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95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95화
그 뒤로도 몇 번 정도 더, 셀린의 몸에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확인해 보았지만, 결론적으로 레드 드레이크의 힘이 오러와 융합된 점을
제외하면, 셀린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고 봐야겠지?”
오러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으니, 이젠 오러를 끌어올리지 않더라도 오러에 의한 기본적인 신체 강화 효과가 그녀의 몸에 나타날 것이었다.
그런 만큼 셀린은 몸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기존의 몸 상태를 훨씬 뛰어넘는 여러 가지 이로운 효과를 얻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이 흘러넘칠 듯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마나를 전부 흡수할 수는 없지만, 시간을 들여 가며 천천히 흡수해 내 오러로 전환시킨다면, 기존의
두 배, 어쩌면 세 배 이상까지 오러의 증진을 기대해 볼 만하다.
오러 익스퍼드 중급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후에 충분한 경험까지 뒷받침된다면 상급으로의 길도 무난하게 나아가겠지.
어쨌든 나와 셀린의 나이에 이룰 만한 실력 수준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전부 만드라고라가 나와 셀린에게 준 열매에서 얻은 힘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반대로 말하자면, 만드라고라가 가진 가능성과 위험성은 일반적인 수준을 가뿐히 뛰어넘길 만큼이나 어마어마하다는 뜻이다.
자연히 만드라고라를 생각하는 내 인상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만드라고라를 데리고 간다는 선택지에 이제 문제는 없어졌다. 하지만 데리고 간다면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만드라고라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만드라고라의 존재가 또 다른 위험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있어.’
내가 만난 뤼피올 마을의 프롤륀 신관님이나, 나이아스 씨 그리고 그렌 씨와 케르츠 씨, 루웬 씨라면, 만드라고라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놔도 아마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있을 문제까지 안전하지는 않다.
만드라고라의 머리에 핀 초록 잎사귀와 붉은 열매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셀린을 닮은 그 붉은 머리카락만큼이나 눈에 띈다.
대륙의 종족 중에서 머리에 잎사귀를 달고 다니는 종족은 없으니, 누구나 만드라고라의 모습을 본다면 그녀의 정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다 혹시라도 만드라고라의 열매 하나가 일으킨 엄청난 효과에 대해서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충분했다.
오러 익스퍼드 하급의 유저를 중상급 혹은 그 이상으로 만들 만한 힘이다.
그나마도 열매가 그런 효과를 가질 뿐, 본체는 열매보다 더한 어마어마한 효능을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욕심에 의한 불화가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겠지.
이 종족이 권력이나 재물에 그다지 관심이 없더라도, 아예 없거나 실력 증진에 대한 욕심까지 없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후우, 결국은 우리가 아니라 자신이 결정할 문제겠지.”
“결정? 아…… 우아?”
한동안 나는 만드라고라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다, 결국 만드라고라 자신에게 선택권을 주고자, 자리에서 일어나 만드라고라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갑자기 땅과 거리가 멀어지자, 자연스럽게 만드라고라는 내 몸을 붙잡으며 주위를 조심스럽게 두리번거렸다.
내가 만드라고라를 데리고 간 곳은 만드라고라를 캔 바로 그 언덕 위 구덩이였다.
그 바로 옆에 만드라고라를 내려놓고, 나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만드라고라를 향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돌아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물어보는 거야.”
나는 손짓으로 파헤쳐진 땅속을 가리키고, 다시금 만드라고라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만드라고라는 내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며, 한때 자신이 자리 잡았던 파헤쳐진 땅과 그 장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내 모습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말의 뜻은 정확하게 전달되진 않았지만, 만드라고라는 지성을 가진 아이였으니 얼추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들으리라 생각되었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기존처럼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살아갈지 아니면 나와 셀린을 따라나설지에 대한 선택을 만드라고라 자신이 결정해 주기를
원했다.
만약 같이 가고 싶어 한다면 앞으로 일어날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만드라고라를 지켜 낼 생각이었고, 이곳에 남고 싶어 한다면 이 아이가 이곳에
다시 자리를 잡도록 하루 이틀 정도 머문 뒤에 떠날 생각이었다.
만드라고라는 땅과 내 모습을 한동안 응시하더니, 이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넬, 셀린. 돌아가?”
말은 ‘돌아가’였지만, 만드라고라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이곳의 땅이었다.
아마도 만드라고라가 내게 묻고 싶어 하는 것은, 나와 셀린이 자신과 함께 이곳에서 살지를 묻는 것일 거다.
고작 반나절 사이에 만드라고라의 부족한 말솜씨에도, 이 아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하게 된 것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만드라고라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해 주었다.
“아니, 나랑 셀린은 다른 곳으로 가야 해.”
“다른 곳? 돌아가?”
확실히 만드라고라는 똑똑했다.
그저 숲 저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을 뿐인데도, 말의 뜻은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지만, 분위기로 나와 셀린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래. 다른 곳으로 가야 해. 만드라고라는 이곳에 있고 싶어? 아니면 나랑 셀린이랑 함께 갈래?”
