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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59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59화

“오늘은 여기까지로 하고 이만 야영할 준비를 하도록 하지.”

“이곳에서요?”

숲에서는 평지보다 훨씬 빠르게 해가 저문다.

정확히 말하면 태양빛이 나뭇잎에 가려 빛이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숲 속에선 해가 좀 저문다 싶으면 야영을 준비해야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야영 준비를 끝마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우리들은 그렌 씨의 의견에 동의하였지만, 지금 이곳은 우리가 걷고 있던 숲의 한가운데였기에 따로 야영하기에 좋은 환경을 찾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한 뜻으로 물어보았으나, 그렌 씨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꽤 큼직한 나무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기왕 야영을 할 거라면 이곳이 좋아. 이 나무가 있기 때문이지.”

“이 나무에 뭔가 특별한 거라도 있나요?”

“냄새를 한번 맡아 봐.”

그렌 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무껍질을 살짝 벗겨 내게 건네주었다.

그렌 씨에게서 껍질을 받아 그 속 부분의 냄새를 살짝 맡아 보니 약간 민트향 같기도 하고 박하향 같기도 한 묘한 향이 나무껍질에서 느껴졌다.

“이 나무의 이름은 ‘엣프킬’이라고 하는 나무인데, 이 특유의 향 때문에 이 근처로는 벌레가 쉽게 접근하지 않아. 그리고 나뭇잎을 불로 불태우면

벌레를 쫓는 효과도 있고, 그 재를 바닥에 뿌려 두면 독충이나 뱀의 침입을 방지할 수도 있지. 그러니 야영을 한다면 이 나무의 아래가 가장

제격이야.”

어쩐지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은 이름의 나무였지만, 그렌 씨의 설명에 일행은 ‘오호.’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런 점에서도 그렇고 길 안내에서도 그렇고 그렌 씨 일행과 만난 것은 참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이었다.

이곳이 고향이라 그런지 아는 것도 많았고, 일반적인 길잡이들은 이 정도로 친근감을 느끼며 즐겁게 여행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그렌 씨 일행은

아무래도 가족끼리 서로 여행을 하는 것이다 보니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겨운 느낌도 들고 정이 간다.

“그럼, 야영 준비를 시작하지.”

“그러죠.”

이후에 야영 준비를 전부 끝마치고 나서 정글에서 처음으로 먹는 저녁 식사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풍족한 식사가 되었다.

찾기가 힘들 뿐이지 정글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존재했다.

특히 찾는 것은 케르츠 씨와 루웬 씨의 특기여서 우리가 야영 준비를 하는 그 짧은 사이에 두 사람은 버섯이나 각종 과일류들을 잔뜩 따 와

우리들에게 대접해 주었다.

오늘 낮에 구입한 신선한 음식 재료들과 디저트로 과일까지 먹고 나니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아져 우리들은 그날 저녁 또 한 번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으로 정글에서의 첫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그렇게 그렌 씨 들과 조금씩 더 가까워지며 또한 갖가지 신기하고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씩 배워 가면서 정글을 전진한 결과, 우리들은 프라알 도시를

떠난 지 정확히 3일째가 되는 날 오후에 뤼피올 마을의 약 4분의 1 정도 지점에 위치해 있는 ‘라그락’이라고 하는 엘프족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엘프의 마을 ‘라그락’.

영원의 숲에 있는 마을 중엔 가장 외부 쪽에 속해 있는 마을로 ‘엘프의 마을’이라고 칭하는 것처럼, 주민 대다수가 엘프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마을이라고 한다.

몬스터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통나무 말뚝을 빼곡히 마을 주변으로 박아 놔 목책을 만들어 놓았으며 망루로 보이는 장소에는 몇 명의 엘프들이

활을 어깨에 멘 채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을의 입구로 들어서기 위해 목책 가까이 접근하자 망루에 있던 엘프 중 한 사람이 이쪽을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물론 대답은 그렌 씨가 대신 해 주었다.

