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57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57화
처음 만나는 사이고 또한 아직 신뢰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긴 했지만 그들이 여태껏 보여 준 호의에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엘리시아가
그들에게 알려 준 정보는 일부를 누락시키긴 했지만 딱히 거짓말을 한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살짝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주문한 식사가 나오고 우물우물 점심을 해결하는 동안 그렌 씨는 자신들이 물어보았던 의뢰 내용에 대해 엘리시아가 거리낌 없이 대답해 주고
자신들에게 신뢰를 보여 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며, 뤼피올 마을에 가는 길이라든가 영원의 숲에 대한 간략한 정보들에 대해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우리의 이야기는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아무래도 그렌 씨 일행 세 사람 모두 이곳이 고향인 만큼 어지간한 모험자나 길드원들에게 정보를 묻는 것보다도 훨씬 많으면서 자세한 정보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영원의 숲 관련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비되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덧붙여 그렌 씨 일행은 디아스 왕국 모험자 길드 소속이다.
해서 이곳 길드원들과도 꽤나 안면이 있는 모양이라 영원의 숲 지리를 전혀 모르는 우리들에게 뤼피올 마을까지 가는 경로를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해
인근 모험자 길드에 방문하여 영원의 숲을 간략하게 축소시켜 놓은 지도 한 장을 구해 와 보여 주며 차분히 설명해 주기까지 하였다.
정보료를 지불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준 것에 대해 솔직히 감사를 표하자, 그렌 씨는 원래 신뢰에는 신뢰로
답하는 것이 그들의 철칙이라며 신경 쓰지 말라는 대답을 해 주었다.
그 부분에 관해선 약간 찔리는 감이 있었기에 얼버무리긴 했지만, 어쨌든 그렌 씨 들에게서 얻은 정보들은 하나같이 알짜배기들뿐이었기에 우리들은
차근차근 새롭게 얻은 지식들을 머릿속에 숙지시키며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 나갔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나서도 저녁 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결국엔 점심을 먹은 그 자리에서 저녁까지 시켜 먹는 제법 우스운
광경이 벌어졌으나 처음으로 교감을 나누는 이종족들과의 인연, 또한 그들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문화와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정말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웃고 떠들고 말았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나서야 우리들은 이야기를 너무 오래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현재는 루시안과 함께 방으로 올라와 아까 그렌 씨
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순서대로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아넬, 아까 전에 했었던 말에 대해서인데…….”
“응? 묘인족이 사실은 ‘냥냥’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거야?”
“아니, 아니, 물론 그것도 나름 웃기긴 했지만 말이야.”
내 갑작스러운 대답에 루시안은 쿡쿡 웃으면서 하던 말을 잠깐 멈추고 배를 붙잡았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그렌 씨 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한번은 내가 궁금해서 케르츠 씨에게 ‘묘인족은 원래 다들 말끝에 냥냥을 붙이나요?’
하고 물은 적이 있었는데, 케르츠 씨가 해 주었던 대답이 참 인상 깊었다.
“아, 이거 말이냥? 사실 묘인족 중에 이렇게 말끝에 ‘냥’을 붙이는 사람은 드물다냥. 대부분은 평소처럼 이야기해. 이렇게 말이야.”
“어라? 그러면 케르츠 씨는 왜 말끝에 ‘냥’을 붙이시는 건가요?”
“아버지가 묘인족을 엄청 좋아하셨기 때문이다냥. ‘모름지기 묘인족 소녀라 함은, 말끝에 냥을 붙이면서 귀엽게 고개를 까딱거려야 정석이지!’라고
말하면서 당시에 어렸던 내게 이 ‘냥냥체’를 강요했었다냥. 그리고 어째서인지 어머니까지 합세해서 나를 괴롭히는 바람에 이젠 말끝에 냥을 붙이는
게 더 편하게 되었다냥. 참으로 슬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냥.”
“과연…… 드워프가 같은 드워프가 아닌, 엘프와 묘인족을 상대로 손을 댔다는 것부터가 보통 평범하신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남다르신
혜안을 가진 분이셨군요.”
“냥? 그게 무슨 뜻이다냥?”
“아, 아뇨. 그래도 귀여워요. 냥냥체 말이에요.”
“생긴 것부터가 귀여우니 그것은 당연한 말이다냥.”
“아니, 누님은 아무리 봐도 평범하게 성질 더러운 고양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은데…….”
“뭐라고냥?! 네놈도 어차피 아버지 피를 이어받았으니 내 꼬리를 보고 흥분하는 변태잖냥!”
“무슨 그런 섭한 소리를, 전 강아지 꼬리가 아니면 싫단 말입니다. 복슬복슬한 털도 없는 그런 매끈한 꼬리 따위엔 전혀 관심 없수다, 누님.”
“어머나, 둘 다 그쯤에서 입 다물지 않으면 나 화낼 거예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집안 망신시킬 일 있니?’ 하고 찬바람 쌩쌩 부는 냉혹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쏘아보는 루웬 씨의 말에 케르츠 씨도 그렌
씨도 ‘크흠!’ 하면서 시선을 피했었지.
하지만 루시안이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아니었는지, 고개를 살며시 저으며 웃음을 그치고 다시금 말을 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엘리시아가 했었던 말에 대해서야.”
“아…… 그거 말이구나.”
어물쩍 웃어넘길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아침에 있었던 일을 잊지 않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감각이 좋은 친구의 모습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자세를 똑바로 잡고 루시안을 돌아보았다.
“어떤 게 궁금한데?”
“어제 네게 엘리시아가 했었던 말에 대해서. 혹시 알려 주기 좀 껄끄러운 그런 내용인 거야?”