손짓으로 이곳에 다시금 뿌리를 내리고 조용히 지내고 싶은지 아니면 나와 셀린이랑 함께 숲 밖으로 향할지를 물어보았지만, 만드라고라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이 숲을 돌아보면서 깊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만드라고라가 언제부터 이러한 지성을 가졌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 수백 년 이상을 살아온 이곳을 떠난다는 것은 그리 쉽게 결정할 만한 문제는 아니겠지. 한편으로는 처음으로 교감이라는 것을 나눈
우리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만드라고라의 표정에서 심한 갈등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아넬. 다른 곳, 가? 가야 해?”
“응, 꼭 가야 해. 기다리는 친구들이 있거든.”
“가야 해…….”
만드라고라의 표정이 조금 울 것 같은 얼굴로 변했다.
만드라고라가 원하는 것은 이곳에서 나와 셀린이 돌아가지 않고 자신과 함께 지내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안 된다고 이야기했으며, 만드라고라는 이곳에 남아 살아가는 것과 나와 셀린을 따라가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함을 이해했다.
나와 셀린의 처지에서 보자면 그저 아무도 없는 조용한 숲에 불과한 장소지만, 만드라고라에게 이곳은 고향이자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신의 집이다.
집과 고향 그리고 처음으로 교감을 나눈 사람과의 동행.
그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 속에서 만드라고라가 내린 선택으로 나의 손을 잡았다.
“나, 아넬, 셀린 다른 곳 가야 해.”
“괜찮겠어? 이곳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
금역이라고는 하더라도 다시 들어오지 못하지는 않겠지만, 나와 셀린은 이곳의 정확한 위치를 잘 모른다.
만드라고라라면 케르츠 씨가 가진 귀소본능처럼 자신이 태어난 이곳으로 되돌아올지 모르겠지만, 현재 상황을 보자면 우리와 함께 뤼피올 마을로 향하는
만드라고라가 다시금 이 숲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힘들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차분히 시간 들여 설명하면서, 만드라고라가 그 점을 확실하게 인지한 뒤에 다시금 결정을 내리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그 점을 명확하게 인지한 만드라고라가 내린 선택은, 이전과 동일했다.
“나 아넬, 셀린. 따라올 거야. 따라올래.”
“후훗, 그럴 땐 ‘따라올 거야.’가 아니라 ‘따라갈래.’라고 말하는 거야.”
내 말을 들은 만드라고라는 살짝 미소 짓더니, 입을 몇 번인가 오물오물거리면서 내가 고쳐준 말을 다시금 이어 말했다.
“나 아넬, 셀린. 따라갈래!”
“그래, 알았어. 같이 가자.”
그렇게 나와 셀린은 만드라고라의 선택을 받아, 뤼피올 마을에 만드라고라를 함께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곳에 도착해서 어떻게 만드라고라를 외부의 시선에서 보호할지 또한 일행에게는 만드라고라의 정체를 어떤 식으로 설명할지는 이동하면서 천천히
고민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미 출발하기엔 늦은 시간이라 내일 아침 해가 뜨는 즉시 출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세레나
“우선은 이 아이의 이름을 지어 줘야겠는걸.”
“그러게, 언제까지고 만드라고라라고 부를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진짜 정체는 만드라고라가 맞으니, 그렇게 불러도 상관없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마을에 함께 데리고 가기로 한 이상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만드라고라’라는 이름으로 부를 순 없는 노릇이다.
거기에다 우리 두 사람 옆에서 신나게 토끼 고기를 씹어 먹는 인간 여자아이의 모습을 한 만드라고라는 분명히 다른 만드라고라와 비교했을 때 특별한 개체에 속할 테니, 이참에 ‘만드라고라’라고 하는 식물명이 아닌, 제대로 된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만드라고라 자신이 스스로 이름을 지을 순 없는 노릇이었기에, 나와 셀린은 만드라고라에게 무슨 이름을 지어 줄까 서로 머리를 맞대고 괜찮은 이름을 한 번 나열해 보기 시작했다.
“만드라고라, 만드? 드라? 라고? 마땅히 연결될 만한 이름이 아니네.”
“굳이 만드라고라라는 이름에서 따올 필요는 없지 않아? 거기에 여자아이의 모습인걸. 최소한 예쁜 이름으로 지어 줘야지.”
“그렇긴 하지만.”
이름을 지어 주겠다는 발상 자체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예쁜 이름을 지어 주려니 마땅히 좋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라라’, ‘킬리아’, ‘마를린’, ‘소피아’ 등. 머릿속으로 수많은 여자아이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지만, 딱 이거다! 할 만큼 느낌이 좋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끄응! 하고 고민하려니, 의외로 셀린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하나의 이름을 말해 주었다.
“있지, 아넬. 나는 이 아이에게 ‘세레나’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응, 세레나?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아니, 오히려 어감과 느낌으로 따지자면, 내가 생각했던 이름들보다 훨씬 예쁘고 여자아이 다운 이름이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이름이라 고개를 살짝 갸웃하려니, 셀린이 어쩐지 부끄러워하는 듯이 ‘아하하!’ 웃으면서 뒷말을 이어 붙였다.
“사실, 이름 두 개를 하나로 합친 거야. 셀린의 ‘세’랑 에레나 여신님의 ‘레나’를 말이야.”
“네 이름을 붙인 이유는 알겠지만, 에레나 여신님의 이름은 왜?”
현재 만드라고라는 셀린의 신체를 모티프로 삼아 그녀와 거의 흡사한 외모를 가진 어린아이의 모습이 되었다.