“저희는 뤼피올 마을로 향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쪽의 인간들은 모험자, 그리고 저희 세 명은 뤼피올 마을 출신으로 길잡이 역을 맡고 있습니다.

마을에 들러 하룻밤 쉬어 가고 싶습니다.”

“오호, 뤼피올 마을에 말인가? 꽤나 깊숙한 곳까지 가는구먼그래. 우리 마을은 낯선 방문자를 거부하지 않지. 대신 마을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겠다, 약속해 줄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뤼피올 마을의 촌장인 시미르 씨의 이름을 걸고 약속합니다.”

“허헛, 그 어떤 약속보다 믿을 수 있는 약속이로군. 좋아, 곧 목책을 열어 주겠네. 잠깐만 기다리게나.”

“저…… 그렌 씨, 조금 전에 그 약속은 무슨 뜻인가요?”

다른 것도 아니고, 뤼피올 마을의 촌장 이름을 걸고 하는 약속에 내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묻자, 그렌 씨는 ‘아하.’ 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고는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 주었다.

“인간과 다르게 우리들은 국가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아. 그래서 각 부족마다 마을을 이루고 이 숲에서 살아가고 있지. 그리고 각 마을은 그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거나 또는 현명한 어른이 촌장 직을 맡아 마을을 대표해. 해서 마을 촌장의 이름을 걸고 하는 약속은 그 마을을 대대로

지켜 왔던 조상님들의 이름을 걸고 하는 약속과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지. 어기면 자신을 비롯해 조상님 전체를 욕보이는 행동이라 그 어느 약속보다

무게를 가지거든.”

“그렇다면 이렇게 쉽게 촌장님의 이름을 걸고 약속해도 되는 건가요?”

“그야,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우리가 이 마을에서 문제를 일으킬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믿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말야. 너희들도 문제를 일으킬 생각은 없잖아?”

“물론이에요.”

“그럼 된 거지. 사실, 이렇게 나오지 않으면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서 꽤 이것저것 질문을 받고 대답해 줘야 하거든. 자신의 마을이 외부인으로

인해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그렌 씨의 말대로, 우리들은 그렌 씨가 뤼피올 마을의 촌장님 이름을 걸고 약속을 해 준 덕분에 문을 지키는 엘프 남성들에게 별다른 질문을 받지

않고 도리어 환영받으며 라그락 마을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나저나, 특이한 곳이네.’

목책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 마을의 모습은 목책 밖의 숲이랑 별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 또 새로웠다.

그저 숲 속에 통나무집 여러 채가 목책의 보호를 받으며 자리를 잡고 있을 뿐이다.

엘프족은 흔히 숲의 종족이라고 표현되며, 생명체를 소중히 여겨 살생을 꺼리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종족으로 나오곤 한다.

나무 속에 집을 짓고 살아가거나, 상당히 노출도 있는 복장을 입고 있는 것을 살짝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었으나 우리들이 방문한 라그락 마을은

일반적인 인간 마을과 비교해도 그다지 다른 점은 없었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은 돌로 다듬은 길이 만들어져 있었고, 집은 나무를 잘라 지어 놓은 통나무집이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보통 인간 마을에서는 마을에 큰 나무가 존재하면 이동하기에도 불편하고, 보기에도 그다지 좋지 않으니 나무를 옮겨

심거나 잘라 터를 다진 뒤에, 그곳에다가 집을 짓고 마을을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은 나무와 집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나무와 통나무집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말 그대로 숲에다가 집만 여러 채를 지어 놓은 듯한 광경의 마을이 우리들을 반겼다.

“마을의 구조가 상당히 특이하네요?”

나무도 그렇고 풀도 무성하다.

관리를 하는 집은 깨끗하지만,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방치인지 일부 집에는 나무 넝쿨이 집을 타고 올라가 집 외관이 깨끗하다는

것을 빼면 폐가를 의심케 할 정도의 비주얼을 가진 곳도 있었다.

