핏 듣기로 현재 이 세계에는 딱히 정령이라고 부를 만한 그런 존재는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일부의 엘프들이 정령 마법이라는 형태의 조금 색다른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들은 적은 있지만…….
“네, 정령 마법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엘리시아는 순수하게 감탄하면서 거실 저편으로 보이는 주방에서 파란색의 정령들이 자신의 의지로 주전자를 꺼내 그곳에 물을 담고 이쪽으로 가지고
날아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앞으로도 정령들이 가져온 찻잔이 배달되어 테이블에 놓일 즈음, 엘루윈 촌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래, 차를 마시는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알려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구먼. 하지만 그
이전에 먼저 이 늙은이의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겠나?”
“뭔가, 궁금한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엘리시아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묻자, 엘루윈 촌장님은 엘리시아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손가락으로 엘리시아의 가슴 언저리 부근을 가리켰다.
“아이의 가슴 언저리에 있는 그 ‘신의 힘’이 깃들어 있는 물건에 대해서란다.”
영원의 숲(2)
‘신의 힘’이 깃든 물건.
그것은 아마도 현재 엘리시아가 유리병 안에 넣고 보관 중인 ‘검은 결정’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검은 결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미리 알고 있던 우리들은 아무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은 결정에 대해 알아차린 엘루윈 촌장님에게 놀라고, 한편 검은 결정에 대한 것을 모르고 있는 그렌 씨 일행은 촌장님의 물음에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신의 힘’이 깃들어 있는 물건? 촌장님께서 말하는 바를 잘 모르겠습니다만.”
“으음? 자네들은 저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물건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는 것 같구먼.”
“엘리시아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요? 아! 그 검은색 수정같이 생긴 것을 말하는 것입니까?”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는 직접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물건이 맞을 걸세.”
그제야 그렌 씨도 촌장님이 말씀하시는 물건이 어떤 것을 뜻하는지 파악한 듯 엘리시아를 돌아보았다.
이곳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을 차분하게 바라본 엘리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옷 안쪽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검은 결정이 든 유리병을 꺼내어 엘루윈 촌장님께 보여 드렸다.
“이것은……?”
“저희 가문에서 발견된 결정입니다. 정확히는 엘루윈 촌장님께서 말씀하셨던 ‘신의 힘’과 관련되어 있는 물건이에요.”
유리병 안에 든 검은 결정을 바라본 엘루윈 촌장님의 눈이 깊어졌다.
“설마하니, 이 나이가 되어서 과거에 이 세계에 존재하였던 옛 신의 힘을 품은 물건을 보게 될 줄은 몰랐구나. 옛날…… 내가 갓 성년이 된 청년이었을 무렵, 단 한 번 그대들이 향하고 있는 뤼피올 마을에 내 아버지와, 당시 이 마을의 촌장이셨던 힐론 촌장님과 함께 들렀던 적이 있었지. 그때 이것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 물건을 본 적이 있었단다. 비록 100여 년이라는 시간이 넘게 흘렀지만, 그 이질적인 기운은 쉽게 잊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지.”
“이것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 물건이요?”
엘루윈 촌장님의 이야기에서 이것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기에 엘리시아가 촌장님께 그 물건에 대해서 물어보았지만, 엘루윈 촌장님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엘리시아의 물음에 대답해 주었다.
“당시에 어른들께선, 나와 같이 다른 마을에서 촌장님을 따라 뤼피올 마을로 왔던 청년들에게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해 주지 않으셨단다. 단지 이것은 영원의 숲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이들과 나아가선 대륙을 위한 일이라고 설명을 해 주실 뿐이었지. 난 다른 엘프들보다 기감이 좀 더 좋은 편이었기에 어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어떤 물건을 옮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또한 그 물건에서 느껴졌던 힘이 바로 이것과 같은 기운이었지. 내가 느낀 것이 옛 신의 힘이었다는 것은 이후 마을로 돌아오면서 촌장님께 물어보아서 알 수 있게 된 것일 뿐, 어른들이 무슨 물건을 옮긴 것인지 또한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인지는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단다.”
“……그러시군요.”
“보아하니 그 물건에 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뤼피올 마을로 향하는 것 같은데, 맞는가?”
“네, 맞습니다. 저희 가문에서 이 결정이 발견된 뒤에 에레나 신전의 대신관께 결정을 보여 드리니 이것은 옛 신의 힘이 깃든 결정이라고 대답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뿐, 이 결정이 어떠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안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기에 뤼피올 마을에 계신 엘프족 대신관 프롤륀 님을 찾아뵙기 위해 가고 있는 중이에요.”
“확실히, 현재 대륙에 있는 어떠한 에레나 여신의 신전보다 뤼피올 마을에 있는 신전이 더 역사가 깊고 그 물건에 대한 해답을 말해 줄 수 있는 곳이겠지. 비록 나는 아는 바가 없어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주지 못하였으나, 부디 그곳에서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네. 이거, 괜히 노파심에 이야기를 꺼냈다가 괜한 것을 물어본 것은 아닌가 싶군.”
“아닙니다. 그다지 숨겨야 할 이유가 있는 물건은 아니니까요.”
숨겨야 할 대상은 이것에 대한 정보를 다른 왕국에 누출시킬 가능성이 있는 사람일 뿐이지 영원의 숲에서만 생활하는 엘루윈 촌장님과 같은 사람들이 그 대상에 속하진 않는다.
거기에 엘루윈 촌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과거 뤼피올 마을에서 검은 결정에 깃들어 있는 신의 힘과 관련된 무언가를 다룬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결정에 관한 정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신의 힘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솔직하게 이야기한 의미는 있었다.
우리들의 대답에 만족스럽게 웃으며 촌장님은 말했다.
“자, 그러면 차를 끓일 준비가 된 것 같으니 나머지 이야기는 차를 한 잔씩 마시면서 나누도록 하지.”
엘루윈 촌장님의 말에 테이블을 내려다보자, 루라고 불린 파란색 정령이 어느새 물을 담은 주전자를 비롯해 인원수에 맞는 찻잔을 이곳으로 가져온 것이 보였다.
촌장님은 오른쪽 검지를 주전자로 향하면서 말을 이었다.
“히트.”
그의 몸에서 아주 미약한 마나가 발현되더니, 이내 물이 담긴 주전자로 스며들었다.
잠시 후 주전자는 하얀 김을 모락모락 내뿜으며 안에 담긴 물이 뜨겁게 끓고 있음을 우리들에게 보여 주었다.
‘과연, 엘프구나.’
히트 마법은 본래 목표로 한 대상의 마나를 열에너지로 바꾸어 열을 전달해 주는 마법이다.
대상의 질량이 크면 클수록, 또한 열을 받기 힘든 형태 및 상태일수록 대상에게 열을 주는 데 많은 마나가 소모되기에 보통은 불을 피우기 힘든 상황에서 물을 끓일 때 사용하거나, 추워진 몸을 데우는 데 사용되는 보조 마법 계열에 속하는 마법이다.
주전자에 담긴 물을 끓이는 수준이라면 나와 루시안도 어렵지 않게 할 수는 있었으나 마법에 대해 알고 있는 나와 루시안은 겨우 손가락으로 대상을 가리키는 것만으로 주문도 없이 마법을 발동시킨 엘루윈 촌장님께 가볍게 감탄하며 연기를 모락모락 내뿜고 있는 주전자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