“조금 껄끄럽다면 껄끄럽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려나…… 그렇다고 해서 굳이 네게 숨길 만한 내용도 아니지만 말이야.”
나는 다시금 작은 한숨과 함께 루시안에게 어제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뒤에 들판에서 있었던 엘리시아와의 대화를 그대로 설명해 주었다.
엘리시아가 내게 고백을 했으며, 이번 여행을 엘리시아가 직접 이끌게 된 이유. 그리고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을 굳이 자신의 호위로 선택한 것과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부 말이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루시안의 표정이 처음엔 당황스러워하다가 이내 인상이 살짝 찌푸려지더니 그 이후엔 상당히 심각한 표정이 되면서 끝내는 나와
같은 한숨을 내쉬는 걸로 마무리가 되었다.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냐.’라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 루시안은 가볍게 혀를 내두르며 내게 말을 이었다.
“레아 누나 한 사람만 하더라도 솔직히 부러워 죽겠는데, 셀린에 이어서 이젠 엘리시아까지야? 그야, 엘리시아가 셀린과 똑같은 눈으로 널 볼 때
대강 예상은 했었지만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가까스로 셀린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거절했는데, 또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누가 알았겠어……. 덕분에 그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파 올
지경이야. 엘리시아가 여차하면 왕족으로서의 권력까지 사용하겠다는 말을 하고 나설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인걸.”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세 명 모두와 결혼해 버리는 것은 어때?”
“너 장난으로라도……?”
할 말이 없어서 장난 식으로 그렇게 말하는 줄 알고 대꾸하기 위해 루시안을 바라보았지만, 의외로 루시안은 나름 진지해 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저번엔 우스갯소리로 말했던 거지만 지금은 아니야. 네가 셀린의 마음을 거부한다고 마음먹었던 이후로 나도 그 점은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했어.
귀족도 아닌 네가 두 사람의 아내를 두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힘든 일일 테니까 말이야. 레아 누나의 성격에 그런 것을 용납할 것 같지도 않았고.
그래서 그날 이후로 셀린이 묘하게 풀이 죽어 있고 제대로 웃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도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애써 못 본 채
넘어갔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어. 엘리시아의 고백으로 인해 말이야.”
“달라졌다니? 대체 뭐가?”
“엘리시아의 말대로라면, 넌 이번 일을 잘 해결하면 귀족이 될 수 있어. 정식 귀족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고 있겠지?
왕국으로부터 영지를 하사받을 수 있고 자식에게 작위를 물려줄 수 있게 된다는 의미야. 만약 영지를 하사받아 관리하는 게 귀찮거나 힘들다면
대리인을 두고 세금을 걷으며 생활할 수도 있지. 가정 수익이 안정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네가 아내를 여럿 둬도 부러워서라면 모를까
능력도 되지 않는 놈이 바람피우는 거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거라는 소리야. 특히나 그 대상이 다른 누구도 아닌 엘리시아라면 더더욱 말이야.”
즉 이전에 내가 셀린을 거부했을 때랑은 상황 자체가 바뀌게 된다는 소리다.
능력 있는 귀족 남성이 아내를 여럿 두는 것이 당연한 세계이고, 또한 스스로 가진바 능력이 된다면 평민에서 귀족으로 신분 상승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이전의 나였다면 당장엔 한두 사람쯤은 충분히 건사할 능력이 되더라도 결국 모험자의 한계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이다.
아이가 생기고 가족이 늘어나면 당연히 생계유지에 필요한 돈도 많이 필요해지고 가정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그런 마당에 여러 명의 아내를 둔다면 과연 그 아내들에게, 또한 그녀들이 낳은 자식들에게 다 똑같은 사랑과 관심을 줄 수 있을까?
아마도 힘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가정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어느 순간에 산산 조각 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엘리시아의 말대로 내가 정식 귀족이 된다면, 그 모두를 이끌고 살아도 충분할 정도의 안정적인 수입을 얻게 되는 것이다.
굳이 모험자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수입이 충분하니 가정에 투자할 시간이 늘어나고 경제적으로도 또한 가정적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관계를 꾸려 나갈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내 생각이지만 아마 엘리시아는 셀린의 마음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또 네 성격상 레아 누나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겠지.
그렇기 때문에 여차하면 레아 누나에게 직접 찾아가 담판을 짓겠다고 한 것일 거고. 즉 엘리시아는 이미 자신 이외의 다른 여성이 네 아내가 되어
함께 사는 것을 각오하고 있다는 뜻이야. 그리고 그것은 셀린도 마찬가지일 거야. 네가 레아 누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널 포기하지
않고 좋아했으니까.”
루시안은 그렇게 말하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금 말을 이었다.
“요약하자면, 너와 레아 누나가 허락한다면 세 여성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아. 현재로서는 네게 가장 소중한 것은 레아 누나일 테니까 말이야. 만약 여기서 엘리시아를, 또는 셀린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누나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맞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파악한 루시안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난 네게 강요를 하는 것이 아니야. 다만 친구 된 입장에서 네게 조언을 해 주고 싶을 뿐이지. 네가 셀린의 방을 찾아간
그날 이후로 셀린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 세룬 도시로 향하면서 네게 조언을 하지 않았다면, 그냥 이대로 모른 척 넘어갔다면 네게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지금과 같이 널 무의식적으로 피하면서 웃어도 웃는 게 아닌 것 같은 셀린이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와 동시에 꼭
필요했던 과정이라 생각하고도 있어. 어찌 됐든 셀린은 널 포기하게 되었고 엘리시아가 중간에 난입하지만 않았다면 넌 이 일이 끝나고 나서 레아
누나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을 테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