“하하, 아무래도 도시나 일반 마을과 비교해 보면 특이해 보일 수밖에 없겠지. 기본적으로 엘프족은 식물을 좋아하거든. 도시에 나가 사는 일부를

제외하곤 다들 영원의 숲에 살고 있는 이유도 다 이 나무와 풀 때문이지. 심리적 안정감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마음의 평안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을 느낀다고 해.”

‘우리 어머니도 마당에 꽃을 잔뜩 심어 놓고 기르시거든.’이라고 그렌 씨가 말을 잇자, 루웬 씨가 추가적인 설명을 이어 주었다.

“엘프가 어째서 식물을 좋아하는 것인지, 이렇게 나무와 풀이 무성한 녹음을 보면 마음의 안정을 느끼는 것인지에 대해선 여러 가지 가설이 있긴

하지만, 엘프족 스스로는 자신들을 옛 바람과 물의 정령의 후손이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여신님께 신체를 얻기 이전, 정령일 적에 숲과 공존하며

살았기 때문이라고 말이야.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렌의 말대로 엘프들은 식물을 관상하고, 돌보기를 무척 좋아해. 그래서 이런 마을

형태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참고로 드워프족의 마을은 엘프족과 달리 바닥 전체를 돌로 포장하고 흙으로 집을 지어 생활하지. 일부는 지하에 큰 공간을 만들어 생활하기도 해.

엘프가 녹색 숲과 풀을 좋아하듯 드워프는 흙을 무척이나 좋아하지.”

“그래서 그렌은 어렸을 때 맨날 진흙으로 조그만 집 같은 것을 만들어 ‘이건 비밀기지야!’ 하며 놀곤 했었지냥. 비가 오거나 누군가가 ‘이건

뭐지?’ 하고 발로 차서 무너뜨리면 엉엉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기도 했고 말이다냥.”

“험험, 누님. 어렸을 적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죠.”

어쩐지 꼬마 그렌 씨가 커다란 두꺼비 집 같은 것을 만들어 그 안에 웅크리고 들어가 있는 모습이 머릿속으로 상상되어 저도 모르게 ‘풋.’ 하고

웃으려니 날카롭게 꽂히는 그렌 씨의 시선에 애써 시선을 피했다.

케르츠 씨도 이젠 다 큰 어른이 된 그렌 씨를 마냥 놀리기는 그랬던 모양인지 ‘냥냥.’ 하면서 어물쩍 과거 이야기는 넘어가 주었다.

“그런데 지금 어디를 가시는 건가요?”

상점이라든가 여관으로 보이는 건물을 지나쳐 마을 반대쪽으로 향하는 그렌 씨에게 묻자 옆에 있던 케르츠 씨가 심심했는지 그렌 씨 대신 대답을 해

주었다.

“냥냥, 이 마을 촌장님 집으로 향하는 거다냥.”

“촌장님 집에요?”

“냥, 아까 전에 그렌이 했던 말 들었지냥? 엘프족의 마을은 촌장님이 그 마을을 대표한다냥. 때문에 엘프족 마을에 들렀을 땐 아주 급한 일이

아닌 이상 먼저 마을의 촌장님을 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다냥. 인사라고 해서 거창할 것도 없고 잠깐 이야기를 나눈 뒤에 차 한잔 얻어

마시면 끝나는 일이다냥. 가끔씩 그분들에게 여러 가지 조언도 받을 수 있다냥.”

“그렇군요.”

케르츠 씨의 설명을 들으면서 일행과 함께 마을 반대편으로 걷고 있으려니 한눈에 보기에도 뭔가 좀 있어 보이는 통나무집 한 채가 우리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집 자체는 다른 집들과 다를 바 없는 일반적인 통나무집이었지만, 집의 외벽을 타고 오른 나무 넝쿨이라든가, 집 밖에 심어져 있는 꽃이라든가

나무라든가, 하나같이 다른 집들과 다르게 무척이나 화사하게 꽃피워져 있었으며 잎사귀가 싱그러웠다.

착각이겠지만 다른 집들이 일반 식물이라고 한다면, 이 집 근처에 심어져 있는 식물들은 빛이 나 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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